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하마스(Hamas) 급습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무기체계 중 하나가 드론이었다. 당시 하마스 전투원들은 드론으로 수류탄을 투하하여 이스라엘군이 스마트 펜스에 구축한 통신탑과 원격사격통체계(Remote Controlled Weapon System, RCWS)를 무력화시켰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Gaza Strip)를 둘러싼 이스라엘군의 지휘·통제(C2)는 하마스의 급습이 이루어지는 동안 일시적으로 마비되었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계산된 기습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영상 1> 수류탄을 투하하여 이스라엘군 스마트 펜스 부근의 RCWS를 파괴하는 하마스 드론
이스라엘군이 반격 태세를 갖추는 동안에도 하마스의 드론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급습 다음 날인 10월 8일, 하마스 전투원들은 드론으로 폭발물을 투하하여 이스라엘군의 주력 전차인 ‘메르카바(Merkava)-4’를 파괴하는 영상을 SNS에 공개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를 하마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교훈을 계승한 것으로 평가했다. 즉, 하마스는 저가의 드론을 이용하여 고가의 ‘메르카바-4’ 전차를 파괴하는 가성비 전투를 수행한 것이다.
<그림 1> 폭발물을 투하하여 이스라엘군의 ‘메르카바-4’ 전차를 파괴하는 하마스의 드론
* 출처 : https://www.armyrecognition.com/defense_news_october_2023_global_security_army_industry/hamas_uses_drone_attack_tactics_from_ukraine_to_destroy_an_israeli_merkava_4_tank.html
이와 같은 모습은 10월 28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2단계 작전에서도 나타났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자시티(Gaza City)를 포위하고 건물 속이나 사이에 은·엄폐되어 있는 하마스의 지하터널을 탐색하여 파괴하기 시작했다. 하마스는 이 과정에서 밀집되어 있는 이스라엘 전투원들의 머리 위에서 수류탄을 투하했고, 이들 중에서 몇몇 사상자가 발생했다.
<영상 2> 가자지구 북부지역에 밀집된 이스라엘 전투원들 머리 위해서 수류탄을 투하하는 하마스 드론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황이 왜 연속적으로 발생했을까? 이스라엘군에 대드론체계가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체계를 전술적으로 잘못 운용했기 때문일까? 이스라엘군은 2020년 8월 전투원들이 휴대할 수 있는 웨어러블 형태의 대드론체계(Counter-Drone System)에 대한 전투실험을 진행했다. 이것은 이스라엘 방산기업에서 근접전투를 수행하는 소부대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소형 RF 디텍터(탐지)와 재머(무력화)로 구성되어 있고, 방탄조끼에 부착할 수 있다. 이 체계는 지난 해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초기 근접전투를 수행하는 우크라이나군에게 제공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이 전투실험만 진행했을뿐, 하마스의 공중 위협을 간과하여 이 체계를 도입하지 않은 것일까? 이는 양측의 분쟁이 종료된 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중 하나이다.
<그림 2>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고 있는 웨어러블 형태의 대드론체계
* 출처 : CISO社 제공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시티 포위망을 좁혀가는 상황에서 전술한 상황이 재현된다면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을 방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마스 전투원들이 가자시티 건물지역에 차폐된 지하터널을 이용하여 드론으로 기습적으로 폭발물을 투하하는 행위를 지속할 경우 이스라엘 지상군의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 이런 피해가 축적되면 이스라엘 지상군의 공격기세가 둔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고, 자칫 2단계 작전의 장기화를 초래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시 한반도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의 가자시티와 크게 다를까?
한반도의 지형은 굴곡이 많은 산악지역과 복잡한 구조의 건물들이 들어찬 도시지역이 즐비하다. 또한, 북방한계선 이북지역에는 서해부터 동해까지 20∼30km의 종심으로 4,000km가 넘는 길이의 지하장성이 형성되어 있고, 북한군의 방어진지(지탱점)는 요새화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군사시설은 한미 연합군의 첨단 정찰·감시·타격자산을 회피하기 위해 지하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지상군(육군과 해병대)은 유사시 산악·도시·지하에서 소부대 단위로 분권화 전투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그림 3> 6·25전쟁 당시 중공군이 구축한 지하장성 추정도
* 출처 : https://weekly.khan.co.kr/khnm.html?www&mode=view&art_id=202110221442011&dept=116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의 보편화와 더불어 북한군도 전술적 수준부터 전략적 수준까지 다양한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북한군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나타난 드론전투의 영향으로 폭발물을 투하할 수 있는 전술적 수준의 드론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해외에서 사용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는 회전익 드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것이 식별되고 있다.
<그림 4>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Jammu and Kathua 지역에서 발견된
유탄 투하식 북한 드론(2022. 5)
* 출처 : https://www.opindia.com/2022/05/jammu-kashmir-kathua-pakistani-north-korean-drone-payload/
전술한 사항을 종합해볼 때, 유사시 한반도 곳곳에서 현재의 가자시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지상군의 소부대도 폭발물을 투하하는 북한군의 드론 공격에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로 인해, 한국 지상군도 소부대용 대드론체계가 필요하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운용하는 소부대용 웨어러블 형태의 대드론체계는 고가의 대부대용 대드론체계와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저렴하고, 관련 기술도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으로 신속하게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생명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뿐인 자녀가 개인 및 부대 전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한다면, 이를 용납할 수 있는 부모가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이와 같은 경향은 인구절벽이 진행될수록 더욱 짙어질 것이다. 미래전에서는 전투원의 생명이 모든 군사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군은 싸우는 방법, 무기체계, 그리고 조직편성 측면에서 대부대와 소부대의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한정된 예산을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미래전에서는 이런 인간 생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과학기술의 뒷받침으로 작지만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소부대 중심의 분권화 전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며, 앞서 언급한 소부대용 대드론체계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