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풍 패션이 뜨고 있다. 이번 가을ㆍ겨울 패션 트렌드의 최대 관심은 섹시한 매니시룩과 글램룩, 펑크룩 등 단순하면서도 여성적 라인을 살리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과거 40년대, 60년대, 80년대 유행 트렌드를 반영해 재탄생한 것으로써, 그 근원을 찾아보면 영국풍의 패션 스타일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영국풍의 패션 스타일이 패션 트렌드들의 근원이 되는 이유는 영국 스타일 자체가 전통의 중심에서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어왔다는 점에 있다. 쿨하스의 이진영 디자인 실장은 “클래식한 스타일부터 펑키, 모즈룩까지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것이 영국 패션”이라며 “이번 시즌 전체적인 패션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된 흐름은 바로 패션 스타일의 경계를 넘어선 ‘믹스 앤 매치’ 스타일링인데, 이러한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영국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특히 런던은 지금도 전통과 역사,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서로 어우러져 귀족적이고 클래식한 스타일과 자유분방한 거리 스타일이 공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비비안 웨스트우드, 존 갈리아노(디올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 크리스토퍼 베일리(버버리 프로섬의 디자이너) 등의 재능있는 디자이너들과 패션 브랜드들이 배출됐다.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패션 아이콘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 여성들의 패션을 주도하는 케이트 모스 역시 영국 출신의 수퍼 모델이고, 시에나 밀러나 주드 로와 같은 패션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헐리우드 스타들 역시 영국 출신이다. 그야말로 이번 가을, 겨울 영국 패션은 트렌드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스타일을 살펴보면, 베이직한 소재의 헤링본과 트위드, 글렌 체크나 타탄 체크, 하운드 투스 체크(사냥개 이빨처럼 보이는 무늬), 아가일 체크(다이아몬드형 격자무늬) 패턴 등이 주로 사용된다. 이번 시즌 주목할 만한 영국 패션 스타일에 대해 살펴보자.
▶모즈룩 60년대 영국 거리에서는 미니멀한 옷차림의 모즈(Mods)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패션의 특징이라면 신체를 구속하지 않는 심플한 실루엣이 핵심 포인트이다. 허리를 조이는 등 여성의 신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트렌드에 대한 반발로 탄생한 모즈룩은 신체를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균형잡힌 실루엣과 미니스커트로 여성의 라인을 잘 살려주고 있다.
60년대 풍의 모즈룩은 계속 재현돼 왔는데, 특히 이번 시즌에는 많은 디자이너들과 브랜드들에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시즌 미니멀한 모즈룩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60년대 당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미니스커트와 미니 원피스 등 영 패션(young fashion)과 팝 아트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기하학적이고 모던한 느낌의 프린트가 재현됐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단순하고 심플한 이미지로 요약되는 미니멀 스타일에 A 라인이 중심 축을 이룬다. 또 애나멜이나 비닐과 같은 광택있는 소재가 각광받고 있으며, 모자, 장갑, 롱 부츠 등 액세서리가 첨가돼 미니멀한 코트나 재킷의 스타일링으로 표현된다.
▶펑크룩 70년대 말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함께 스트리트 패션에서 강한 영향을 받은 펑크가 출현했다. 펑크 패션의 모태는 1976년 런던에서 결성된 록 밴드들의 무대 의상에서 비롯됐고, 과격하고 파괴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는 펑크룩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일상적이고 평범한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스타일로 표현된다.
획일화된 패션을 거부하며 개성과 자유를 추구하는 펑크는 파괴적,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옷차림을 시도했다. 펑크는 패션계에 새로운 감각으로 신선함을 주었고, 현대 패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이번 가을ㆍ겨울에는 80년대 스타일의 펑크 스타일과 런던 스트리트 스타일의 빈티지 느낌이 소재감에 믹스돼 컬러, 패턴 등에 표현되고 있다. 스터드 장식(징), 지퍼, 체인 등이 펑크룩을 이루는 기본 디테일, 그리고 여기에 빈티지적인 느낌들이 혼합됐다. 소재는 가죽과 데님 등으로 남성적인 스타일과 섹시함이 양극을 이루며, 컬러는 블랙을 기본으로 액센트로 활용되는 비비드한 컬러 혹은 골드나 실버 등이 활용되고 있다.
▶밀리터리 스타일 이번 시즌 유행하고 있는 밀리터리 스타일 역시 영국 스타일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듯 보인다.
한때 유행하던 주머니가 많이 달린 카고 팬츠나 군복 무늬가 들어간 스타일의 점퍼나 팬츠가 아닌, 영국 근위병의 군복 스타일이나 귀족풍의 승마복과 같은 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유행하던 밀리터리 스타일이 스포티한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시즌의 밀리터리룩은 보다 더 클래식하게 거듭났다고 할 수 있다.
장교의 유니폼을 연상하게 하는 금색의 단추가 달린 재킷은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이다. 이 밖에도 제복 느낌의 칼라 장식, 골드 트리밍 장식 등이 들어간 코트 역시 클래식한 느낌을 주면서 겨울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스타일의 유행은 오랜 경제적 불황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인해 과거를 그리워하게 된 사람들의 복고적 성향을 들 수 있겠다. 또 거리 문화에서 나오는 영국만의 자유분방함이 다양한 패션의 창작의 원천이 됐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영국 패션의 인기는 한동안의 붐처럼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므로 당분간은 그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클래식한 패턴&소재 이번 시즌 영국 전통의 클래식한 패턴과 소재가 트렌드에 부각되고 있다. 헤링본이나 트위드 소재의 클래식한 수트, 코트, 트렌치 코트 등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체크 패턴이 들어간 팬츠나 재킷, 스커트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이미 타탄 체크와 같은 영국을 대표하는 체크 패턴은 패션계의 영원히 클래식한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코트의 경우 댄디한 느낌으로 어깨에 견장이 있거나, 벨트 장식이 있는 클래식하면서도 매니시한 스타일을 나타내주는데, 이러한 디테일들은 재킷이나 점퍼류에도 적용되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