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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水滸傳•제 35편
하도가 하청에게 말했다.
“이 은자는 관아에서 상금으로 준 것이지, 내가 너를 매수하려는 것이 아니다. 차후에 다시 중상이 있을 거야. 도적들이 네 주머니 안에 있다는 말이 무엇이냐?”
하청은 허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에서 명부를 하나 꺼내 가리키며 말했다.
“저 도적놈들은 모두 이 안에 있습니다.”
“어떻게 그 안에 있다는 거냐?”
“형님께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노름을 하다가 몽땅 잃고 노자가 한 푼도 없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노름꾼이 북문 밖 15리쯤 떨어진 안락촌의 왕가네 객점으로 데리고 가서 잔돈푼이라도 벌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관아에서 마을에 공문을 보내, 모든 객점은 명부를 비치하고 확인 도장을 받게 했습니다. 매일 객점에 들어오는 객상들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며, 이름은 무엇인지, 무엇을 사고파는지, 모두 명부에 적게 했습니다. 관아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조사를 나오면, 이장에게 가서 보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점원이 글을 몰라서, 제가 대신 보름 동안 기록을 했습니다.
6월 3일, 일곱 명의 대추장사가 일곱 대의 수레를 끌고 객점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가운데 우두머리는 제가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운성현 동계촌의 조촌장이었습니다. 제가 그를 어떻게 아는가 하면, 전에 한 노름꾼과 함께 그의 장원에 머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명부에 기록하면서 이름을 물었더니, 수염을 세 가닥으로 기르고 얼굴이 흰 사람이 끼어들어 말하기를, ‘우리는 이씨(李氏)인데 호주에서 와서 동경으로 대추 팔러 간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기록하긴 했는데, 뭔가 의심이 들었어요.
다음 날 그들이 떠나고, 객점 주인이 저를 데리고 마을에 노름하러 갔는데 어떤 삼거리에서 통을 두 개 메고 가는 사내를 만났습니다. 나는 모르는 사람인데, 객점 주인이 그에게 ‘백대랑! 어디 가나?’ 하니까, 그가 대답하기를 ‘마을 부잣집에 식초 팔러 갑니다.’ 하더군요. 객점 주인이 저한테 말하기를, ‘저 사람은 백일서 백승이란 잔데, 그도 노름꾼이야.’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냥 그런 줄로만 알았죠.
그런 후에 왁자지껄 난리가 났죠. ‘황니강에서 대추장사들이 사람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쓰러뜨린 다음 생일선물을 약탈했다!’고 떠들어대는 걸 들었습니다. 저는 조촌장이 의심스러웠습니다. 그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이제 백승이란 놈만 잡으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여기 명부가 있는데, 이건 제가 베껴 쓴 부본입니다.”
하도는 듣고 나서 크게 기뻐하며, 즉시 하청을 데리고 관아로 가서 부윤을 찾았다. 부윤이 물었다.
“어떻게 되었나?”
하도가 말했다.
“작은 소식이 있습니다.”
부윤은 둘을 후당으로 데려가 자세히 물었다. 하청은 일일이 설명하였다. 하도는 하청과 포졸 8명을 데리고 밤을 새워 안락촌으로 달려갔다. 객점주인을 길잡이로 삼아 곧장 백승의 집으로 갔다. 때는 한밤중이었다. 객점주인에게 문을 열게 하고, 들어가 보니 백승이 침상에서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백승의 아내에게 물었더니, 열병에 걸렸는데 아직 땀을 빼지 못했다고 하였다. 침대에서 일으켜 보니, 백승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하도는 백승을 포박 짓게 하고, 물었다.
“황니강에서 무슨 짓을 했느냐?”
백승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아내를 문초했지만, 그녀도 불지 않았다. 포졸들이 온 집안을 뒤졌는데, 침대 아래에 지면이 고르지 않은 곳이 있었다. 포졸들이 땅을 팠는데, 석 자 정도 파자 포졸들이 함성을 질렀다. 백승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땅속에서 금은 한 포대가 나왔다. 하도는 백승의 얼굴에 보자기를 씌우고, 그 아내와 장물을 가지고 제주부로 돌아오니, 날이 밝아 왔다.
백승을 밧줄로 묶어 마당에 꿇어앉혀 놓고서, 문초하였다. 백승은 입을 열지 않았다. 죽어도 조촌장 등 일곱 명에 대해 발설하지 않았다. 몇 차례나 매질을 당해 피부가 찢어지고 살이 터졌으며 선혈이 흘러내렸다. 부윤이 소리쳤다.
“이 장물이 어디서 나왔는지 말해라! 운성현 동계촌 조촌장이 우두머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 네놈이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머지 여섯 놈이 누군지 빨리 말하면, 매 맞는 것은 면제해 주겠다.”
백승은 한 번 쉬었다가 또 매질을 당하자,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실토했다.
“우두머리는 조촌장이 맞습니다. 그가 여섯 명을 데리고 왔고, 저는 단지 술을 메고 갔을 뿐입니다. 진짜로 그 여섯 명은 누군지 모릅니다.”
“그건 어렵지 않지. 조촌장만 잡으면, 나머지 여섯 놈은 절로 알게 된다.”
사형수에게 씌우는 큰 칼을 백승에게 씌워 하옥하고, 그의 아내도 족쇄를 채워 여자 감방에 가두었다.
부윤은 즉시 하도로 하여금 20명의 포졸들을 거느리고 운성현으로 가서 현령에게 알리고 조촌장과 나머지 여섯 명을 체포하게 하였다. 그리고 생일선물을 탈취 당했을 때 있었던 두 군관도 데리고 가서 범인들을 확인하도록 했다. 하도는 일이 새나가서 범인들이 도주하지 않도록 밤을 새워 운성현으로 달려갔다. 우선 포졸들과 두 군관은 객점에 숨어서 대기하도록 하고, 포졸 둘만 데리고 현청으로 갔다. 오전 시간이 다 끝나갈 무렵이라, 현령은 오전 근무를 마치고 퇴청하여 현청은 조용했다. 하도는 현청 맞은편 다방에 들어가서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차를 마시면서 점원에게 물었다.
“오늘 현청이 어째서 이렇게 조용한가?”
“현령께서 일찍 퇴청하시고, 공인들과 고소인 등도 모두 밥 먹으러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현청의 당번 압사[아전]가 누구냐?”
점원이 바깥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당번 압사가 저기 오시네요.”
하도가 내다보니, 한 관리가 오고 있었다.
그 압사의 이름은 송강(宋江)이며 자(字)는 공명(公明)이었으며, 형제 순서는 셋째였다. 조상 대대로 운성현 송가촌에 살았다. 얼굴은 검고 키는 작아 사람들은 흑송강(黑宋江)이라고 불렀다. 또 그는 아주 효자였으며, 의리를 중시하고 재물을 가볍게 여겨, 사람들은 효의흑삼랑(孝義黑三郎)이라고도 불렀다. 위로 부친은 살아 있었고 모친은 일찍 돌아가셨다. 아래로 송청(宋清)이라는 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쇠로 만든 부채를 들고 다녀 ‘철선자(鐵扇子)’라고 불렸다, 부친 송태공과 함께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전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송강은 운성현 압사가 되었는데, 문장에 정통하고 관리의 도리를 잘 지켰다. 그리고 창봉 익히기를 좋아하며 여러 가지 무예를 배웠다. 평생 강호의 호걸들과 사귀기를 좋아했으며, 자신에게 의지하러 온 사람은 지위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모두 받아들였다. 장원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종일 상대하면서도 조금도 귀찮아하지 않았다. 떠나려고 하면 힘닿는 대로 도와주웠는데, 금을 마치 흙 던지듯 하였다. 사람들이 그에게 돈이나 물건을 요구하면 핑계대지 않고 도와주었으며, 어려운 일이나 분쟁이 일어나면 해결해 주고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노력하였다. 상을 당하면 관을 대주고 병이 나면 약을 대주었다.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고, 위급한 사람을 도와주며, 곤경에 처한 사람을 일으켜 주었다. 그래서 산동과 하북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사람들은 그를 ‘때맞춰 내리는 단비’ ‘급시우(及時雨)’라고 불렀다.
송강이 하인 하나를 데리고 현청에서 나왔다. 하도는 길거리로 나가 송강을 맞이하며 말했다.
“압사님! 이리 들어오셔서 차나 한 잔 하시지요.”
송강은 하도가 공인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황망히 답례를 하며 말했다.
“존형께서는 어디서 오셨습니까?”
“일단 다방에 들어가셔서 차를 드시면서 얘기하시죠.”
“그러시죠.”
두 사람은 다방에 들어가 좌정하고, 하인은 문 앞에서 대기하였다. 송강이 말했다.
“존형의 성함을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저는 제주부의 포교 하도입니다. 압사님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저는 송강입니다.”
하도는 땅에 엎드려 절을 했다.
“오래 전부터 큰 이름을 들어 왔는데, 인연이 없어 뵙지를 못했습니다.”
“황공합니다. 어서 일어나셔서 상좌에 앉으십시오.”
“제가 어찌 감히 상좌에 앉겠습니까?”
“포교께서는 상급 관아에서 오신 분이고, 또 멀리서 오신 손님이십니다.”
두 사람은 서로 겸양하다가, 송강이 주석에 앉고 하도는 객석에 앉았다. 두 사람은 차를 주문하여 마셨다. 송강이 말했다.
“우리 현에는 무슨 공무로 오셨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현에 체포해야 할 몇 사람이 있어서 왔습니다.”
“도적에 관한 일입니까?”
“여기 공문이 있으니, 보십시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포교께서는 상급 관아에서 도적을 체포하러 오신 분인데, 제가 어찌 감히 소홀히 하겠습니까?”
“압사께서는 공문을 담당하시는 분이니, 말씀 드려도 무방하겠네요. 제주부 관할의 황니강에서 8명의 도적이, 북경의 양중서가 채태사에게 보내는 생일선물을 호송하던 군인 15명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10만관에 해당하는 금은보화 11짐을 약탈해 갔습니다. 지금 종범인 백승이란 자를 체포했는데, 나머지 7명이 바로 이 운성현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동경의 태사부에서도 사람을 보내 재촉하고 있으니, 압사께서 빨리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태사부의 재촉이 아니더라도, 포교께서 공문을 가지고 오셨으니 어찌 체포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백승이 지목한 7명은 누구입니까?”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이 운성현 동계촌의 조촌장이 수괴입니다. 나머지 6명의 이름은 모릅니다. 번거롭지만 애써 주십시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속으로 생각했다.
“조개는 나의 친형제 같은 사람이다. 그가 지금 큰 죄에 빠졌으니, 내가 구해 주지 않으면 잡혀가 죽을 것이다.”
내심으로는 당황했지만, 차분히 대답했다.
“조개 그놈은 본래 간악한 놈이라, 우리 현에서도 그를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걸려들었으니, 한번 당해 보라지!”
“압사님을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하지만, 이 일을 빨리 처리해 주십시오.”
“염려 마십시오. 이 일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독 안에 든 자라는 맨손으로도 잡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 밀봉된 공문은, 포교께서 직접 현청으로 가서 제출하셔야 하며, 현령이 보고 명령을 내려야 사람을 보내 체포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감히 함부로 열어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은 작은 일이 아니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누설되어서는 안 됩니다.”
“압사의 고견이 참으로 밝습니다. 어서 안내해 주십시오.”
“현령께서 아침 일찍부터 공무를 보셔서, 피곤하여 잠시 쉬겠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고 계시면, 현령께서 등청하시는 대로 제가 곧바로 모시러 오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당연한 일인데,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저는 잠깐 집에 들러서 일을 좀 보고 오겠습니다. 여기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게 하십시오.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송강은 자리를 떠나면서 점원에게 분부했다.
“저 관인께서 차 한 잔 더 달라고 하신다. 찻값은 내가 한꺼번에 주마.”
송강은 다방을 나와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인에게 분부하였다.
“만약 현령이 등청하면, 너는 다방 안에 들어가서 포교에게, 압사님이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으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해라.”
그러고서 송강은 나는 듯이 집으로 돌아갔다. 마구간에서 말을 끌어내어 뒷문으로 나갔다. 말에 올라 천천히 가다가, 동문을 나서자 말에 채찍질을 하여 쏜살같이 동계촌으로 달려갔다. 반 시간이 못 되어 조개의 장원에 당도하였다. 하인이 송강을 보고 안으로 들어가 보고하였다.
한편, 조개는 오용·공손승·유당과 함께 후원의 포도나무 아래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때 완씨 삼형제는 자기들 몫을 챙겨 석갈촌으로 돌아가 있었다. 조개는 송압사가 문 앞에 왔다는 보고를 받고, 하인에게 물었다.
“몇 사람이 따라왔더냐?”
“혼자 말을 타고 나는 듯이 달려왔습니다. 빨리 촌장님을 봬야 한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조개는 황망히 달려 나가 송강을 맞이했다. 송강은 인사를 하고서, 조개의 손을 잡아끌어 옆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조개가 물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급하게 왔는가?”
송강이 말했다.
“형님은 모르십니다. 형님은 저의 친형제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제가 목숨을 버려서라도 형님을 구하러 왔습니다. 지금 황니강 사건이 탄로 났습니다! 백승은 이미 체포되어 제주부 감옥에 갇혔는데, 공범 7명을 자백했답니다. 제주부에서 파견한 포교가 포졸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동경 태사부의 명을 받고 또 제주부의 공문을 지니고서 7명을 체포하러 왔는데, 형님이 수괴라고 말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이 일에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현령이 지금 쉬고 있다는 핑계를 대고 포교를 현청 앞 다방에서 기다리게 하고서, 이렇게 나는 듯이 말을 달려와 형님에게 보고하는 겁니다. ‘삼십육계,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습니다. 빨리 도망쳐야 합니다. 제가 현청으로 돌아가서 공문을 제출하면 현령은 즉시 사람을 보낼 겁니다. 지체하시면 안 됩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어찌하겠습니까? 나중에 아우가 구해 드리지 못했다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조개는 듣고 나서,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우의 큰 은혜를 어찌 갚을까?”
“형님은 그런 말씀 마시고, 빨리 도망칠 궁리나 하십시오.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일곱 명 중 셋은 완소이·완소오·완소칠인데. 그들은 이미 자기들 몫을 가지고 석갈촌으로 돌아갔네. 지금 후원에 세 사람이 있는데, 아우가 가서 인사나 하게.”
송강이 후원으로 가니, 조개가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이 분은 오용이고, 이 분은 공손승인데 소주에서 오셨네. 또 이 사람은 유당인데 동로주에서 왔네.”
송강은 대충 인사하고 돌아가면서 조개에게 당부했다.
“몸조심 하시고, 빨리 달아나십시오. 저는 이만 갑니다.”
송강은 말을 타고 나는 듯이 현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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