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또한 지루를 상당히 좋아하고, 지루가 보여준 아스날에 대한 헌신, 충성심을 높이 평가해서 지루가 아스날을 떠나는 것이 아쉽습니다.
또한 하필 첼시행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에 대해서 당연히 꺼림칙하기도 하구요.
산체스를 어쩔 수 없이 맨유로 보낸데에 이어 지루까지 첼시행에 근접하다라.. 그저 정말 답답한 행보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대해 성급히 평가를 내기 이전에 먼저 현재 아스날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되돌아본 뒤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현재 아스날은 벵거 감독 하에서 약 20년만에 챔스 진출에 실패해 유로파리그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챔스 붙박이 이미지가 가져다주는 메리트, 벵거 감독의 메리트, 아스날만의 아름다운 패싱 축구의 메리트 등 아스날이 가졌던 메리트들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게 런던 메리트와 조금 남은 벵거의 영향력 정도.
아스날은 빅클럽이지만 자급자족 구단이기에 돈(이적예산)도 한정적이고, 주급체계도 한정적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이런 제약적인 환경 하에서 챔스권을 잘 사수해왔지만, 점점 이적시장도 인플레이션되고 PL팀들이 재정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이러한 챔스권 유지가 힘들어진 시점이 온 것입니다.
여러가지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아스날이 현재 암흑기를 돌파해야하는 가운데 눈앞에 닥친 가장 주요한 2가지 미션은 1.팀을 다시 챔스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가, 2.외질 같은 핵심 선수를 지킬 수 있는가 입니다.
1번 미션부터 살펴보면, 오바메양 딜의 필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아직 리그에서 4위 팀과의 승점 차이는 5점으로서 남은 기간동안 충분히 경쟁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에 아스날의 득점력은 최대 관건입니다. 수비력도 문제라고는 하지만, 사실 주전멤버 모두가 나오지 않았을 때 후보 선수들과의 실력 갭이 너무 크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이지, 주전 수비멤버들이 다 나온다면 득점력이 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토너먼트 방식에선느 수비가 중요하지만, 긴 레이스인 리그 방식에서는 공격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라카제트가 의외로 득점력에서 부진한 가운데 남은 시즌을 웰백, 이워비로 끌고 간다는 것은 사실상 리그 포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지루? 지루 역시 최근 득점력 폼이 좋지 않을뿐더러 "팀의 득점력"에서 결국 중요한건 "서브의 질"이 아니라 "선발 자원의 질"입니다. 선발자원이 골을 잘 넣으면 교체 선수가 골을 넣든 못 넣든 크게 상관이 없는 것이지요. 서브가 중요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선발 자원이 부진한다는 뜻입니다. 현재 아스날은 20분동안 수퍼서브 역할 해줄 선수보다 70분동안 골 많이 집어넣는 선수가 더 필요합니다.
물론 유로파에서는 지루에게 선발 기회가 좀 더 주어질 수 있기 때문에 효용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나, 사실상 유로파 8강 정도부터나 베스트11을 가동할 것이라 예상해본다면 제대로 유로파에서 베스트11을 가동하는 것은 결승까지 간다고 가정해도 5경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5경기를 위해 오바메양을 포기하고 지루를 남겨야한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 주장이라고 판단됩니다.
마지막으로 나이가 걸린다는 분들도 종종 있지만, 오바메양은 28살로, 지루보다 3살 어릴뿐더러 아스날은 현재 코앞의 성적을 위해 유망주보다는 베테랑이 우선순위입니다. 특히 산체스가 나갔으니 더 그렇습니다. 지금의 아스날은 나이어린 20대 초반 선수의 포텐을 믿고 포텐터질때까지 2~3년 기다리다가 영원히 유로파리그에 갇히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경험많은 베테랑들의 노련함으로 팀의 중심을 잡고 유망주 키우기는 시간 날때마다 병행하면 됩니다.
2번 미션은 더 까다롭습니다. 이미 산체스는 못 지켜서 맨유와의 스왑딜로 넘긴 상태이니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외질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건 바로 "구단의 성적과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적은 1번과 연결되는 문제이니 넘어가고, 비전을 생각해보자면 결국 외질 이외에 월클에 근접한 선수의 영입이 해답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위에서도 말했듯, 현재의 아스날은 날이 갈수록 월클급 선수 영입이 힘들어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오바메양이 도르트문트와 불화가 심해지고, 오바메양이 아스날을 선호하면서 아주 운 좋게 월클급 선수를 스무스하게 영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심지어 겨울에 말이죠)
이번 겨울이적시장은 생각보다도 더 중요합니다. 산체스를 판매한 가운데 이 공백을 구단이 어떻게 메꿀지에 대해 외질을 포함한 아스날 선수들 전부가 다 주목하고 있을겁니다. 이게 바로 구단의 비전을 뜻하죠.
게다가 외질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지막 이적시장이기도 합니다. 불과 5개월 뒤면 외질은 자유계약이 되니까요.
그리고 한가지 더 고려할 점은 오바메양-미키로 포워드진 리빌딩을 어느정도 해놓아야 여름에 3선or수비or골키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스날은 여전히 정리해야할 선수가 많이 남았고(ex.드뷔시,젠킨슨 등), 또 새로운 계약만료를 앞둔 선수들도 많습니다.(ex.램지,웰백 등) 상당한 과정 속에서 성적과 비전이 적절히 어우러지지 않는다면, 정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대규모의 리빌딩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종합해보면 이번 이적시장에서의 오바메양 딜은 아스날에게 "단순 선수 한 명 영입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급하지 않으니 겨울에 안 되면 여름에 영입해도 되지 않느냐?라고 묻지만, 이번 시즌에도 챔스 진출에 실패하고 유로파가 확정된다면 여름에 오바메양이 유로파 팀은 안 가겠다고 태세변환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아스날 팬분들이 좋아하시는 페키르, 르마, 게데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을 노리는 수많은 빅클럽 중 챔스 나가는 팀이 있다면 아스날은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리게 되고, 월클급 재능 또는 월클급 선수 영입은 이제 타이밍을 재기도 힘든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에 가깝게 될 지도 모릅니다.
아스날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AST인 대런이나, ITK인 D 같은 트위터들이 오바메양 딜을 위해서는 아주 찜찜할지라도 지루의 첼시행을 받아들여야할지도 모르며, 좀 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괜히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도 물론 오바메양이 영입됨에도 불구하고 지루가 잔류해주거나, 또는 지루가 돌문 임대행, 혹은 첼시 이외에 타팀으로 이적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입니다.
하지만, 혹여나 지루의 첼시행이 이루어지더라도 단순히 그 결과만 보고, "오바메양 딜은 이럴거면 차라리 포기하는게 낫다, 그냥 지루가지고 쭉 가면 되지 뭐하러 오바메양을 영입하냐 그냥 여름까지 기다렸다가 다른 애 사자"라는 식의 감정적 판단보다는 좀 더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고, 최선이 안된다면 차선을 택하는 식의 결단도 내릴 필요도 있어보입니다. 게다가 다른 선수도 아니고 묵묵히 헌신해주던 지루가 긴 고민끝에 굳이 첼시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 예전 체흐처럼 그 결정을 존중해주고픈 마음도 있구요.
(아 물론 이적한다면 이적료는 제 값은 받아내야겠죠? 약 30M 파운드로 말이죠...ㅎ)
추천 꾸욱 누르고 갑니다. 충분히 좋은 의견이시네요! 아스날이 내일까지 어떻게 할지 쭈욱 지켜봐야겠네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그래도 이번 겨울이적시장에서의 아스날은 쫄깃쫄깃 기대감이 있네요.
삼자이동이 일어나지 않았을 시에 가장 손해인 건 아스날이기 때문에 오바메양을 얻으려면 결국 아스날이 원하는 금액은 못 받을 것 같아요
또 주전 수비수들 폼도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수비 보강까지 포기할 만큼 오바메양이 득점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가에 의문이 남습니다..
그 말도 맞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의문은 남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아스날이 더이상 영입없이 마감할 경우 과연 챔스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남는것이구요.
결국 인생은 선택이니.. 아스날의 선택을 지켜볼 수 밖에요.
맞는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지루가 다른데 가더라도 잘했으면 좋겠네요 ㅎ
공감합니다. 결국 구단이 성공하는 길로 가야죠. 저도 지루 정말 많이 애정하는 선수지만 큰 길을 봐야할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맞습니다.
맞는 말이네요. 단 지루를 보낼때 보내더라도 이적료로 제 값은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바가지 씌우는것까진 아니라도 새벽에 뜬 15m+옵션같은 조건은 솔직히 너무 싸다고 봐요. 구단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지루 본인의 값어치 인정을 위해서라도 제 값을 받아야합니다. 지루가 이왕 갈꺼면 첼시에서도 중요한 선수 대접 받으면 좋겠어요. 커리어에서 전성기 폼의 마지막 시점인데 지루가 주전경쟁 밀려서 급하게 헐값에 라이벌팀 서브로 간다는 기분 안느꼈으면 해서요. 너무 좋아하는 선수니 자존심에 상처 안받고 깔끔히 헤어지는게 지금은 최선이지 않나 싶네요
잉글랜드 기자들은 다들 25~ 30m 부근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아마 그 가격은 아닐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왕 가는 김에 주전자리 먹고 노년을 만족스럽게 보냈으면 하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공감되네요.
어쨋거나 챔스진출 실패하게되면 외질에 팀명성까지 많은것을 놓치게 될텐데요... 변화가 생긴다는거에 만족합니다
그나마 겨울에라도 좀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다행...ㅎ
역시 응무새님 좋은 글이네요
지루가 떠나는건 팬으로서 정말 아쉽고 슬프지만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끝까지 응원하는게 팬으로서 또 해야 할 일이겠죠 남은 이틀 동안 꼭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네요!!
맞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적료만 충당되면 지루를 위해서라도 보내주는 게 맞는데 최근 나오는 루머의 액수는...짜증만 납니다
액수는 아직 루머일뿐이니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응무새 최소 30m은 받았으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25m은 받았으면 좋겠네요
믿고보는응무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