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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보게 되는 두 사람. 마음이 착잡하다.
일층에 멈추는 엘리베이터, 현준 앞만 보고 걸어 나간다.
미스 공, 내리지 못하고, 멀어지는 현준을 본다. 그녀 앞에서 닫히는 엘리베이터의 문.
씬 107. 빌딩 옆 도로
미스 공, 밤길을 걸어 내려오고 있다.
이때 현준의 차, 파열음을 내며 급정거한다.
돌아보는 미스 공, 차에서 내린 현준, 미스 공을 잡아 차에 태운다.
씬 108. 도로일각-밤
현준의 차 빠르게 달리고 있다.
현준과 미스 공, 말이 없다.
현준: ……. (수그러든) 꼭 그렇게 접근해야 했어요?
미스 공: (일단은 미안하고 할 말 없다)
현준: 남의 다이어린 왜 훔칩니까? 스케줄 줄줄 꿰구선, 나가는 데마다 따라다니면서 사람 귀찮게 하구……. 이제까지 있었던 일 생각하면, 당신, 정말 정신이 어떻게…….
미스 공: (마음속으로) 당신 눈에 띄고 싶으니깐! 당신이랑 말이라두 한마디 해보고 싶었으니깐!
현준: ……. 얘기 해봐요?
미스 공: (착잡) 내려줘요.
현준: …….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다) 당신, 꾸밈없고 밝은 모습이 나두 좋았어요. 근데, 왜 그랬어요? 내 배경이, 탐났어요? (하는데)
미스 공: (버럭) 내려달라구요!! (그러다 차문을 열고)
현준: (놀라며) 미쳤어요!
현준의 차문, 열려지고 그 바람에 뒤 따르던 차에 문짝을 들이 받치는 차량.
그 충격으로 중앙선을 넘는 현준의 차.
달려오는 트럭을 피해 자기차선으로 핸들을 꺽는 현준, 타이어 끼익-- 미끄러지며, 방호벽에 부딪친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차, 보면, 자동차 안에 현준은 터진 에어백 사이에 낀 채, 쇼크로 기절해있다.
미스 공: 현준씨! 일어나 봐요! 현준씨! (소리 지르며) 여기 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
하지만, 텅 비고 외진 도로라. 아무런 응답도 없다.
마음 다급해진 미스 공, 반대로 돌아 나와, 어떻게든 해보려 현준의 벨트를 풀고, 현준을 잡아 뺀다. 미스 공, 간신히 현준을 받아 눕힌다.
현준의 가슴에 귀를 대본다. 숨을 쉬는지 모르겠다.
자동차 엔진에서 연기가 피식피식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미스 공, 죽을힘을 다해 현준을 최대한 멀리 끌어낸다.
그러다 힘에 부친 듯 기절하고 만다.
E): 앰뷸런스 소리.
씬 109. 병원전경 (밤)
씬 110. 응급실
텅 빈 응급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누운 현준. 그 옆에 혜림이 앉아 뭐라 얘기하고 있다.
그 대각선 방향의 침상엔, 터진 발목에 부목을 하고 목에는 보호대를 찬 채 미스 공이 누워있다.
미스 공: (의식은 희미하고, 그 흐릿한 시야에 들어오는 의사의 모습. 잠시 후 선명해지고)
의사: 정신 들어요? (청진기 등으로 검사를 하는)
미스 공: 같이 온 사람은……. 괜찮아요? (걱정된 얼굴로 일어나려다, 아픈 듯) 아, 아!
의사: (진정시키며) 움직이지 말아요. 아가씨가, 더 많이 다쳤어요! (빙그레, 차트 들고 가는)
미스 공: (현준을 찾으려 안을 훑어보는)
대각선 저편에 누워있는 현준과 그 옆의 혜림의 모습이 보인다.
혜림: 연락 받자마자, 첫 비행기로 온 거야. 나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현준: ……. (누워있는 미스 공 보는)
혜림: (의식하고) 그 아가씬, 괜찮데…….
미스 공: (그쪽 보기만 하는)
혜림: (현준 얼굴 만지며) 다신 못 볼까봐 걱정했어. (울먹)
현준: ……. (혜림 본다) 사고나 나야, 니 얼굴 보는구나.
혜림: 우리 뉴욕에 빨리 가자. 정식으로 인사도 드리고…….
현준: 저기……. 혜림아……. (하는데)
혜림: 우리 결혼해!
현준에게 다가가는 혜림의 얼굴.
미스 공, 고개를 돌려 그 둘을 외면하려고 하는데, 목이 아파서 도저히 고개를 돌릴 수 없다.
현준, 무언가 말하려하는데, 갑자기 키스하는 혜림. 현준. 거부하지 못한다.
혜림의 주도로, 이내 격정적으로 키스하는 두 사람.
미스 공, 현준과 혜림의 키스 장면을 목격하고야 만다.
살며시 눈을 감는 미스 공, 목이 아프지만, 입술을 깨물며 간신히 고개를 돌린다.
가슴이 미어진다.
깊게 페이드 아웃되는 화면.
씬 111. 교외 도로
혜림의 차 달리고 있다.
혜림이 운전을 하고 있고, 조수석엔 얼굴에 반창고 붙인 현준이 타고, 뒷자리에 목에 보호대를 한, 미스 공이 타고 있다.
혜림: 두 사람 다, 그만한 게 다행이에요. 고마워요! 희지씨, 이 은혤 어떻게 갚죠?
미스 공, 마음이 불편하다.
백미러로, 이런 미스 공을 보는 현준.
혜림: 현준씨랑 원래 알던 사이 예요? (자연스럽게 떠보는)
미스 공: ……. 사무실이 같은 건물에 있어요.
혜림: 그랬구나. 우리 두 사람 어때요? 잘 어울리죠?
미스 공: (체념, 간신히) 네!
혜림: (단호한) 현준씨 부모님한테, 올해 안에 정식 인사드리고, 결혼할 거예요. 아참, 스위스 본사로 가는 게 다음 주라고 했지. 가는 길에, 뉴욕서 보면 되겠다.
현준: …….
미스 공: ……. (분위기 상 축하한다는 말을 해야 되지만, 입만 달싹거릴 뿐)
혜림: 희지씬, 사귀는 사람 없어요?
미스 공: (창밖을 보며) 좋아하는 사람은 있는데, 그 사람은 다른 사람 좋아해요.
현준: …….
미스 공: …….
혜림: (보고, 쓰게 웃는) 왜 사랑한다면, 뺏어보지 그래요?
미스 공: (도리질) 아뇨……. 그 사람이 나를 안 좋아해요. (쓰게 웃는)
현준: …….
혜림: (보다가) 현준씨랑 내가 도와줘요? ……. 현준씨 생명의 은인인데, 그 정도는 해야죠.
미스 공: 그 사람 곧 결혼해요…….
현준: ……. (착잡하고) …….
혜림: ……. 그래요……. (그러다, 뭔가를 본 듯) 어머……. 저 카페!
씬 112. 강변카페
현준과 만나던 그 카페다.
현준과 혜림, 미스 공 차 마신다.
혜림: 그대로다. 그림도, 창문도, 난로까지……. 현준씨랑 나랑 교환학생으로 한국 왔을 때, 첫 데이트 했던 곳이에요.
미스 공: …….
혜림: (울리는 핸드폰) 잠깐만요! (전화 받으며 나가는, 불어)
어색하게 마주보고 있는 미스 공과 현준. 두 사람 다 말이 없다.
창문 너머로 겨울풍경이 아름답다.
현준이 뭔가 말하려고 한다.
현준: 저……. 저…….
이때 프레임 인 되는 혜림.
혜림: (당당) 현준씨, 나 밤 비행기로 파리 가야 돼. 주얼리 샘플에 문제 생겼어. 뉴욕에서 봐!
안타깝지만 바라보기만 하는 두 사람. 느리게 디졸브되는 화면.
씬 113. 사랑의 선교회 녹음실
미스 공, 현준이 준 “노박씨이야기” 책을 녹음하고 있다. 눈물이 맺힌다.
씬 114. 현준의 사무실
현준, 와이셔츠까지 풀어헤친 채, 직원들과 바쁘게 일하고 있다.
씬 115. 동 미스 공의 방
미스 공, 책상에 앉아핸드폰에 매달린 오뚜기를 건드린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뚜기. 선지는 침대에서 자고 있다.
그러다, 옆에 놓여진 자신의 일기장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옷을 챙겨 입고, 힘없이 방문을 나간다.
자는 척 하던 선지, 슬며시 일어나 휴지통 안에 버려진 일기장을 본다.
일어나 집어 들고 뭔가를 생각한다.
씬 116. 욕쟁이 할머니집
현준, 말없이 소주 마시고 있다.
씬 117. 강변카페
현준과 앉았던 자리, 미스 공과 선지 앉아있다. 고급 요리 놓여있다.
선지: (가만히 보다) 니 도랐나. 부란하게, 와 이라노?
미스 공: (힘없다) 암말 말고, 먹어.
선지: (먹으며) 니……. 뭔 일 있재! 말해바라!
미스 공: (눈물 참으며, 먹으며) …….
선지: (보다가 망설이며) 현준이가 우리 집 몬산다꼬, 실타카드나! (슬픈, 통장 내밀며) 내 가 모은 돈이다. 이걸로, 어찌 해봐라!
미스 공: …….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선지: 언니야, 이라며는 재미업따. 언니 니는, 내 한테 막 지랄하고……. (울먹) 허리도 꺾고, 똥침도 노코 그래해야, 우리 언니 아이가.
미스 공: (그래도, 형제가 좋고) 먹어…….
선지: (눈물 찔끔하며, 먹는) ……. 우와, 억수로 부드럽네. 니는 안 묵나?
미스 공: (울먹이며, 나가는) …….
선지: 언니야! 언니야!
씬 118. 동 현준 사무실
초조한 듯, 서성거리는 현준. 직원2 달려 들어온다.
직원2: 팀장님, 웰치스가 제주도 투자 확정했습니다.
팀장1, 2, 3과 남직원2, 3 그리고 여직원 2, 3과 현준, 환호성을 지른다.
박수를 치며, 들어서는 미셀과 슈테판. 현준에게 축하를 보낸다.
미셀: (영어) 수고했어. 진급발령이야. 일정을 앞 당겨, 스위스 본사로 출국해!
현준: 감사합니다. 아싸아! (미스 공처럼 손동작 취하다, 멈춰서는)
펑하고 터지는 샴페인, 축하하는 직원들, 사이로 담담해지는 현준.
씬 119. 동 미스 공 집 앞 계단 (밤)
울적한 미스 공, 훅하고 한숨 쉬며 하늘을 본다. 달이 밝다.
이때 슬그머니 뒤편에서 다가오는 장근 이런 미스 공을 보고 멈춰 선다.
인기척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미스 공.
씬 120. 동 현준의 호텔방 (밤)
여기저기 짐이 포장돼 있다. 가방을 싸던 현준, 그러다 자기 다이어리를 본다.
감정이 착잡한 현준.
씬 121. 동 포장마차 (밤)
장근과 소주잔을 마주하고 있는 미스 공.
장근, 미스 공에게 소주를 따라주며 본다.
장근: 마셔!
미스 공: (받는)
장근: 속상할 땐 웃어, 그냥 웃는 겨!
미스 공: (잔 받은 채로, 장근 안으며) 아빠……. 아아아! (절로 눈물이 난다)
장근: 어느 놈이 우리 딸 울려! 금쪽같은 우리 딸……. 아, 어느 놈이여!!
미스 공: (눈물 한 방울 주르륵) …….
장근: 왜 아부지 택시 몬다고 안 된다는 겨? 그럼 가서 그랴. 택시 운전사 중엔 니 아버지가 최고라구……. 삼십년 모범이여……. 봉천동, 신림동, 일산. 모르는 길이 웂어. 공부 많이 한 사람만, 박사여? 아빠두 박사라구 그려, 차 박사라구!
미스 공: 맞아. 우리 아빠가 운전 젤 잘해.
장근: 개인택시 인간문화재 있음, 그게 아빠여. 한평생 앞만 보고 달린 겨. 내가 누구 땜에 그랬는데……. (복받친 듯, 큰 소리로) 얼마나 잘난 놈이길래, 우리 딸 울리는 겨!
미스 공: (참는데, 주르륵 눈물이 흐르고)
장근: (술 한 잔 털어 넣고, 가슴 주먹으로 치며) 아유, 속 터져……. (그러다 갑자기 엉엉 울고) 아우……. 아우……. 아우……. 아빠가 그 자식 가서 때려줄까! 아주, 아프게 한 대만 쥐어박고 올께!
미스 공: (오히려 미안하고) 아빠……. 울지 마…….
장근: 안 우는 겨.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랴.
미스 공: (안기며, 마음속으로) 아빠 아아! 나 죽구 싶어. 그럴 만큼, 많이 아파! 아주 많이…….
미스 공, 장근 품에서 눈물을 흘린다.
미스 공, 울면서도, 뭔가를 결심하며, 다부지게 입술을 깨문다.
씬 122. 동 호텔 앞-다음날
현준의 짐을 실은, 택배 트럭 출발한다.
현준, 물끄러미 멀어지는 트럭을 바라보고, 돌아서려는데, 선지가 그 앞에 다가선다.
선지: (현준보고, 전투적으로) 잔깜만뇨. (품안에서 포장된 미스 공 일기장 꺼내, 주며) 머 하는 교! 퍼뜩 안 바꼬!
현준: ……. (엉겁결에 받는) …….
선지: (울음 가득하지만 참으며) 잘 묵고 잘 사이소. 그라고, 오해는 하지마소. 이거는 어 디까지나, 우리 언니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내가 벌린 일이니까, 아라 드렀지요?
현준: ……. (흔들리고) 지……. 금, 희지씬 어디 있어요?
선지: (입술 깨물며) 어디 있는지 알믄, 어짤껀데요.
현준: ……. (포장된 일기장을 들은 채, 이런 선지를 보기만)
선지: 댔다 마, 고마 하이소! 학……. 그냥……. (울먹거리며, 돌아서서) 김현준, 닌 우리 언니 노 친 거, 평~생 후회할 끼다. (저만치 가다, 고개 돌려 노려보며) 아는, 다시 바도 잘 생겼네.
씬 123. 택시 (안)
현준, 뒷좌석에 타고 있다.
OFF): (DJ) 금요일 오후, 전 구간 어려운 가운데, 공항방면은 운행이 쉽지 않습니다.
현준, 선지가 준 포장을 풀러본다. 바로, 미스 공의 일기장!
NA): (미스 공) 그 남자를 첨 봤습니다. 그 남자에게, 따뜻하게 친절하게 대하고 싶지만, 어리석게도 난 사랑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씬 124. 몽타주
CUT. 대각선으로 도로를 막고 있는 포클레인.
중앙선을 넘어 돌아가는 현준이 탄 택시.
CUT. 차선 도색중인 다른 도로, 인부들과 청년 1, 2, 3 말다툼 중이다.
싸움 땜에 가지 못하고 멈춰서 있는 현준의 택시.
CUT. 또 다른 도로
맹인들 길을 걷는다.
다시 신호대기중인, 현준이 탄 택시.
CUT.다시 달리는 현준의 택시.
NA): (미스 공) 당신을 만나려면, 새벽 네 시부터 달리기를 해야 합니다. 눈 한번 마주치려면, 열두잔씩 쓴 커피를 마셔야하고, 급류에 빠져도 겁내지 않아야 하 구요. 베란다에 떨어져도, 다치지 않아야 하고, 갯벌서 소릴 쳐도, 목쉬지 않아야 합니다. 아프거나, 눈물 흘리지 않아야 당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씩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 사람을 위해, 제 자신을 비싸게 팔려고 했습니다. 진실이란,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지는 거라죠? 제 작은 실수조차 감싸줄 수 없는 당신……. 이제 전, 선택받지 못한 제 삶을 마감하려고 합니다. 먼 훗날, 그 어떤 곳에서 당신을 만나게 되면 묻고 싶어요. 당신은 진실했나요? 아님, 내가 부족했나요?
씬 125. 한강인도교
들어서는 현준의 택시.
그와 동시에 뒷길을 막아서며 급정거하는 경찰차, 사이렌 울린다.
다리 위, 저 앞으로 멈춰서는 119 구급대의 차량.
구급장비를 들은 대원들이 내린다.
택시에서 내려서는 현준, 본다.
수십 대의 차량,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현준, 다리 위를 보면 난간에 서있는 어떤 여자.
현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다가간다.
바로 그 여자는 미스 공이다.
현준, 다가가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는다.
경찰: 자자, 뒤로 물러들 나요!
현준: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 아는 사람이라구요!
씬 126. 한강인도교 난간
미스 공, 다리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다. 마치 죽음을 각오한 표정이다.
OFF): (현준) 희지씨, 나에요, 나 김현준이에요.
미스 공, 소리 나는 쪽을 보면, 난간위로 올라선 현준이다.
미스 공: 왜 왔어요! (비틀거리는)
일동: (탄식)…….
현준: 그러지 말아요. 나, 희지씨 맘 다 알아요. (미스 공 일기장 들어 보이며) 이걸 봤어요.
미스 공: …….
(점프)
한강 위, 수상경찰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급출발한다.
헬기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그리고 저 멀리 한강대교의 모습
(점프) 다리 위, 아치형 난간.
아슬아슬하게 난간에 서있는 희지.
그 앞, 기어 올라오는 현준.
바람이 분다. 두 사람 비틀, 휘청 인다.
현준: 내려가요!
미스 공: 내려가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현준: 내가 당신 사랑한다구. 당신만큼이나…….
미스 공: (망설이는)…….
현준: 이제 알았다구요…….
미스 공: (희미한 미소, 그러다 발을 헛디디는) 어어! (그러다 중심 잡는)
현준: 내가 갈게요. 지금까지 희지씨가 오기만 했으니깐, 이제부터 내가 갈게요.
(한발, 내딛는)
미스 공: 나 너무 많이 잘못했어요.
현준: (다시 한발 내디디며) 아뇨! (그러다 이번엔 현준이 비틀)
일동: (탄식)
현준: 움직이지 말아요. 다신 마음 아프게 안 할게요.
미스 공: (강바닥을 보는, 순간 현기증이 나고, 비틀 심하게 중심을 잃는) 아……. 악!
현준: (눈을 감는) …….
일동: (탄식) …….
현준: (눈 떠 보면, 미스 공 난간에 매달려 있고) ……. 조금만, 조금만, 견뎌요!
현준, 미스 공에게로 기어 다가간다.
현준, 매달려 있는 미스 공에게 손을 내민다.
현준의 충혈 된 눈
행복한 모습의 미스 공
두 사람, 손 마주 잡는다.
미스 공: 나 기억해 줄래요?
현준: (단호하게 끄덕이고, 손을 더욱 꽉 붙든다)
미스 공: (손에 힘이 빠져 미끄러지며) 고……. 고마워요! (떨어지는)
현준: (필사적으로 붙잡지만) 안 돼! (놓치며) 안되에에에에!
슬로우로 걸리면서 사일런트로 처리되는 화면.
미스 공, 강으로 떨어진다.
탄식하는 사람들.
강물로 떨어지는 미스 공.
일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미스 공을 따라 한강으로 다이빙하는 현준.
씬 127. 한강
다리 위에서는 구급차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A보트에선 잠수부들이 동원돼, 물밑으로 잠수를 한다.
현준: (물위에 뜬 채로) 어디 있는 거예요. 나한테 기회를 줘요!
디졸브 되는 화면.
꽤 시간이 흐른 듯, 물위로 A, B 수상보트가 수색중이다. B보트에 현준이 타고 있다.
물가엔, 미스 공의 엄마인 미숙과 동생선지, 욕쟁이 할머니까지 나와 있다.
안타깝고 초조한 기색들이다.
이때, 저쪽 물아래에서 미스 공이 떠오른다.
경찰2: (A보트 위에서) 저기다!
A보트, 미스 공에게 먼저 다가가 미스 공을 건져내 물가로 향한다.
현준이 탄 B 보트도 급히 물가로 따라간다.
수상경찰, 미스 공을 안아서 내린다. 미스 공, 정신 잃고 축 늘어져있다.
대기 중이던 의사가 인공호흡과 응급조치를 한다.
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현준. 그 곁에서 입술을 달싹거리며, 미스 공이 깨어나기를 기도한다.
현준: 제……. 발……. 하나님, 제발…….
의사, 포기한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미스 공을 둘러싸고 있던 경찰과 잠수부들, 길을 터주면, 미숙, 달려들어 미스 공을 부여잡고 통곡을 한다.
미숙: 아이고, 이년아! 그까짓 남자가 뭐라구……. 희지야! 희지야! (희지를 잡아 흔들고)
선지: 언니야……. 언니야, 내 잘몬 해따, 언니야…….
미숙, 바닥에 퍼질러 앉아 신발을 벗은 채 땅바닥을 치며 우는데, 그 옆에서 욕쟁이 할머니가 현준을 가리키며 뭐라 이야기한다.
뭐라 얘기를 들은 미숙, 현준에게 달려들며,
미숙: (현준 가슴팍 때리며) 우리 딸 살려내애에!
선지: (미숙 잡아끌며) 엄마, 고마해라!
현준: (미스 공에게, 다가가 무릎 꿇으며 마음속으로) 잘못했어요…….
현준의 눈에서 흐른 눈물 한 방울이 미스 공의 눈썹 위로 떨어진다.
그때 가늘게 떨리는 미스 공의 눈썹.
그걸 본 현준, 놀라며, 마지막 희망을 부여잡듯 미스 공의 가슴을 누르며 인공호흡을 시도한다.
다시 마우스 대 마우스로 인공호흡을 한다.
미스 공에게 입술을 가져가는 현준. 눈물이 흐르고 있다.
한 방울, 두 방울, 미스 공에게 떨어지는 현준의 눈물.
이때, 이런 현준의 목을 감아쥐는 손. 보면 미스 공이다.
놀라는 현준.
살며시 눈을 뜨며, 고개를 돌리는 미스 공, 눈이 반짝 하며 보석처럼 빛난다.
굉음과 함께 퀵 팬 되는 화면.
씬 128. 동 포장마차 (밤)-회상
M) 오! 해피데이 흐른다.
씬 122의 포장마차. 장근과 부둥켜안고 울먹이는 미스 공.
이때 소주잔을 낚아채는 어떤 손.
보면 미숙이 그냥 원 샷으로 소주를 들이킨다.
그 옆에 비장한 표정의 선지도 보인다. 빠르게 디졸브 되는 화면.
이번엔, 욕쟁이 할머니와 친구 삼인방도 장근과 미스 공, 식구들을 에워싸고 있다.
뭔가 결의에 찬 모습이다.
씬 129. 공사현장-회상
일을 마친 기사, 포클레인에서 내린다. 수건으로 옷을 터는데, 어깨를 잡는 손.
돌아보면, 여경복장의 용녀다.
포클레인 기사는, 피시 방에서 원조 교제하던 그 아저씨다.
용녀: (어깨 견장 툭 치며) 아씨! 요즘도 피시방 다닙니까!
남자: (헉하고 놀라며, 고개 흔드는)…….
씬 130. 아파트 옥상-회상
음악 틀어 놓고, 담배 꼬나문 채 힙합을 추는 고삐리 1, 2, 3. 어떤 손, 카세트를 끈다.
고삐리들, 뭐야 하는 얼굴로 돌아보는데, 선아와 미라다.
선아: 담배 꺼라아!
겁에 질린 고삐리들, 서둘러 담배 끈다.
씬 131. 고수부지 일각
장근, 미숙, 선지, 선아, 용녀, 미라, 욕쟁이, 피시방 남, 박 실장, 고삐리1, 2, 3, 치질수술 과장, 신 교장과 점자 여직원, 맹인들, 동강 래프팅의 조교들과 전출연진 합창을 한다.
일동: 사랑은 이루어진다!
씬 132. 몽탸쥬
쾅하는 효과음, 아래의 커트들, 아주 빠르게 앞선 컷들을 밀어내며 차례대로 보여지는.
CUT. 현준이 탄 택시기사, 선글라스 벗으면, 장근
도로를 막아서는 포클레인기사 (피시방남)
바리케이드를 치고 도색중인 인부들과 말다툼 중인 청년들, 보면 고삐리1, 2, 3
행길을 느리게 건너는 신교장과 맹인들
교통방송 DJ 박 실장
헬기장, 방송국 헬기에 올라타는 선아
피시방, 이리저리 전화 받는 미라와 선지
급 발진하는 수상보트 위에 여경인 용녀.
한강다리 물밑, 물속에서 올려다보는 시선, 물 위로 현준의 모습이 보인다.
물밑에 숨은 미스 공, 잠수부의 산소마스크를 뺏다시피 하고 있다. 잠수부, 숨을 참지 못하고 수면으로 올라온다. 보면, 동강 래프팅 조교들이다.
씬 133. 동 한강-현실
현준, 미스 공을 안은 채 기쁨으로 소리친다.
현준: 사랑해요!
M) 다른 비트의 오! 해피데이 흐른다. (새로운 편곡)
리 위에, 장근과 고삐리, 불도우저. 신교장과 맹인들 춤을 춘다.
마치 뮤지컬 배우들의 약속된 군무처럼, 안무가 된 동작들이어야 한다.
장근은 모자를 흔들고, 고삐리들은 도색장비들을 들고, 포클레인 기사는 포크레인 이리저리 흔 들고, 맹인들은 지팡이를 흔들며 춤을 춘다.
강가에선, 미숙과 선지, 용녀, 잠수부들, 병원의사, 선아, 다 같이 춤을 춘다.
방송국에선, 박 실장과 오감독, 성우들 다 같이 춤을 춘다.
그들의 축복을 받듯, 현준 품에 안긴 미스 공, 사랑스러운 현준의 키스를 다시 받는다.
반짝, 하트 모양으로 빛나는 미스 공이 눈, 행복하다.
-끝-
약속1
Cast
공상두 박신양
채희주 전 도연
엄기탁 정진영
오기량 조선묵
영해 서혜린
이세연 김세영
채필수 유순철
남정택 김명국
중우신 박지일
명보 박상욱
상차 조경훈
최풍세 임일찬
엄기탁 처 박신영
최풍세 처 오승언
김여진 이경선
고상균 최영래
나기철 황재식
김간호사 박희진
이간호사 문경희
사진기사 한성식
내과과장 이일수
약속
씬 1. 서울의 야경 ( N )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잡는 카메라.
밤이 깊어 차량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카메라 그 차량들 중에 한 대의 차량으로 접근한다.
빨간 경색 등을 요란하게 돌리며 달리는 앰뷸런스 케메 도로로 접근근하면 프레인 인 되는 앤블런스 카메라 계속 그 차를 따라 간다.
앤블런스 내부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상두.
병원에 도착하는 앰뷸런스.
앰뷸런스에서 구급 대원이 내리고 상두를 침대로 옮기는 구급 대원들.
응급실로 공상두를 급히 옮기는 대원들
씬 2. 응급실 복도 ( N )
침대에 실려 가는 상두.
긴급한 상황이다.
응급실로 들어가는 상두.
의사가 문을 쾅 닫아 버린다.
씬 3. 아파트 전경 ( M )
희주 아파트의 전경이 보인다.
씬 4. 희주 아파트 현관, 주차장 - 실외 (M)
희주가 계단을 내려오면 카메라 틸 다운하며 희주를 잡는다.
이세연의 차가 아파트 입구에 시동을 켠 채 주차해 있다.
이세연, 시계를 본다.
그때 채희주가 나오면서 차 있는 쪽으로 달려온다. 채희주, 차에 오른다.
채희주: (헉헉거리며) 이 선배, 안녕, 늦었어?
이세연: 오 분.
채희주: 또?
차가 출발한다.
이세연: 면허 시험은?
채희주: 말도 마. 안전벨트도 안 매고 출발한 거 있지? 오르막길에서 얼마나 밀리는지 하마터면 뒷차를 박을 뻔 했다는 거 아냐.
씬 5. 병원 전경
희주가 근무하는 병원 전경.
씬 6. 채필수 병실 ( D )
환자복 차림의 채필수가 신문을 보고 있다.
필수 중풍을 오래 앓아선지 꼬장꼬장한 성격에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복도에서 쿵쾅 쿵쾅 소리가 들리자 점점 크게 들리자 보던 신문을 확 구겨 버리는 필수 …….
헐레벌떡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희주. 그와 동시에 필수.
채필수: 야! 채희주!
채희주: 어떻게 전줄 아셨어요?
채필수: 이 시간에 쿵쾅 쿵쾅 거리면서 뛰어 다니는 얘가 누가 있어? 그러려면 운동화 신고 다녀?
조그만 가방을 침대에 내려놓는다.
채희주: 잔소리 그만하시고 속옷이나 갈아입자. (필수를 부착해 일으켜 세우는 희주)
채필주: (희주를 뿌리치며) 더 입어도 돼!
채희주: 냄새난단 말이야! 간호사들이 냄새난다고 주사 놓기도 힘들대. 빨리 벗어 빨아오게
채필주: 됐다는데 왜 이렇게 귀찮게 굴어!
싫다는 필수를 억지로 일으켜 옷을 갈아입히는 희주, 옷을 갈아입히면서.
채희주: 그리고 간호사들 한데 나긋나긋이 좀 대해 지들끼리 수근 수군대잖아. 아빠가 자꾸 그러면 내가 힘들어.
씬 7. 3층 간호사 대기실 ( D )
채희주 엑스레이 판을 보고 있다. 간호사들 궁금한 듯 주변에 서 있다.
채희주: (차트를 보며 혼잣말로) 일곱 군데나 찔리고 어떻게 살았지?
김간호사: (혈압체크를 하러 나가다 말고) 가죽 보호대를 입고 있었데요.
채희주: 가죽 보호대? …….
이간호사: 그걸 입어서 칼이 잘 안 들어간 거래요.
김 간호사: (희주와 이간호사를 보면서) 깡패 두목이래요. 무서워 죽겠어요. 상두파라고 들어 왔어요?
채희주: (채희주 차트의 환자 이름을 본다) 공. 상. 두 ……. 이름도 촌스럽기는 ……. 염증 치료만 신경 쓰면 되겠네. ……. 별거 아니에요. 걱정 말아요. 매달릴데라곤 병원밖에 없는데 어딜 함부로 굴겠어요 (김 간호사를 보며) 김 간호사님 회진 가시죠.
복도로 나가는 채희주와 김 간호사.
씬 8. 331호 안 .
공상두가 입원해 있는 방이다.
공상두 상처는 심하나 중상은 아니다.
한쪽 눈만 남겨 놓고 머리와 얼굴 붕대로 감겨있다.
링거를 팔에 꽂고 가슴은 붕대로 감겨 있다.
핏자국이 군데군데 있다.
통증은 느끼고 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는 상두.
오기량: (전화를 받고) 이?
오기량: 그래! 경계 늦추지 말고 철저히 감시해.
조식의 피해 상황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하고 있는 중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명보, 상차가 환자복으로 갈아입는다.
엄기탁: 교복 입은 놈, 할머니고 갓난이고 살아 움직이는 것들은 무조건 주시해! 어떤 놈이든 ……. 알았지!?
명보, 상차: 예.
오기량 엄기탁 상두에게 온다.
오기량: 사장님 좀 어떠세요?
공상두: (고통스러워하며) 소금으로 창자를 지지는 것 같아 …….
오기량: 로얄 카지노, 살로메, 효풍, 옴니스 나이트. 다 아무 일 없답니다. 우리 사업장을 노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른 조직들도 별 움직임이 없고요. 사장님 개인을 노린 것 같습니다.
공상두: 남회장 쪽 애들은 어때?
엄기탁: 잠잠합니다. 어떻게 생긴 놈인지 기억나시는 거 없습니까?
(공상두 회상 인터컷)
라이트를 반짝이며 호텔의 곡선 주차장을 타고 들어오는 상두의 차.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상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쓰레기 봉토를 든 두 명의 사내가 나오고 있다. 쓰레기 봉지 사이로 언 듯 비치는 금속빛. 순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상두. 미처 막을 겨를도 없이 상두의 옆구리를 향해 거침없이 들어오는 서빙의 칼.
공상두E: (고통스러운 듯) 깡마르고 갸름한 놈이 둘이였는데. 기억이 안나. 이 바닥 놈들 같지는 않아.
(공상두 회상 인터컷)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피하며 사내의 손목을 잡아 비틀고 또 한 사내의 턱을 후려친다.
한숨을 돌리는 상두.
이때 엘리베이터 문에서 날아오는 고상균의 곤봉이 상두의 두개골을 강타한다. 순간 정신을 잃은 상두, 칼이 배에 꽂힌다. 있는 힘을 다해 칼을 맨손으로 부여잡는 공상두. 언듯 보이는 사내의 손목 문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상균을 쳐다보지만 피가 눈을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정신이 혼미해지며 쓰러지는 상두.
공상두: 문신 같기도 하고. (고개를 가로 저으며) ……. 모르겠어.
씬 9. 311호실 앞.
311호실로 들어가는 희주와 김 간호사
씬 10. 311호실.
채희주, 자기 눈을 의심한다.
311호실에 있어야할 기존 환자들이 없고 이상한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채희주, 차트를 뒤적인다.
차트에 그들이 기록되었을 리가 없다.
명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엄기탁만 쳐다본다.
그 동안 엄기탁과 오기량은 공상두가 작은 소리로 뭐라 하는 소리에 귀를 가까이 대고 듣던 중이라 뒤늦게 채희주가 들어온 것을 안다.
채희주: (명보를 가리키며) 이 사람들은 누구죠?
김 간호사: 어제 같이 입원한 사람들입니다.
채희주, 순간 나이롱환자임을 알고 어이없어 한다.
채희주: 김 선생님 어떻게 된 거에요? 여기 있던 환자들은 다 어디 갔죠?
김 간호사: (머뭇거린다) 어젯밤에 지시가 왔어요. 특실이 없어서 814호실로 옮기라고 …….
채희주, 김간호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가 난 듯 신경질적으로 문은 닫고 나가 버린다.
씬 11. 과장실.
저쪽에서 채희주가 잰걸음으로 와서 노크도 없이 그냥 들어간다.
과장을 비롯해 의사 서넛이 회의 중이다.
이세연도 끼어있다.
채희주 아랑곳하지 않고 속사포처럼 내뱉는다.
채희주: (화가 나서) 이게 말이나 됩니까? 311호 환자 하나 때문에 그 방에 있던 여섯 환자가 다른방으로 어제 옮겨졌습니다. 다른 병실은 6인용이 8인용이 되었고 1인용은 2인용이 되어버렸어요.
과장과 다른 의사들은 또 시작이고나 하는 표정
이세연 희주에게 그만 하라는 눈짓을 보내지만 소용없다.
더 흥분한 듯 과장에게 거칠게 따지는 희주.
채희주: 실제 환자 하나에 나이롱환자가 둘입니다. 도대체 병원이라는 데가 양아치 보호솝니까? 담당이 접니다. 담당하고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새로 입원한 환자가 VIP라도 되는 겁니까?
과장: 원장님 명령이야. 그럼 VIP 아니야?
채희주: (단호하게 ) 전 그 환자 못 맡습니다.
과장: 의사가 환자를 골라서 치료하겠다는 말이지? 그럼 어디 채선생 마음대로 해봐!
화가 난 듯 나가는 과장
이세연: 위에서 내려온 지시인데 과장님 입장도 생각해 줘야지 …….! 대충 좀 넘어가.
채희주: 그래 …….! 나도 대충 대충 살고 싶어 하지만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야? (하며 나가는 희주)
씬 12. 311호실 ( D )
김 간호사가 공상두의 왼팔에 링거 주사를 놓으려고 고무줄로 팔뚝을 묶으면서 곁눈질로 엄기탁 일행을 본다. 무시무시하다.
김 간호사 이리 저리 찔러보는데 혈관을 찾지 못하고 허둘 거린다.
이 광경을 엄기탁이 본다. 화가 나서 소릴 지른다.
엄기탁: 야! 지금 여기 와서 실습하고 있는 거야? 가서 담당의사 불러와.
겁에 질려 나가는 김 간호사
씬 13. 8층 간호사 대기실 ( D )
채희주가 의자에 앉아 씩씩거리고 있고 이 간호사는 약을 챙기고 있다.
그때 김 간호사가 눈물을 글썽이며 링겔병과 챠트를 들고 들어온다.
채희주: 김 선생님 왜 그러세요?
김 간호사: 간호사한테는 주사를 못 맞겠대요.
채희주: 누가? 801호 환자가요?
김 간호사: ……. (눈물만 글썽일 뿐)
채희주, 갑자기 일어나 주사 통을 들고 나간다.
씬 14. 311호 앞 복도
채희주, 아랑곳 하지 않고 복도 끝으로 걸어간다.
311호 앞에는 어깨들이 보초를 서고 있다. 채희주, 비집고 들어간다.
씬 15. 311호실 ( D )
오기량 엄기탁, 창가에 서서 여전히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명보 상차는 환자복을 입고 보건체조를 하는 등 몸을 풀고 있다.
그때 채희주가 들어온다.
오자마자 공상두에게 가려 하자 상차가 또 간호사가 온 줄 알고 채희주 앞을 가로 막는다.
상차: 간호원은 안 됩니다.
채희주, 말없이 상차를 밀치고 들어가면 명보가 막는다.
오기량: 누구십니까?
채희주: (보지 않고) 담당의삽니다.
오기량: 아 그러세요? (너무 젊어서 애송이 같다. 엄기탁에게 어떻게 할 거냐는 표정)
엄기탁: 죄송합니다. 우린 남자 선생님을 원합니다.
채희주, 엄기탁의 굴욕적인 말을 듣고는 강하가 쏘오 보고 공상두에게 간다.
희주 상두의 팔을 홱 잡아채더니 고무줄로 챙챙 묶는 게 거칠다.
아파하는 공상두, 거칠지만 노련한 솜씨로 링거 주사를 놓는 희주.
그리고 채희주 공상두의 배를 쿡쿡 누른다.
희주: 아프세요?
공상두: (참는 공상두) 아니요.
채희주: (더 세게 눌러보며) 안 아파요?
공상두: 아파요!
채희주: (사무적으로) 쌀밥 아물 때까지 움직이지 마세요!
공상두: 네
오기량 희주의 행동이 못마땅하다.
오기량: 맹랑한 아가씨로 구만?
채희주 링겔약을 조정하고 나서 오기량 앞에 꼿꼿하게 마주 보고 선다.
채희주: (기량에게) 맹랑한 아가씨? 여기가 무슨 술집인줄 알아요? (상차를 보고) 어디 가서 무식하다 소리 들을까봐 알려주는데 간호원이 아니고 간호사예요. (명보를 보고) 그리고 댁들 환자면 환자답게 침대에 누워 계세요. (다시 기탁에게) 담당 의사 교체는 과장님께 직접 말씀드리세요!
채희주, 바람을 획 일으키며 나가버린다.
어안이 벙벙한 그들.
엄기탁, 오기량에게 채희주를 알아보라는 눈짓.
오기량, 과장에게 인터폰을 한다.
오기량: 과장님이십니까. 나 오기량이오.
공상두: (손을 가로 저으며 타이르듯) 누구면 어때 죽을병도 아닌데 ……. 밖에 애들 철수시켜 명보와 상차만 남기고 ……. 병원에서 좀 나긋나긋하게 대해.
씬 16. 병원 뜰 ( D )
채필수 의자에 앉아 있다. 이세연이 채필수의 배를 쿡쿡 눌러 본다.
이세연: 여기요?
채필수: 응. 어디가 이상한 건가?
이세연: 여기가 뜨거우시다구요?
채필수: 응
그때 채희주가 온다.
채희주: 아빠 (이세연이 진찰하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이 선배 왜 그래?
이세연: 응 별거 아냐!
채필주: 여기가 화덕에 불 지핀 거 같다.
채희주: 그러니깐 마음을 곱게 써야지.
채필수: 귀찮게 쥐방울 마냥 왜 자꾸 따라다녀! 네가 내 담당이냐?
이세연: (자리를 비켜줄 심산으로, 웃으며) 시티 스캐너 경과 좀 보러 갈게.
채희주: 아깐 미안했어요.
세연: (여전히 미소 지으며) 불같은 성질 하구는 ……. 나 가볼게. (사라지는 세연)
채필수: 이세연이 저놈 진국이다.
채희주: 아빠 !! 이 선배 저 사람 바쁜 사람이야. 쓸데없는 얘기 좀 하지 마!
채필수: 나 집에 갈란다. 여기 오래 있는 것도 지겹다.
채희주: 가긴 어딜 가?
채필수: 뭣 하러 아까운 돈 써가면서 여기 있냐?
희주: 누가 아빠한테 돈 걱정하래! 고집 좀 피우지 말구 내 말 좀 들어.
그때 엄기탁과 오기량이 다가온다.
희주: (투명스럽게) 과장님한테 말씀 드렸습니까?
엄기탁: 아까 일은 사과드리겠습니다.
오기량: (깍듯하게) 죄송합니다.
엄기탁: 우리 사장님을 앞으로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희주: 거절하겠습니다.
희주, 채필수한테 가서 휠체어를 밀려는데 오기량이 잽싸게 와서 손잡이를 잡고 민다.
오기량: (채필수에게) 아주 훌륭한 따님을 두셔서 마음이 든든하시겠어요?
필수: (투명스럽게) 뉘슈?
오기량: 아 예, 따님이 저희 가족 주치의십니다. 따님이 얼마나 열심히 치료해주시는지 우리 가족 모두 다 너무 너무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따님이 하나뿐이신가요?
필수: (그제서야 흐뭇해서) 예.
오기량: 아들은요?
필수: 없어요.
오기량: 그럼 무남독녀시군요?
필수: 예.
오기량: 어쩌면 그렇게도 예의도 바르고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곱고 목소리도 예쁘고 코도 우뚝 섰고 눈도 반짝반짝한 따님을 두셨어요?
채필수: 댁들은 뭐하는 사람들인지 몰라도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도 없수? 저게 어디 계집이유? 건달이지 …….
기탁, 기량. 건달이라는 말에 멋쩍어 한다.
오기량이 필수의 휠체어를 밀려 앞서 나아가고 희주와 엄기탁이 그 자리에 선다.
희주, 싱겁게 웃는다.
씬 17. 면허 시험장.
채희주, 차가 언덕 위에 멈춰 있다. 채희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언덕에 차가 뒤로 미끄러지려고 하는걸. 희주가 엑셀을 있는 힘껏 밟는다.
끼익 하는 소리가 나면서 차가 언덕을 붕떠서 가다 앞차를 들이받는다.
핸들을 머리에 박는 희주. 또 실패다.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
씬 18. 311호실. 실내.
분이기가 처음과는 대조적이다. 공상두 침대를 제외한 나머지 침대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소파들이 놓여 있다.
공상두는 침대에 앉아 있고 남정택 장우신이 그 앞에 서 있다.
공상두, 니글이가 껌을 씹고 있는 게 눈에 거슬린다.
공상두의 몸은 어느 정도 회복 상태.
엄기탁과 오기량의 모습도 보인다.
환자복을 입고 있던 명보, 상차는 모두 양복 차림이다.
서로 다정하게 말하지만 가시 돋친 분이기.
남정택: (공상두에게) 진즉에 병문안 오겠다고 해도 받아 줘야 말이지.
공상두: 흉한 꼴 보여 드리기가 뭣해서 저희 식구들이 남회장님께 결례를 했나 봅니다.
장우신: 아직 누구 짓인지 모르고?
엄기탁: 아시면 좀 가르쳐 주십시오.
남정택: 엄기탁이 당돌한 거야 정평이 나 있잖은가. (그제서야 공상두가 니글이 껌 씹는 것을 곱지 않게 보고 있음을 알고 니글이에게) 껌 ? 어.
니글이가 천천히 쓰레기통으로 가서 껌을 휙 뱉는다.
명보가 순간 뒤틀려서 니글이한테 가려는 듯이 몸을 기웃하는데 상차가 막는다.
장우신: (공상두에게) 이만하길 다행입니다.
공상두: 예 …….
장우신: 공사장. 어서 쾌차하셔서. 제주도에서 한잔 해야죠?
공상두: ……. 예,
남정택: 사업은 잘 되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공상두: ……. 예.
남정택: 어려울 때 서로 도와야지요. 안 그렇소? 하하하 …….
씬 19. 병원 앞 ( D )
오기량 배웅을 나와 남정택에게 인사를 한다.
남정택 일행 차에 오른다.
씬 20. 병원 복도 ( D)
오기량, 걷는데 앞에 채희주가 걸어간다.
따라 붙어서 같이 걸어가며 얘기한다.
오기량: (조선 시대 말투로) 늘 맹랑하신 의사 선생님 어딜 그리 잰걸음으로 가시나이까?
채희주: 양아치 주사 노러요.
오기량: 하하하. 의사 선생님 저희들 세계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뭔지 아십니까?
채희주: 뭔데요?
오기량: (멋쩍은 듯) 바로 양아칩니다. 허허,
복도를 걸어가는 뒷모습을 카메라가 잡는다.
오기량: 아침 근데 말이죠. 요즘 들어 이상할 정도로 사장님께서 잠만 주무신단 말입니다?
채희주: 좋은 현상이죠.
오기량: 그렇습니까?
씬 21. 311호실 ( D)
주사기에 든 약을 약간 눌러 허공에 뿌린다.
채희주: 두목님, 주사 맞으셔야죠.
공상두 주사 맞기가 싫다.
억지로 엉덩이를 까고 돌아눕는 상두.
공상두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고는 팍 찔러 주사를 놓는 채희주.
공상두: (아픈지) 우 ~ 욱.
채희주: (당당하게 속사포로) 체온 혈압 종상이구요, 세끼마다 약 챙겨드시는거 잊지말구요, 아프더라도 자꾸 걸으면서 운동해야 합니다. 아셨죠? 질문 있습니까? 그럼.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공상두: 자꾸 잠이 쏟아지는데 왜 그러는 겁니까?
오기량: (공상두에게) 말씀드렸어요. 좋은 현상이랍니다.
채희주: 네, 그래요.
채희주 나간다.
씬 22. 3층 간호사 대기실..
이 간호사와 김 간호사 하얗게 질려 있다.
그때 채희주가 의기양양하게 들어온다.
이간호사: 채선생님, 주사를 잘못 놨나 봐요.(주둥이가 잘려 나간 빈 주사 병을 건네준다.)
채희주: 주사를 잘못 놓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약병을 보는 희주, 김 간호사에게) 이거 틀림없어요?
김 간호사: 맞아요.
채희주: 그럴 리가.
김 간호사: 제가 쓰레기통을 조금 아까 치웠고 그것밖에 없었어요. (빈 쓰레기통을 보여준다)
이간호사: 며칠 전부터 자꾸 옆방 차트가 펼쳐져 있더라구요. 이상하다 싶어 쓰레기통을 보았더니 …….
차트를 본다. 자기 실수다. 힘이 쫘악 빠져 버린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낭패한 표정이다.
이 간호사: 그냥 넘어가세요. 별 부작용은 없을 거예요.
채희주: 나 물 좀.
김 간호사, 물을 갖다 준다.
물을 마시면서 조금씩 기운을 차리는 채희주.
이윽고 결심이 선 듯 …….
김 간호사: 채선생님.
채희주: (힘없이 쳐다본다)
이간호사: 괜찮겠어요?
채희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다가.
이간호사: 걸고넘어지면 어떡하죠? 과장님하고 상의해 보실래요?
채희주: 아냐 됐어.
씬 23. 311호실.
힘없이 초조하게 들어서는 채희주.
아까의 당당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채희주의 모습이 의아한 공상두 일행.
채희주, 어렵게 공상두 앞에 가 선다.
채희주: 저어. 주사를 잘못 놨습니다. 겐타마이신을 놔야 하는데 바륨을 놨습니다. 겐타마이신은 염증 치료제고 바륨은 신경안정젭니다.
오기량: 염증 치료제를 놔야 하는데 수면제를 놓으셨다고요?
채희주: 죄송합니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엄기탁: 언제부터요?
채희주: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부터. 차트를 잘못 보고. 죄송합니다. 의료 사곱니다. 모든 책임을 제가 지겠습니다. 고소를 하셔도 되고 병원 측에 배상을 요구하거나 항의하셔도 됩니다.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일행들, 공상두에게 시선이 옮아간다.
공상두: (엄한 목소리로) 채희주 선생, 이리 가까이 와 보시오.
채희주: (걸릴게 걸렸구나. 심정으로 다가간다)
공상두: (귓속말로) 채희주 선생. 스타킹이 빵구 났는데요.
채희주: 예? (자신의 스타킹을 힘끔 쳐다본다)
상두 부하들 얼른 눈치 채고 희주의 빵꾸난 스타킹에 시선이 모아진다.
키득대는 일행들
채희주, 얼굴이 붉어지고 당황스러워한다.
주위의 킥킥대는 웃음소리.
순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으려는 듯 나가는 희주.
문이 쾅! 단힌다.
상두 일행들 박장대소
씬 24. 화장실.
화장실로 급히 들어오는 희주.
스타킹을 벗어서 쓰레기통에 쑤셔 박으며 씩씩거린다.
씬 25. 채희주 아파트 입구 .
희주 현관으로 들어서려는데 누군가가 다가온다.
명보다.
명보: 사장님 선물입니다. (뒤를 쳐다보면)
상차와 부하 서너 명이 한 아름씩 고급스런 꽃바구니를 들고 문으로 들어간다.
씬 26. 희주의 거실 .
가운데에 예쁘게 포장한 커다란 상자가 하나 놓여 있다.
카메라 빠진다. 집안이 꽃다발과 꽃바구니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실소하는 희주.
상자를 떨어뜨려 버리고 일어나 겉옷을 벗으며 옷장 쪽으로 가다가 언뜻 보이는 거울에 자신을 살피게 된다.
그러다 윗도리 단추를 몇 개 풀러 슬쩍 젖힌 채 거울을 응시한다.
여자들의 일상 풍경.
씬. 27 깁스 처치실.
날카모룬 쇳소리
처치 기사가 공상두의 왼쪽 어깨 깁스를 예리한 기계톱으로 절단하고 있다
채희주는 공상두의 X-RAY를 보고 있다.
치료가 잘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처치 기사가 공상두의 얼굴에 씌워진 붕대를 푸른 뒤 알코올로 닦아 낸다.
채희주, 공상두 쪽을 힘끔 쳐다본다.
한 끄나풀씩 벗겨지는 붕대 사이로 공상두의 눈, 코 입이 차례로 보인다.
공상두의 얼굴을 처음 보게 되는 채희주 …….
예상하지 못한 공상두의 해맑은 얼굴에 놀라는 희주.
희주, 상두의 얼굴에 시선을 떼지 못한다.
상두 그 시선을 느껴 희주를 쳐다본다.
눈이 마주치는 상두와 희주
희주, 상두의 시선이 와 닿자 놀래듯 시선을 외면하는 희주, 어색한지 처치 실 뒤켠으로 가서 브라인드 사이를 살짝 내리고 상두를 보는 희주.
씬 28. 카페 섬.
영해가 운영하는 카페다.
차와 술을 팔고 있다.
그다지 넓지 않으나 분위기가 있다.
아마추어 통기타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고 대학생들이 서너 테이블 앉아 있다.
멍하니 누군가를 (공상두의 해맑은 눈) 생각하는 희주.
희주: 난 말이야. 깡패 두목쯤 되면 우락부락 그지같이 생겼을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드라구 ……. 눈이 아주 청초해 …….
영해: 너 벌써 그 얘기 몇 번 짼 줄 아나? 너 했던 얘기 자꾸 하면서 사람 고문하는데. 솔직히 말해! 너 그 공상둔지 공사판인지 그 건달한테 맛이 갔제?
희주: (정색을 하며) 무슨 소리야? 아니-야.
영해: 웃기지 말 그레이! 너 그 사람 얘기할 때마다 눈에 생기가 돈데이.
희주: 그래? 내가 그렇게 보여? 아냐 그냥 심심해서 하는 얘기야.
희주 화제를 바꿀 양 가방에서 봉투를 꺼낸다.
영해: ……. (봉투를 보다가) 됐다. 그건 꿔준기 아니고 너희 아빠 병원비 쪼로 내가 준기다.
희주: 알잖아. 아주 힘들면 ……. 그때 얘기 할게.
영해: 비참해진다 이거제? 아차 가자. 오늘 이거 박살내뿔자. (일어서는 영해)
씬 29. 311호실.
퇴원 중비중인 상두. 챙겨놓은 가방이 침대에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오기량과 김여진이 공상두에게 결재를 받고 있다.
옆에 엄기탁이 있다.
공상두, 서류에 싸인을 한다.
오기량: 에이스 토건은 마무리됐습니다. 그쪽에서도 인수 조건에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8일 날짜로 효명산업 어음 결제를 했습니다. 광진통운은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계속 물색 중입니다.
김여진: 상신 유통 인사 계획안을 이 달 안으로 곧 올리겠습니다. (서류를 건넨다) 이건 범아 그룹 손해 배상 청구껀입니다.
공상두, 싸인을 한다.
답답한 듯 창가로 간다.
넥타이를 매며 앞뜰을 내려다본다.
씬 30. 병원뜰.
희주, 휠체어에 앉아 있는 필수와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씬 31. 311호실 창가..
창가 쪽을 눈여겨보는 공상두.
뒤에서 업무 보고가 계속 이어지나 마음은 채희주에게 가 있는 공상두.
엄기탁: 계속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이 바닥놈 같지가 않습니다.
공상두: …….
엄기탁: 그리고 제주도 김 사장님이 조만간 만나 뵙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공상두, 창 밖에 넋을 놓고 있다.
엄기탁: 사장님.
그래도 공상두의 말이 없다.
엄기탁과 오기량이 창가로 와 아래를 내려다본다.
씬 32. 병원 뜰.
배드민턴을 치며 장난하는 채필수와 희주.
씬 33. 제주 공황.
공상두, 엄기탁, 오기량과 명보, 상차가 공항을 빠져 나오고 있다.
씬 34. 한적한 제주도의 교회 가도..
공상두 일행의 차가 달린다.
씬 35. 호텔 앞 전경
호텔의 전경이 보인다.
씬 36. 카지노 실내.
손님들이 블랙잭과 바카라에 열중이다.
담배연기가 자욱한 상황이다.
씬 37. 카지노 회의장.
말발굽처럼 생긴 긴 탁자에 열다섯 명의 주주 및 임원이 앉아있다.
중앙에 김 사장이 앉아있고 양옆에 공상두 남정택 장우신이 앉아 있다.
엄기탁, 오기량의 모습도 보인다.
김 사장: 우선 결산이 늦어진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공상두를 보고 살짝 웃으며) 공사장님이 몸이 불편하셔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게 되서 다행입니다. (임원들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로얄 카지노 대표이사로서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년에 비해 수입이 17%나 줄었습니다. 앞으로 과감한 시설 투자에 적극적인 고객유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누가 뭐래도 수입금 감소는 제 불찰입니다. (남정택을 쳐다보며) 남정택 회장님과 공상두 사장님 장우신 사장님의 지분 배당금 및 여러 임원들의 격려금은 제 사비로 예년처럼 대우해드리겟습니다.
남정택: 손해가 크실 텐데요?
김 사장: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일동, 웃으면서 박수를 친다.
남정택, 쓴웃음을 짓는다.
씬 38. 김 사장의 카지노 접견실.
공상두가 들어온다.
자리에 앉아 있던 김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상두를 맞이한다.
간단히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는 공상두와 김 사장.
김 사장이 공상두 앞으로 서류철을 꺼낸다.
김 사장: 월별 보고서야.
공상두: 무슨 서류가 이렇게 많아요?
시간경과
공상두 서류를 다 읽고 나서.
공상두: 김 사장님, 수입이 자꾸 떨어지는 이유가 뭐죠? 지금쯤이면 올라가는 게 정상이잖습니까?
김 사장: 손님은 늘고 있긴 한데.
공상두: 그런데요?
김 사장: 굵직굵직한 손님들 발길이 뜸해지고 있어.
공상두: 이유는요?
김 사장: …….
공상두: 말씀해 보세요. 김 사장님?
김 사장: 얘기 다 들었지? 남회장과 장사장이 여기다 카지노를 하나 더 낸다는 거?
공상두: 들었습니다.
김 사장: 둘이 장난을 치고 있는 거 같아.
공상두: 손님을 빼돌린다는 건가요?
김 사장: 그것보다 훨씬 큰 문젠데 …….
공상두: 뭐가요?
김 사장: 양화남이라고 재일 교폰데 한번 만나보겠어?
씬 39. 바다가 보이는 호텔방.
공상두, 김 사장, 어기량, 엄기탁, 양화남이 서있거나 앉아있거나 자유롭게 위치해 있다.
양화남: (흥분했다) 제가 십억을 날렸습니다. 삼사일 만에. 현찰 십억이 누구 애 이름입니까? 제도 부동산을 처분해야지요. 헌테 처분할 수가 없어요. 작자가 나서면 야쿠자가 막아서는 겁니다. (화가 나서) 성사될 리가 없지요.
공상두: 남정택한테 직접 꾸셨습니까?
양화남: 예.
김 사장: (공상두에게) 결국 오사카에 있는 싯가 30억 원짜리 백화점을 야쿠자에게 빼앗긴 거지.
양화남: 저뿐만이 아녜요. 김봉칠은 땅을 뺏기고 나가 시마는 골동품을 모두 빼앗겻습니다. 이런 식으로 영업하면 한국 카지노에 아무도 안 옵니다. 아주 날강도들이에요.
공상두: (엄기탁에게 눈짓을 한다)
엄기탁: 회장님께서 직접 들어셨으니까 무슨 대책을 세울 겁니다. 제가 모시지요.
양화남과 엄기탁이 나간다.
김 사장: (흥분한 어조로) 남정택이 그 새끼 아주 더러운 자식이야. 오죽하면 애첩까지 생매장 했겠어? (한숨 돌리며 진지하게) 나는 힘들어서 더 이상은 못하겠어. 사실 겁도 나고 ……. 공사장이 직접 운영하지?
공상두: 남회장이 걸고 넘어 질텐데요?
김 사장: 공사장 지분이 30에 내 지분이 30이면 60프론데 남회장이 뭐라 그러겠어?
공상두: (곰곰이 생각하다 오기량에게) 야쿠자와 어떤 계약조건으로 지분 배당을 받는지 알아 좀 봐! …….
오기량: 예 …….
공상두: 일단 ……. 확실하게 확인 될 때까지는 김 사장님이 계속 맡아 주십쇼. 일단 나기철이를 내려 보내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쇼.
김 사장: (알아들었다는 듯 입술을 깨물려 머리를 끄덕인다.)
씬 40. 카지노 실내.
스탠드에 공상두와 김 사장이 앉아 카지노를 둘러보고 있다.
옆에는 엄기탁이 서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박을 하고 있다.
야쿠자들이 더러운 매너로 배팅하는 것이 보인다.
두 다리를 옆 의자에 올려놓고 배팅하는 놈, 도박 대를 꽝꽝 치는 눔. 술에 취해 곤드레 만드레 하는 놈.
그 치들과 어울려 니글이가 여자 딜러들의 목을 쿡쿡 찌르며 희롱한다.
공상두: 엄실장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엄기탁: 예.
공상두: 악질 손님들만 골라서, 출입금지 시키겠어.
공상두, 니글이를 툭툭 쳐서 따라오게 한다.
니글이 씨익 웃으면서 어슬렁거리며 상두를 따라간다.
씬 41. 화장실 복도.
약간 한적한 곳으로 이르자, 공상두가 니글이를 아주 짓이겨 버린다.
씬 42. 병원, 원무과 창구.
원무과 사무실 앞이 소란스럽다.
원무과 직원들이 채필수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필수 휠체어에 앉아 있다.
원 1: 글쎄 안된다니까요! 보호자 동의 없이는 퇴원이 안돼요!
채필수: 이것들아 내가 내 맘대로 퇴원한다는데 딸 네미 허락을 맡아야 된다는 게 무슨 개소리야? 내 보호자는 나라고!!.
필수 데스크 아래 있는 퇴원 서류를 꺼내려고 데스크를 엉망으로 만든다. 그때 희주가 급히 달려온다.
필수를 잡으며
희주: 아빠 대체 왜 그래? 누구 망신당하는 꼴 보려고 그래? 아빠가 자꾸 이러면 나 창피해서 이 병원 못 다녀!
필수 희주를 보고는 조금 얌전해진다.
희주: (원무과 직원들에게) 죄송합니다. 번번히 …….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에요!
급하게 채필수를 데리고 사라지는 희주
씬 43. 채필수 병실.
채희주가 채필수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다.
채희주: (화가 나서) 아빠 도대체 왜이래 ……. (퇴원 서류를 찢어 버린다)
채필수: 퇴원 할 거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희주: 죽긴 누가 죽어. 제발 이러지 좀 마 아빠가 자꾸 이러면 내 체면이 뭐가 돼. 다들 지 애비 병원비 아까워서 퇴원 시켰다고 할 거 아냐.
채필수: 뭐하려 아까운 돈 버리냐?
희주: 누가 아빠한테 병원비 걱정하래
필수: 니 엄마한테 갈란다.
희주: 엄마한테 가면 누가 반겨 줄 거 같애서? 생전에 엄마한테 뭘 그렇게 잘해줬다고 나 하나로 족해. 왜 죽은 엄마까지 들먹여.
채필수: 그러니까 너한테라도 피해 안주고 갈려고 그런다.
채희주: 집에 가면 병수발 뒷수발 다 누가 해야 되는데. 그건 피해가 아니고 뭐야. 그냥 제발 여기 좀 있어. 나 병원비 감당하는 것도 힘들어.
채희주 휙 나가버린다.
채필수: 못된 년.
씬 44. 카페 섬.
채희주 속상한지 연신 술을 마시고 있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영해.
채희주: 언니! 나 왜 이러지? 안 그래야지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아빠 그러실 때면 화가나! 밉기도 하구. 나 나쁜 년 인가봐.
영해: 그만 하그레이. 니가 용한 기데이! 아빠 수발들랴 살림할랴! 누구나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기다.
채희주: 언니 술 없어.
영해: 우리 어디 조용한데 가서 한잔 더 하제이.
씬 45. 상가가 있는 거리
희주, 영해 걷고 있다.
희주 서며
희주: 언니.
영해: 와?
희주: 그 사람하고 왜 헤어졌어?
영해: 쓸데없는 거 묻지 말 그레이.
희주: 유부남이라서?
영해: …….
희주: 유부남이면 어때? 사랑하면 그만이지 안 그래?
영해: 남의 밥그릇에 숟가락 꽂기 싫다.
채희주: 언니, 아직도 그 사람 기다리는 거지?
영해: ……. 니, 이 세상에서 제일 엿 같은 약속이 뭔지 아나?
채희주: (영해를 보면)
영해: 바로 기다린다는 약속이제. 근데 그보다 더 엿 같은 건 뭔지 아나? 스스로 그 약속을 깨지 못하는 기다.
채희주: 내사 마, 그런 엿 같은 약속이라도 했으면 쓰겠데이.
영해: 니 외롭나?
채희주: 내가? 아니. 그렇게 보여?
영해: 안되겠다.
채희주: 왜 그래?
영해: 더 추해지기 전에 이세연이 한테 시집 가버리거레이.
채희주: 이 선배하고? 말도 안 돼 ……. 그 사람 늘 똑같애 더 접근하는 것도 없고 뒤로 빠지는 것도 없고 ……. 깡패새끼가 오히려 낳겠다.
영해: 깡패새끼? 너 그 건달 퇴원하니깐 섭섭한 모양이구나?
채희주: 그냥 해본 소리야.
영해: 정신 차리그레이. 내일이 없는 인간한테 빠지면 너만 아퍼 …….!
채희주: (벨소리) 빠지긴 누가 빠진다고 …….(핸드폰을 받으며) 예 채희줍니다 ……. (버럭 화를 내며) 나 당직도 아니잖아. (짜증난 희주) 다른 놈 없어? 알았어. 알았다니까? 몇 시간만 살려봐 (다시 화를 내며) 야 술이 떡이 됐는데 나더러 그럼 어떡하라는 얘기야? (전화 끊는 희주)
채희주: 잰장 의사만 되면 뭐든지 되는 줄 알았는데 ……. 언니 나갈게.
영해: 잠깐만이라도 눈 붙이고 가그레이.
채희주: 아냐! 됐어 병원 가서 잠깐 쉬는 게 나아.
희주 택시를 타고 간다.
씬 46. 엄기탁의 집. 응접실.
집이 널찍하다. 이층 양옥집.
공상두와 엄기탁, 식탁에 앉아있다.
엄기탁 부인이 홍어찜과 소주를 내온다.
부인: (엄기탁에게) 사장님 오신다고 미리 연락 좀 해주지 그랬어요?
엄기탁: 공항에서 갑자기 이쪽으로 오신 다기에.
공상두: 홍어 찜인가요?
부인: 예, 한잔 받으시죠.
공상두: 예.
부인: (술을 따른다. 엄기탁 잔에도 따른다.)
엄기탁: 이층 방 좀 치워놔.
공상두: (부인에게) 고생 많죠?
부인: 무슨 말씀이세요? 고생이야 사장님이 많으시죠.
공상두: 애들은 다 자나 봐요?
엄기탁: (부인에게) 빨리 깨워.
공상두: 아아 됐어요. 내일 아침식사를 같이 하죠.
부인: 너무 이르지 않겠어요?
엄기탁: 애들 지각시켜.
공상두: 아닙니다. 그때 저도 깨워 주세요.
씬 47. 황혼녘 병원 입구 (E)
입구에서 채희주가 나온다. 퇴근길이다.
그 앞으로 엄기탁의 차가 가서 멈춘다.
엄기탁, 내린다.
엄기탁: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그 동안 안녕하습니까?
채희주: (반가워서) 아! 어? 일이세요?
엄기탁: 사장님이 좀 뵙잡니다. 같이 가시죠.
채희주: (반가운 기색이 사라지며) 본인더러 직접 와서 말하라고 전하세요.
차갑게 돌아서는 희주, 엄기탁 희주 앞을 팔로 가로막는다.
엄기탁: 제가 보기엔 채선생님은 상당히 자신감 있는 여자로 보이는데 ……. 아닌가 보죠?
채희주: …….
엄기탁: 같이 가시죠.
희주 차를 타려다 잠시 상념에 빠진다. 이윽고 차에 올라탄다.
씬 48. 고급스런 스카이라운지 복도.
고급스러운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채희주와 엄기탁이 나오는데 기여진이 기다리고 있다가 활짝 웃으며 그들을 맞는다.
김여진, 앞장서서 채희주를 안내한다.
김여진: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채희주: (엄기탁에게 작은 소리로) 누구에요?
엄기탁: 저희 회사 홍보 실장입니다.
채희주: 홍보실장? 깡패도 홍보할게 있어요?
엄기탁: 허허 참 왜 그러십니까? 건설업도 하고 유통업도 합니다.
채희주: 유통업이요? 뭘 파시는데요? 도끼 파세요?
엄기탁: 허허허 …….
씬 49. 스카이라운지.
자리에 앉은 희주, 레스토랑 분이기에 약간은 압도된 듯하다.
지배인, 웨이터를 대동하고 공상두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온다.
지배인: 공사장님. 이렇게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음껏 드시고 두 분 모두 즐거운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지배인 홀에 있는 악사들을 향해 손가락을 퉁기면 악사들 클래식 연주를 멈추고 분위기 있는 재즈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지배인 엄기탁 쪽에 가서 무언가지시를 받는다.
지배인 문 쪽으로 가서 open 이라고 씌어있는 문패를 close 라고 바꿔건다.
공상두: (주머니에서 담뱃갑만한 포장된 선물을 채희주에게 건넨다) 저어 ……. 제 작은 성의입니다.
채희주: 고맙습니다.
선물 포장지를 뜯는다.
예쁜 목걸이다.
공상두: 맘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는 희주, 목에 걸어 보려 하다 상두 눈치를 보다 멈춘다. 그 밑에 또 하나의 선물이 있다. 뜯어보는 희주, 운전 면허증이다.
채희주: 이걸 어떻게 만드셨어요?
공상두: (만족스러운 듯 ) 엄실장이 워낙 재주가 좋아서 …….
채희주 엄기탁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엄기탁 가볍게 미소 지으며 목례를 한다 희주 같이 미소를 지어보이며 면허증을 뚝 부러뜨린다.
채희주: 이런 걸로 환심을 사려고 그랬어요? 불량한 방법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이런 게 익숙지 않아서 …….
공상두: …….
공상두 어쩔 줄 몰라 하는데 …….
지배인이 웨이터를 대동하고 요리를 가지고 와 상두와 희주의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채희주 일어나서 확 나가 버린다.
어리둥절해 하는 지배인 …….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한 공상두의 표정
씬 50. 대폿집.
면허증을 주자고 했던 기탁 창피한지 애꿎은 담배만 죽이고 있고 상두와 기량 고민에 빠져 있다. 기량, 그러다가 번쩍 생각이 들었는지 …….
오기량: 저한테 맡기십시오.
공상두: ?
오기량: 왜 영숙이 안 있습니까. 그년이 저한테 얼마나 튕겼습니까? 소나타 한방에 꺼뻑가버리더구요. 나중에 안 떨어지려고 해서 얼마나 혼났다고요.
씬 51. 채희주 집 앞 골목.
채희주가 차 열쇠를 손가락으로 돌리면서 새 승용차를 훑어보고 있다.
채희주, 뒤로 가서 차를 살핀다. BMW다.
오기량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차 앞쪽에 서서 휘파람을 불며 하늘을 본다.
채희주: 멋진데요? 이 차 비싸겠죠?
오기량: 하하하 뭘.
채희주: 그 양반 돈이 많으신 모양이죠? 쓸 때가 없어서 고민이시고.
오기량: 사장님께서 ……. 사과하는 뜻으로 …….
채희주 웃으며, 열쇠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깨지는 열쇠고리.
씬 52. 대폿집.
으스러진 열쇠장식을 놓고 고민에 빠지는 공상두, 엄기탁, 오기량
뭔가 좋은 생각이 낳다는 듯 자신 있는 표정의 엄기탁
엄기탁: 맞습니다. 반대로 가면 됩니다. 제게 맡기십시오.
씬 53. 채희주 집 앞 골목.
엄기탁이 마티스 옆에 서 있다. 채희주, 마티스 주위를 맴돈다.
역시 손가락으로 열쇠를 돌리면서. 결과가 초조한 엄기탁.
채희주, 엄기탁의 손을 다정하게 잡는다.
열쇠를 엄기탁 손에 쥐어 주고는 오므리려 주기까지 한다.
채희주: 사장님이나 실컷 타시라고 그러세요! (돌아서서 가다 다시 엄기탁을 보고) 가서 전하세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게 뭔지 아세요?
엄기탁: …….
채희주: 마음 이예요 ……. (찬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희주)
엄기탁: …….
씬 54. 공상두 사무실.
공상두: (엄기탁에게) 마음이라고?
엄기탁: 예.
오기량: 우와 어렵네?
공상두: (오기량의 그 말이 너무 반갑다) 그렇지? 어렵지 응?
오기량: 어렵고 말구요. 중요한 건 마음이라니 ……. 그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골똘해 있는 그들.
씬 55. 병원, 희주 사무실.
채희주, 아무도 없는 방에 책상에 엎어져 잠들어 있다.
옆에는 영문 원서가 펼쳐진 채로다.
그런 희주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서있는 공상두.
나한텐 안 어울리는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서는데 채희주가 부스스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몸을 뒤로 젖히다가 공상두를 본다.
채희주: (젖힌 상태에서 거꾸로 보며) 상두씨 ……. 아녜요?
공상두: (돌아본다)
채희주: 병원에 볼일이 있었어요?
공상두: 아뇨.
채희주: 그럼 나 만나러 왔어요?
공상두: ……. 예.
채희주: (그제서야 일어서며) 근데 왜 그냥 가세요?
씬 56. 병원 후문 쪽에 있는 뜰.
한적한 곳이다.
공상두, 머뭇거린다.
공상두,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예쁘게 포장된 선물박스이다.
채희주, 뭔가 하고 쳐다본다.
채희주: 뭔예요?
공상두: 이거 희주 씨한테 드릴려고 가져왔는데 …….
채희주: 이번엔 오토바이 면허증인가요?
공상두: 아 아닙니다. (꺼내본다. 조종기다) 이거 이렇게 하는 겁니다.
스위치를 켠다.
멀리서 달려오는 미니카
희주와 상두 주위를 뱅뱅 도는 미니카
순간 트렁크가 열리면서 마음 심(心)자가 적힌 깃발이 올라온다.
웃음을 터트리는 희주,
희주 웃는걸 보는 상두.
그 사이 조정을 잘못해서 길가로 나가는 미니카.
내려가는 미니카 맞은편에 휠체어가 달려오고 있다.
승용차를 본 상두 미니카 조정기를 조급하게 조정하고 있다.
미니카가 말을 듣지 않는다.
미니카를 따라가는 공상두.
부딪히며 부서지는 미니카.
채희주 걱정스럽게 공상두쪽으로 간다.
채희주: 괜찮아요?
공상두 미니카를 손에 들고 일어선다.
미니카의 부러진 깃발을 보고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 공상두다 글러버린 듯 하다. 맥이 빠진 공상두.
공상두: 깃발이 부러졌네요. ……. 희주 씨에겐 수면으로 튀어 오르며 숨을 내쉬는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