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식
2023년 12월 10일 주일 예배에 《예수님의 발자취》 출판기념식이 있었다. 이 책은 2023년 8월 23일부터 31일까지 이스라엘과 요르단 성지 순례를 다녀온 여행기록이다. 교회 창립 95주년 기념 행사로 계획된 이 행사는 2018년 사도 바울 여정으로 다녀온 투르키예 성지 순례에 이어 두 번째다. 당초에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날씨도 좋고 추수 끝머리이기에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한 11월에 출발하려고 했다. 그러나 갑자기 항공사에서 무더운 8월로 일정 변경을 통보하는 바람에 중동 사막 기후의 무더운 여름철 순례가 되고 말았다. 순례자 모집에 어려움이 생겼고 게중에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국적기 직항 노선을 알뜰 비용으로 순례할 수 있다는 뿌리칠 수 없는 조건에 만족하며 모두는 기쁘게 출발했고 무탈하게 순례를 마치고 돌아왔으니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런데 성지 순례 후 1달이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날라온 전쟁 소식을 접하고는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랐다. 가자지구 무장정당 하마스가 선전포고도 없이 선제공격하여 이스라엘과 근동 지역에 전운이 깊게 감돌았고 거룩한 땅에서 피로 얼룩지는 유혈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두 민족 간의 전쟁은 역사가 깊고 오래되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서로는 눈엣가시와 같이 여기고 있는데 하마스가 먼저 시비를 걸었으니 울고 싶은 차에 뺨을 맞은 이스라엘은 대대적으로 군사를 일으켜 하마스 소탕작전을 감행했다. 한 대를 맞으면 열 대를 두들겨 패야 직성이 풀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기질 때문에 이 전쟁은 예측불가의 확전일로에 들어섰다. 더욱이 미국과 이란을 비롯한 아랍국가들의 연계로 인해 자칫 국제전쟁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 우리의 계획대로 11월에 출발했다면 이번 성지 순례는 무기한 연기되거나 백지화될 처지였는데 하나님은 그 기간을 피하여 8월에 옮겨주셨으니 이 얼마나 큰 은혜였던가? 무더운 날씨 때문에 쏟아낸 불평은 순간 하나님께 큰 범죄가 되었고 매사에 감사해야 한다는 교훈을 받았다.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의 그것과 근본부터가 다른데도 우매한 인간은 항상 자신의 처지에서 그 섭리를 판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번 성지 순례에 시작부터 이렇게 쏟아진 하나님의 은혜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신구약 성경의 무대다. 그 무대 위에서 하나님은 수많은 배우들을 세워 긴긴 세월 동안 일하셨다. 바로 그 현장을 순례할 때마다 하나님은 또 다른 음성을 순례자들의 심령에 들려 주셨다. 현재 일산에서 목회하는 목사가 가이드로 함께하다 보니 그가 알려주는 성지 이야기는 단순 역사와 지리적인 정보를 넘어서 한편의 설교와 같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성경 현장에서 생생하게 듣는 은혜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그 현장과 그 시간에 있어야 은혜를 받을 수 있는 법이다. 이 은혜가 순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참여하지 못한 다수의 성도들과도 공유하고 싶었던 간절함이 마침내 성지 순례기를 출판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 여행기를 집필하는 중에 발생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은 사람들의 관심사항 1순위로 떠올랐다. 더불어 이들의 해묵은 관계에 대해서 파헤쳐볼 기회가 되었다. 오늘의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지금 팔레스타인 땅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갈등과 분쟁의 역사를 파악함으로써 성경과 현재의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성경을 항상 들어야 하는 그리스도인은 이스라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슬람과의 적대적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성경을 보는 시야가 넓혀질 수 있다. 이런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 책은 성지의 정보와 관련 지식을 포함하였다. 그런 면에서도 일독을 권장한다.
이날 기념식에는 저자 홍성현 목사의 책 소개가 있었다. 저자는 이 책 출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전제했다. 성지 순례가 불가능할 뻔했던 시기에 다녀온 것이나 가는 곳마다 베풀어 주신 은혜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틈틈이 깨알 같이 적어 놓은 메모장을 송두리째 잃어버려 집필 자체가 어려웠는데 집필 과정에서 기억나게 하시므로 저자만이 겪은 은혜가 있었음을 소개했다. 이어서 순례단원들이 출판 감사의 찬송이 있었고 정연경 장로가 축사를 이었다. 정 장로는 함께 이번 순례에 참여한 당사자로서 자신이 체험했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또 한 번 다녀 올 기회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성도들에게도 꼭 다녀오기를 부탁했다. 어려운 중에도 집필해준 저자에게, 또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성지는 어떤 곳일까? 하나님과 그 일을 함께했던 사람들이 머물러 있던 땅이다. 하나님은 모세를 시내산에서 부르실 때 그에게 거기가 거룩한 땅이니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출 3:5). 하나님이 계신 그 자리가 성지요 그분의 명을 받들고 일하던 사람들이 활동했던 자리가 성지다. 곧 성지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하나님과 함께 머물던 땅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성지는 지리적인 개념을 넘어서 오늘 하나님과 함께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몸과 그 몸이 머물고 있는 곳이 아닐까? 주님을 내 안에 모시고 사는 성도가 활동했던 그 자리가 진정 성지다.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린도전서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