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속을 다 파내 당신에게 드리고 나서 껍데기만 남더래도, 나도 목어처럼 청명하게 소리내어 웃을 수 있을까요? 내 마음을 다 당신에게 내어 주고, 내 껍데기도 날마다 당신을 위한 노래를 부르며...
아낌없이 내어주고 나서도 아프다, 허전하다, 가슴이 텅 비었다..하지 않고 비인 속을 두드려 끊임없이 울리는 목어의 사랑이 진솔하게 닿습니다.
목어의 울림은 땅위의 짐승들이 도를 깨닫기를 바라는 소리라지요. 바싹 마른 나무몸통을 울리다 울리다, 세월이 가만히 다가와 갈라진 나무몸통을 어루만지며 그만 쉬어라 할때까지 쉬지 않고 전하는 사랑입니다. 껍데기만 남아 울리다가 다 갈라져 산화할 때까지 스스로는 인내하면서도 아낌없이 전하는 목어의 사랑...
나는 내 사랑앞에 얼만큼의 나를 내어 놓을 수 있을까... 그러고도 내가 먼저 기뻐할 수 있을 사랑...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정신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사랑조차도 나누고 가르는 소유의 경계가 점점 선명해 지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사람이 가야할 길의 징표인양, 온 몸으로 전하는 목어의 헌신적인 사랑이 빈 속을 둥둥둥둥 울리는 것 같은 아침입니다.
님의 편지 감사히 받았습니다.
: <목어 이야기>
:
:
: 물빛을 닮고싶어 물빛같은 그리움으로 한평생 물속에서 물고기로 떠돌다가 물가에 비친 당신을 보았어요. 어디서 보았을까요. 당신같은 아름다움을. 나는 화들짝 놀라 문득 당신에게서 멀어집니다. 수초 우거진 물숲에 숨어서 콩콩 뛰는 가슴이 만든 물보라를 당신께 보내며 당신이 눈으로 한번을 봐주기만 원했답니다.
:
: 당신은 어부의 아내였더랍니다. 날이 밝으면 그물을 엮고 별이 내리면 내 사는 작은 연못에 그믈을 드리워 혹은 물고기를 혹은 별빛을 낚는 어부의 아내였더랍니다. 당신의 그믈에 잡히고 싶어 수없이 많은 날을 자맥질하여 그믈속에 몸을 던졌지요. 하지만 당신의 그믈은 성긴 구멍으로 나처럼 작은 물고긴 머물 수 없더군요. 씨실과 날실이 만든 구멍사이로 내 몸이 물처럼 빠져나가고 그 때마다 생명도 절망처럼 내 몸을 빠져나갔지요. 물에서 흘리는 눈물도 물이될 수 없더랬습니다.
:
: 노래를 불러야 했습니다. 당신께 가기 위해 밤이면 총총내리는 별똥별을 삼키고 달빛 열린 수초로 배를 채워야 했습니다. 몸은 비록 작더라도 달빛 별빛 어려있는 비늘 옷을 입어야 했습니다. 물안개 곱게 피는 새벽, 당신 지쳐 잠든 발아래 우아하게 헤엄쳐가 내 몸을 당신 발아래 뉘어야 했습니다. 당신은 처음 나를 보고 당신의 물고기 가방에 날 넣었습니다.
:
: 내장을 다 솎아내어도 좋았습니다. 당신의 상위에 오르는 찌게가 되고. 살을 다 발라내도 좋았습니다. 당신을 위한 향좋은 회가 되고 혹은 구이가 되어 허기진 당신 안에서 썩어져도 좋았습니다. 다 파낸 내 속을 당신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채우겠습니다. 빛나는 비늘이 미이라가 되어 산깊은 절간에 자리잡은 목어로 되어 죽어서도 당신만을 향한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
: 심장소리보다 더 큰 울림으로 둥둥둥둥,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당신 몰라도 좋습니다. 나 죽어서 부르는 노래가 당신을 영혼에 아주 작은 물보라조차 일으키지 못해도 좋습니다. 그저 바람소리 새소리에 뭍힌다해도 당신의 귀전에서 떠나지 않는 아주 작은 떨림으로 날마다 환생하는 목어의 노래이면 좋습니다.
:
: 당신은 또 연못에서 그믈을 드리웁니다. 난 속이 다 파인 껍데기라도 그 연못에서 당신에게 헤엄치고 싶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