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박성현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시니어과협, KASSE)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로부터 2024년 위탁 연구 사업으로 “저출산· 고령사회에서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정책 연구 과제를 위탁받아 수행하였다. 사업 책임자는 박성현 회장이고, 사업 참여자는 이충희 명예회장, 강신성, 이태림, 이영백 부회장과 조석팔 감사, 박진우, 장재열 회원이다. 본 연구는 우선 저출산·고령사회의 현황을 상세히 조사하고, 이런 사회에서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연구한 것이다. 그 주요 연구 내용을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저출산⋅고령사회와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수
한국은 인구 지진을 맞이하고 있다. 2020년부터 출생자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를 거치면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970년에 4.53명이었으나 그 후 계속 떨어져 1984년에는 1.74명, 2018년에는 0.98명, 그리고 2023년에는 0.72명을 기록해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생산가능 인구(15∼64세 인구)도 계속 급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7만 명 정도의 시니어 과학기술인들(60세 이상이고 10년 이상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한 인재)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시니어 과학기술인은 국가의 엄청난 자산이다. 시니어 과학기술인 중에서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를 고경력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3.4만 명 정도의 고경력 시니어 과학기술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저출산·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분야의 생산가능인구 급감은 국가의 지속 가능 발전에 큰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시니어 과학기술인들이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서 할 일이 많다.
2.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에 관한 국제 표준으로는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작성한 ISO 26000이 있다. 이 표준에는 7개의 주제(조직 거버넌스,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한 운영 관행, 소비자 쟁점,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가 있고, 시니어과협으로 볼 때에는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이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다. 즉 시니어과협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은 우리의 모든 지역사회에서 과학 문화 확산, 과학기술 관련 사회적 문제 해결에 참여, 지식과 기술의 공유를 통한 사회적 기여,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과학기술 나눔 활동 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이런 감소를 우리 시니어 과학기술인들이 메꾸어 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3.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주요 역할
시니어 과학기술인이 사회적 책임은 다하는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양하나 대표적으로 다음 것들을 들 수 있다.
(1) 과학기술의 대중화/교육과 과학문화 확산
시니어 과학기술인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교육하며, 우리 사회의 과학기술 대중화, 과학 문화 확산, 과학 교육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 중요해지고 있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문제, 기후변화 문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서 회원님들이 쌓아온 지적 자산을 일반 대중과 공유해야 한다.
(2) 후진 양성 및 멘터링
시니어 과학기술인은 젊은 과학기술 인력을 교육하고 멘토링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학문적 지식과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에 필요한 과학기술 지식을 전수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과학기술 활용을 위하여 필요하다.
(3) 정책 자문 및 사회적 리더십
시니어 과학기술인은 중앙정부나 지자체 등에 과학기술 정책 설계와 자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들의 경험은 장기적인 정책 방향 설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기의 사회에서 과학기술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들의 통찰력은 중요하다.
(4) 새로운 연구 및 혁신 주도
시니어 과학기술인은 은퇴 후에도 연구와 혁신 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들의 아이디어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와 관련된 의료 기술 혁신, 에너지 문제 해결, 환경 보호 등에서 이들의 기여는 중요하다.
(5) 경험 기반의 문제 해결
시니어 과학기술인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를 더욱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4. 법적⋅제도적으로 시니어 과학기술인 활용 촉진
고령사회의 도래, 은퇴 과학 기술자의 급증,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등으로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활용을 활성화하는 제도적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과학기술기본법 제31조(과학기술인의 우대 등) 1항에는 “정부는 과학기술인이 존중⋅우대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안정적인 과학기술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등 과학기술인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니어 과학기술인도 과학기술인의 중요한 구성원이며, 시니어 과학기술인도 과학기술 활동을 하도록 여건을 조성하여야 한다.
현재 ‘과학기술 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 이는 유공자에 한정된 법률로, 일반 시니어 과학기술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니어 과학기술인을 활용할 새로운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대전 등 일부 지자체에서 고경력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활용과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상위법 제정이 요구된다. 가칭 ’시니어 과학기술인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촉구한다.
5. 시니어 과학기술인 플랫폼 구축
과학기술기본법 제31조 4항에 의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과학기술인을 우대하고 고용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일정한 자격 기준을 충족하는 과학기술인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자율적으로 등록하게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시니어 과학기술인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등록을 받을 필요가 있다. 즉,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기 위하여 ’시니어 과학기술인 플랫폼‘을 만들어 활용하여야 한다. 현재 7만 여명의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약간의 예산 지원만 되면 시니어과협이 충분히 할 수 있다.
2018년부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 과학기술인 지원센터에서 고경력 과학기술인 지원 프로그램으로 ReSEAT 프로그램이 있으나, 이 프로그램은 중소기업 기술지원을 위한 사업만으로 사용되었고, 여기에 시니어 과학기술인 2,100명 정도가 등록되어 있으나, 이 사업이 예산 삭감으로 사실상 종료되었고, 등록 인원수도 전체 시니어 과학기술인 약 7만 명의 3% 수준에 그치고,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여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이 정비할 필요가 있다.
6. 제25회 KASSE-국회 공동 포럼 개최
지난 11월 1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시니어과협 (KASSE)과 더불어민주당의 황정아 의원이 공동으로 ”저출산⋅고령사회에서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주제로 제25회 KASSE-국회 공동 포럼을 개최하였다. 개회사(박성현 회장), 환영사(황정아 의원)가 있은 후에 축사 두 건(김명자 고문과 최민희 과방위 위원장)이 있었고, 서면 축사 3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김현 과방위 민주당 간사, 최형두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이 있었다. 그 후 두 건의 주제 발표(이태림 부회장의 본 포럼 주제와 김호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의 ’미래 사회의 환경, 보건 문제와 시니어 과학기술인‘)가 있었다. 이어서 두 주제 발표에 대하여 5명의 토론자(장재열, 채연석, 전철우, 최준호, 김도형)가 이충희 좌장의 사회로 열띤 토론이 있었다. 본 과총 과제의 모든 내용을 조감하고 토론하는 생산적이고 유익한 포럼이었다. 본 포럼을 마치면서 시니어과협의 활동 범위가 확대되어 가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음을 느끼게 되었다. 이 포럼에는 60여 명이 참석하였으며, 참석한 시니어과협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필자 소개: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통계학 박사(1975)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1977∼2010)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2013∼2016)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 회장 (2022∼ 현재)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2017∼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