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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95) 知天之所爲 知人之所爲者 至矣 지 천 지 소 위 지 인 지 소 위 자 지 의 하늘이 하는 일을 알고 사람이 하는 일을 아는 자는 지극한 사람이다.
知天之所爲者 天而生也 지 천 지 소 위 자 천 이 생 야 知人之所爲者 以其知之所知 以養其知之所不知 지 인 지 소 위 자 이 기 지 지 소 지 이 양 기 지 지 소 부 지 하늘이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하늘을 따라 살고 사람이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자기 지식이 아는 것으로 그 지식이 알지 못하는 바를 기른다.
終其天年而不中道夭者 是知之盛也 종 기 천 년 이 부 중 도 요 자 시 지 지 성 야 雖然有患 夫知有所待而後當 其所待者特未定也 수 연 유 환 부 지 유 소 대 이 후 당 기 소 대 자 특 미 정 야 그 천수를 다하고 도중에 일찍 죽지 않는 사람은 곧 앎이 지극한 것이다. 그러나 근심이 있으니 앎이란 의거하는 데가 있은 다음에야 비로소 옳은 것이 되는데 그 의거하는 바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庸詎知吾所謂天之非人乎 所謂人之非天乎 용 거 지 오 소 위 천 지 비 인 호 소 위 인 지 비 천 호 어찌 내가 말하는 하늘이 사람이 아닌지 내가 말하는 사람이 하늘이 아닌지 알겠는가.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96) 且有眞人而後有眞知 何謂眞人 차 유 진 인 이 후 유 진 지 하 위 진 인 古之眞人 不逆寡 不雄成 不謨士 고 지 진 인 불 역 과 불 웅 성 불 모 사 그러니 진인이 있어야만 참된 앎이 있는 것이다. 무엇을 진인이라 하는가. 옛날의 진인은 적은 일에도 거스르지 않고 성공을 뽐내지 않았으며 일을 꾀하지 않았다.
若然者 過而弗悔 當而不自得也 약 연 자 과 이 불 회 당 이 불 자 득 야 若然者 登高不慄 入水不濡 入火不熱 약 연 자 등 고 불 률 입 수 불 유 입 화 불 열 이러한 사람은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고 잘 되어도 으쓱거리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은 높은 곳에 올라가도 두려워하지 않고 물에 빠져도 젖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뜨거워하지 않는다.
是知之能登假於道者也若此 시 지 지 능 등 가 어 도 자 야 약 차 그의 앎이 도에 승화되면 이와같이 되는 것이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97) 古之眞人 其寢不夢 其覺無憂 其食不甘 其息深深 고 지 진 인 기 침 불 몽 기 각 무 우 기 식 불 감 기 식 심 심 眞人之息以踵 衆人之息以喉 진 인 지 식 이 종 중 인 지 식 이 후 옛날의 진인은 잠잘 때 꿈꾸지 않고 깨어 있을 때 근심이 없으며 먹을 때 달지 않고 숨이 깊고 깊었다. 진인의 숨은 발꿈치까지 미친다. 범인의 숨은 목구멍에 미칠 뿐이다.
屈服者 其嗌言若哇 其耆欲深者 其天機淺 굴 복 자 기 익 언 약 왜 기 기 욕 심 자 기 천 기 천 古之眞人 不知說生 不知惡死 고 지 진 인 부 지 설 생 부 지 오 사 굴복당하는 사람은 그 목에서 나는 소리가 마치 무엇을 토하는 것 같고 욕망이 깊은 자는 그 타고난 기틀이 천박하다. 옛날의 진인은 삶을 기뻐할 줄 모르고 죽음을 미워할 줄도 모른다.
其出不訢 其入不距 翛然而往 翛然而來而已矣 기 출 불 흔 기 입 불 거 소 연 이 왕 소 연 이 래 이 이 의 不忘其所始 不求其所終 受而喜之 忘而復之 불 망 기 소 시 불 구 기 소 종 수 이 희 지 망 이 복 지 세상에 나옴을 기뻐하지 않고 죽음을 거역하지도 않는다. 무심히 자연을 따라 가고 무심히 자연을 따라 올 뿐이다. 그 태어난 시초를 모르고 그 끝을 알려 하지 않는다. 삶을 받으면 그것을 기뻐하고 생명을 잃어서는 자연으로 돌아간다.
是之謂不以心損道 不以人助天 是之謂眞人 시 지 위 불 이 심 손 도 불 이 인 조 천 시 지 위 진 인 이를 자기 마음으로 도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며, 인위로 자연을 돕지 않음이라고 하고 이런 사람을 지인이라고 한다.
天機(천기) : 타고난 기틀, 타고난 자질. 翛然(소연) : 아무런 마음 없이 의연한 모양. ‘숙연’이라 읽고 ‘빠른 모양’이라 해석하는 이도 있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98) 若然者 其心忘 其容寂 其顙頯 약 연 자 기 심 망 기 용 적 기 상 규 凄然似秋 煖然似春 喜怒通四時 與物有宜而莫知其極 처 연 사 추 난 연 사 춘 희 노 통 사 시 여 물 유 의 이 막 지 기 극 그러한 사람은 그 마음이 모든 것을 잊고 그 모습이 호젓하며 그 이마가 널찍하다. 시원하기가 가을 같고 아늑하기는 봄과 같다. 기쁨이나 노여움의 감정이 사시와 같고 외계의 사물과 조화되어 그 끝을 알 수 없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99) 故聖人之用兵也 亡國而不失人心 利澤施乎萬世 不爲愛人 고 성 인 지 용 병 야 망 국 이 불 실 인 심 이 택 시 호 만 세 불 위 애 인 故樂通物 非聖人也 有親 非仁也 고 락 통 물 비 성 인 야 유 친 비 인 야 그래서 성인이 군대를 동원하여 나라를 멸망시켜도 인심을 잃지 아니하고 이익과 은택을 만세에 베풀어도 사람을 사랑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물과 통하는 것을 즐거워하면 성인이 아니며 사랑함이 있으면 인자가 아니다.
天時 非賢也 利害不通 非君子也 천 시 비 현 야 리 해 불 통 비 군 자 야 行名失己 非士也 亡身不眞 非役人也 행 명 실 기 비 사 야 망 신 부 진 비 역 인 야 천시에 맞추려 하면 현인이 아니며 이로움과 해로움을 하나로 여기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다. 명예를 행하다 자기를 잃는 자는 선비가 아니다. 자기 몸을 죽여 참된 본성을 저버리면 남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다.
若狐不偕 務光 伯夷 叔齊 箕子 胥餘 紀他 申徒狄 약 호 불 해 무 광 백 이 숙 제 기 자 서 여 기 타 신 도 적 是役人之役 適人之適 而不自適其適者也 시 역 인 지 역 적 인 지 적 이 불 자 적 기 적 자 야 호불해, 무광, 백이, 숙제, 기자, 서여, 기타, 신도적 같은 이는 다른 사람이 할 일을 하고 남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여겨 스스로의 즐거움을 즐기지 못한 자들이다.
狐不偕(호불해) : 요임금이 제위를 물려 주려 하자 이것을 수치로 여기고 황하에 몸을 던져 죽은 은자. 務光(무광) : 하(夏)나라 사람. 은나라 탕임금이 제위를 내주려 하자 돌을 안고 여수에 몸을 던져 죽었다 한다. 황제(黃帝)의 신하라는 설도 있다.
伯夷(백이) : 숙제(叔齊)와 함께 고죽군(孤竹君)의 아들. 두 형제가 서로 임금 자리를 사양하다 결국은 문왕(文王)의 덕을 흠모하여 주(周)나라로 갔다. 그러나 무왕(武王)이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쳐부수자 수양산(首陽山)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뜯어먹고 살다 굶어죽었다 한다.
箕子(기자) : 은나라 주왕의 어진 신하. 주왕이 그의 간하는 말을 듣지 않자 미친 사람 행세를 하다가 은나라가 망하자 조선으로 들어가 나라를 세웠다는 얘기가 있다.
胥餘(서여) : 초나라의 접여(接輿). 紀他(기타) : 은나라 탕임금 때의 어진 사람. 무광이 탕임금의 임금 자리를 거절하자 다음에는 자기에게로 차례가 돌아올 것이라 판단하고 관수(窾水)에 몸을 던져 죽었다 한다.
申徒狄(신도적) : 도척(盜跖) 편에, 그 임금에게 간하다가 듣지 않자 돌을 지고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고 되어 있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00) 古之眞人 其狀義而不崩 若不足而不承 고 지 진 인 기 상 의 이 불 붕 약 부 족 이 불 승 與乎其觚而不堅也 張乎其虛而不華也 여 호 기 고 이 불 견 야 장 호 기 허 이 불 화 야 옛날의 진인은 그 모습이 우뚝 높이 솟아도 무너지지 않으며 부족한 듯하면서도 남에게 받지 않았다. 편안히 행동하는 것이 법도에 꼭 맞지만 고집하지 않으며 넓게 텅 비어 있지만 화려하지 않다.
邴邴乎其似喜也 崔乎其不得已也 병 병 호 기 사 희 야 최 호 기 부 득 이 야 滀乎進我色也 與乎止我德也 축 호 진 아 색 야 여 호 지 아 덕 야 환히 밝아 기뻐하는 듯하고 몰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가득히 안색을 나타내는 일도 있지만 몸가짐이 법도에 맞아 한가로이 그 덕에 머문다.
厲乎其似世也 謷乎其未可制也 려 호 기 사 세 야 오 호 기 미 가 제 야 連乎其似好閉也 忟乎忘其言也 연 호 기 사 호 폐 야 민 호 망 기 언 야 널찍하여 매우 큰 것 같고 높아서 제어할 수 없는 듯하다. 줄곧 입을 다물고 있어 감추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무심히 말을 잊고 있는 듯하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01) 以刑爲體 以禮爲翼 以知爲時 以德爲循 이 형 위 체 이 예 위 익 이 지 위 시 이 덕 위 순 以刑爲體者 綽乎其殺也 以禮爲翼者 所以行於世也 이 형 위 체 자 작 호 기 살 야 이 례 위 익 자 소 이 행 어 세 야 (진인은) 형벌을 몸으로 삼고 예를 날개로 삼고 지식으로 때를 판단하고 덕으로 자연을 따른다. 형벌을 몸으로 삼는다는 것은 사형을 판결할 때 너그럽게 대하는 것이고 예를 날개로 삼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以知爲時者 不得已於事也 이 지 위 시 자 부 득 이 어 사 야 以德爲循者 言其與有足者至於丘也 而人眞以爲勤行者也 이 덕 위 순 자 언 기 여 유 족 자 지 어 구 야 이 인 진 이 위 근 행 자 야 지식으로 때를 판단한다는 것은 할 수 없이 일을 할 때를 위해서이다. 덕으로 자연에 따른다 함은 다리가 있는 보통 사람과 함께 걷다 보니 언덕에 이른 것과 같은데 사람들은 참으로 부지런히 걸어서 이른 것으로 여긴다.
循(순) : 자연을 따르는 것. 有足者至於丘也(유족자지어구야) : 발이 있는 자가 언덕에 오르다. 곧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자연을 따라 행동하는 것을 비유한 말.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02) 故其好之也一 其弗好之也一 其一也 其不一也 고 기 호 지 야 일 기 불 호 지 야 일 기 일 야 기 불 일 야 其一與天爲徒 其不一與人爲徒 기 일 여 천 위 도 기 불 일 여 인 위 도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좋아하는 것도 한 가지고 좋아하지 않는 것도 한 가지다. 그들에게는 한 가지의 것도 한 가지이고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도 한 가지이다. 그 한 가지라는 것은 하늘과 한 무리가 되는 것이고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은 사람과 한 무리가 되는 것이다.
天與人不相勝也 是之謂眞人 천 여 인 불 상 승 야 시 지 위 진 인 하늘과 사람은 서로 다투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진인이라고 한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03) 死生命也 其有夜旦之常 天也 사 생 명 야 기 유 야 단 지 상 천 야 人之有所不得與 皆物之情也 인 지 유 소 부 득 여 개 물 지 정 야 죽음과 삶은 운명이다. 밤과 낮이 일정하게 있음은 자연이다. 사람이 관여하지 못하니 모든 만물의 실정이다.
彼特以天爲父 而身猶愛之 而況其卓乎 피 특 이 천 위 부 이 신 유 애 지 이 황 기 탁 호 人特以有君爲愈乎己 而身猶死之 而況其眞乎 인 특 이 유 군 위 유 호 기 이 신 유 사 지 이 황 기 진 호 사람들은 하늘조차 아버지로 여기고 온몸으로 사랑하는데 하물며 그보다 높은 대상이겠는가. 사람들은 군주조차 자기보다 낫다고 여겨 온몸을 바치는데 하물며 참다운 사람에게야 어떠하겠는가.
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 천 학 어 상 여 처 어 륙 상 구 이 습 상 유 이 말 불 여 상 망 어 강 호 與其譽堯而非桀也 不如兩忘而化其道 여 기 예 요 이 비 걸 야 불 여 량 망 이 화 기 도 샘이 말라 물고기들이 땅 위에 모여 서로 물기를 뿜고 서로 거품으로 적셔 주지만 강호에서 서로를 잊고 사느니만 못하다. 요임금을 칭찬하고 걸왕을 비난하는 것은 두 사람을 다 잊고 도(道)와 하나 되느니만 못하다.
物之情(물지정) : 만물의 실정. 卓(탁) : 탁월한 것. 곧 하늘보다 더욱 뛰어난 도를 가리킨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04) 夫大塊載我以形 勞我以生 佚我以老 息我以死 부 대 괴 재 아 이 형 로 아 이 생 일 아 이 로 식 아 이 사 故 善吾生者 乃所以善吾死也 고 선 오 생 자 내 소 이 선 오 사 야 대지는 우리에게 모습을 주고 또 삶을 주어 수고롭게 하고 우리를 늙게 하여 편하게 하며 죽음으로써 쉬게 한다. 그러므로 자기의 삶을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은 곧 나의 죽음을 좋은 것으로 여기기 위한 것이다.
夫藏舟於壑 藏山於澤 謂之固矣 부 장 주 어 학 장 산 어 택 위 지 고 의 然而夜半有力者負之而走 昧者不知也 연 이 야 반 유 력 자 부 지 이 주 매 자 부 지 야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그물을 못에 감추고서 그것으로 단단히 감추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밤중에 장사가 그것을 메고 도망가면 어리석은 자는 알지 못한다.
藏小大有宜 猶有所遯 장 소대 유 의 유 유 소 둔 若夫藏天下於天下而不得所遯 是恒物之大情也 약 부 장 천 하 어 천 하 이 부 득 소 둔 시 항 물 지 대 정 야 작은 것과 큰 것을 감추는 데는 적당한 곳이 있겠지만 역시 훔쳐 가 버릴 데는 있다. 만약 천하를 천하에 감춘다면 훔쳐 도망칠 곳이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만물의 변치 않는 커다란 진실이다.
固(고) : 튼튼히 잘 감추어진 것. 遯(둔) : 딴 곳으로 옮겨지는 것.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05) 特犯人之形而猶喜之 특 범 인 지 형 이 유 희 지 若人之形者 萬化而未始有極也 약 인 지 형 자 만 화 이 미 시 유 극 야 특히 사람들은 형체를 타고 나기만 해도 그것을 기뻐한다. 사람의 형체와 같은 것은 여러 가지로 변화하여 한계 없는 것이다.
其爲樂可勝計邪 故聖人將遊於物之所不得遯而皆存 기 위 락 가 승 계 사 고 성 인 장 유 어 물 지 소 부 득 둔 이 개 존 善夭善老 善始善終 人猶效之 선 요 선 노 선 시 선 종 인 유 효 지 그 즐거움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성인은 물건이 딴 곳으로 옮겨갈 수 없이 모두가 존재하는 경지에 노니는 것이다. 그러니 일찍 죽어도 좋고 오래 살아도 좋으며 태어나도 좋고 죽는 것도 좋다고 여기므로 사람들이 본받게 되는 것이다.
又況萬物之所係 而一化之所待乎 우 황 만 물 지 소 계 이 일 화 지 소 대 호 夫道 有情有信 無爲無形 可傳而不可受 可得而不可見 부 도 유 정 유 신 무 위 무 형 가 전 이 불 가 수 가 득 이 불 가 견 더구나 만물이 관계되어 있고 일체의 변화의 근거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대체 도란 모습(실정)과 분명함은 있지만 작용이 없고 형체가 없으므로 전할 수는 있으나 받을 수는 없으며 터득할 수는 있으나 볼 수는 없다.
自本自根 未有天地 自古以固存 神鬼神帝 生天生地 자 본 자 근 미 유 천 지 자 고 이 고 존 신 귀 신 제 생 천 생 지 스스로 뿌리가 되고 스스로 근본이 되어 천지가 아직 생기기 전의 옛날부터 본래 존재하였다. 귀신이나 상제를 신령하게 하고 하늘과 땅을 낳는다.
在太極之上而不爲高 在六極之下而不爲深 재 태 극 지 상 이 불 위 고 재 육 극 지 하 이 불 위 심 先天地生而不爲久 長於上古而不爲老 선 천 지 생 이 불 위 구 장 어 상 고 이 불 위 노 태극보다 위에 있지만 높은 듯하지 않고 육극 아래에 머물면서도 깊은 척하지 않으며 천지보다 먼저 생겨났으면서도 오래된 체하지 않으며 상고보다 더 오래면서도 늙은 체하지 않는다.
정(情) : 실정, 사실. 신(信) : 진실, 실효. 태극(太極) : 여기서는 하늘 위 가장 높은 곳을 가리킨다. 육극(六極) : 땅 속 깊은 곳을 가리킴.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06) 狶韋氏得之 以挈天地 伏羲氏得之 以襲氣母 희 위 씨 득 지 이 설 천 지 복 희 씨 득 지 이 습 기 모 維斗得之 終古不忒 日月得之 終古不息 유 두 득 지 종 고 불 특 일 월 득 지 종 고 불 식 희위씨는 그것을 얻어(도를 터득하여) 천지를 손에 쥐었고 복희씨는 그것을 얻어 기의 근원을 취했으며 북두성은 그것을 얻어 영원히 어긋나지 않고 해와 달은 그것을 얻어 영원히 쉬지 않고
堪坏得之 以襲崑崙 馮夷得之 以遊大川 肩吾得之 以處大山 감 배 득 지 이 습 곤 륜 풍 이 득 지 이 유 대 천 견 오 득 지 이 처 대 산 皇帝得之 ○○雲天 顓頊得之 以處玄宮 禺强得之 立乎北極 황 제 득 지 이 등 운 천 전 욱 득 지 이 처 현 궁 우 강 득 지 립 호 북 극 감배는 그것을 얻어 곤륜산에 들어가고 풍이는 그것을 얻어 큰 강에 노닐며 견오는 그것을 얻어 큰 산에 살고 황제는 그것을 얻어 하늘에 오르며 전욱은 그것을 얻어 현궁에 살고 우강은 그것을 얻어 북극에 서 있다.
西王母得之 坐乎少廣 莫知其始 莫知其終 서 왕 모 득 지 좌 호 소 광 막 지 기 시 막 지 기 종 彭祖得之 上及有虞 下及五伯 팽 조 득 지 상 급 유 우 하 급 오 백 서왕모는 그것을 얻어 소광산에 앉았으나 그 시작을 알 수 없고 마침도 알지 못한다. 팽조는 그것을 얻어 위로는 유우씨에게 미치고 밑으로는 오패에 미쳤으며
傅說得之 以相武丁 奄有天下 乘東維 騎箕尾 而比於列星 부 열 득 지 이 상 무 정 엄 유 천 하 승 동 유 기 기 미 이 비 어 열 성 부열은 그것을 얻어 무정을 도와 천하를 차지하고 동유를 타고 기미에 올라 많은 성신과 나란히 있게 되었다.
伏羲(복희) : 태고적 황제 이름. 堪坏(감배) : 귀신 이름.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을 갖고 있었다 한다. 崑崙(곤륜) : 중국에 있는 높은 산 이름. 馮夷(풍이) : 황하의 신. 肩吾(견오) : 산을 다스리는 신. 皇帝(황제) : 고대 전설의 제왕. 顓頊(전욱) : 황제의 손자라는 전설상의 제왕. 玄宮(현궁) : 북방의 궁전. 禺强(우강) : 북해(北海)에 있다는 수신(水神). 西王母(서왕모) : 전설적인 신녀(神女). 少廣(소광) : 먼 서쪽에 있다는 산 이름. 彭祖(팽조) : 전욱의 현손으로 요임금 때부터 칠팔백 년을 살았다는 사람. 五伯(오백) : 춘추시대의 제(齊) 환공(桓公), 진(晉) 문공(文公) 송(宋) 양공(襄公), 진(秦) 목공(穆公), 초(楚) 장왕(莊王)의 다섯 패자(覇者)를 가리킨다.
傅說(부열) : 은(殷) 나라 고종(高宗)을 도와 천하를 다스렸다는 현명한 사람. 東維(동유) : 기수(箕宿)와 두수(斗宿) 사이에 있는 별자리 이름.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07) 南伯子葵問乎如偊曰 子之年長矣 而色若孺子 何也 남 백 자 규 문 호 여 우 왈 자 지 년 장 의 이 색 약 유 자 하 야 曰吾聞道矣 왈 오 문 도 의 남백자규가 여우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이가 많은데 얼굴빛은 마치 어린애 같은 것은 어째서입니까?” 여우가 대답하기를 “도를 들었기 때문이오.”
南伯子葵曰 道可得學邪 曰惡 惡可 子非其人也 남 백 자 규 왈 도 가 득 학 사 왈 악 악 가 자 비 기 인 야 남백자규가 말했다.“도가 배울 수 있는 것입니까?” 여우가 대답하기를 “아!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당신은 그만한 사람이 못 됩니다.
夫卜梁倚有聖人之才 而无聖人之道 부 복 량 의 유 성 인 지 재 이 무 성 인 지 도 我有聖人之道 而无聖人之才 吾欲以敎之 庶幾其果爲聖人乎 아 유 성 인 지 도 이 무 성 인 지 재 오 욕 이 교 지 서 기 기 과 위 성 인 호 복량의는 성인의 재질이 있으면서도 성인의 도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는 성인의 도는 있으면서 성인의 재능이 없습니다. 그를 가르치고자 했으나 과연 성인이 될 수 있을까."
南伯子葵(남백자규) : ‘제물론’에 나온 남곽자기(南郭子綦)와 같은 사람인 듯하다. 如偊(여우) : 도를 닦은 어진 사람. 卜梁倚(복량의) : 사람의 이름. 복량이 성이며 의가 이름.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08) 不然 以聖人之道告聖人之才 亦易矣 불 연 이 성 인 지 도 고 성 인 지 재 역 이 의 吾猶告而守之 三日而候能外天下 오 유 고 이 수 지 삼 일 이 후 능 외 천 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성인의 도를 성인의 재능이 있는 자에게 가르치는 것은 쉽소. 나는 지켜보다가 그에게 일러주었더니 사흘이 지나자 천하를 잊게 되었는데
已外天下矣 吾又守之 七日而後能外物 이 외 천 하 의 오 우 수 지 칠 일 이 후 능 외 물 已外物矣 吾又守之 九日而後能外生 이 외 물 의 오 우 수 지 구 일 이 후 능 외 생 천하를 잊게 된 뒤에도 나는 또 그를 지켜보았더니 7일이 지나 그는 사물을 잊게 되었소. 사물을 잊게 되어 나는 또 지켜보았는데 9일이 지나니 그는 삶을 잊게 되었소.
已外生矣 而後能朝徹 朝徹 而後能見獨 見獨 이 외 생 의 이 후 능 조 철 조 철 이 후 능 견 독 견 독 而後能无古今 无古今 而後能入於不死不生 이 후 능 무 고 금 무 고 금 이 후 능 입 어 불 사 불 생 삶을 잊게 되자 그 이후 아침이 밝아오는 것 같은 경지에 도달하였고 아침 햇살이 돋듯이 깨달음이 일시에 확 트이니 홀로 우뚝 선 도를 볼 수 있었고 홀로 우뚝 선 도를 본 뒤에는 고금을 초월하게 되며 고금을 초월하게 되자 죽음도 삶도 없는 경지에 들어가게 되었소.
外天下(외천하) : 천하를 외면하다, 곧 천하를 잊는 것. 朝徹(조철) : 아침 햇살이 돋듯이 깨달음이 일시에 확 트이는 것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09) 殺生者不死 生生者不生 其爲物 無不將也 無不迎也 살 생 자 불 사 생 생 자 불 생 기 위 물 무 불 장 야 무 불 영 야 無不毁也 無不成也 其名爲攖寧 攖寧也者 攖而後成者也 무 불 훼 야 무 불 성 야 기 명 위 영 녕 영 녕 야 자 영 이 후 성 자 야 산 것을 죽이는 자에게 죽음은 없고, 산 것을 살리는 자에게 삶은 없소. 만물을 보내지 않음이 없고 맞아들이지 않음이 없고 파괴하지 않음이 없고 이룩하지 않음이 없어 그런 것을 영녕이라 한다. 영녕이란 혼란한 뒤에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爲物(위물) : 만물을 위하여, 만물에 대하여 攖寧(영녕) : 영(攖)은 어지럽히는 것, 녕(寧)은 안정시키는 것. 혼란한 뒤에 안정이 이루어짐을 뜻한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10) 南伯子葵曰 子獨惡乎聞之 남 백 자 규 왈 자 독 악 호 문 지 曰聞諸副墨之子 副墨之子聞諸洛誦之孫 왈 문 제 부 묵 지 자 부 묵 지 자 문 제 락 송 지 손 남백자규가 말했다. 당신은 대체 어디서 그러한 것을 들었소. 여우가 말하기를, 그것을 부묵의 아들에게 들었는데 부묵의 아들은 그것을 낙송의 손자에게서 들었고
洛誦之孫聞之膽明 瞻明聞之聶許 聶許聞之需役 락 송 지 손 문 지 담 명 첨 명 문 지 섭 허 섭 허 문 지 수 역 需役聞之於謳 於謳聞之玄冥 玄冥聞之參寥 參寥聞之疑始 수 역 문 지 어 구 어 구 문 지 현 명 현 명 문 지 참 료 참 료 문 지 의 시 낙송의 손자는 그것을 담명에게서 들었으며 첨명은 그것을 섭허에게서 들었고 섭허는 그것을 수역에게서 들었으며 수역은 그것을 어구에게서 들었고 어구는 그것을 현명에게서 들었으며 현명은 그것을 삼료에게서 들었고 삼료는 그것을 의시에게서 들었소.
副墨(부묵) : 의인화한 말로서 여기에서는 서책(書冊)을 뜻하기도 한다. 洛誦(낙송) : 의인화한 말로서 암기하고 외우는 것을 뜻한다. 膽明(담명) : 밝게 본다는 뜻. 聶許(섭허), 需役(수역), 於謳(어구), 玄冥(현명), 參寥(참요), 疑始(의시) : 모두 가공의 인물.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11) 子祀子輿子犁子來 四人相與語曰 자 사 자 여 자 리 자 래 사 인 상 여 어 왈 孰能以無爲首 以生爲脊 以死爲구尻 숙 능 이 무 위 수 이 생 위 척 이 사 위 구 고 자사, 자여, 자려, 자래, 네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가 무를 머리로 삼고 삶을 척추로 삼으며 죽음을 꽁무니로 여길 수 있을까.
孰知死生存亡之一體者 吾與之友矣 숙 지 사 생 존 망 지 일 체 자 오 여 지 우 의 四人相視而笑 莫逆於心 遂相與爲友 사 인 상 시 이 소 막 역 어 심 수 상 여 위 우 누가 생사존망이 하나임을 알 수 있을까. 그런 자와 더불어 친구가 될 것이다. 네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웃고 마침내 마음이 투합하여 이윽고 벗이 되었다.
子祀(자사) : 『회남자(淮南子)』에는 자영(子永)으로 되어 있으며, 자여(子輿), 자리(子犁), 자래(子來)와 함께 가설적인 인물.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12) 俄而子輿有病 子祀往問之 曰偉哉夫造物者 將以予爲此拘拘也 아 이 자 여 유 병 자 사 왕 문 지 왈 위 재 부 조 물 자 장 이 여 위 차 구 구 야 曲僂發背 上有五管 頤隱於齊 肩高於頂 句贅指天 곡 루 발 배 상 유 오 관 이 은 어 제 견 고 어 정 구 췌 지 천 얼마 있다가 자여에게 병이 생겨 자사가 문병을 가 말하기를 “조물자란 위대하다. 내 몸을 이처럼 오그라들게 했다. 굽은 등은 불쑥 나오고 오장이 위에 붙고 턱은 배꼽에 가려지고 어깨는 정수리보다 높으며 상투는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陰陽之氣有沴 其心閒而無事 음 양 지 기 유 려 기 심 한 이 무 사 음양의 기가 어지러워졌으나 그 마음은 한가하여 아무 일도 없었다.
跰 ; 못 변. 굳은살 변. 내달릴 병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13) 子祀曰 女惡之乎 曰亡 予何惡 자 사 왈 여 오 지 호 왈 망 여 하 악 자사가 말했다. 자네는 그것이 싫은가. 자여가 말하기를, 아니 내가 어찌 싫어하겠는가.
浸假而化予之左臂而爲鷄 予因以求時也 침 가 이 화 여 지 좌 비 이 위 계 여 인 이 구 시 야 浸假而化予之右臂以爲彈 予因以求鴞灸 침 가 이 화 여 지 우 비 이 위 탄 여 인 이 구 효 구 나의 왼팔이 차츰 바뀌어 닭이 되면 새벽을 알리기를 바라겠네 나의 오른팔이 차차 바뀌어 탄환이 되면 나는 그대로 새 구이를 구할 것이며
浸假而化予之尻以爲輪 以神爲馬 予因以乘之 침 가 이 화 여 지 고 이 위 륜 이 신 위 마 여 인 이 승 지 豈更駕哉 且夫得者 時也 失者 順也 기 갱 가 재 차 부 득 자 시 야 실 자 순 야 내 꽁무니가 차츰 바뀌어 수레바퀴가 되고 마음이 말이 되면 난 그것을 타겠네. 어찌 따로 탈 것을 구하겠는가. 삶을 얻는 것은 때를 따르는 것이 잃는다는 것도 때를 따를 뿐이다.
安時而處順 哀樂不能入也 此古之所謂縣解也 안 시 이 처 순 애 락 불 능 입 야 차 고 지 소 위 현 해 야 而不能自解者 物有結之 且夫物不勝天久矣 吾又何惡焉 이 불 능 자 해 자 물 유 결 지 차 부 물 불 승 천 구 의 오 우 하 오 언 때를 편안히 맞고 거스르지 않으면 슬픔이나 즐거움이 내 마음에 들어올 수 없다네. 이것이 옛날에 말하던 현해라는 걸세. 그런데 스스로 풀려나지 못하는 것은 사물이 묶어놓았기 때문이지. 더욱이 사물이 자연을 이기지 못한 지 오래되었는데 내가 또 어찌 싫어하겠는가.
縣解(현해) : 묶여 매달린 데로부터 풀려나는 것. 구속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14) 俄而子來有病 喘喘然將死 其妻子環而泣之 아 이 자 래 유 병 천 천 연 장 사 기 처 자 환 이 읍 지 子犁往問之 曰叱 避無怛化 倚其戶與之語曰 자 려 왕 문 지 왈 질 피 무 달 화 의 기 호 여 지 어 왈 얼마 안 있다가 자래가 병이 났다. 숨을 헐떡거리며 곧 죽게 되자 아내와 자식들이 둘러싸고 울고 있었다. 자려가 문병을 가서 “쉬, 저리 비키시오. 변화를 슬퍼할 것 없소." 문에 기대서 자래에게 말했다.
偉哉造化 又將奚以汝爲 將奚以汝適 위 재 조 화 우 장 해 이 여 위 장 해 이 여 적 以汝爲鼠肝乎 以汝爲蟲臂乎 이 여 위 서 간 호 이 여 위 충 비 호 위대하구나, 조화여 또 자네를 무엇으로 만들려 하며 어디로 가게 하려는 것일까. 쥐의 간으로 만들 것인가. 벌레의 다리로 만들 것인가.
喘喘然(천천연) : 숨을 헐떡헐떡 몰아쉬는 모양. 叱(질) : 쉬, 조용히 하라고 경고하는 소리. 怛(달) : 슬퍼하다, 놀라다. 鼠肝(서간) : 쥐의 간. 뒤의 충비(蟲臂)와 함께 하잘것없는 물건을 가리킨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15) 子來曰 父母於子 東西南北 唯命之從 자 래 왈 부 모 어 자 동 서 남 북 유 명 지 종 陰陽於人 不翅於父母 음 양 어 인 불 시 어 부 모 자래가 말했다. 부모는 자식에 대해 동서남북 어디든 그 명령을 따르게 한다. 음양의 자연의 변화가 사람을 따르게 함은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정도의 것이 아니다.
彼近吾死而我不聽 我則悍矣 彼何罪焉 夫大塊載我以形 피 근 오 사 이 아 불 청 아 칙 한 의 피 하 죄 언 부 대 괴 재 아 이 형 勞我以生 佚我以老 息我以死 故善吾生者 乃所以善吾死也 로 아 이 생 일 아 이 로 식 아 이 사 고 선 오 생 자 내 소 이 선 오 사 야 조화가 내 죽음을 바라는데 내가 듣지 않으면 나는 곧 순종하지 않는 것이 된다. 조화에 무슨 죄가 있는가. 자연은 내게 모습을 주었다. 삶으로 나를 수고롭게 하고 늙음으로 나를 편하게 하며 죽음으로 나를 쉬게 해준다. 그러므로 내 삶을 좋다 함은 바로 내 죽음도 좋다고 하는 것이 된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16) 今之大冶鑄金 金踊躍曰 我且必爲鏌鎁 大冶必以爲不祥之金 금 지 대 야 주 금 금 용 약 왈 아 차 필 위 막 야 대 야 필 이 위 불 상 지 금 今一犯人之形 而曰 人耳人耳 夫造化者必以爲不祥之人 금 일 범 인 지 형 이 왈 인 이 인 이 부 조 화 자 필 이 위 불 상 지 인 지금 훌륭한 대장장이가 쇠붙이를 녹이는데 쇠붙이가 뛰어나오며 말하기를 나는 반드시 막야가 되겠다고 한다면 대장장이는 필시 불길한 쇠붙이라 생각할 것이다. 지금 사람의 형태로 태어났는데 이르기를 언제까지 사람으로만 있겠다고 한다면 저 조화자도 반드시 상서롭지 못한 인간이라 생각할 것이다.
今一以天地爲大鐪 以造化爲大冶 惡乎往而不可哉 成然寐 蘧然覺 금 일 이 천 지 위 대 로 이 조 화 위 대 야 오 호 왕 이 불 가 재 성 연 매 거 연 각 지금 천지를 커다란 용광로로 여기고 조화를 훌륭한 대장장이로 여긴다면 무엇이 되건 좋지 않은가. 편안히 잠들었다가 문득 깨어날 뿐일세.
鏌鎁(막야) : 오나라의 간장(干將)이 만들었다는 유명한 칼 이름. 成然(성연) : 불이 꺼지는 모양. 蘧然(거연) : 갑자기, 문득.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17) 子桑戶 孟子反 子琴張三人相與語曰 자 상 호 맹 자 반 자 금 장 삼 인 상 여 어 왈 孰能相與於無相與 相爲於無相爲 숙 능 상 여 어 무 상 여 상 위 어 무 상 위 자상호와 맹자반, 자금장 세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가 서로 사귀지 않는 것을 서로 사귀는 것으로 여기며, 서로 돕지 않는 것을 도와주는 것으로 여길 수 있는가.
孰能登天遊霧 撓挑無極 相忘以生 無所終窮 숙 능 등 천 유 무 요 도 무 극 상 망 이 생 무 소 종 궁 三人相視而笑 莫逆於心 遂相與爲友 삼 인 상 시 이 소 막 역 어 심 수 상 여 위 우 누가 과연 하늘에 올라 안개 속에 노닐며 무한히 돌아다니고 모든 것을 잊고 살며 다함(죽음)이 없을 수 있을까? 세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웃고 마음에 거슬림이 없어 이윽고 벗이 되었다.
子桑戶(자상호) : 孟子反(맹자반), 子琴張(자금장)과 함께 모두 공자의 제자 이름을 약간 변형시킨 가상적 인물로 보인다.
撓挑(요도) : 돌아다니는 것. 終窮(종궁) : 끝나는 것, 죽음.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18) 莫然有間而子桑戶死 未葬 孔子聞之 使子貢往侍事焉 막 연 유 간 이 자 상 호 사 미 장 공 자 문 지 사 자 공 왕 시 사 언 或編曲 或鼓琴 相和而歌曰 혹 편 곡 혹 고 금 상 화 이 가 왈 아무 일 없이 얼마 동안 지내다가 자상호가 죽었다. 장사지내기 전 공자가 소식을 듣고 자공을 보내어 일을 거들게 하였다. 하나는 누에 발을 짜고, 또 하나는 거문고를 타며 서로 맞추어 노래하고 있었다.
嗟來桑戶乎 嗟來桑戶乎 而已反其眞 而我猶爲人猗 차 래 상 호 호 차 래 상 호 호 이 이 반 기 진 이 아 유 위 인 의 子貢趨而進曰 敢問臨尸而歌 禮乎 자 공 추 이 진 왈 감 문 림 시 이 가 례 호 아, 상호여 아, 상호여 그대는 이미 참된 세상으로 돌아갔는데 우리는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다. 자공이 달려 들어가 말했다. "감히 묻겠습니다. 시체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예의입니까."
二人相視而笑曰 是惡知禮矣 이 인 상 시 이 소 왈 시 악 지 례 의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 친구들이 어찌 예의 뜻을 알겠습니까."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19) 子貢反 以告孔子曰 彼何人者邪 修行無有 而外其形骸 자 공 반 이 고 공 자 왈 피 하 인 자 사 수 행 무 유 이 외 기 형 해 臨尸而歌 顔色不變 無以命之 彼何人者邪 림 시 이 가 안 색 불 변 무 이 명 지 피 하 인 자 사 자공이 돌아와 공자에게 그 일을 고하면서 말했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세련된 행동은 전혀 없고 육체를 도외시하여 시체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얼굴빛조차 변하지 않으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孔子曰 彼遊方之外者也 而丘遊方之內者也 공 자 왈 피 유 방 지 외 자 야 이 구 유 방 지 내 자 야 外內不相及 而丘使女往弔之 丘則陋矣 외 내 불 상 급 이 구 사 녀 왕 조 지 구 칙 루 의 공자가 말했다. 그들은 세상 밖에서 노니는 사람들이고 나는 세상 안에서 노니는 사람이다. 세상 밖과 안은 서로 미치지 못하는데 난 자네를 조상하려 보냈으니 내가 생각이 고루했다.
修行(수행) : 닦여진 행동, 세련된 행동. 命(명) : 명칭을 붙이다. ~라 부르다. 方之外(방지외) : 이 세상 밖, 아무런 구속이 없는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20) 彼方且與造物者爲人 而遊乎天地之一氣 피 방 차 여 조 물 자 위 인 이 유 호 천 지 지 일 기 彼以生爲附贅縣疣 以死爲決환潰癰 피 이 생 위 부 췌 현 우 이 사 위 결 환 궤 옹 그들은 바야흐로 조물자와 벗이 되어 천지 사이에서 노닌다. 그들은 삶을 쓸데없이 붙어 있는 사마귀로 여기고 죽음을 종기가 터지는 일로 생각한다.
夫若然者 又惡知死生先後之所在 부 약 연 자 우 악 지 사 생 선 후 지 소 재 假於異物 托於同體 忘其肝膽 遺其耳目 反覆終始 不知端倪 가 어 이 물 탁 어 동 체 망 기 간 담 유 기 이 목 반 복 종 시 부 지 단 예 그 같은 사람들이 또 어찌 죽음과 삶의 우열을 알려 하겠는가. 사물을 빌어 한 몸에 의탁하고 간이나 쓸개를 잊고 눈이나 귀의 감각을 버려 삶과 죽음을 끝없이 되풀이하여 끝을 알지 못한다.
芒然彷徨乎塵垢之外 逍遙乎無爲之業 망 연 방 황 호 진 구 지 외 소 요 호 무 위 지 업 彼又惡能憒憒然爲世俗之禮 以觀衆人之耳目哉 피 우 오 능 궤 궤 연 위 세 속 지 례 이 관 중 인 지 이 목 재 구애되지 않는 모양으로 속세 밖을 유유히 돌아다니며 무위자연의 경지를 한가로이 노닌다. 그들이 어찌 또 번거로운 세속의 예의를 따라 세상 사람들의 이목에 구경거리가 되려 하겠는가.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130) 子輿與子桑友 而霖雨十日 子輿曰 子桑殆病矣 자 여 여 자 상 우 이 림 우 십 일 자 여 왈 자 상 태 병 의 자여와 자상은 벗이었다. 장마가 열흘이나 계속되자 자여가 말했다. "자상은 아마 병이 났을 것이다." 裹飯而往食之 至子桑之門 則若歌若哭 鼓琴曰 과 반 이 왕 식 지 지 자 상 지 문 칙 약 가 약 곡 고 금 왈 父邪 母邪 天乎 人乎 有不任其聲而趨擧其詩焉 부 사 모 사 천 호 인 호 유 불 임 기 성 이 추 거 기 시 언 밥을 싸 가지고 가서 먹이러 갔다. 자상의 집 문앞에 이르자 안에서 노래하는 듯 곡하는 듯 거문고를 타며 이르기를 아버지인가? 어머니인가? 하늘인가? 사람인가? 힘겨운 소리로 가사를 서둘러 읊는다.
子輿入曰 子之歌詩 何故若是 자 여 입 왈 자 지 가 시 하 고 약 시 曰吾思夫使我至此極者而不得也 왈 오 사 부 사 아 지 차 극 자 이 불 득 야 자여는 들어가 말했다. "자네의 노래는 어찌하여 그런가." 자상이 대답하기를, "난 나를 이런 지경에 이르게 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만 알 수가 없네.
父母豈欲吾貧哉 天無私覆 地無私載 부 모 기 욕 오 빈 재 천 무 사 복 지 무 사 재 天地豈私貧我哉 求其爲之者而不得也 然而至此極者 命也夫 천 지 기 사 빈 아 재 구 기 위 지 자 이 부 득 야 연 이 지 차 극 자 명 야 부 부모가 어찌 내가 가난하길 바랐겠나. 하늘은 공평하게 만물을 덮고, 땅은 공평하게 만물을 실어준다. 그러니 하늘과 땅이 어찌 나만을 가난하게 하겠는가. 나를 가난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가 하고 애써 생각해 보지만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운명일 것이다."
霖雨(임우) : 장마 비, 계속되는 비 裹飯(과반) : 밥을 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