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죽게되면 그냥 죽자.
이렇게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어차피 기댈곳없고 기대할 대상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그 죽음이 수학풀이처럼 다가오니까 덜컥 겁이나더라구요. 그래서 동주민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인터넷에서 긴급의료지원이란게 있다는걸 봤거든요.
이때까지 왼발은 완전마비상태였지만 오른발은 걸을만했습니다. 이게 6월 21일 일이예요.
주민센터 복지 주무관은 상당히 친절했습니다. 그는 내 얘기를 잘 들어주었고 지원대상이 맞으니 즉시 입원하라했지요. 하지만 이런일이 처음이고 마음에 걸리는게 많아서 지원이 확실히 결정되면 가겠다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러나 밤새 너무 아파서 다음날 가까운 정형외과를 갔습니다. 이때까지 저는 디스크일거라 생각했어요 주로 아픈데가 허리고 디스크가 파열되 신경을 누르면 다리마비가 올수 있다는 글이 인터넷에 무척 많았거든요.
찾아간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디스크는 없고 척추는 너무 깨끗했어요. 그래서 꼬리뼈에 진통주사만 맞고 집으로 갔습니다.
약기운덕에 주말은 편히 지냈습니다. 하지만 마비는 전혀 풀리지 않았고 오히려 혼자 거동하기 어려울만큼 악화되었어요. 불과 3일만에 이렇게 되버려 당황했습니다.
6월24일 아침에 주민센터 주무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입원했느냐고요. 안했다하니 집으로 찾아오시더군요. 그리고 압류방지통장을 만들어야한다며 가까운 은행으로 절 데려갔습니다. 통장을 개설하고 나오다가 픽 쓰러졌습니다. 더이상 주무관 혼자 부축하고 나올수없게됐어요. 허리위로는 멀쩡한데 이정도까지 된게 믿기지않았습니다. 주무관님이 119를 부르셨고 저는 강동성심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바로 수액을 꼽고 여러가지 질문과 엑스레이를 찍으니 원무과에서 찾아왔습니다. 보호자는 어딨냐. 입원비는 얼마나 있냐같은걸 묻고 가더니 모든 치료가 스톱되더군요. 3시간쯤 그렇게 방치되있다가 인턴같은 의사가 와서 병원을 옮겨야 한다는겁니다. 결국 그렇게 사설 응급차를 타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왔습니다.
의료원에 도착할때까지도 정신이 온전했습니다. 그런데 응급실 침대위에 올라가 수액꼽고 몇가지 검사하고 여러명의 의사 선생님이 돌아가며 진찰하고 대기하고...밤 10시쯤 되었나? 지독한 통증이 시작됐습니다. 혈압이 170 넘어가고 체온도 39도..몸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12시쯤까지 너무아팠고 정신이 들었을땐 입원실이더군요.
다음날부터 온갖 검사가 시작됐습니다. 특히 인상적인게 뇌척수액 검사와 MRI였어요. 꼬리뼈 위쪽 첫번째 척추에 바늘을 꼽아 척수액을 뽑아내는데 30분쯤 걸립니다. 아프더군요. 하지만 MRI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예요. 가만히 누워있으면 되는건데 그 좁은 원통속에서 40분넘게 있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혔습니다. 또 아래서 뿜어오는 열기는 얼마나 답답하던지요.
암튼 그렇게 검사를 마치고 신경외과에 배정되어 치료를 받게되었습니다. 아직 진단명은 안나왔지만 갈랭바레증후군이 의심된다며 면역글로브린을 투여하기 시작했어요. 조금이라도 빨리 투여해야 진앵되는 마비를 멈출수 있다면서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척수액 중간검사에서 몇가지 안맞는게 있다며 아무래도 갈랭바레는 아닌것같다고 글로브린 투여를 중단시키더군요. 그상태로 또 하루가 지나고 주치의가 바뀌었습니다. 바뀐 주치의는 수막염이 의심된다고 항생제를 처치시켰습니다.
좀 아파서 쉬었다 이어쓰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분...죄송하지만 조금 이따가 이글 다시 읽어주세요
2.
죄송합니다. 위에 이어 씁니다.
항생제를 맞으며 수막염이 뭔지 찾아봤습니다. 3종류가 있더군요. 그중에 뭘까? 바이러스성이면 좋겠다. 아니 차라리 갈렝바레였으면 더 좋았을텐데..혹 또 다른건 아닐까? 뭐든 치료기간이 짧은거였으면 좋겠다...이런저런 생걱을 했습니다. 자신이 처량해지더군요. 한때는 친구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곁에 없는게 한심했습니다. 꼴란 자존심이 이렇게 만들었어요. 누군가에게 넋두리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여기가 끝릴수도 있겠단 생각이 자존심보같은거 잊게했습니다. 그래서 밤이슬에 글 올렸어요. 그게 6월 28일이었죠.
한때 믿었던 신과 혹시라도 날위해 기도해줄 사람이 있을지 몰라. 그런 기도가 많으면 내게 기적이 일어나지않을까? 지금껏 한번도 믿지않았던 기적이 갑자기 필요해졌어요. 부끄럽게도 인간 마음이란 이렇게 간사하네요.
고맙게도 정말 많은 분이 제 부탁에 흔쾌히 응답해주셨습니다. 모든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로미오 오빠님께는 뭐라 말할수없을만큼 감사드립니다. 글 올린 다음날 오시겠다더니 밤새 일하시고 진짜로 와주셨어요.
며칠후 주치의로부터 세균성 뇌수막염이라고 진단명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달고다니던 수액과 항생제를 모두 떼어내고 약물치료만 받게되었습니다. 한숨 놨다고 해야할까? 원무과로부터 첫번째 중간 진료 청구서를 받았습니다. 불과 일주일 남짓인데 250만원 조금 넘게 나왔더군요. 가만히 계산해보니 제 계산보다 한참 부족할것같았어요. 때마침 사회복지과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신청해뒀던 주민센터와 구청의 긴급지원이 병원쪽으로 넘어왔던거죠.
병원 복지사님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구청의 긴급지원은 3백만원. 그런데 그 3백만원이 둘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급여부분에서 101만원까지. 비급여부분에서 199만원까지 지원이 된답니다. 제 진료 청구서를 보니 급여부분에 80만원 비급여 부분에 170만원쯤 남아서 아직 여유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주민센터 지원부분이 70만원정도 있었어요. 이후 비급여부분 진료는 제가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병원비는 부족할게 뻔했고 그 걱정하는 제가 보였는지 민간재단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걱정말라시더군요.
하지만 민간 프로그램을 이용하자면 주민등본이라든가 여러가지 서류를 떼야하는데 제가 움직일수가 없어서 쉽지않을거같습니다.
복지사님께 상담하고 이틀후인가 진료협력팀에서 올라왔습니다. 이제 퇴원해라. 요양병원 몇군데 추천한다. 서울은 150만원정도 경기권은 6~70만원정도의 입원비가 들거다.
저는 진퇴양난이었습니다. 바로 복지사님께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답이 없었습니다. 주민센터 방문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한게 생각났습니다. 선정결과를 알려면 3개월쯤 걸린다했습니다. 그럼 3개월의 공백을 어떻게 견디지? 새로운 숙제가 생겨버렸습니다. 고민에 빠진 날이 시작됐습니다. 이때쯤 게시판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지요.
그런데 지난 금요일 반가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뜻밖에 3개월 걸릴거라던 수급자선정이 다음주 화요일부터 대상이 된다는겁니다. 제가, 주민센터 주무관님이,병원복지사님이 선정을 앞당겨달라 그리 부탁해도 3개월후라 했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다음주부터라니....이건 제게 기적같은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 아!!!이건 회원님들 기도의 응답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3개월후와 당장 다음주부터사이에 회원님들 기도외에는 아무것도 개입된게 없거든요. 정말 고맙습니다. 이게 다 밤이슬 회원님들 덕분입니다.
여기까지 중간에 빠진 얘기도 있고 시간순서가 잘 안맞는것도 있을겁니다. 그건 제가 온전한 상태가 아니어서이니 이해해주십시오. 하지만 댓글로 물어보시면 제가 대답해드리기가 훨씬 쉽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 쓸께요.
마비가 되면 통증도 마비되는지 알았는데 통증은 따로네요...막 화끈거리고 스물스물 기분나뿐 간지러움이 몹시 괴로와요.
첫댓글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억지로 글 쓰려하지마세요. 천천히 알려주세요.신은 안믿지만 기도하겠습니다. 부디 다 나았다는 소식을 듣길 바랍니다. 좀 더 희망을가지시고 함내세요.
나중에 쓰셔두 되요 안쓰셔두 되구요 힘드실텐데 일단 쉬세요
꼭 완쾌되셔서 금방 걸으실겁니다
많은분이 응원하시니 너무 걱정 마시고 일단 마음편하게 좀 주무셔요~
아..
옆에 보호자가 없다는게 눈물납니다.ㅜㅜ
아이고...
이런 상태이신지 몰랐어요...
모금상황에 대해서도 흘려보고 지나가버려서..
ㅠㅠ
우선 마음 차분히 하시고 순리대로 치료하세요.
안타깝네요 이런글 안써도되요 안정을취하세요
아픈곳보다 혈압이 더 큰일이여 혈압이 170 혈압약 드세요
굳이 글 쓰지마세요 지금은 치료가 우선입니다.
까페의 몇몇 글에 상처입으시지 마시고 사람 살아가는것이니 분명 또 다른 방법이 있을것입니다. 회원 6만의 까페인대 어떠한 도움이 될만한 방법이 나올수있을거 같네요
하늘에 맡기시고
편안한 맘으로 치료 잘 받으세요
물론 가족이 없어서 외롭구 힘들기는
하지만 반대로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었다면 더 고통속에서 힘들어 할 수도
있다는 모순도 있더군요
그래도 삶은 살아있기에 살아있는한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함니다요
적적할때 글 가끔 올려 주시고요
글로도 카타르시스가 될때가 있더라구요
몸조리 잘하세용
그렇네요. 진짜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는데 이 상황이라면 진짜 지옥이겠네요. 만원님께는 진짜 희망적인 조언이십니다. 와우님의 현명함에 깊은 찬사를 보냅니다. 와우님도 좀만 더 기운내시길 바랍니다.
@조운자룡 네 자룡님의 좋은말씀도 잘새기겠슴니다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 남은건
'희망'이라 하더군요
조운님도 소망희망하는것들 이루시길
기원 함니다요
치료 열심히 받으시고 마음 편하게 먹는것이 최고입니다. 밤이슬 수많은 분들과 함께 님의 쾌유를 빌어드리겠습니다.
힘내십시요.
반드시 쾌차하세요
많은 분들이 님의 완쾌를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굳은 의지로 견디고 이겨내실수 있을겁니다
아니 반드시 더 건강한 모습 찾으실겁니다
작으나마 기도로 응원드리겠습니다.
무조건 긍정으로 홧팅 !
휴대폰으로 글을 쓰시는것 같은데 무리하지 마시길........
아직 젊으신거 같은데 안땁갑네요
어제도 기도 드려습니다
힘내세요..
천천히 글쓰도 됩니다
님의글 읽어줄 사람 많습니다
아프면 좀 쉬었다가 쓰고...쉬었다 쓰고.
하고 싶은말 다하세요
천천히 해도 다 들어줍니다
뭐 드시고 싶은게 있으신지, 준비하려고 전화드렸는데 안받으시더군요. 혹시 많이 아프신가 생각했는데, 안타깝네요.
좋은 소식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내일 뵈요. ^^
가시면 위로의 말 부탁드립니다.
저는 늦게 글을 읽어서 모금있는지도 나중 알았는데 만원님 사연을 읽고 눈물이 나더군요.
저도 집에 가족 3명이 아파요. 모친과 형님,누나 ... 가족이라서 남이 안도와주니 남은 가족들이 돌아가며 병원이나,약 타러가는것 가끔 회를 좋아하시는 모친에게 형들이 회를 자주 사오고 해서 겨우겨우 넘기네요. 그래도 아프셔도 오래 살기를 기도합니다.
써니님과 민님의 방문이 <10분에 만원>님께 큰 위로가 될겁니다.
고맙습니다
네 잘 다녀오겠습나다
좋은 결과 있을겁니다. 웃으시고 힘내세요.
모쪼록 빠른 쾌유 기원드립니다
그래서 마음껏 필드를 또 달려보시자고요
재활치료에 집중 하시고 잘 치료 하세요
앞으로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그래도 작은기적이 일어났구요. 더 큰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 하겠습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힘 내십시오!
힘내시고,
쾌차를 기원합니다.
저도 님같은 입장으로써 죽지못해 살고 있네요ㅠㅠ힘내세요.빨리 완치하세요.
우리주위 특히 대리하시는분 들중에
님같이 안따가운분들이 있을겁니다
사연도 안알려지고 본인이 원치도 않고
힘내시고요 좋은일이 벌어지시길 바랍니다
@어실렁 건승하세요^^
조은분들많으시내요다들복받으실겁니다
날마다 기도하고 있습니다...힘내시고..건강과 복으로 가득한 날이 오기를 기원드립니다.
힘내세요 꼭 일어나실 것입니다 마음만
굳게 먹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며 모든것이
해결될겁니다 조급하게 마음먹기보단
느긋함이 투병엔 약입니다 부디 힘내십시요.
조금만더빨리 항생제 투여했음
어땠을까했네요ㅜ
그래도 쾌차하실꺼예요
희망만 품고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면서
뛰어다니는날 반드시 올겁니다
힘내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9.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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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많으시군요. 저도 겪어봐서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병명은 나왓나요?? 혹시 대소변은 어떠신지요..
마미증후군 이나 강직성척추염이라 든가 병명이 나왓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