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靑蘿(북청라) - 李商隱(이상은)
殘陽西入崦(잔양서입엄), 남은 해는 서쪽 엄자산(崦嵫山)으로 들어갈 때
茅屋訪孤僧(모옥방고승). 모옥으로 외로운 스님을 방문하네
落葉人何在(낙엽인하재), 낙엽은 지고 있는데 사람은 어디에 있는지
寒雲路幾層(한운로기층). 가을 구름 길가에 몇 겹이나 쌓였나
獨敲初夜磬(독고초야경), 스님 홀로 황혼 무렵 종경(鐘磬)을 치다가
閑倚一枝藤(한의일지등). 한가롭게 등나무 지팡이에 몸을 기대네
世界微塵裡(세계미진리), 대천세계(大天世界)는 티끌 속에 있는 법이니
吾寧愛與憎(오녕애여증). 내 어찌 사랑하고 또 미워하겠는가
주1> 北靑蘿(북청라) : 의미가 불분명. 시에서는 외로운 스님이 거처하던 곳으로 해석된다.
주2> 崦(엄) : 해가 저무는 곳이다. ≪廣韻(광운)≫에 “崦(엄)은 崦嵫(엄자)이다. 산 아래에
우천이 있는데 해가 그곳으로 진다.[崦崦嵫 山下有虞泉 日所入]” 하였다.
주3> 茅屋訪孤僧(모옥방고승) : 모옥(茅屋)에 살고 있는 외로운 스님을 방문한다는 뜻이다.
주4> 寒雲(한운) : 가을 구름이다.
주5> 初夜(초야) : 황혼(黃昏) 무렵이다.
주6> 一枝藤(일지등) : 여기서는 등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뜻한다.
주7> 世界微塵裏(세계미진리) : 여기서의 ‘世界’는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이다.
이는 대천세계(大千世界)가 모두 미진(微塵) 속에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