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도 안나가는데 게시판 기웃거리는 것도 좀 뭐하긴 하지만 지나가다 논의하시는 걸 보고 몇 가지만 적어놓고 갑니다.
국악 음정이라는게 참 모호합니다.
이론서에는 삼분손익이니 격팔상생이니 순정률이 어떻고 평균율이 어떻고..
하지만 실제 연주는 또 다르고..
이걸 어떤 정형화된 이론으로 잡아내기가 어려울뿐 아니라, 어찌보면 엄격한 음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게 국악의 특징으로 본다면
지나치게 표준화된 음정은 국악의 큰 특징을 말살해버리는 결과를 낳을수도 있는거고...
어쨌건간에 답을 구하기가 참 어렵지요.
이론서에 나오는 삼분손익법...
대부분 알고계시기로 삼분손익법이 음정을 계산하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방법이고, 이 방식으로 계산해서 만들어낸 음정에 맞게 연주하면 우리만의 특유한 국악스러운 느낌의 연주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삼분손익법으로 정확한 음고를 계산해서 그대로 연주해도 그냥들으면 평균율과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운 정도의 미세한 차이입니다.
결국은 국악스러움 이라는 것은 삼분손익법에 의한 음고의 미묘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겠습니다.
또, 서양음악처럼 화음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악은 음고상의 미세한 차이가 화음이 되느냐 안되느냐 혹은 이조가 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아주 큰 결과상의 차이를 만들 수 있지만,
국악은 화음이 아니라 선율 중심의 음악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음고가 서양음악만큼 오차허용치가 적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국악에서는 이런 정확한 음고보다는 시김새, 음색, 리듬 등의 감성적인 요소에 더 중요한 특징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음고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따지려는 시도는 학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기는 하겠지만,
국악연주를 즐기는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음고에 집착하는 것은 나머지 더 중요하고 큰 것들에서 시선을 돌리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에 그다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음고나 음조직론에 대한 논문 등은 많이 있지만 백대웅의 음계론 중 짧은 부분을 하나 소개를 합니다.
(원글의 의도가 100% 지금의 '음고치'라는 주제와 부합하는 것이 아니니, 밑줄친 부분의 내용만을 보시기바랍니다)
"각 민족에 따라서 음율이 다르다고 믿고서 우리 음악의 특수성을 음율에서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전통음악에 평균율이라고 생각하는 도레미...의 솔미제이션을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첫째, 도,레,미가 평균율이 아니라는 점, 둘째, 전통음악이 서양음악과 다른 특수성은 음율의 차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음율(음계)을 사용하는 '시김새', 그리고 음색과 리듬구조에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조선조 초에 아악,당악,향악의 음악 원리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각 음악을 관장하던 음악기관들을 장악서(후에 장악원)로 통일하는 과정에도 잘 나타나 있다."
*솔미제이션이라는 이상한 말이 나왔는데, 솔미제이션=계명창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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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현악 합주처럼 사람이 많은 때는 뭔가 기준이 당연히 있어야겠지요.
그럴때는 어떤 음고가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헤게모니가 어디에 있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그 단체를 끌어가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사람이 제시하는 음정을 나머지 연주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거겠지요.
물론 음정을 헤게모니의 경험적인 값이 아니라 나름대로 과학적인 분석과 연구를 통해 기계적으로 정해놓고 그대로 맞춰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정형화된 음고가 앞으로 자리를 잡게되면 그게 또 후세에는 전통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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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걸 실제로 궁금해 하시는 분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위님 퍼오신 원 글은 날것의 자료만을 나열해 둔 것이라 의미를 알기 어려워,
몇마디 덧붙이고, 수치부분의 뜻만 간략하게 해석해서 올립니다.
일단 무위님이 퍼오신 글에
문재숙 엮음의 합주 영산회상에 있는 계산치와 권오연의 논문에 있는 계산치가 틀린점은
합주영산회상 책의 수치는 김죽파선생의 남편인 이완규선생이 그냥 이론적인 수식으로 계산해놓은 값이고,
권오현 논문의 수치는 이론치가 아니라, 전문 연주자 집단을 조사대상으로하여 이들이 실제로 내는 소리를 측정한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음정과 주파수표와, 권오연 논문의 음고 조사치의 관계인데.
계산하는 원리와, 복잡한(?)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만 보여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결과값은 암산으로 계산해서 아주 대략적인 값입니다. 그리고 아주 정확한 값은 의미도 없구요)
참고로 무위님이 퍼오신글에서 제공된 수치는 Eb을 황으로 본것이 아니라 E를 황으로 본 계산치임을 알려드립니다.
배임종 243 , A#3=233.08 , B3=246.94 B - 30cent
배남려 276.9 , C4=261.63 , C#4=277.18 C#
황종 330.4 , D#4=311.13 , E4=329.63 E
태주 359 , F4=349.23 , F#4=369.99 F# - 50cent
중려 441.0 , G#4=415.30 , A4=440 A
임종 470.5 , A#4=466.16 , B4=493.88 B - 80cent
남려 542.5 , C5=523.25 , C#5=554.37 C# - 40cent
청황종 667.8 , D#5=622.25 , E5=659.26 E + 20cent
청태주 713.3 , F5=698.46 , F#5=739.99 F# - 60cent
청중려 885.8 , G#5=830.61 , A5=880 A +
청남려 1075.5 , C6=1046.50 , C#6=1108.73
글에서 청임종의 주파수값이 빠져서 청중려와 청남려는 계산을 못했습니다.
여튼, 위의 결과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값들은 A=440Hz일때 황종을 E정도로 연주할때는 대략 이렇게 하는것을 많이들 들어보셨을껍니다.
옛날 국악원스타일처럼 황종은 좀 지르고, 임종은 좀 의도적으로 많이 낮게한거나 태주는 좀 낮고 이런식으로..
*참고로, 읽은지 오래되어 지금 정확한 논문제목은 생각이 안나는데 거문고주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는 피리, 대금음정으로 연구한 것과 결과가 다릅니다. 당연한것이, 음정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거문고는 사람의 귀에 많이 의존하고, 피리 대금은 사람의 귀뿐만아니라 악기의 특성에도 많이 의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근데 또 정악모임이나 황종을 Eb근사치에 두는 경우는 위의 계산치대로 연주를 안합니다.
황을 Eb~Eb+50 정도일때는 위의 계산치보다 중려에 해당하는 음이 더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도 하구요.
임종은 또 저렇게까지 낮아지지 않고요..
결국 위의 계산치는 특정한 연주집단의 특정한 상황에서의 한정된 집합의 음고값으로 보는게 맞을것 같습니다.
저대로 연주를 안하는 연주자들도 너무나 많고, 그렇다고해도 그들의 연주가 국악스럽지 않은건 절대 아니거든요.
결론은 그렇네요.
정악모임은 악장이 있으니, 악장이 제시한 음정을 따르면 된다.(실제 모임내 논의의 결론도 이렇군요)
첫댓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종종 사족 달아주시지요.
지나가는 과객들 귀동냥에 배가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