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으로 이어지던 산행지가 한참이나 고성을 헤매다 어느새 사천지역으로 들어왔다.
사천은 우리 막내딸의 직장이 있는 곳으로 최근 집을 샀다기에 다녀오기도 한 서부경남.
자꾸만 서쪽으로 이동하다보니 자연스레 이동거리는 멀어지고 소요시간도 더 걸리게 된다.
오늘 답사하게될 산행지는 오도산 서쪽 고성군의 ‘장군당’과 사천시의 ‘흥무산’으로 군계를 아우르는 곳.
‘장군당’은 산봉우리는 분명한데 ‘산(山)’이나 ‘봉(峰)’이 아니고 ‘당(堂)’이라는 거다.
다른 지도에는 어떻게 나오나 찾아 보았으나 모두 똑 같다.
그렇다면 어디 산이름이 꼭 산이나 봉이어야만 하는가?
‘치(峙)’도 있고, ‘령(嶺)’도 있고, ‘대(臺)’도 있으며, ‘암(巖)’과 ‘등(嶝)’도 있지 아니한가?
오늘 산행지의 남쪽 능선에는 ‘지내등(402.5)’도 있는데.
장군당(將軍堂)은 무속에서 어떤 장군의 신령을 모신 집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이 산자락 어딘가에 장군의 신령을 모시는 사당이라도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이 산에서 제(祭)라도 지냈는가, 이름의 유래를 알고 싶었으나 알 수가 없다.
산꾼들은 ‘장군당(△378.8)’을 알기쉽게 장군산으로 부르며 만산(萬山)의 일산(一山)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장군당 산행을 위해서 묶은 산이 흥무산(興霧山 453.6)이다.
흥무산은 예전에 ☞흥무산,이구산과 함께 산행한 적이 있어 산행호기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었다.
‘흥무산(興霧山 453.6)’은 산정에 안개가 서려 신비로운 기운이 풍긴다고 생겨난 이름.
와룡·봉명·각산과 더불어 사천의 ‘4대 명산’이라고 일컫는데, 이는 이구산이나 성황당산이 한몫을 했기 때문이리라.
원점회귀를 이루기 위해 차를 댄 곳은 ‘가곡마을회관’.
흥무산 북동능으로 올라 한티재를 거쳐 장군당 북릉으로 돌아올 것이다.
흥무산과 장군당은 동서(東西)로 어깨를 맞대고 있으나 그 가운데 가곡골짜기에서 커다란 ‘대가곡저수지’가 가로막고 있다.
코스: 가곡마을회관-밤나무단지-이구산갈림길 삼거리-흥무산-한티재-철망배수구-산불초소(314.8m)-지내등갈림길-임도-장군당-신촌-가곡마을회관
궤적.
파일
약 12km에 5시간 30분 정도.선답자가 없어 참고할 데가 없었으나 예상한 계획이 거의 들어 맞았다.
고도표.
지난 성황당산, 이구산, 흥무산.
<부산일보> 참고.
<국제신문> 참고, 이구산.
미리 준비한 표지기.
네비에 '가곡마을회관( 정동면 가곡길 103, 정동면 499-4)'을 입력하여 회관 마당에 차를 댔다.
회관을 나오면 가곡 버스정류장. 화살표 방향으로 2~300m 내려가면...
흥무산 북동능선이 내려앉아 있다.
능선 끝자락은 밤나무단지.
알밤이 그대로 벌레들의 먹이가 되고있는 산길에 낙엽이 수북하다. 뚫린 철망은 사유지였음을 말하고 있다.
뚫린 철망.
이후 산길은 날등을 에두르기도하는 둘레길 수준이어서 난이도는 수월한 편.
이어지는 산길은...
널널한 길.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닿았다. 흥무산은 '새마을도로 2.2km' 방향. 내가 올라온 곳에 '금굴'이 있었남?
이 지점에서 이구산(4.9km)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한 차례 된비알을 거치면 흥무산.
이런 인증샷을 찍었다.
표지기를 달고...
정상주 세러머니를 한 뒤...
삼각점도 확인한다.
좌측 잡목사이로 장군당 사이의 '대가곡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철탑이 있는 능선으로 내려서기는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았지만 저수지를 건너 장군산을 오르기엔 길이 끊겨버린 듯.
철탑을 지나자...
한티재 '새마을도로'.
이정표와...
안내판이 있다.
돌아본 하산길.
150여m 내리막 길에 승용차 한 대가 보인다. 그 승용차는 산불지기 아저씨 차.
도로 좌측 산사태방지 철망배수구 사이로 흥무산에서부터 맥을 잇는 통로가 있고, 배수구 사이로 굵은 밧줄이 내려와 있다.
철망배수구 아래로 산불지기 아저씨는 출퇴근(14호 초소)을 하고 있었다.
배수구로 오르는 밧줄 끝에선 좌측 배수로.
한티재 깎아지른 절개지와 나란히 이어지고 있다가...
지그재그로 정비한 산길을 따르면...
314.8m봉에 산불초소가 있다. 근무 중인 아저씨가 얼굴을 내밀며 커피 한 잔 하고 가라며 권한다.
시간이 바쁜 나는 사양을 하였더니 그럼 물이라도 한 잔 하라며 다시 말을 붙인다.
재차 시간이 없다며 사양을 하였더니 몹시 적적하였던지 '올 근무중에 산꾼은 처음'이라고 말을 잇는다.
"사진 한 장 찍겠습니다"하였더니 아저씨는 슬거머니 초소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초소가 있는 곳은 으례히 조망이 트이지만 웃자란 잡목에 시야가 가린다.
329.5m봉 직전에서 우회길을 발견하고 꾀가 나 사면으로 돌았더니 편백숲에서 사촌으로 내려가고 있어 뒤돌아 올랐다.
그래서 산길은 우직하게 걸어야 하는 것.
능선에 올랐더니 무덤.
맥꾼들이 말하는 소위 '낙남이구단맥을 이어가다...
갈림길에 섰다. 직진은 향로봉 가는 길이고, 배낭 좌측 화살표 방향이 진행방향인 장군당 가는 길.
그곳에 '장군당갈림길'이라는 표지기를 급조하여 걸었다.
이후 산길은 상대적으로 거친 편.
묘지를 여럿 지나고...
편백림도 지나고...
353.9m봉은 우측 사면으로 질러 들어가...
동쪽 능선으로 붙으니 길은 한결 편안해.
동지섣달 짧은 해가 산그림자를 드리울 때 장군당 능선이 잡목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임도를 만나...
임도를 가로질러...
오르는 산길은 솔숲.
산판길 수준의 솔숲.
오래된 석축의 고분을 만나지만...
멧돼지들의 운동장.
잇단 무덤들을 지나...
삼각점이 있는 장군당에 섰다.
선답자들의 흔적은 전무하여 나만의 외톨이 표지기를 걸었다.
삼각점과 장군당.
이후 하산길은 오래된 무덤들이 이어지는 길.
숭정대부.
무덤들이 있는 능선은 산길이 살아난다.
작은 봉우리(고도 약 200m)에선 반듯한 무덤이 있어...
상석을 확인하니 통정대부 경주 최 씨 합장 묘.
내려와서 뒤돌아 보니 작은 바위들이 요새인양 성을 쌓고 있다. 반풍수 눈에 명당의 조건(?)
더 편한한 길에서...
석양이 서린 낙남정맥(봉대산)을 건너다 본다.
능선 끝자락으론 산길이 묵어 우측으로 난 널따란 길로 내려섰더니...
밤나무단지인 듯.
좌측 민가지붕을 보고 내려오니 민가 입구 세멘트길.
마을길에 내려서서...
뒤돌아 본다.
사거리의 계량집에서 좌측으로 꺾어...
지형도에는 나오지 않는 길을 따라 원점회귀를 한다.
아까 들머리였던 밤나무단지 산자락을 보다...
수 십 마리 까치밥이 대롱대롱 달린 감나무에...
수확하지 않은 고추까지 나에겐 모두 수수께끼.
가곡마을회관으로 회귀하였다.
독일의 정원사였던 '쿠르트 파이페'가 지은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라는 책이다.
64세 때 대장암 말기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의사와 가족의 만류를 뿌리친 채 '유럽 걷기여행'을 결심한다.
독일의 쿠페뮐레에서 이탈리아의 로마까지 해발 2천 미터대의 산을 오르내리며 166일간 무려 3,350km의 대장정이었다.
대장암수술로 장루(배변)주머니를 찬 채 30kg의 배낭을 등과 가슴에 나눠 짊어지고, 외양간, 헛간 등에서 잠을 자며, 밤하늘 아래에 텐트 하나만 달랑 치고
풍찬노숙한 험난한 여행이었다.
암으로 육체가 극도로 쇠약해진 쿠르트 씨는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며 넘어지고 구르고 쓰러지지만 묵묵히 로마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해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쿠르트 씨는 지금도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인생은 너무 짧아요...... 일어나서 함께 걷지 않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