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에서 최요한님 정치강연회에 참석하고 후기.

1.   아무리 주제파악을 하고 지금은 싸돌아다니고 이런거저런거 좋은 일 많이 할래, 그럴 게 아니라, 열심히 돈 모으고 공부하고 학력을 높일 때, 라고 판단했다손 치더라도,   좋은 뜻일지라도 갑자기 인간관계정리하듯 잠수를 타버리면, 인간관계도 쫑난다.   내가 상대방이 좋으면 좋다고 표현해야하고 관계유지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또 그래야 상대방도 나를 신경써준다.   저번주에 오강남교수님 강연회에 다녀온 것은, 순전한 팬심이었고,(책 싸인받고 돌아왔음) 이번에 참석한 계기는 사회선후배 사이, 형과 동생의 사이, 벗의 사이로 우정출현이었다.   예를 들어서 메인엠씨가 있으면 일회성 출현으로 게스트가 한 번 등장하고 사라지는, 그렇게 이해했고 또 그렇게 자기자신을 설정하고 그 자리에 참석했다.   2.   정치강연을 누가 듣겠나 싶어서, 껏해야 2-3명 있겠지 싶었지만 이게 왠걸 ... 가봤더니 학생이 무려 7명이나 있었다. 그것도 원래는 10명이었는데 3명의 열혈청춘들이 전날 폭풍음주를 하는 바람에 그 후유증으로, 부득이하게 참석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7명의 학생중에서 2명은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학생운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운동권 출신, 현역 운동권이었고, 나머지 5명의 학생들은 80년대 기준으로는 운동권이겠지만 오늘날 기준으로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청년들이었다.   때문, 강연은 한국정치역사를 주르륵 흝어가고 요점정리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리얼리티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수지망생들에게 현역가수 아무개가 멘토가 되어서,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것처럼,   2명의 프로 학생운동 인사들과, 5명의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교양있는 대학생들이, 최요한님의 살아온 길과 인생신념, 정치노하우,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듣고 배우는 자리였다.   최요한님의 살아있는 강연과 뒷풀이자리에서의 열정,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듣기 자세가 갖춰져있는 교양있었던 대학생분들, 그리고 젊기에 매우 튼실했던 그들의 주량,   나는 그 자리에 껴서 있는듯 없는듯 한마디씩 거들며 최요한님을 띄웠다. 사실 그것이 전통적인 게스트의 의무 아니었던가? 없는 말로 뻥을 쳐서 사람을 뛰우거나 구라를 까는 일 없이, 철저히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승부수를 던졌다. 제일 젊은 대학생이 20대 중반이었으므로 그들도 세상을 알만큼을 알기 때문에, 괜히 사람 띄운다고 뻥이나 치고 구라나 까면, 진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사도외마의 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았고, (그런 짓 하면 도의적인 책임을 떠나서 먹히지도 않음.) 있는 그대로 티안나게 띄웠다. 사실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았어야 했었다고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었다.   3.   집으로 돌아가면서 콰미님도 종종 세미나를 열고, 최요한님도 정치강연이나 대학강단에서 강사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고, 나는 언제쯤되면 재야인사에서 출사를 하게 되는 날이 올까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대인배이기 때문에 지인들이 잘나가고 남들에게 인정받으면, 그사람들이 잘났으니까 인정받는거지, 세상아무것도 공짜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질투를 하기보다는 ... 이 세상에 운좋게 태어나서 어찌하면 묘목을 많이 심어서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할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묘목은 풀과 나무가 아니라 사람을 뜻한다. 풀과 나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고 ...   인간은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사람을 남기는 것이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이다.)   4.   종교다원주의자는 나는 이 종교의 이런 가르침이 좋으면 이건 좋고, 저런 게 좋으면 저런 건 좋고, 이렇게 생각하기, 이제 나에게 이 종교와 저 종교의 경계선이나 구분은 아무 의미도 없다.   그래서 나는 불교인이고, 나는 안티기독교인이고, 나야말로 진정한 기독교인이다. 앞뒤가 안맞는 말을 나 필요할 때 마다 막 했지만, 그게 내게는 논리적이고 타당한 발언이었다.   찹쌀떡이 제일 맛있어, 나는 찹쌀떡의 후계자가 될 거야, 아니야 보리떡이 최고야, 아니야 개떡이 더 맛있음, 이런 논의나 정체성고민 자체가 나에게는 유치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이야기고,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영향력이 없기에 무언가 독자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은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어느 단체에 소속됨으로 그 단체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는 것도 못하리라는 것도 받아들이고 있다.   이 좁은 진보기독교판/안티기독교판에서, 일반인 기준으로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할 만큼 이름이 알려져있고 내 나름의 존재감도 확보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 힘도 없고, 존재감이 있다한들 그것이 구체적인 영향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상주의자로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꿈도 아름답고 고결한 것을 지니고 있지만, 스펙이 비정규직 젊은이 딱 그만큼인 소시민이라면 자기 먹고 사는 것외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라는 거 ...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최초로 목사타이틀을 지난 상태로 목회자사례비 없이, 비제도권에서 왜 안티기독교여야 하는지, 종교권력이 얼마나 사람을 황폐히만드는지 널리 알리고 싶었지만, 그래서 그 일을 하기 위해서 클럽안티기독교에서 정회원으로 존재하지만, 내가 목사가 되려면 갈 길이 구만리다.   이외에 뭐 하나 걸어두어야 사람들이 날 찾아오고, 지역사회에서도 사회복지에 일하기 편하지만, 역시 갈 길이 구만리다.   그러니 열심히 돈을 벌고 모아야 한다.   5.   카페지기로 일하고 있는 '새기모'는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이, 서로 안싸우고 재미있게 놀고, 활동가나 목사나 안티기독교인사들이 뭔 행사를 하거나 홍보를 하거나 그러라고 만든 카페라서, 내 나름대로 이거는 한 건 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새기모의 이름으로 무슨 행사를 할 일은 앞으로도 나 죽을 때까지 영원히 안 생길 것이다.   여기는 친목과 소통과 홍보와 놀이의 장으로만 일궈갈 생각이다.   눈은 멀리 미래를 보고 있지만, 현실의 나는 오늘도 pc방 재떨이와 모니터와 키보드를 신주단지처럼 아끼며, 전기기능사 필기시험 합격을 위해서, 수학공식을 더욱 사랑하여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