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순례'를 낙안 금산마을의 함께 어울려 놀면서 크는 집인 '바람별♥작은별' 댁으로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학기 초에 천지인 가족은 새내기 순례를 갑니다. 부모님의 품을 떠나 새로운 집, 새로운 동무들과 가족으로 살아가기 위해 첫 상견례의 의미로 시작하여 가족 구성원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어 왔지요.
작년부터는 천지인 모두가 10일 동안 함께 일하고, 먹고 자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한해 살이를 동무들과 함께 조율하는 시간으로 맞이하고 있습니다.
9학년 동무들이 에세이 발표할 때면 7학년때의 설움을 자주 이야기하곤 하였습니다.
밥선생님, 작은집 생활, 교실 생활 등 초등시기와 차원이 다른 삶을 선배들 눈치보며 배웠다는 이야기가 눈물겨웠지요.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춘기 시기 동무들은 세상만사 고민을 다 짊고지고 사는데, 이런 짐이라도 덜어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그 첫 출발이 되었지요. 그래서 작년 부터는 천지인 모두가 새내기 순례에 동참하여 살림도 배우고,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하고 조율하는 시간을 충분하게 가졌습니다. 다행히 작년 7학년 동무가 새내기 순례 때문에 천지인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어서 이번에도 힘을 합쳐 10일동안 동거동락하며 잘 지내다 오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아침 7시 30분부터 아침 밥모심을 준비하였어요.
밥선생님 모둠이 2개인데, 한모둠당 3일씩 먼저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밥모심은 요리를 하는 것이 중심이 아니라, 밥상을 차리기 위한 첫 준비부터 밥모심후 마무리 정리까지가 밥모심 선생님의 역할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밥상을 펴고, 상을 깨끗이 닦고, 반찬을 덜고(반찬을 놓을 때는 먹음직스럽게), 다된 밥은 잘 섞어주고, 밥상을 정갈하게 차리고... 밥모심은 꼭꼭 씹어서 맛있게 먹고, 각자의 그릇을 설거지하고, 마른 행주로 닦아서 제자리에 두고 나머지 반찬 그릇, 밥솥과 국솥등을 밥선생님은 설거지하여 마른 행주로 닦아서 제자리에 놓기, 밥상을 잘 닦고, 개고, 제자리에 두고, 밥먹은 자리를 쓸고... 행주로 가스렌지와 싱크대의 물기를 닦아내면 모든 행주들은 세제로 깨끗이 씻어서 햇볕 잘드는 빨래대에 널고, 싱크대 잔반통은 잔반 비우는 곳에 비우고 바깥 수돗가에서 깨끗이 씻어서 제자리에 넣고 다음 밥모심을 위해 쌀을 씻어 담가놓기까지...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던 밥모심의 과정들을 아주 꼼꼼하게 배워보려 하였습니다.
농사일도 하였습니다.
넓디 넓은 밭에 나가서 새로운 씨앗 파종을 위한 풀매기를 하였습니다. 한 두둑이 100m나 되는 밭들이었지요.
우리 동무들이 일을 참 잘한다는 칭찬도 들었습니다. 여럿이 함께 하는 일이라서 크게 힘든줄 모르고 하였습니다.
시금치, 당근 포장일도 하였어요.
어쩌면 밭일 보다 포장하는 일이 더 힘든 느낌도 받았어요. 로컬 푸드, 학교 급식등으로 나가는 작물들이라서 세심하게 다듬고 포장하려 애쓴 시간이었지요. 한 동무가 마트에서 채소가 조금 시들었다고 사지 않은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그런 채소들을 등한시 하지않겠다는 이야기도 하더라구요. 저는 농부님들의 삶이 눈물겹게 느껴졌습니다. 농사를 짓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내 손에 쥐어진 작물 하나가 가늠할 수 없는 이들의 수고로움과 사랑이라는 사실에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었습니다.
창고, 하우스 정리도 하였습니다. 밥모심 준비와 비슷한 경험이었지요.
농작물이 밭에서 밥상까지 오는데는 창고, 하우스 같은 곳들이 정리되어져야 저장도, 포장도 가능하더라구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우리 동무들과 잘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면 저녁 밥모심을 하고 숙소에서 묵학을 하였습니다.
묵학 시간에는 못다한 방학 숙제를 하기도 하고, 26년도 한해 아침시를 외우고, 필사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순례기간 중 하루만 빼고 묵학 시간을 가졌어요. 빠진 하루는 '왕과 사는 남자' 영화를 다같이 보고, 묵학 시간에 바람별의 역사 강의를 듣는 시간으로 채웠습니다. 영화 보느라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을 반짝이며 바람별의 조선 이야기, 태조 이성계부터 시작하여 단종까지의 가족사를 듣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이 강의에서도 성공하고 이름 난 왕들은 (상대적으로)그렇지 못한 왕들의 존재와 수고로움속에 피어난 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듯 느껴졌지요. 모두가 의지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이렇게 또 배웁니다. 두더지께서 영화 보여주셔서 고마웠고(서준이도ㅎㅎ), 바람별이 그 마지막을 의미있게 장식해 주신 좋은 선물이었습니다.
틈틈히 노래연습도 하였습니다. 함께 노래하는 즐거움!은 신난다의 로망이었지요.
다행히 동무들도 즐겁고 재미나게 노래해줘서 고마웠지요. 더욱 신나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은 기타 잘치는 오빠 남현 언니가 노래의 흥과 멋을 한껏 북돋아 주어서 가능했어요. 노래하며 춤추는 즐거움을 또 누려보고 싶어서 곧 도전해보려구요. 노래는 언젠가 몇일간 배움터에서 지냈던 까르 언니의 '상관없어요'
이 노래 가사 또한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한 무엇을 일깨워주는 느낌적 느낌?!
상관없어요
까르
나를 댄서라고 부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나를 음악가라 부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나는 춤을 추며 살아요. 노래하며 살아요. 그냥 그게 중요한 것이니까요.
나를 거리 요리사라 부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나를 몽상가라 부르든 아니든 나는 상관없어요.
나는 커리를 끓이며 꿈을 꿔요. 인도에도 갈 거예요.
왜 하는지를 궁금해주세요. 이름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이름은 아무것도 아니죠 당신이 즐거운 게 중요해요
이름은 아무것도 아니죠 진심과 애정이 중요해요
이름은 아무것도 아니죠 당신이 행복할 수 있다면
이름은 아무것도 아니죠 삶으로 표현되는 걸요
나는 빨강이고 노랑이고 주황이고 초록이죠 하양이자 검정이죠
나는 학생이고 탐험가고 덕후이고 게임가죠 도깨비고 꿈나무죠
나는 사람이고 사랑이고 친구이고 친구였죠 여자이자 남자이죠
나는 용기이고 희망이고 쌍놈이고 웬수이죠 아무거나 될 수 있죠
중략
행복도 감동도 진심도 기쁨도 이름에선 오지 않아
눈물도 마음도 이해도 존중도 이름에서 오지 않았고
내공도 내용도 신념도 이름에선 알 수 없지
라랄라라랄라 라랄라라랄라 라랄라라라
.
이름에 주눅들지 말자 이름에 속지말자 이름에 주눅들지 말자 이름에 속지말자
주눅들지 말자 속지 말자 이름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이렇게 하루가 마무리되면 각자의 속옷과 양말을 빨았어요.
남자 동무들은 남현언니가 빨래하는 것, 방정리 하는 것을 봐주고, 여자 동무들은 신난다가 흘깃 보기만 했는데도 야무지게 잘 하였지요.
그리고 씻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
밤마다 남현언니를 사회자로 삼아 마피아 하는 재미에 깔깔, 낄낄.
처음 몇일간은 7학년들 사이에서 '집에 가고 싶다' 하는 말이 종종 들렸는데, 마무리 할 즈음에는 '시간이 이렇게 빠른 줄 몰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아마도 잘 지냈다는 또 다른 표현이겠지요.
사랑어린 사람, 바람별♥작은별 덕분에 귀한 10일의 여정을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천지인 새내기 순례 결산
십시일반 들임 : 960,000원
냄 : 꽃마차 마을 체험관 숙소비 - 60만원 / 남현언니 거마비 - 30만원 / 간식 - 6만원
※ 순천시 급식 지원금으로 식비를 해결하였습니다.
이든 아빠 미쿡 가신다고 고기 사오셔서 나눠먹었고, 배움지기들 족발 사주셔서 또 맛있게,
할머니할아버지 반찬과 달걀 주셔서 감사하게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빛오름식에서 예사롭지않게 만났는데..순례기를 보니..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천지인,신난다, 남현언니, 작은별, 바람별..그리고~~사랑어린님들의 멋진 하모니\(^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