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년 6 월 27 일 일요일 흐리고 비
농부는 비가 와도 쉬지 않는다.
하릴없이 쉬는것 보다
작물들과 노는게 더 즐겁기 때문이다.
미을 베어낸 자리에 콩 팥을 심어 놓고
자투리 땅이 조금 생기자마자
마춤하게 자라난 을깨 모종을
서둘러 옮겨 심는다.
촉촉이 내리는 비는 단비를 기다려온
풀향기 아내의 농심을 말릴수 없기 때문이다.
이 비가 그치면 양파를 캘 것이다.
자는 시간 외에는 손에서 일을 놓지 않으면
그런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농부의 아내이다.
훌륭한 농부의 아들들도 작업실에서
온 밭을 돌며 여기저기 잔일들을 알아서 한다.
며칠전부터 그리 기다리더니
내리는 비에 반가이 달려나가
온 밭을 쏘다니며 모종 채우기를 하고 있다.
행복은 이런 것이다
감사와 기쁨이 서로 공유되는 충만한 느낌....
얼마전 높은 산에서 안간힘을 쓰며 끌어내린 집채만한 나무들 중에
가장 많이 썩은 한 나무를 장작이나 땔까 하다가
속은 괜찮을까 하여 아까운 마음에 탁자를 만들어 보렸더니
생각보다 훨씬 많이 썩어있다.
어쟀든 썩은 부분은 말끔히 도려내야 한다.
만들고 또 만들면
만들어지고야 말것이다...^^
기계 톱도 쓰고
깎귀도 쓰고
전기대패도 사용하고
슬슬 모양이 나오기 시작한다.
콤푸레샤는 농가의 필수품이라 할만 하다.
날마다 옷에묻은 흙먼지만 털어도 본전을 뽑을수 있고
연장을 청소할때나 작업할때나
참으로 편리하고 유용하게 쓸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식사 당번은 재현이가 맡게 되었고
된장찌개와 야채 카레를 맛깔스럽게 끓여 내었다.
지금은 처참하지만
깎고 또 깎다 보면
언젠가는 그라인더로
말끔하게 손질할때가 오고야 말것이다.
받침나무를 자르다 덤으로 얻게된 작품이 나왔다.
탁자도 슬슬 제모양이 나오고
근 10 여년전 귀농 초기 때
동네 공사하던 포크레인이 밭 주변의 엄청난 나무를
뿌리채 뽑아주었을 때 이리저리 방치하다
12 가지 동물의 형상을 담고 있는
기묘한 모습 때문에 버리지 않았다가
더이상 미루지 않고
바쁜 시간 틈내어 작품을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나머지 집채만한 나무들은 비교적 상태가 양호하여
꽤 멋진 탁자를 만들수 있을 것이다.
꿈쩍도 않던 통나무가
하도많이 썩은곳을 도려내다 보니
둘이서 묵직하게 옮길수 있을 만큼
ㅁ
선반용 탁자가 완성되었다.
잔손질은 남겨두고
어제 강의 때 함께 만난 박진우 한의사의 부탁으로
높다란 소나무 가지 끝에 걸려 있는
차광막 벗기는 일을
재홍이의 재주를 이용하여 도와주러 출발하였다.
비가 내려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아
핸폰으로 사진을 찍었더니
금방 다시 사진이 엉망이다...^^
박진우 한의사 형제가 만들어 가는 치유쉼터 개울가 입구쪽에
수호신 처럼 엄청난 소나무가 두그루가 서있었는데
얼바전 강풍에 한 나무가 쓰러져 버린 것이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땔감으로라도 썼을 텐데.
자신들의 터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 여겨
산림청에 부탁하여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크레인으로 들어 올릴때
받쳐 주었던 차광막을 잘못끼워 꼬여버리는 바람에
미쳐 풀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꽤 까다로운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풀천지 해결사 재홍이 답게
끈기를 발휘하여 말끔히 해결해 주었다.
많이 성장한 것이다.
알게 모르게 스미는 ㅇ런 흐뭇함도
농부의 길을 헤쳐온 부모와 자식간의 작은 행복이다.
비만 오면 엉망이 되는 길을 위하여
편리한 시멘트 도로를 깔지 않기 위해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자연석을 깔아 놓았다.
큰 비가 오면 어찌 될지 모르지만
편리에 젖어있는 요즘 세상에
안타까운 훌륭한 마음이다.
비가 적당히 올때는 운치가 그만이지만
큰비가 오면 과연 견뎌 낼지 염려가 된다.
참으로 토속적인 한의원이다.
환자들이 쉬면서 자연치유과정을 실천해 나가기 위한
작은 숙소들을 만들어 놓았다.
박진우 한의사 형되는 이가
훌륭한 뜻을 지닌 동생의 어려운 길을
묵묵한 뚝심으로 헌신적인 자세로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홀로 지은 집이다.
그 선한 마음만으로도
아픈이들은 이곳에서 자연 치유받을 것이다.
맨손으로 시작하다시피 하다보니
할일은 많은데 늘 돈이 부족하여
합판으로 벽체를 만들어 놓고
토속적인 맛을 내기 위하여
나무들을 얇게 잘라 훌륭한 벽면을 만들어 놓았다.
정성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평생을 보면서 본전을 뽑으면 손해볼게 없을 것이다.
아직도 할일이 떄산처럼 보이지만
가끔씩 올때마다 오직 정성의 힘으로
놀랍도록 달라진 모습을 볼수있다.
마음이 앞서다보니 어설픈 것들도 많아
풀천지가 아는체 하면
돈이 부족해 그리 됐다며 순박하게 웃기만 한다.
사진만으로 크기를 가늠하기 어렸겠지만
거짓말 조금 보태 집채만한 바위이다.
숫가락까지 몽땅 쓸어간
잔혹한 일제 치하의 압제에서
미국에 패하여 물러가던 일본넘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인심쓰며 하는말이
조선엔 좋은 돌이 너무나 많아
돌만 잘 팔아먹어도 평생 굶어죽지 않을거라 하였다.
황금보기를 돌처럼 봐야되는 세상을 지나
요즘은 좋은 돌이 황금의 가치를 지니는 세상이 되었다.
이곳엔 좋은 돌이 엄청나게 많은 모양이다.
자연을 선택한 순간부터
그는 이미 부자가 된것이다.
아무나 하기 힘든 일을
애써서 해낸 뿌듯함에
재홍이가 스스로 대견해 하며 흐뭇해 하니
박진우 한의사 형제도 대견해 해준다.
;앞으로 서로 살아가는 자연의 세월 동안
암으로 좋은 인연의 친구가 되어갈 것이다.
다시 돌아와
중단했던 탁자 만드는 작업을 하였다.
하루가 꽉차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