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사회복지와 사회복지사
150523미래의 사회복지.hwp
이용교(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사회복지는 어느 사회에서나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사란 직업이 생긴 것은 길게 잡아 100여년이 될 것이다.
초기에는 ‘사회사업종사자’, ‘사회복지사업종사자’, ‘사회사업가’ 혹은 ‘사회사업계 인사’로 불렸다. 조선시대와 일제 식민지하에서도 사회사업시설이 운영되었지만, 대학교에서 사회사업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1947년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사회사업학과이었다. 사회사업가 혹은 사회복지사가 전문가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이후의 일이었다.
사회사업가 혹은 사회복지사는 해방과 6.25직후에는 고아원(아동양육시설)에서 일하거나 주로 빈곤아동과 그 가족을 돕는 해외원조기관에서 일했다. 월드비전은 한국의 전쟁고아와 고아를 돕기 위해 밥 피얼스 목사와 한경직 목사 등이 함께 만든 단체이고, 어린이재단은 크리스찬아동기금(CCF)의 후신이며, 한국봉사회는 캐나다유니테리안봉사회의 재산에 근거하여 만들어졌다.
초기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사회복지사업종사자’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아원, 양로원, 재활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이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홀트아동복지회 등 주로 해외입양을 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회사업가의 주된 업무는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이었다.
캐나다유니테리안봉사회가 중심이 되어 가족과 사는 빈곤아동의 결연사업, 지역개발사업을 새롭게 시작하였다. 이들은 서울 마포, 영등포, 전남 목포, 경기도 이천 등에 사회복지관을 건립하였다. 이것이 사회복지관의 초기모습이었다.
1987년은 사회복지사란 직업에 획기적인 전기가 되었다. 별정직 7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사회복지전문요원(사회복지사)은 처음에는 생활보호대상자(오늘날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많은 대도시 동사무소에 배치되었고, 점차 전국 읍/면/동사무소와 시/군/구청에 배치되었다. 복지공무원이 보편화되면서 임용 기준도 7급 별정직에서 8급 별정직, 9급 별정직으로 하향되었고, 사회복지계의 노력으로 일반직 사회복지직으로 바뀌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 목동신시가지를 개발하였고, 이때 세입자 등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영구임대아파트를 건립하였다. 정부는 영구임대아파트를 건립하면서 관리동을 크게 지어서 1층에는 관리사무소, 2층(과 3층)에는 사회복지관을 배치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 곳곳에 종합사회복지관이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장애인종합복지관, 노인종합복지관, 여성회관, 청소년수련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도에 한곳씩 만들어졌지만, 점차 시/군/구에 한 개소씩 만들어졌다. 사회복지시설/기관/단체가 늘어나면서 사회복지사의 일자리도 크게 늘어났다.
사회복지사의 폭발적인 증가는 이 자격증의 수요 요건이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사람’에서 ‘사회복지학 과목을 이수한 사람’으로 바뀌고, 대학뿐만 아니라 원격대학교, 학점은행제, 평생교육기관 등에서 이수한 경우까지로 확대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2004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공동생활가정, 지역아동센터 등이 사회복지시설로 되었고,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서 노인복지시설(노인장기요양보험지정기관)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곳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도 늘어났다.
또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이 보편화되면서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도 급증하였다. 전체 직원 중에서 사회복지사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사회복지사가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이다.
사회복지계에도 신자유주의 돌풍이 불어서 계약직, 프로젝트 일자리, 시간제 일자리 등 질 낮은 일자리도 늘어났다. 이제 복지공무원, 사회복지관, 아동양육시설 등 전통적인 사회복지시설에서 일자리를 찾기는 어렵고, 새롭게 일자리를 찾는 사회복지사는 계약직 등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럼, 미래 사회복지는 어떻게 전개되고, 향후 사회복지사는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사회적 약자를 포함하여 온 국민의 복지를 추구하는 사회복지사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사회복지사의 일터는 점차 달라질 것이다. 필자가 예측하기에는 다음 몇 가지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첫째, 사회복지의 국제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을 받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에 소속된 100개가 넘는 기관이 ‘국제사회복지사’를 널리 채용할 것이다. 최소한 전국의 사회복지관에서 뽑는 사회복지사보다는 훨씬 많은 사회복지사를 필요로 한다. 국제 사회복지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대학시절에 해외봉사활동을 하고, 코피온의 해외장기봉사, 코이카의 해외자원봉사 등에 참여하여 경험을 쌓기 바란다.
둘째, 사회복지의 지역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한국의 사회복지사에서 광주의 사회복지사, 양림동의 사회복지사와 같이 특정 지역 전문가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마을만들기는 복지공동체의 구축이 그 핵심이다. 마을을 기반으로 복지상담, 복지교육, 네트워크 형성, 주민소통, 지역개발의 기능이 강조될 것이다. 특정 지역에 바탕을 두고 사회적 약자를 포함하여 전체 주민, 유지들과 소통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셋째, 복지의 주된 대상이 아동, 빈민에서 노인, 장애인, 노동자 그리고 전체 시민으로 그 강조점이 바뀔 것이다. 아동의 수와 비중은 줄고 노인과 장애인의 수와 비중은 크게 확장될 것이다. 아동은 시간이 되면 성인이 되지만, 노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자로 바뀌기에 복지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장애인은 그 유형과 수준에 따라 매우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모든 분야에서 전문화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사회복지사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현장’(필드)을 가져야 한다.
넷째, 복지의 전달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온라인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다. 디지털 복지시대를 열어가는 사람만이 지속 가능한 사회복지사가 될 것이다. 아나로그/오프라인 복지는 여전히 남겠지만, 디지털 복지시대를 열고, 온/오프라인을 조화시킬 수 있는 사회복지사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모바일 서비스를 개발하고 확충해야 한다.
다섯째, 사회복지사의 소통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사회복지의 국제화, 지역화, 보편화, 디지털화 등을 하기 위해서는 영어 등 언어소통능력, 문화적 감수성이 필요하고, 강철같은 체력이 요구된다. 소통은 발품을 팔아야 이루어지고, 인성과 감성을 갖추어서 ‘인권에 기반한 사회복지를 실천’할 때 유지될 수 있다. 사회복지사는 찾아오는 고객을 위한 복지서비스에 만족해서는 안되고, 찾아가는 서비스, 시민의 욕구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척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다수의 사회복지사는 점차 케어와 치료에 집중할 것이다. 과거 사회복지사는 가난한 시민을 돕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 사회복지사는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시민(예, 거동이 불평한 노인과 장애인 등)을 돕는 일에 주력하고, 이러한 일을 조직화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역점을 둘 것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는 보육교사, 청소년상담사, 요양보호사, 활동보조인 등 인접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업집단과 협력하고 이들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일곱째,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전문화되면서도 거의 무한대로 확장되기에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학뿐만 아니라 인접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이 강조될 것이다. 사회복지사가 디지털 복지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영상이나 디지털 기계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국제 복지를 하기 위해서는 외국어와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 다른 분야의 학문을 받아들이고, 다른 분야와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여덟째, 사회복지사가 소득을 획득하는 직업을 가지면서도 ‘자비량’으로 사회복지를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즉 전업 사회복지사가 늘어나겠지만, 생계를 위한 일을 하면서(예, 카페, 체육관, 자영업 등) 사회복지 관련 상담, 교육, 모금과 후원자 개발, 옹호활동, 네트워크, 지역개발 등을 수행하는 자비량 사회복지사가 늘어날 것이다.
아홉째, 사회복지시설과 사회복지단체 그리고 사회복지법인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조직관리, 인사관리, 재무관리 등에 대한 전문성이 더욱 요구될 것이다. 사회복지법인에서 외부추천이사의 비중이 커지고, 법인을 창설한 자에서 후계 세대로 이어지면서 법인과 시설의 지속 가능성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서 사회복지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변화를 읽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능력, 행복한 세상을 열어가는 사회복지사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사회복지사의 분야가 사회복지사업법에 규정된 사회복지시설/기관/단체에 한정되지 않고, 복지공무원, 정신보건사회복지사, 학교사회복지사(교육복지사), 의료사회복지사, 군사회복지사, 교정사회복지사, 엔지오활동가 등으로 다변화 되기에 자신이 꿈꾸는 영역을 결정하고 이에 맞추어서 준비해야 한다.
예컨대, 학교사회복지사(교육복지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확대된다. 학교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교사회복지’를 수강하고,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하는 학교에서 현장실습을 하며, 학교사회복지사를 취득하는 것이 좋다. 정신보건사회복지사가 되려면 정신보건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정신보건사회복지를 하는 기관(병원 등)에서 실습을 하며, 사회복지사 1급을 취득한 후에 수련기관에서 1년간 수련을 받아야 한다.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대학생은 수강과목의 이수부터 자원봉사, 현장실습, 인턴, 아르바이트, 취업 등을 선택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경력관리를 해야 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꿈을 꾸고 도전하면 시간이 해결해 준다. 좋은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바람/햇빛/거름의 조화가 필요하듯이, 행복한 세상을 열어가는 사회복지사는 스스로 노력하고 시대의 운을 타야 한다. 미래를 읽고 빨리 실천하며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만 꿈을 이룰 수 있다.
“시민과 함께 꿈꾸는 복지공동체”- 한국복지교육원은 귀하가 행복한 세상을 열어가는 사회복지사가 될 때까지 지원하겠다. 사회복지사에게 필요한 복지정보, 복지교육, 일자리정보 등을 나누고, 복지공동체를 꿈꾸며 함께 이루어가자. [2015년 5월 23일 초안 작성, 이용교]
시민과 함께 꿈꾸는 복지공동체 http://cafe.daum.net/ewelf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