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북교육청 청소년 금연서포터즈반 발대식이 있습니다.
다른 해보다 1달이나 앞서서 아침 10시에 시작이 됩니다.
학교에선 카톡방 열어볼 시간이 없다가, 새벽에 열어보고는 빵 터졌습니다.
서포터즈 반장인 혜인이가 얼마나 야무지고 유쾌한지요,
이 친구를 보면 이효리가 생각 나지요
나 : "그래 이효리 보다 예뻐서, 샘이 박효리라고 하잖아 "
친구들 : (책상벽에, 컴퓨터 바탕화면에 보임) 선생님도 이효리 되게 좋아하잖아요
나 : 그렇지 그렇지 그래서 샘도 송효리라고 이름을 바꾸었잖아 ㅎㅎㅎ
친구들 : 헤헤, 호호, 맞아요, 맞아 우리도 다 효리예요 효리 깔깔깔ㅎㅎㅎ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선 작업을 해야하는데, 도무지 컴퓨터 앞에 앉기가 힘이듭니다.
그렇다고 서류작성을 무시는 커녕, 공공성의 대화는 문서기록이고 컴퓨터 작업이니 정신을 차려야합니다.
부서마다 구급낭을 달라는데, 구매약품은 도착했는데 짐을 나누지 못한 채 한 주가 지나버렸습니다.
짬이 날라고 하면 무슨 일이 자꾸만 터집니다. 오후 서 너시 되면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원래의 목표와 실행계획이 가물가물해집니다.
5교시 쉬는 시간에 가인이가 손목을 면도칼로 긋고 왔습니다.
상처를 붕대로 감싸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6교시는 면담을 시작했습니다. 바빠도 멈추어야 될 것같아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갑작스럽게 보내기도 그렇고 아이가 원하지도 않아서 그냥 잠시 나와 함께 있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왜 그랬는지, 이유가 불분명하고 ,별 고민도 없어보여서, 보이는데로 말해주니, 가인이도 그렇다고 수긍합니다.
작년 1학년 1학기때는 초롱초롱 눈망울로 수업에 집중하고 태도도 좋았기에 눈에 들어온 아이였는데, 작년 2학기부터 내 방 출입이 잦고 수업에 딴전을 피우는 것이 많아졌다고 본 대로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느냐 하니, 뜬금없이 '자유학기제'를 말합니다. 시험도 없고, 그냥 자유이고 돌아다니고, ... 그래서 자신이 그렇게 되었다고 하고, 이 자살시도(?)건은 엄마도 아느냐고 하니 그렇다고 합니다. 2월에도 집에서 그랬다고 이쁜 얼굴로 심드렁하게 말합니다. 하~ 바쁜데요... 참말로 이 아이들이 왜 이러나, 죽고 사는게 이렇게 장난이니? 쉬운 거니? ... 머리를 한 대 쥐어 박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한 편으로 생각하면 기가 찰 노릇이지요. 메모지를 한 장 주고는 컴퓨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색연일도 가져다 주고 곁눈질로 보니 얼굴 표정이 편안해보입니다. 이 상담은 제대로 맞나 염려가 되지만, 이것도 팔자려니 싶습니다.
아이를 재울만한 침대도 꽉 차서 없었기에 말이지요. 침대 이불도 한 학기에 두 번 세탁했는데, 자주들 이용해서 한 달에 한 번은 세탁을 해야지 싶습니다. 어제는 할머니와 사는 수정이를 같은 방과후 아동센터를 이용하는 두 녀석이 길거리에서 욕을 하고 괴롭혀서 할머니께서 경찰에 신고해서 전담자치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수정이가 이 일로 괴로워서 죽을려고 산에도 올라갔다고 하는 자살시도에 보이는 듯 안보이는 듯 잘 케어하자고 , 폭력위원회까지는 할머니와 수정이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었는데,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삶에 대하여 죽음의 예정과 삶의 중단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침체속에서 실존하지 않나, 그런가? 참 연구를 많이하고 맨날 아이들 만나는게 일이어도 요즘 아이들의 속을 알다가도 맨날 모르겠는 것입니다. 이 일은 내가 특별히 '보건교사'이니 극단적인 경우이겠거니, 다른 과목, 다른 학교급, 다른 교사들은 이런 것을 날마다 경험하지 않겠거니 위안을 삼아보는 것입니다.
중2때 부모의 불화로 가출한 다정이가 이제 마음을 잡고 있습니다. 안정하겠다고 찾아와서 도중에 화장실 가겠다고 해서 다음엔 쉬는 시간 이용하라고 다짐을 받고는 보내주었습니다. 그 사이 귀와 눈 언저리가 빨개져서 (술을 마신 것이 분명한) 졸업한 정철이가 '수업을 째다'며 들어옵니다. 잠시 이야기 하고 나갔습니다. 잠시후, 생활지도부에서 선생님이 ' 다정이와 정철이가 왜 수업을 안하고 여기 혹시 왔느냐고' 찾는 겁니다. 다정이는 정말 화장실 간 거 맞다고 해주고, 정철이가 술을 마신 거 같다는 이야기는 그냥 하지 않았습니다.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사건이 커질 수도 있기에, 그 아이들을 잘 아는 내 입장으로서는 무엇인지 알겠기에 그런 것입니다. 까불이 다정이가 많이 놀라서 다음부터는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이용하겠다고 내 방을 나서기 전에 먼저 꼭꼭 다짐을 합니다. ㅎㅎ
청소시간 마칠 즈음 경찰아저씨 세 분과 입술이 하애진 아저씨 한 분이 복도에서 아이들과 뭐라뭐라 하다가, 경찰 한 분이 3학년 3반 교실이 어디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3층 위치를 알려드렸는데, 뒤따라 가보니, 이 분들이 그 교실에 가는 것도 아니고, 그 앞에서 그냥 아랫층 계단으로 내려가고 교실에 가보니 남학생 4명은 스마트 폰을 보다가 유쾌하고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또 낼 모레 폭력 전담기구 회의가 개최되겠습니다.
금연서포터즈 발대식은 학부모님이 인솔을 자원해줍니다.
남원에서 전주에 도착하고 택시를 이용하지만, 그도 걱정된다고 학부모님이 나서준 것입니다.
2학기는 흡연생 몇 명이 캠프 참가를 위해선 전주에서 남원으로 다시 고창으로 새벽운전으로 300여 킬로를 데리고 다니기도 하지요.
혹시나 이 아이들이 담배를 끊으려나 해서였고, 늘 무단결석에 지각이 잦은 아이들이 캠프에 참가하겠다고 새벽에 일어나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고, 꼭 참가하고 싶다는데, 이 얼마나 기쁜지요. 아이들이 뭐를 하자하면 안하겠다고 하고, 무기력하고 심드렁한데, 이렇게 열의를 보여주면 선생님은 너무나 기뻐서 한달음에 이 시중을 들어도 힘이 하나도 들지 않지요. 어느 선생님이나 그럴것입니다.
집에서도 내 아들을 키울 때도 그랬지만, 항상 예산이나 돈쓰는 것도 아이들에게 다 이야기를 하고 같이 계획을 짜고 아이디어를 내서 돈을 쓰곤합니다. 다른 예산은 교육청에 타 내는 계획서 제출에, 학교 행정실에 도착하면 매번 먼저 결재를 내어야 이후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는데, 이 서포터즈 반의 예산은 60만원 주면서 체크 카드로 쓰게 하니 매번 결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즉시 사용할 수 있으니 엄청 편하고 교사편의적인 측면에서 고마운 거지요.
그 카드는 학부모 한 분이 가지고 오늘 아이들을 전주로 인솔해 올 것입니다. 아이들은 숫자는 11명인데, 왕따와 자살시도, 게다가 따로따로 경계가 선명하게 3그룹으로 나뉘어 역동적입니다. 한 학부모의 아이는 원래의 금연서포터즈 반 아이들과 117에 경찰서 사건으로 연루되어서 서로 친하지 않습니다. 아이들 말들어보면 '적'이다 싶습니다. 저희들은 한 번 싸우면 끝장이고, 저희들 시기는, 사춘기에는 원래 그런 거라고 논리적으로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니 일단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새벽 단톡방에 초대를 할까 하다가 아이들의 의견을 따라 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사랑이가 저도 참가하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가 반장인 혜인이 한테 꾸사리를 먹고, 정말로 앞으로는 반장인 혜인이 한테 먼저 상의하겠다고 '얼차려' 자세로 다짐다짐을 해주었지요. (ㅎㅎ, 요즘 어떤 선생님도 바쁘면 푸르르 하는데, 제가 그때도 이 자세했어요, 그러면 다 웃다가 말지요. ㅎㅎ, 나도 바쁘면 '푸르르~' 한다고 하네요. 이것을 고칠 것입니다) 학부모님과 아이들이 60만원 가지고 한복 대여하고, 어쩌고 , 어떻게 1년을 살지 고민하면 나는 너무나 미안해지고 웃음도 빵빵 터지곤 하는지요.
2018; 03;24;0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