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공포' 고운기(1961~) 네살배기 딸아이가 가는 어린이집에선, "아이를 선생님에게 꼭 인도해주고 가세요" 한다. 그래, 그것이 원칙. 원칙이지만 원칙을 지키지 못할 때가 있다. "서연아, 아빠가 대문에서 보고 있을테니까, 혼자 들어갈 수 있지?" 볼에 뽀뽀하고 차에서 내리자, 아이는 제 힘껏 뛰어간다. 살짝 스치는 옆얼굴이 상기된 듯, 굳은 듯, 어깨에 멘 가방 양쪽 끈을 꽉 쥐고. 아, 그것은 어린 딸이 세상에서 경험하는 첫 공포. ~~~~~ 회상 정환웅 전남 목포 신나는 어린이집 아침에 아빠는 다형을 품에 안고 가서 강광순 선생님께 인계했었다. 차를 주차하고 순형과 다형의 손을 잡고 십여 미터 좁은 골목을 올라가야 한다. 때로는 두 녀석을 손을 잡게 하여 저희들끼리 올라가게 하였다. 골목길을 올라가는 녀석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린이집의 정문에 들어설 때까지 아빠는 눈을 떼지 못하였다. 문득 이 시를 읽는 순간 골목 끝에서 어린이집 대문을 들어서는 두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 때의 나’가 생각난다. 녀석들은 아빠의 손을 놓고 저희들끼리 손을 잡고 걸어갈 때 뒤뚱거리는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어린이집 하원 시에 어린이집 통학차에서 내려 두 녀석은 손을 잡고 라인아파트 마당을 걸어오고 있다. 다형의 엉덩이는 기저귀에 젖어 축 쳐져있다. 실로 눈물이 나는 광경이다. 이제 두 녀석은 모두 잘 자라서 성인이 되고, 결혼도 하였다. 미숙했던 아빠의 자리... 세월은 쉼 없이 흘러 그날의 추억을 미소로 되새김질하게 한다. 다형아! 너의 결혼을 축하한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 2018. 12. 18 眺覽盈月軒 (보름달을 멀리 바라보는 집) 에서
마로니에
from Cafe 마로니에 그늘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