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의 작가들 유품 전시 및 추모 강연
전북문학관(관장 김영)이 재건립을 앞두고 최근 ‘작고 문인 아카이브’라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5일 전북문학관에는 김제 출신의 작고 문인 다섯 명의 후손과 문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작고 문인 아카이브와 관련된 의견을 교류했다. 소선녀 전북문학관 상주작가는 지평선의 작가들 자료를 찾고 추적해 문학관에 전시했고, 문예관에서 추모 강연과 주요 작품을 낭독했다.
동양적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서정의 농도를 짙게 풀어 쓴 고산 최학규 시인의 장손은 “50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다시 뵙는 듯하다. 할아버지는 예술인으로는 어려웠지만 아름답게 잘 사셨다. 예술이 더욱 순수하고 아름다워졌으면 한다”고 했다.
새로운 의식을 다양하게 전개한 강석근 소설가의 장남은 아버지의 작품에 자신의 이름이 나왔을 때를 추억하며 “아버지가 꽹과리를 치며 땀을 뻘뻘 흘리던 모습이 남아 있다. 2년 후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단편집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재에의 동경과 이상세계의 추구라는 자기 주제를 확고부동하게 가지고 있는 시인으로 평가받는 천심 장영창 시인의 동생은 대표작 ‘호남평야’가 새겨진 시비의 옆면과 뒷면에 약력 등이 추가 기록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삶의 균형과 식물적 상상력이 뛰어났던 손석일 시인의 부인 송연희 시인은 “발표 지면에 구애받지 않고 글 쓰는 자체를 즐겼다. 여행 중이나 어둠 속에서도 펜을 챙겨 다니며 메모했다”면서 지우개 달린 연필, 흰 고무신, 짝이 다른 양말 등으로 작가의 소박하던 생활을 추억했다.
혹사당한 삶을 고발한 소설 ‘갯들’의 임영춘 소설가는 친구들이 놀러 오면 신발을 감춰두고 글을 썼던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알려져있다. 이를 기억하는 제자는 “요즘처럼 한일관계가 왜곡된 시기엔 선생님이 더욱 그립다”며 “전북문학관이 주체가 되어 선생님이 무엇을 전하려 했는지를 생각하며 ‘민족 문학’의 완성을 간곡히 청구한다”고 했다.
김영 관장은 “자료를 잘 보관하고 있다 전해준 작고 문인의 후손 덕분에 전북문학관이 개관 11주년을 맞아 아주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을 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