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6일,
부천시 오정 노인종합 복지관에서 ‘어르신 바
둑강좌’를 처음 개설한 날이다.
15년 전에는,
‘어르신 바둑강좌’가 생소했던 시절이라 바
둑지도 경험이 상당한 필자도 적잖이 당황했
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둑학원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고, 문화
센터는 성인을 지도하는 곳이라, ‘어르신 바
둑 수업’은 어디에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내 생에,
‘어르신 바둑강좌’ 프로그램을 처음 맡게 될지
라도 다소 시행착오만 겪으면 우뚝 세울 수 있
다는 자신감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르신 바둑강좌'는 오정 어울마당' 5층이다.
첫 수업은,
어르신들의 호응도가 낮아 신청자가 겨우 11
명으로 시작했다.
그것도,
남는 교실이 없어서 어르신들이 TV보는 휴게
실에서, 신혼시절 단칸방 셋방에서 시작하듯
이 출발을 했다.
3개월 만에,
3~40명으로 늘어나 휴게실이 비좁아 마침내,
어엿한 교실로 옮겨가게 됐다.
어르신 바둑수업이,
재미있다는 소문이 돌자, 다른 기관에서도 의
뢰가 오기 시작하여 3개 기관 4개 프로그램에
서 100여명의 회원들에게 강의하게 되는 기회
가 찾아와 오늘에 이르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
이다.
어르신 바둑수업은,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이나, 문화센터 여성,
일반성인 지도와는 사뭇 다르다.
어깨너머로,
배운 세대라 기초가 약한 편이여서 너무 많은
것을 전달해 주려고 애쓰기 보다는 몇 가지라
도 귀에 쏙쏙 박히게 강의해야 한다.
자칫,
열심히 지도해주려는 마음에서 바둑 수에 대
해서만 열중하면 재미없어 졸기 까지 하는 현
상에 이르기 싶다.
유머를,
섞어가며 강의할 수 있다면 ‘어르신 바둑강좌’
는 국내 최고의 강사가 될 수 있다.
핑계 김에 유머하나.
바둑부 회원 중에 80대 부부가 온 적이 있는데,
할아버지가 하시는 말씀, 할망구랑 60년 이상을
같이 살면서 부부 싸움을 한번도 이긴적 없단다.
내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이기고 말리라는 다짐
을 하고, ‘오줌 멀리 싸기’ 시합을 걸었다가 할머
니가 룰을 바꾸는 바람에 또 졌단다.
“영감 손대기 없슈”
박장대소.
이쯤 되면 이날 바둑수업의 반은 그냥 술술 넘
어간다.
치매예방은 덤이고.
어르신 바둑강의가,
수평적이고 쌍방향으로 대화가 오가는가.
소통이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通)함’을 말한다.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일컫는 말이다.
일방적인,
의사전달이 아닌, 소통 강의야말로 최고강
사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꼭,
바둑수업에서만 그러랴만.
우리 국민 4명 중 3명은,
‘국민 사기를 진작하는데 바둑이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바둑에 대한 국민
인식- 2016년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분석」
에 나타났다.
75.8%의,
국민적 호의도를 갖고 있는 성인바둑 인구
중, 남성과 노년층이 40% 넘게 즐기는데
반해 여성은 고작 4.5%에 그친다 하니 안
타깝다.
여성에,
대한 보급과 지원확대가 절실함을 수치로
증명된다.
필자가,
진행하는 오정 노인종합 복지관 어르신 강
좌 회원은 현재 24명인데 그 중 여성이 8명
이다.
저변확대에,
꼭 성인과 어린이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르신 바둑강좌가,
어린이 바둑지도나 성인강좌에 비해 훨씬
못 미치지만, 어려운 환경속에서 고군분투
하는데 있어 내 스스로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함에 있다면,
바둑 저변확대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것
같아 마음 뿌듯하다.
필자에게,
바둑을 배우러 오는 어르신들이 머리카락
은 희긋희긋 반백이 되어있고, 생각과 말과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만은 늘, 청춘
이다.
스승의 날,
어르신들이 바둑선생님인 필자에 대해 쓴
글 일부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