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철학 수업을 신청했었다. 월요일 저녁반을 신청했는데, 그 시간대를 신청한 사람은 나뿐이라고 했다. 다른 시간에 열리는 생태철학 수업은 시간이 맞지 않아 들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권해주신 것이 바로 청년 대안 활동가 수업이었다.
내가 생태철학 수업을 신청한 이유는 채상병 선생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서 하시는 말씀 하나하나에 공감이 많이 갔다. 그렇다. 나는 과목의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분이 함께하는 수업이라면 뭐든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청년 대안 활동가 수업이 어떠한 과정인지도 모르는 채로 참여하게 되었다.
우연처럼 듣게 된 청년 대안 활동가 수업은,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로웠다. ‘내가 대안적 삶에 대해,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거구나’ 하는 걸 수업을 들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배움이 쌓이다보니 어느새 우연은 필연처럼 느껴졌다.
대안적인 생각들을 자신의 삶으로 살아내는 용감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내 삶을 돌아보았다. 적극적인 삶에 대해, 제대로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그들만큼 깊고 다양하게 파고 들어가 삶을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이런 생각들을 누군가와 나눈 적도 없었다는 것도.
수업에서 보고 느끼고 들은 것들은 저기 아래쪽에 처박아 두었던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위로 끄집어 올렸다. 생기있는 삶이란 자고로, 흐릿하게 희망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것인지 철저하게 고민하고 행동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청년 대안 활동가 과정에서 만난 분들에게서 생기 있는 삶의 자세를 배웠다. 그들이 바로 온배움터였다. (살리에서 만난 분들, 덕계마을에서 만난 분들, 실상사에서 만난 분들, 함양 온배움터에서 만난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종강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확실한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는 뚜렷해졌다. 외톨박이 같은 구석이 있는 내게 일어난, 작지만 큰 변화다.
일주일간의 삶 나눔을 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던 내가, 이제는 문득문득 화요일에 어떤 걸 얘기할까? 생각하면서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본다. 물론 별 것이 없는 내 얘기를 하는 것은 아직도 어렵지만, 매주 만나는 얼굴들이 반가워졌고, 그들의 일주일이 궁금해졌다.
청년 활동가 수업의 여정을 함께 했던 7기 친구들은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큰 위로와 배움이 되었다. 자신감 있게 그리고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주는 친구들의 모습은 선명하고 부드러웠다.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그들 삶을 읽어낼수록 응원하는 마음이 커져간다.
3개월, 그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화요일이 좋아졌다. 피곤함을 잊어버리는 날도 있을 만큼 같이 한 순간들이 좋았다. 청년 대안 활동가 과정을 들으며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나누었던 마음이, 함께한 시간이 마음 속에 오랫동안 머무를 듯 하다.
ps
(귤, 삠밥, 해봄, 푸리, 비둘기, 강물) 7기 친구들에게
7기 청년 대안활동가 과정의 여정이 끝이 난 지금, 무엇보다 여러분이 건네주신 따뜻한 시선과 말의 조각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서로를 충분히 알아갈 만큼 시간을 함께 보내지는 못했지만, 매주 삶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모르게 제 마음도 여러분에게 나누어졌나봅니다. 화요일마다 꼬박꼬박 만났던 여러분들에게 애정이 쌓였습니다. 화요일 저녁이 되면 여러분이 보고싶을 것 같습니다.
상뽕맨에게
편안한 어른을 또 한 사람 만났습니다. 순진무구한 상뽕맨의 모습들은, 딱딱한 어른에 대한 편견을 지워내고 그 자리에 촉촉한 웃음들을 채워넣어 주었습니다. 상뽕맨이 그간 나눠주신 진솔한 성찰들은 오돌토돌 굽이진 길을 건너갈 때 의지할 수 있는 작은 등불이 될 것 같습니다. 상뽕맨 덕분에 타인이 지운 상을 벗어나 살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상을 씌우지 않기로 다짐할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천진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만남을 연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모든 청년 대안 활동가 여정의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온배움터라는 이름처럼 배움이 풍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