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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외4편/정성희 기억의 저편, 괜찮았던 봄날 더듬어 한 겹 추위를 덮는다. 서러움으로 복받치는 얼굴들 못내 그리워 후미진 꿈길 서성이는데 쩍쩍 갈라진 가슴속으로 한 줄기 회한이 일고 웅크린 채 모로 누운 희미한 불빛 언저리, 꿈이기를 바라며 맨살 쥐어뜯는다. 구설 (口舌)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정어정 걸어와 가슴을 짓찧는다. 꽈배기처럼 뒤틀려 넘쳐나는 울화는 혈관 따라 미끄럼을 타고 한 점 불빛도 없는 터널 속에서 타오르듯 이내 심사 쌍심지 밝히는데 지혜를 불러 모아 침묵으로 다스리면 진물 흐르던 가슴속으로 아픔 딛고 일어서는 걸쭉한 사랑 하나 어머니 헝클어진 상념을 빗어 세월 감아 쪽 찌고 한숨소리 길게 끌며 장에 가신 어머니 쌈짓돈 헐어 산 새 운동화 생선 몇 마리, 저문 햇살도 암냥하여 두름으로 엮어 와 칠 남매 머리맡에 몫 몫 지어 내려놓고 고단에 젖은 하루 다림질로 말리시네. 겨울나무 적막으로 자욱한 언덕, 빈혈 앓는 소나무 한 그루 바람이 송곳처럼 날아와 마디마디 숭숭 구멍 뚫어도 땅속 깊숙이 억눌린 나무의 기도는, 언 땅에서 끌어올린 지극한 사랑으로 희망의 등불 하나 켜 달고 무성한 그늘 한 채 눈물로 짓는 것 고루고루 품어 안아 지친 나그네 쉬어 갈 수 있도록 그림자 하나 만드는 것 그 자리, 땅속 깊숙이 억눌린 저 겨울나무의 기도는 낡은 구두 한 켤레 발이 줄진 않았을 텐데 꼭 맞았던 구두가 헐렁하다. 앞만 보고 무작정 내달려 오는 동안 녹아내려 벌어진 틈새 한 겹 덤인 양 버젓이 박힌 굳은살까지도 덮어주고 감싸 안는 늘어진 구두만큼 이완된 내 삶의 보폭에 휑한 바람이 인다. 정성희 울산 거주 제4회 자유문예대전 동시부문 수상 Daum Cafe '시인의 바다' 운영자 자유동인 사무차장 2004년 제7회 난고김삿갓문화큰잔치 초청시화전 출품 2005년 서울지하철공사 초청시화전 출품 2005년 '바다의 날' 행사 국립등대박물관 초청 시화전 출품 난고 초청 시화집 <시인의 바다>, 시화집 <청산호의 노래> 시집 '향기 나는 편지' 공저 당선소감 누군가의 가슴을 적셔줄 수 있는 시 한 편 써보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시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부족하기 그지없는 저의 졸작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 모던포엠 관계자 여러분 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시인, 항상 공부하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독자 위에 절대 군림하지 않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며 사람 되기를 강조하셨던 최영호 선생님께도 감사의 뜻을 전해 올립니다. 변함없는 사랑과 우정으로 용기를 주시던 자유 동인, 문예대학 문우님들과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다정다감한 남편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
첫댓글 정성희 선생님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