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보살의 10지十地 수행과 정확히 일치하는 10바라밀>
- 화엄경 「십지품」과 10바라밀 -
『화엄경』에서는 보살의 수행의 지위를 52계위로 차등을 두고 있습니다. 모든 보살의 주된
수행은 이타행利他行인데, 구체적으로는 10바라밀을 말하는 것입니다. 10바라밀은 불자라면
누구라도 행해야하는 덕목이기에 제 방식으로 풀이를 해 보겠습니다. 이 풀이는 제가 몇 년
전에 출간한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에도 실었던 내용입니다.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 자신의 선근善根의 결과를 다른 이들에게 나누고 베푸는 이타행
지계바라밀持戒波羅蜜: 자신의 처지와 본분에 맞게 마음을 자제하는 노력.
인욕바라밀忍辱波羅蜜: 과果에 집착 말고 연緣을 관조해, 역순逆順하는 마음을 다스리는노력.
정진바라밀精進波羅蜜: 언제 어느 상황에 있든 보살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 집중.
선정바라밀禪定波羅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혼자 있거나 같이 있거나 마음의 고요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수행.
지혜바라밀智慧波羅蜜: 앞의 5가지 바라밀을 잘 행해서, 현상의 본질을 왜곡하지 않고 이해하는
능력에 도달함.
방편바라밀方便波羅蜜: 지혜바라밀을 완성한 후, 그 지혜로 중생을 구제하는 방편에 통달함.
원바라밀願波羅蜜: 지혜와 방편으로 한없는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서원을 완성함.
역바라밀力波羅蜜: 6가지 바라밀로 내 수행을 완성하고, 나머지 바라밀로 능히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 경지.
지바라밀智波羅蜜: 모든 바라밀을 통해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가히 감당할 수 있는 경지로 보살
수행의 최종 완성의 경지.
한국불교에서는 주로 6바라밀의 설명에서 그칩니다. 6바라밀까지는 자리自利 수행의
덕목이고, 나머지 4바라밀이 진정한 의미로 이타利他 수행의 완성의 길입니다. 한국불교
수행력의 약점은 선정바라밀을 최고로 삼고, 그 위의 방편바라밀과 지혜바라밀을 잊어버린 데
있습니다. 『화엄경』의 모체인 「십지품」에서 설하는 보살 실수행의 단계와 경지는 물론 수행의
구체적 방법이 간과되는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화엄경』 「십지품」에서 10바라밀을 다시 각각 열 가지로 나누어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십지품」에서 설하는 보살지위의 수행을 10바라밀(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
방편·원·력·지) 모두에 ‘바라밀’을 붙여 사용함으로써 그 뜻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10바라밀은 보살의 10지十地 수행과 정확히 일치해, 초지보살은 “보시바라밀을 주 수행으로
삼되 다른 바라밀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런 순차로 마지막 10지보살은
“지[智, 般若]바라밀을 주 수행으로 삼고 나머지 바라밀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라고 명쾌하게
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불교는 왜 6바라밀만을 거론하는 것일까요? 저는 한국불교가 10바라밀을 수용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0바라밀 중 6바라밀, 곧 여섯 번째
지혜바라밀은 자리의 지혜가 완성된 수행의 단계이고 보살 6지의 경지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보살 7지에서 10지에 이르는 수행인 방편·원·력·지 바라밀은 자리를 여의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본격적인 보살 이타利他 수행에 해당됩니다.
6바라밀을 성취한 6지보살이라도 중생 구제를 위한 관세음보살 같은 방편, 보현보살 같은 원력,
어떤 장애와 마장도 능히 다스릴 수 있음은 물론 천제闡提까지도 구제할 수 있는 금강 같은
힘[力]을 갖추고, 마지막으로 궁극의 반야지般若智인 지바라밀을 얻게 된다는 것이
「십지품」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10바라밀의 본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