[남자애들 단톡 속 나]
남자 학생들과 나는 최근에 알 수 없는 작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쉽게 말하면, 소통이 잘 안된다. 내가 지금까지 대화해왔던 패턴과 상반되는 그들의 소통방식은 아마 국어 영역 수능 만점자가 방에 들어와도 대화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개연성이 없이 대화하는데, 갈수록 서로서로 진만 빠져서 결국에는 대화하지 못한다. 과제에 관한 중요한 대화일 때도 채팅창에 계속에서 일정 문자나 이모티콘을 반복해서 올리는 도배도 번번이 발생한다. 더군다나 나 혼자 여자여서 작은 말 다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처음에 내가 남자 학생들과 수업을 들을 때, 나는 그들의 소통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그들의 대화 방식이 정말 생소했다. 여자애들은 보통 단톡을 파거나 카톡에서 대화할 때 서로 예쁜 말들만 주고받으려고 억지스럽게 노력하는 점이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이 수업받는 학생들은 (물론 그렇다고 이 학생들이 심성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말을 툭툭 내뱉었다. 굳이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되어서 대화할 때 편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말하니 대화가 더 안 되었다. 그리고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흐름의 말들을 자주 한다.
내가 이걸 개선하기 위해서 여자애들과 쓰는 말투를 사용할 수도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단톡에서 여자애들과 대화할 때처럼 말을 예쁘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럼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처럼 느끼는 오빠가 있어 남자 학생들과 같은 방식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굳이 이상한 오해를 낳기 싫었다. 이렇게 한 번 오해를 낳기 시작하면 남자애들은 계속해서 내가 이성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서 뿌리를 뽑아버려야 한다. 진짜 왜 자꾸 이성 둘을 엮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강주은의 ‘내가 말해 줄게요’를 읽고 나서 내 대화방식과 접근 방식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a.k.a. 강주은이 말하는 한국 남자와의 대화법이었다. 내 의견이 있어도 우선은 참고 기다리며 그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다. 단정 지어 말하기보다는 질문 형태로 바꾸어서 말하는 것이다. “~하는 것은 어때?” 그리고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남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화를 내더라도 남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결국에는 그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이 말을 듣고 내가 말을 툭툭 내뱉었는데 지금까지 남자애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원래 또래들 간 대화를 나눌 때 속히 말하는 사이다를 날리며 팩폭을 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남자애들이라고 더 조심하지 않은 것도 있다. 물론 남자 학생들은 기분 나쁜 일들을 빠르게 훌훌 털어버리기도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오해받더라도 평소 나의 말투 정도로 말해야 했다. 그들이 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해서 나까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었다.
남자애들이 이렇게까지 자존심을 중요하게 챙기는지 몰랐다. 강주은이 말하는 한국 남자와의 대화법을 참고해 얘기했더니, 대화가 더 잘 되었다. 아직도 그들의 흐름을 따라가기는 버겁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남자애들 무더기 속에 나 혼자 던져져 진 적이 없어서 따라가기 힘들지만, 차차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수두룩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되겠지? ㅎr…Bo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