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창 처가에서 처남이랑 술을 진창 마시고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ZZZ
5시30분 무렵에 일어나 식구들을 태우고 전주로 돌아와 짐을 푼 다음 애들엄마 나가는데 데려다주고 잠시 눈을 붙인다.
비몽사몽 헬렐레 하던 중에 10시 무렵 안선생님 전화를 받고 모악산을 가기로 하고 배낭을 챙겨 해성고로~
지난주 염분암에서 모래를 더 많이 날라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는데 그런 이유로 30L짜리 배낭을 챙겨온 것.
중인리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11시5분 무렵에 출발, 염분암으로 올라가는 산길엔 11시17분에 도착하여 모래주머니를 배낭속에 6개 양손에 두 개를 들어 총 8개를 운반한다.
안선생님까지 합하면 둘이서 10개를 나르니 그야말로 배달의 민족, 배달의 기수.
25분 정도 지난 뒤 염분암에 도착해 보따리를 풀어놓으니 다들 입이 쫙~
덕분에 국수는 곱배기로 먹어도 아쉽지 않게 되었다.
재작년 아들과 둘이 왔다가 먹었던 국수부터 그간 얻어먹고 빚진 마음으로 있던 것들이 이제서야 다 청산되는 느낌.
주능선으로 올라가 북봉을 거쳐 정상까지 완만하고 편안한 길을 걸으며 휴일의 여유를 만끽한다.
현대인에겐 특히 이런 여유가 필요한데...
돈을 벌고 애 터지게 노력하는 최종의 결과가 이렇게 여유를 누리며 살고자 하는 것이라면 나이 오십 줄의 지금이야말로 입출력의 조화가 필요한 시기.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간만 내면 되는 것인데 그것조차도 못하고 한탄속에 더 늙어가는 사람들도 있으니...
정상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개방이 되는 시간이라 사람들이 올라가 구경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있는데 오늘은 비교적 한가한 분위기. 아마도 버스떼기 산악회들이 오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하산길은 다시 북봉과 주능선을 되집어 금선암으로 내려가는 이정표를 따라 갔는데 절간에 내려서니 활짝 핀 수국이 환하게 반겨준다.
절집의 단청과 묘하게 어울리며 푸른빛을 발하는 꽃봉우리가 인상적이다.
중인리 주차장까지 돌아오니 2시가 다 되어간다.
3시간 가까이 소요된 것이니 결코 짧은 산행은 아닌데 진이 빠지는 극한의 강도가 없었기에 그냥 땀을 좀 흘리며 전날의 피로가 풀어준 수준으로 딱 좋다.
학교에 들러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애매한 끼니를 어떻게 하기가 그래서 고민하다가 캔맥주를 싸들고 문학대공원으로 가서 더욱 한가로운 오후를 만끽한다.
정자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을 누리다보니 하나둘씩 개님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술을 다 마신 뒤에는 온갖 종류의 개들을 구경하느라 눈이 호강을 한다.
이후에는 혁신도시로 넘어갔다가 위기자랑 함께 금암순대로 자리를 옮기고 그제서야 저녁식사를 겸한 쏘맥을 한잔씩, 그리고 서신동으로 걸어와서는 빵집에서 커피와 팥빙수로 건전하게 마무리.
새벽부터 온종일 휴일하루를 빽빽하게 보냈다.
6월의 마지막 주, 2014년 상반기가 이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