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시골 어머니께 갔습니다. 어머니께서 콩죽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불린 콩에다가 캇터기, 고운체, 찹쌀가루와 멥쌀 가루,그리고 명란젓이며 고구마도 가져 갔습니다.
그전날 콩을 갈아서 가져 가면 덜 번거로웠을테지만 너무 피곤해서 죄다 차에 내다 실으려니 여간 짐이 복잡한게 아니었습니다. 캇터기는 콩을 갈아야하고 체는 콩물을 걸러내야 하기때문에.... 그리고 떡쌀 가루는 옹심이를 만들어야하니까 모두 가져가야했습니다.
부랴부랴 물건들을 차에다가 내다 실으려니까 몇 번을 들락거려야했지요. 차 트렁크에다가 잔뜩 싣고 나서 출발을 했습니다. 자고 오기때문에 다른때보다 늦게 7시 40분에 떠났는데 늦게 떠나니까 차가 밀려서 한 시간 반만에 서울 도착해서 동생들을 태웠습니다.
출발해서 가다가 어머니께 카스케테라를 사다 드리려고 차에서 내려서 <파리바케트>로 들어 가는데 막내 동생이 뒤따라 오다가 뒤집어 지게 웃는 겁니다. 의아해서 바라 봤더니만 말은 하지 못하고 내 발을 향해서 손가락질을 하며 웃어 대는 것이었습니다. 동생 손가락을 따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뜨아~~!!!!!!!!!!!!!!!!!!!! " 또 한 건 한겁니다!"
발을 보니까 아래 사진과 같은 꼴이더군요..
<아래 사진은 과수원에 사과 사러 가서 찍었습니다. 너무 한심해서 얼굴은 내밀수 없고 발만 이렇게 찍었습니다. >
제과점 아가씨가 내 발을 보더니 또 죽어라 웃어댔습니다. 그렇게 가다가 포천군 내촌면을 지나는데 농협 마케트에 들릴 일이 있었는데 동생이 저더러 차안에 있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당당히 차에서 내렸습니다. 누가 보라면 보라지, 짝짝이 신발 신었다고 마트에서 손해 날 것 있냐 이겁니다. 게다가 동생이 또 이러더군요. "언니는 짝짝이 신발 신어도 이상한 할머니로는 보지 않겠어. 눈빛이 또랑또랑해서 말이야." 제 눈빛이 또랑또랑하단 말에 기분이 좋더군요.ㅎㅎㅎ
그래서 쭈삣거리지 않고 당당히 걸어서 보무당당히! 들어가서 밀가루며 두부랑 국수랑 샀지요.
그리고 다음날 떠나기 전에 그 곳에서 가까운 과수원에 유기농 사과를 파는 곳이 있어서 또 찾아 갔습니다. 역시 짝짝이 신발을 신고 갔습니다. 농장 주인 아저씨가 보시고 웃으셨 습니다. 많은 사람 웃기니까 보람(^^*) 있었습니다.킄크크크크~~!!!
어제 떠날때 어머니께서 제가 갖다 드렸던 실크 누비 이불을 한사코 가져 가라셔서 도로 가져 오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마음을 알지요. 어머니 돌아 가시고 나면 그 곳에 있던 것들이 죄다 게름칙해 질테니까 어머니 생존해 계실때 가져 가라는 어머니 속마음을 왜 모르겠습 니까! 이불을 보자기에 싸서 들고 짝짝이 신발을 신은채 어머니 생각에 처량맞게 마당에 서서 깜빡잊고 두고 나온 차 키를 동생이 갖고 나올 동안 기다리고 서 있으려니까 막내 동생년이 저더러 이러더군요.
"언니, 이불 보따리 들고 짝짝이 신 신고 처량하게 서 있으니까 치매 요양원 가려는 할머니 같아!"
그런데 말입니다. 짝짝이 신발만 신고 간게 아니라 지갑을 뺴놓고 가서 돈이 한 푼도 없어서 과수원에 가서 사과 두 상자 사 오는 건 첫째 여동생한테 돈을 꾸고, 차 기름 넣는 건 남동생이 넣어 줬습니다.
이렇게 새해 벌써 두 건을 해치웠습니다. 손해 난 건 없으니 이런 실수는 많이 많이 하라고들 하시겠지요? 그래두 좀 불편하긴 했어요.
첫댓글 야심한 밤에 킬킬 거리고 웃습니다~~ ㅎㅎㅎ
안나님의 패션이 네티즌들에게 퍼져서 유행을 창조하게 될지도 몰라요..... 시간도 모르고 쿡~ 터지는 웃음... 늘 즐거운 웃음을 선사해 주시니 안나님 복 많이 받으실겁니다.
ㅎㅎㅎㅎㅎㅎㅎ 머리에 구루뿌(?) 말고 짝짝이 신발 신고 요리타이머 목에 걸고 태운쥐포 손에 들고... 안나님 때문에 내 몬산다 ㅎㅎㅎ
안나님^^ 항상 힘을 얻습니다 ㅎㅎㅎ
몬살어 몬살어............안나님...........그래도 찾아가야하는 어머니가 계시고 기름 넣어주는 동생이 있고.모두가 부럽습니다.............
솔직하신 말씀...유머 한참 웃고있어요 어머님이 살아계시니 부럽군요..^^행복하세요.
남에게 폐를 주지 않으면서 나에겐 전혀 불편함 없는 건 죄가 아니랍니다. 안나님, 귀여운 실수 연발은 보는 사람들의 활력소가 될 수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기대할게요.
자주 지갑 두고 가시어 비축하는 한해 되시길..........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까 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헐~ 복받으실꺼야요~이렇게 엔돌핀을 여러사람에게 나누어 주시니 ㅋㅋㅋㅋ!
ㅎㅎ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동안 모인 글감만으로도 해학책 한 권 분량은 실히 될듯합니다. 출판하시면 스테디 셀러 감인데......
여지없이 터져나오는 웃음......나도 모르게 중독이 되어가는것 같네요.또 어떤일일까^^*
당당한 삶이 부럽습니다.
짝짝이 신발이 넘 패션스럽습니다. 모던하구요....다만 뉴욕 맨하탄 거리가 아니어서 그렇지...ㅎㅎㅎ 스크랩해갑니다. 슬플때 다시 볼려구요....ㅎㅎㅎ
안나님~~~~ 짱입니다요 선구적인 패션 ㅎㅎㅎ 아주 쥐~~~ㄱ입니당....유머와 여유로움이 있으셔서 보기 좋으십니다.
웃음도 웃음임니다만 .안나님의효성스러운 마음은 하늘이나 땅이 다알겁니다 .허둥지둥 어머님께향하는마음에 신발이 바뀌는줄도모르셨었군요 .어머님의건강은 괜찮으신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