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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금 프로젝트를 마치고 저번 주말에 있었던 CSL 두 경기의 직관 후기를 남깁니다.
저번 라운드에 특히나 좋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는데요.. 상하이상강(이하, 상강) 경기 후에는 FC서울 팬이신 비회원 알싸 회원분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1일 토요일 저녁에는 상하이뤼디선화(이하, 선화) 대 충칭리판(이하, 충칭)의 경기를 직관하고 12일 일요일 낮에는 현 CSL 1위 베이징궈안(이하, 궈안) 대 상강의 경기를 직관했습니다.
먼저 토요일 경기, 선화 대 충칭 경기입니다. 이번 경기 역시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렸는데요.. 홍커우에서 만난 인연 덕분에 이번에는 특별히 골대 뒤 서포터석에서 선화 울트라스(?)와 관전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홍커우는 양쪽 골대 뒤쪽 모두 홈 서포터석인데요.. 여기는 시즌권 소지자(약 11만 원)만이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일 티켓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저는 시즌권을 빌려준 "따거" 덕분에 함께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S석이지만 여기 역시 엄연히 선화 서포터석입니다. 원정 서포터석은 E석 가장 구석에 위치해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올린 글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진에서는 볼 수 없지만 이제 조금씩 케이힐의 호주 유니폼을 입고 입장하는 중국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서서 본 곳은 흔히 말하는 "코어" 부분입니다. 덕분에 서포터 리더의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전후좌우로 서포터즈의 응원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 중국의 2부리그인 "갑 리그"에서 승격한 충칭과의 경기였기 때문에 평소보다는 서포터의 수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득채운 모습입니다. 참고로 중국은 입장 관객의 수에 맞춰 섹터를 유동적으로 운영합니다. 그리고 절대 원정 서포터석 아래층은 개방하지 않습니다.
입장하는 선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선화 서포터즈입니다. 머플러를 들고 선수들을 맞이하는 모습입니다. 머플러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문구는 “不逛不放不申花”,“ALL FOR CHAMPIONS”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식명칭은 상하이뤼디선화지만 머플러 어디에도 뤼디(녹지, Greenland)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직 선화, 선화입니다.)
리그 우승, FA컵 우승, A3챔피언스컵 우승의 기록을 가진 선화입니다.
모자를 쓴 사람이 선화의 서포터 리더입니다. 코어의 가장 중심에 자리해 사방으로 응원을 지휘합니다. 2012년에 구성된 "Burning Corps Union"이라는 단체입니다. 혹시나 선화가 내년 아챔에 참가할 수 있을지 몰라 원정 오는 K리그 팬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경기 끝나고 살포시(?) 건냈습니다. ㅋㅋ 무서웠던(?) 겉모습과는 달리 쾌남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직전의 모습입니다.
경기 중의 모습입니다. 상단 두 장의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시야가 상당히 좋습니다. 기존의 홍커우 스타디움을 리모델링했는데 이래서 전용구장, 전용구장 하나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중국 최초의 축구전용구장입니다.)
응원하는 서포터즈의 모습입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수없이 느끼는 것이지만 서포터 리더의 응원을 따라하는 관중이 많은 이유는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가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굳이 멋진 가사를 넣지 않아도, 굳이 세련된 멜로디가 아닐지라도 어느 누구의 귀에 쏙쏙 들어온다면 그보다 좋은 응원가는 없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기 중의 혼전상황입니다. 앞에 볼보이가 서있는데 중국에서는 볼보이를 말 그대로 “球童”(축구의 구, 아동의 동)이라 부릅니다.
목에 걸린 카드가 시즌권입니다. 정면에는 좌석위치, 사진, 이름, 회원번호 등이 있고 후면에는 규정 등이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신용카드 사이즈의 시즌권이 쓰였다고 하는데 올해 시즌권부터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사진도 들어가고..
선화 팬들의 아이콘, "티미" 팀 케이힐입니다. 현지 팬들은 케이힐을 티미라고 부릅니다.
경기가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2대1로 선화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 충칭의 선수 한 명이 퇴장까지 당하면서 누구나 당연히 선화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경기 종료를 몇 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충칭이 동점골을 넣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선화 서포터석에서 소요가 일어났고 누군가 몰래 챙겨온 물통을 던지면서 경찰과 공안이 출동했습니다.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했습니다.
후드를 입은 팬은 화를 참지 못해 거의 난입하려 했으나 공안의 제지로 아주 찰진 욕으로 화를 대신 풀었습니다.
대륙의 침대와....
그것을 바라보는 선화 서포터의 "법규" 시전입니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중국에 온 이후로 가장 많은 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이 경기는 심판의 "승부조작"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참고로 중국도 "승부조작"이라는 단어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결국 경기는 2대2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선화 입장에서는 15위 팀에게 홈에서 비긴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결과입니다.
해는 다시 떠올라 일요일 오후입니다. 이 경기(상강 대 궈안)는 이번 시즌 나름 기대를 많이 가졌던 경기인데다가 마침 절묘하게 1위가 궈안이고 2위가 상강인 시점이라 반드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경기는 현지 시각 오후 5시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열렸습니다. 현지에서는 상하이 스타디움을 "빠완런"(팔만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날은 중국에서 F1 차이니즈 그랑프리가 열린 날이었습니다만 축구를 위해 기꺼이 포기.... 사실은 F1 티켓이 너무 비싸서..)
상강의 매표소입니다. 상하이 스타디움으로 오는 도중에는 유난히 암표상이 많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플랫폼에서부터 암표를 팔기 시작해 매표소 문전까지 장사를 이룹니다. 그 이유를 현지인과 이야기를 하며 알게 되었는데 상하이에서 기반이 튼튼한 선화에 비해 2005년 창단된 상강은 아직까지 팬층이 그다지 두텁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공짜표" 즉, 초대권을 많이 뿌리는데 그것이 암표상에게 흘러들어간다고 합니다.
작년에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당시 상하이"동야" 대 광저우헝다 경기를 보았을 때는 암표를 사서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매표소 분위기도 볼 겸해서 정가를 주고 입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드는 생각은 싼 암표를 사서 들어가는 것이 비교도 할 수 없이 낫다입니다. 이유는 아래에....
매표소 앞에서 암표를 파는 아줌마와 좌석표와 입장권, 가격을 비교하는 구매자의 모습입니다.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경기장 외부의 모습입니다. 각종 스포츠 관련 상점과 대형마트, 식당이 밀집해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암표상은 많습니다.
베이징에서 원정 온 궈안(SB) 팬들의 모습입니다. 꽤 많은 팬이 모여 한 섹터로는 부족해 한 섹터를 더 제공 받았습니다.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제1관문입니다. 바로 입장권의 소지 유무입니다. 중간에 뚫린 바리케이드에서 경호원이 직접 확인합니다.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제2관문, 티케팅과 소지품 검사입니다. 제가 위에서 왜 다음에는 암표를 사야겠다고 생각을 했냐면 QR코드를 스캐닝하는 홍커우와는 달리 여기는 입장권의 일부분을 회수하는 일이 전부라 정교하게 만든 가짜 입장권일지라도 입장할 수 있을 듯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티케팅 후 금속탐지기 같은 것으로 몸수색을 하고 가방을 열어 소지품을 확인합니다. 페트병 등이 발견되면 마시고 버리든 그냥 버리든 보이는 쓰레기통에 넣고나서 입장할 수 있습니다.
경기장 내부입니다. 왼쪽의 상강과 오른쪽의 궈안이 워밍업을 하고 있습니다. 상강의 서포터석은 특이하게도 E석 1층입니다. N석과 S석은 천막으로 출입을 통제해놓았습니다.
괜히 비싸게 산 입장권.... 후회막심입니다.. ㅠㅠ
원정 서포터석은 역시 특이하게도 W석 2층입니다. 사람이 많아 나중에는 3층까지 배정받았습니다. 여기에서도 보시다시피 원정 서포터석 아래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섹터를 막아놨습니다.
경기 시작 전 선수 소개 영상입니다. 김주영의 소개는 영상으로 찍어놨고 상강에서 나름 "핫"한 우레이의 소개는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 현 상강 감독, 스벤 예란 에릭손입니다. 중국에서 축구를 보는 매력 중에 하나는 세계적인 선수와 더불어 명장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인데요.. 저도 중국에서 에릭손 감독을 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올해 들어 케이힐이 상하이에 오고 콘카가 오고, 에릭손 감독도 오고.. 올해 상하이에서 축구를 보는 재미는 아주 솔솔합니다..^^
경기 시작 전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리는 모습입니다. 홍커우와는 달리 빠완런의 전광판에는 출전선수명단이 표시되어있습니다. 3번 김주영, 16번 하대성, 10번 데얀은 이번 경기에서 선발 풀타임 출장했습니다.
오늘 경기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알려졌는지 꽤 많은 외국인이 관전하러 왔습니다.
중국은 선수 입장시 FIFA Anthem을 틉니다. (작성하는 도중에 이제 슬슬 피곤해집니다.... -_-)
역시나 중국에서는 빠지지 않는 국가 연주입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관중이 국가를 따라부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부를 사람은 부르더라는..)
오늘 경기의 포메이션입니다. 상강의 센터백으로 출전한 김주영, 궈안 중앙 미드필더의 하대성 그리고 스트라이커에 데얀입니다. (참고로 콘카는 부상으로 인해 오늘 경기에 결장했습니다.)
전반전 경기 중에는 하대성이 상강 팬들에게 욕을 많이 들었는데요.. 더군다나 김주영에게 깊은 태클이 들어가 경고를 받으면서 심한 욕을 독차지했습니다. 전반전에는 하대성과 데얀 모두 조금은 떠있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후반전에는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나저나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고 데얀은 주심에게 이모저모 따져서 경고를 받았습니다.
상강에는 특이하게 치어걸이 있는데 전반 38분쯤에 준비를 해서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니 음악에 맞춰 치어리딩을 했습니다. 작년에는 2NE1의 Do You Love Me에 맞춰 했는데 올해는 제가 모르는 노래에 맞춰 율동(?)을....
후반전 시작 전 모습입니다. 후반전은 1층으로 내려와 관전했습니다. (후훗^^) 가장 늦게 걸어나오는 초록색 유니폼의 선수가 하대성입니다. 빨간색 유니폼 가장 오른쪽 선수가 김주영이고요.
1층 가장 앞자리의 시야입니다. 사이드라인 쪽은 벤치에 가려 잘 안 보이는 것이 단점입니다. 참고로 이쪽 좌석은 한국돈으로 약 68,000원입니다. 아마 암표라면 더 싸게 구하겠지만 그래도 엄청 비싼 편입니다.
결국 오늘의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끝나 순위변동은 없었습니다. 상강이 먼저 한 골을 넣었지만 후반전에 김주영의 클리어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궈안이 득점해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후반전 추가 시간, 김주영은 다리에 쥐가 나 메디컬 스태프들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첨언을 하자면 저와 하대성 선수는 딱히 연대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포항에서 뛴 적도 없을 뿐더러 마주할 기회는 거의 없었는데 하대성 선수를 두 번 정도 가까이 보면서 느낀 점은 "인품이 상당히 좋다"였습니다. 대다수의 축구 선수가 팬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몇몇은 뾰루퉁한 얼굴로 팬들을 맞이할 때가 있습니다. 하대성 선수를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본 것이 작년 FC서울 대 궈안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였는데, 그 당시 W석 관중석에서 팬들을 맞이하며 친절하게 사진도 같이 찍고 싸인도 해준 하대성 선수의 인상이 아주 깊게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번 일요일에 경기를 마치고 드레싱룸으로 들어가는 하대성 선수에게 "하대성, 파이팅!"이라고 응원을 하니 엄지를 들며 인사를 해주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얼떨결에 사진을 찍지 못해서.. ㅠㅠ)
이 사람은 "참으로 진국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태까지 비록 상대팀 선수라 응원한 적은 없었지만 (물론 욕을 한 적도 없고 국가대표 경기에서는 응원했지만요..) 제가 중국에 있는 동안은 응원을 하고 싶고 미래에 K리그로 복귀할 때에도 상태팀 선수라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하대성 선수입니다. 혹시나 하대성 선수 에이전트가 보신다면 꼭 전달을. ㅎㅎ
P.S. 이번에 텐진 서포터와 연락하며 알고 지내게 되었는데 5월에 텐진이 상하이선신 원정 경기를 올 때 저와 따바레즈를 만나게 해준다고 하네요.. ㅠㅠ 텐진은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과 서포터즈가 원정 경기에 동행해서 같은 호텔에 묵는다고 합니다. 그때 따바레즈의 인증샷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점.... 궈안과 텐진은 서로 상대방 서포터석을 개방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워낙 험악한 사이라 상대팀 서포터즈의 입장 자체를 금지시킨다고 하는데.. 그러면 너희는 어떻게 궈안 원정을 가냐고 물어보니 텐진과 아무런 상관 없는 옷을 입고 궈안 팬들 사이에서 조용히 보고 나온다고 합니다. ㅋㅋ
첫댓글 C리그 후기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역시 축구는 직관!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는 게 인상적이네요. 안전을 위한 섹터 제한이나 잔디에 바로 물을 뿌리는 등 작지만 세심한 부분.. 관중도 많고 애정도 커보이는 것이 부럽게 느껴집니다.
축구는 역시 직관이죠^^ 중국 팬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베이징궈안의 홈 경기 분위기가 대단하다는데 기회가 되면 가서 더 많은 것을 느껴봐야겠네요 ㅎㅎ
잘봤습니다^^ 정말 재밌는 후기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고 갑니다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럽고부럽고 또 부럽네요 중국축구! 미래가 아주 창창해보이네요 우리와는 다르게.. 잔디관리도 세계적수준인것같고!
무엇보다 보고싶어요 하대성!!
우리도 잔디 나쁜편은 아님 ㅋㅋ
@Inter Milan 아니에요ㅜ 소수의 경기장만 저렇지 대부분은 패스에 영향을 심하게 받을정도로 안좋습니다. 킥하면 모래가 풀풀날려요..
진짜 향후 몇 년 내로 무시 못하게 성장할지도 몰라요 -_-
사진방에도 올리시면 좋을듯~
사진방에서 좋아하려나 모르겠네요 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우아...사이가 대체 얼마나 안좋길래 입장금지까지.....ㅎㄷㄷㄷㄷ
덕분(?)에 상하이선화와 텐진타이다가 거의 혈맹의 관계라고 하네요 ㅋㅋ 이번에 선화가 궈안 원정을 갔을 때 선화 응원석에 텐진 서포터도 합세했다는.. ㅋㅋ
재밌게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