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느낌표 선물
『꽁다리 김밥』 (정두리 동시집)
진짜 이름 오지은 ㅣ 상상 동시집 25
정두리 (지은이), 김서빈 (그림) | 상상 | 2023년 12월
슬그머니 미소 짓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동시를 만나면 읽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어느새 내 이야기이고 친구 이야기가 된다. 『꽁다리 김밥』이 그런 동시집이다. 아이다운 시안으로 동시가 말을 건넨다. 각박한 삶에 느낌표를 찍게 한다. 그 바탕에는 어린이 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춘 동심이 내포되어 있다.
청소해서 깨끗해진 방/마트 다녀온 엄마/한껏 음식 솜씨 뽐내고/탁자 위 프리지어 꽃병도 놓았다//‘별로 차린 건 없지만~’/애쓴 엄마는 속마음과 다른 말을 한다 // 손님 덕분에/ 우리 식구 새로운 음식을/맛있게 먹는다//오늘 손님 앞에서/형과 나/말 잘 듣는 멋진 아들이 되었다. (손님 오신 날 전문)
일상의 한 장면을 옮겨 온 듯해서 정겹다. 손님 맞을 준비를 정성껏 한 엄마는 정작 손님이 왔을 때 차린 게 별로 없다고 한다. 겸손한 태도로 손님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엄마 마음임을 당장은 모르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알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손님 덕분에 새로운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손님이 있으니 장난치고 싶어도 뛰어다니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말 잘 듣는 아들이 되었다는 마지막 행에서 사랑스러운 형제를 만나게 된다. 손님이 있어도 몰라라 행동했다면 엄마는 진땀깨나 뺐을 것이다. 음전한 아이들 모습에 슬그머니 웃음이 물린다.
통무 절반이/푸르스름하다//무청 키워 내느라고,/흙 속의 무를/옴포동이 살찌우느라고//여태 남모르게/힘든 일 했다는 거/알고 남겠다//그 푸른 멍이/대신 말해주니까 (멍 전문)
시인의 시선으로 인격화된 위대한 멍! 남모르게 마음 써주는 정성이 참으로 웅숭깊다. 물상을 무심히 보아넘기지 않은 시인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드러내지 않고 힘을 주고 응원해 주는 많은 세상살이에 동참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새로운 사고로 발돋움하도록 환기해 주고 있다.
동백꽃은 떨어져/하나 둘 땅을 덮고/그 자리에서/ 꽃방석이 된다// 떨어진 작은 꽃은 /지들끼리 자리 잡은 뒤/소곤소곤/나를 부른다//꽃베개 만들었으니/이리와서/누워보고/잠깐 나비잠 자보라고 한다// (꽃베개 전문)
붉게 피었다가 땅에 떨어진 동백꽃은 스러지지 않고 소임을 연장한다. 꽃방석, 꽃베개가 되어 잠깐 나비잠을 자보라고 청한다. 동백꽃을 보고 꽃방석, 꽃베개를 불러오는 시인의 은유 혜안에 나비잠을 자보고 싶다. 눈앞에 펼쳐지는 이미지로 마음이 안온하다.
『꽁다리 김밥』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소재들에다 시적 상상력으로 빚어진 동시로, 공감을 자아낸다. 비꼬기를 좋아하는 친구는 좀 그렇지만 꽈배기는 제대로 꼬여야 맛있고(꽈배기) 사람들에게 알리고픈 말이 꽃말이 되었다(꽃말) 배고파 밭에 내려온 고라니가 측은하고 애쓴 할아버지라 더 안타까워한다. (할아버지와 고라니) 이제부터 아기상어가 내 무릎에 살게 되었다(반창고) 『꽁다리 김밥』 시적화자와 동일시되어 읽다 보면 “아! 아하! 그렇구나!” 동심 느낌표를 선물처럼 받을 수 있는 동시집이다.
출처 : 생명과문학 여름호
첫댓글 슬그머니 미소짓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동시 읽어 보고 싶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