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여름 어느날, 박 대통령은 생활고를 비관한 어느 경관이 자살했다는 신문보도를 보고 H비서관, C비서관과 함께 밤늦도록 자리를 같이하며 경찰공무원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박 대통령은 “책임자 자리에 앉은 사람은 부하에게 명령만 내리지 말고 부하가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항상 살펴보고 배려를 해주어야 한다”며 “자살한 경관에게 상사가 평소 단돈 몇천원이라도 쥐어주며 격려해 주었더라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야 했겠느냐”고 아쉬워했다.
밤 11시 30분쯤까지 이같은 얘기를 하던 박 대통령은 두 비서관에게 “오늘은 내가 자네들 집에 못들어간다고 전화를 걸어줄 테니 통금위반을 해보라”고 지시하면서, 하룻밤을 보호소에서 보내면 귀에 들어오는 얘기도 많을 테니 경찰의 사기진작 방안을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 보라고 말했다.
결국 두 비서관은 이날 밤 고의적으로 통금을 위반, 파출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다음날 아침 비로소 신분을 밝히고 용서를 빈 뒤 물러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