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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전 봄 소풍 단체사진 모습.
2023년 3월 기독교대한감리회 선교국에서 발표한 “2023년 기독교대한감리교회 농산어촌 목회자 및 교회 실태 조사”(본고에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본 자료 데이터를 근거로 한다)에 의하면, 농어촌 교회의 70%가 주일예배 참석 30명 미만이었고, 87%가 50명 이하였다. 농어촌 교회 목회자 3분의 1은 교회를 떠날 생각을 했고, 그중 3분의 1은 지금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으며, 84%는 탈진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농어촌 교회가 희망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홍천 제곡교회 정영선 목사는 “농촌 교회도 자립할 수 있고, 마을과 이웃을 도울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제곡교회는 2013년 정 목사가 부임할 때 20여 명이었던 성도가 10년이 지난 현재 140여 명이고, 다양한 사역으로 지역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교회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제곡교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10월 25일 홍천에 위치한 제곡교회에서 정 목사에게 물었다.
전도와 심방으로도 마을 목회가 가능하다전문가들은 농어촌 교회 해답을 마을 목회에서 찾는다. 농어촌 목회자 92.9%가 ‘농어촌 목회는 교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목회가 아니라 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농어촌 목회자의 절반 이상이 마을 목회 계획이 없다(현재 마을목회를 하는 교회는 17.9%, 앞으로 마을목회 계획이 있는 교회는 23.6%뿐이다). 인력 및 재정 부족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다(71.3%).
이에 대해 정영선 목사는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최근 농어촌 교회를 위한 세미나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마을 목회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을 목회 하시는 분들 가운데서 교회가 성장하지 않아서 고민하는 분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마을 목회로 인해 교회 사역에 집중하지 못한 것입니다. 교회 사역으로 마을 목회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마을뿐 아니라 교회도 살 수 있습니다.” 정부지원사업이나 마을협동조합을 통한 마을목회는 아니더라도 교회 사역으로 마을을 섬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마을과 교회가 상생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곡교회가 마을 목회 대상으로 삼은 곳은 홍천시 남면의 4개 마을 중 세 마을(제곡리, 용수리, 남노일리)이다. 그 이유는 제곡교회가 이 세 마을에 위치한 유일한 교회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정 목사가 마을 사업을 위해 하는 유일한 사역은 1주일 정도 시간을 내 도시에 옥수수를 팔아 주는 일이다. 생물인 옥수수를 팔지 못하면 폐기해야 하는 현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다.
그 외에 농사를 도와주거나 김장을 대신 해 주는 일 등은 전혀 하지 않는다. “농촌 교회라고 해서 목회자가 농사를 도우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농사 일이 손에 익지 않아서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체력적으로도 힘들어 목회 에너지를 남기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한번 농사를 도운 적이 있었는데, 그 다음날 죽을 것 같았습니다.” 대신 목사로서 해야 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목회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정 목사가 하는 핵심 마을 사역은 무엇일까? 전도와 심방이다. 정 목사 부부는 매주 금요일마다 50km 넘는 거리는 오가며 교인들을 심방하고, 전도한다. 봄, 여름, 초가을에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시원한 밀크커피, 늦가을에서 겨울에는 한방차를 준비해서 농사짓는 분이나 노인정을 찾아가 대접한다. 김장철에는 토요일에 김장하는 집을 방문해 차를 대접하고, 자녀들을 위해 기도해 준다. 마을에 행사가 있을 때도 커피와 한방차를 준비해 대접한다.
10년 동안 금요일마다 같은 시간에 빠짐없이 지속된 심방과 전도는 마을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제곡리, 용수리, 남노일리에서 제곡교회나 정영선 목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금요일이면 “목사님, 우리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와요?”라는 전화도 많이 왔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 차를 대접하고 있으면, ‘제곡교회 권사님이나 집사님이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전도와 심방이 제곡교회를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교회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것이다.
귀농 귀촌인의 등록, 예배에 달려 있다최근 지자체마다 정착 자금 지원, 주택 수리 지원 등을 통해 귀농 귀촌인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 귀농 귀촌인의 유입으로 지역이 폐교 위기의 학교가 살아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등 유익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교회도 마찬가지다. 2020년 기준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귀농 귀촌 가구 중 50대 이하가 약 60%였다. 대부분의 성도가 60대 이상인 농어촌 교회(2022년 예장 통합 동부지역 농어촌 센터가 발표한 “농산어촌 목회자 및 교회 실태조사”에 의하면, 농어촌교회 성도 중 89%가 ‘60대 이상’이었다)에 이처럼 젊은 귀농 귀촌인의 유입은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귀농 귀촌인을 교회로 이끌 수 있을까? 정영선 목사는 무엇보다 예배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홍천 시내의 중형 교회에서 부목사를 할 때, 귀농 귀촌한 성도들이 시골교회에 등록했다가 1-2년 후에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교회가 너무 지저분하고, 예배가 노인들에게 맞춰져 적응하기 힘들다는 이유였습니다. 70대 이상 성도에게 맞춰진 찬양, 말씀으로는 영적인 충족을 느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경쟁적이고 화려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 생태적인 삶을 위해서 귀농 귀촌을 선택했지만, 문화적으로는 여전히 도시에서 생활할 때의 눈높이를 고수하는 귀농 귀촌인을 위한 예배가 필요하는 말이다.
이에 정 목사가 제곡교회에 부임한 후 처음 시작한 것은 예배당 리모델링이었다. 공장 창고와 다름없었던 교회를 예배당처럼 꾸미기 위해 나무 강단을 만들고, 방송실을 만들었다. 예배 분위기에 적합하게 조명을 바꾸고, 음향 장비에 들어가는 라인도 모두 정리했다. 뿐만 아니라 건축 판넬이 전부였던 예배당 벽면에 석고를 칠하고, 나무를 덧대 누가 오더라도 마음 편히 기도하고, 예배할 수 있게 꾸몄다.
정 목사는 예배 음악에도 변화를 줬다. 반주기에 맞춰 부르는 찬송가가 전부였던 예배 음악을 피아노 반주에 CCM 중심으로 바꿨다. 이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반주기가 아니라, 피아노 반주에 CCM을 부르는 것이 이상하다는 교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하여 3년 동안은 예배 시작 전에 반주기에 맞춰 찬송가를 부르고, 정 목사가 강단에 올라와 예배를 인도할 때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CCM을 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목사는 예배 음악과 분위기 바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누가 오더라도 예배에 적응할 수 있고, 영적으로 충족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 마음은 이주민 노동자를 위한 배려로 이어졌다. 현재 제곡교회 주일예배 설교는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로 동시 통역된다. 외국인 성도가 수신기와 연결된 이어폰을 통해 위의 언어 중 하나를 선택해 설교를 들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찬양 자막도 영어와 러시아어 자막이 함께 나와 자국어로 찬양할 수 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일본에서 온 성도도 예배에서 은혜받아야 한다는 마음과 배려가 글로벌 예배로 이어진 것이다.
농촌 교회의 이주민 선교 현장올해 5월 법무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전에는 최대 5개월이었던 계절 근로자의 체류 기간을 8개월로 연장한 것이다. 농어촌에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손길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농어촌 교회를 향해 이주민 노동자 선교를 요청한다.
제곡교회도 이주민 선교에 앞장선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이주민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 그를 위해 병원비를 마련하고 수술받도록 했다. 남편의 회복을 위해 입국한 아내와 두 자녀가 지낼 거처를 마련하고, 일자리도 소개했다. 고려인 3세 미혼모의 경우에는 교회 성도 가정에 위탁해 엄마와 딸을 보호하고 있다. 또한 이들을 위해 러시아 평신도 선교사 가정(디마와 올랴)을 초청해 함께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예배 때 영어를 러시아어로 통역하기도 하고, 이주민 노동자들이 관공서에서 행정적인 업무를 해야 할 때 동행해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또 제곡교회는 은퇴했거나 잠시 안식하기 위해 국내에 머무르게 된 선교사를 위한 쉼터와 동역의 기회를 제공한다. 암 선고를 받은 아내 치료를 위해 국내에 들어온 예수전도단 출신의 선교사의 경우에는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를 받도록 돕기 위해 교회 부교역자로 청빙했다. 또한 은퇴한 GMS 선교사에게는 1년 동안 수요일마다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을 강의할 수 있게 했다. 다른 선교사에게도 은사에 따라 예배 강의, 상담 강의, 종교개혁사 강의 등을 하며 사역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섬김과 봉사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한 선교사는 목사 안수를 받고 일본 파송을 앞두고 있다.
농촌 교회 교회학교 사역은 기회다제곡교회의 또 하나의 특징은 교회학교 사역이다. 2022년 예장 통합 동부 지역 농어촌 센터가 발표한 “농산어촌 목회자 및 교회 실태조사”에 의하면 농어촌 교회 43.5%만 교회학교를 운영했다. 농어촌 교회 절반 이상이 교회학교가 없는 현실이다. 이는 교회의 형편 때문이라기보다는 농어촌에 학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곡리에도 초등학생이 한 명도 없다. 그런데 제곡교회 현재 140여 명의 성도 중 약 25%, 주일학교 10여 명, 학생회 20여 명, 청년회 10여 명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교회학교가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 세대의 말씀 양육과 신앙 성장을 위한 장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정영선 목사는 다음 세대에게 가장 필요하며, 부모를 교회로 오게 하는 것은 말씀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제곡교회는 QT 훈련을 통해 모든 학생이 말씀을 묵상하게 하고, 매달 하루를 통독데이로 정해 성경 한 권을 함께 읽는 공동체 읽기를 진행한다. 틈틈이 세계관 강의를 진행하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성경적 세계관을 갖도록 한다. 여름에는 영어성경학교를 진행하며 성경과 영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한다. 제곡교회 다음 세대는 노인정에 전도를 나갈 때 염색 봉사를 하고, 마을 행사 때도 형편에 따라 봉사한다. 삶에서 말씀을 실천하는 것만큼 훌륭한 교육이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남면은 물론 홍천군 전역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부모들이 제곡교회를 찾았다. 그야말로 교회학교 덕분에 교회가 부흥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웰다잉을 꿈꾸다정영선 목사가 제곡교회에 부임한 지 2-3년 즈음 됐을 때, 홍천 시내 한 중형 교회에서 청빙 요청이 왔다. 목회자로서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재정적으로도 더 넉넉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 목사 부부는 청빙에 응할 수 없었다. 제곡교회에 부임할 때 정 목사를 반기던 한 권사의 말 때문이다. “목사님, 이제 목사님이 나 책임져야 해.” 자신의 마지막 삶과 죽음, 장례를 책임지라는 말이었다. 정 목사는 당시 91세였던 권사님께 당연히 교회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이 정 목사 부부로 하여금 청빙을 거절하고, 제곡교회를 지키게 만들었다. “그 권사님이 101세예요. 권사님이 계시는데 우리가 다른 곳에 갈 수는 없지요.”
정영선 목사는 101세가 되신 권사님을 보며 ‘9인 요양원’을 꿈꾼다. “요양원에서 이런저런 일을 당했다는 뉴스로 인해 요양원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이 많습니다. 또 자녀들 손에 이끌려 요양원에 갔다가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는 몇몇 분을 보면서, 이분들이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며, 평안하게 삶을 마무리하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인은 물론 마을 주민의 웰다잉을 위한 양로원을 꿈꾸게 됐습니다.” 교회가 안전하게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마을 주민과 소통하면서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다. 이에 동네 사랑방 같은 ‘9인 요양원’을 세워 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제곡교회는 예배, 전도, 선교, 구제, 나눔 등 목회 본질적 사역은 물론,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한 성도를 책임지는 목회로 홍천 남면 제곡리, 용수리 남노일리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교회로 자리매김하며 부흥하고 있다.
첫댓글 제곡교회~한번 가본적 있어요^^
없어서는 안 될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