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지난해 선박 수주량, 인도량, 수주잔량(주문을 받아놓은 일감) 등 3개 부문에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년새 우리 코밑까지 바짝 쫓아오던 세계 2위
중국과의 격차를 다시 크게 벌리기 시작했다.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2007년보다 50% 이상 떨어진 글로벌 경제한파 속에서, 한국 조선산업이 눈부신 선전(善戰)을 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세계 조선·해운 시황 분석 전문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작년 175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수주량으로 중국(1490만CGT)과
일본(490만CGT)을 앞질렀다. 지난해 건조해 주문자에게 인도한 선박 물량은 한국이 세계 전체 물량의 37%(1490만CGT)를 점했다. 전세계에서 건조된 선박 3척 중 1척을 국내 업계가 만든 셈이다. 수주잔량 부문에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체가 세계 1~6위를 석권했다. 9위에 오른 성동조선을 포함하면, 세계 10대 조선소 가운데 7곳이 한국 업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위와의 격차 확대다. 중국은 2007년 수주량 점유율에서 한국을 0.3%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은 수주량이 전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한국과의 격차가 6.1%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다. 작년 하반기 조선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기존 수주물량에 대한 취소가 많아진데다, 납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중국에 대한 선주들의 발주가 큰 폭으로 줄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조선업계는 초대형 유조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이면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척당 1조원이 넘는 드릴십(깊은 수심의 해역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가스를 시추하는 설비)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7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벌크선(곡물·광물 등을 나르는 일반 화물선) 비중이 높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업체들의 결정적인 경쟁력은 선박 건조 과정에 IT 기술을 접목한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조선업은 굴뚝산업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국내 대형 조선소들은 인터넷 기반의 3차원 설계시스템과 자동운항제어기기 등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앞서 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이 줄면서 그동안 한국 조선업체가 수용을 못해 중국으로 넘어가던 물량이 기술력 좋고 납기를 잘 지키는 우리 쪽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것이다.
CGT(표준 화물선 환산톤수)
선박의 단순 무게에 부가가치와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무게 단위. 예를 들어 LNG선처럼 구조가 복잡하고 만들기 어려운 배는 일반 화물선과 단순 무게가 같더라도 CGT는 많이 나간다.
첫댓글 이런 기분좋은 소식은 다다익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