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뒤로 연결된 산책로 중의 하나이다.
긴 장마 끝 폭염에 한 가지 호기심이 발동했고
내 추측을 확인할 요량으로 찐 땀을 빼가며
오늘은 일부러 저 경로를 선택했다.
이 경로 산책시 산정상까진 가지 않고
계곡을 따라 왕복 1시간 정도로 걷곤하는데
폰을 잘 휴대해 다니지 않지만
이 길을 갈 때면 꼭 챙겨 가곤 한다.
인적이 거의 없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해
인간사냥꾼이나 빅풋이 떠오르기도 하니까.
오늘은 엘베 앞에서 만나면 덕담 나누던
옆집 아낙과 동행하게 되었는데
새 산책로 발견에 감동하고 또
(처음의 나처럼) 인적 없음에 의아해 한다.
가마솥 더위에 휴가 시절이니 오늘은 다를까?
그늘 좋은 계곡이니
분명 그 곳에도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몇 년 경험이 '아니, 없을거야'로 추측했고
확인차 나선 길인데, 등산객 한 명만 만났을 뿐
계곡에 앉아 피서하는 분은 전무 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불가사의한 일이다.
동네 주민들 다 어디서 피서하는 걸까?
잠깐 걸어서 누릴 수 있는 예쁜 계곡 놔두고
왜 굳이 사람 바글바글한 먼 곳을 찾는 걸까?
가족끼린 할 말도 별로 없고 먹기만 하는 편이니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오감이 심심치 않다,고
옆집 아낙이 얘기한다.
그리고 휴가 기분 내려면 차량이동은 필수고
이름난 곳을 가야한단다.
잠깐 한낮 피서는 뒷산 계곡이 더 좋지 않나,하니
적막한 곳은 명상 분위기라 우울해진다나...
말 된다.
내 산책 경험으로 보자면 그녀의 말처럼
한국인은 즐거움을 사람에게서 찾는 편인듯 하다.
무소음을 못견뎌 하는 편이고
오히려 소란함에 관대하거나
시끌벅적 니나노를 즐기는 문화 같다.
한국인 산책 유형을 보자면,
폰으로 트롯이나 동영상을 구동하며 걷거나
(제발 이어폰 좀 쓰셨으면...)
누군가와 끊임없이 통화 한다거나
지인과 함께 걸으며 연신 수다떨거나...
(걷기운동 말고는) 나홀로 산책은 희박하다.
덕분에 이 동네 계곡은 내 것이 되었다.
우연히 똬리 튼 동네에
이런 호젓한 오솔길과 계곡이 있는 줄이야!
게다가 저 너른 낙동강 물소리와
들녘의 바람을 맞으며 소요하고
저녁이면 숨막히는 노을쇼를 집에서도 본다.
자랑 오지다고?~ㅋ
내가 소유한 게 아니고
거기 있어 누리게 된 마음 부자일 뿐..
돌아오는 길에 옆집 아낙 왈,
엉덩이에 땀차지 않는 걸 보니
어제같은 찜통은 아니란다.
동감이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