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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완도, 청해진 21 원문보기 글쓴이: 한바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한글을 사랑하고 우리말을 걱정하는 시민운동모임이다.
공병우 박사의 독려를 뿌리로
1988년 우리나라의 유명한 안과의사였던 공병우 박사가 미국에서 한글의 기계화를 연구하고 돌아오셔서 종로구 와룡동에 한글문화원을 열고 한글기계화운동을 시작하시면서 그 건물에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회장 이대로), 한글글쓰기연구회(회장 이오덕), 아래아한글을 만든 이찬진과 정래권 등의 젊은이들에게 한글사랑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내어 주셨다.
그때 우리는 나라살림이 거덜나 국제투기자본의 밥이 된 원인을 1990년에 정부가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고, 영어조기교육을 강행하면서 세계화를 외치다가 얼빠진 나라가 되었기 때문으로 보았다. 공병우 박사께서 우리말과 얼을 지킬 수 있는 강하고 힘찬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을 당시 제대로 모임을 만들어 그에 대처했더라면 불행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정치인이나 학자, 언론인과 기업인 등 지도층들이 외국어 능력을 우선시하며 우리말과 우리 한글을 사랑하는 일반 국민을 열등하게 보는 풍조가 만연해지면서 영어의 조기교육과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늘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렇지 않아도 오랫동안 한자어와 서양말법에 우리말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가던 중에 외환위기 이후 더욱 외국문화가 판을 치게 된 것으로 보고 뜻있는 한국인들이 뭉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앞으로 온갖 어려움을 참고 이겨내어 다시 숨통이 트이게 되더라도, 혹은 전보다 더 잘 살게 되더라도 그것은 뿌리 없는 가짜 세상이이어서 다시 낭떠러지로 달려가는 길밖에 안 된다고 보았다. 또다시 그런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우리말과 우리 얼을 잘 지켜서 튼튼한 나라를 만들어야 했다.
우리말글살이 10년의 기록 <우리 말 우리 얼>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온 국민이 날마다 입으로 하는 말, 읽고 쓰는 글을 누구나 잘 알 수 있는 쉬운 우리 말과 글로 하도록 하여 서로의 생각을 올바르게 알리고, 깨끗한 마음을 주고받으며,잘못된 말로 남을 속이지 않고 또한 속지 않고, 어려운 말을 몰라서 세상을 불편하게 살아가거나 죄를 짓게 되는 일이 없게 하며, 유식함을 자랑하거나 겉치레하는 풍조나 남의 것을 부러워하며 우리 것을 멸시하는 태도를 바로 잡아 온 국민이 겨레를 사랑하는 한마음으로 살아가는 참된 나라’를 세우는 바탕을 다지는 데 목표를 두고 활동했다.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우리말 우리얼>이라는 회보를 통해 우리의 주장을 글로 펴내고 우리 말글살이를 바로 잡으려 애썼다. 처음엔 회보를 다달이 내다가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두 달이나 석 달에 한 번씩 내고 있지만, 58호까지 펴내는 동안 지난 10년 동안의 활동을 비롯해 우리 말글살이의 역사와 흐름을 고스란히 담았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들면서 “어린 백성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글을 몰라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서 새 글자를 만드니 잘 쓰라.”고 하셨던 말씀을 실천하고자 함이다.
우리는 먼저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바르게 쓰고 깨끗하게 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회보를 통해서 정부나 기업, 언론과 학자들이 잘못하는 것을 알려주고 바로잡았다. 정부에 말글정책 건의도 하고 성명서도 발표했다. 한자혼용단체가 한글전용법을 폐지하고 한자혼용법을 만들겠다고 나섰을 때 이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가장 앞장서서 막아냈다.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한문에, 일제시대에는 일본말에, 오늘날엔 영어에 밀려 병들어가는 우리말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우리말을 우리 글자로 적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영어조기교육을 하려고 해서 그 반대운동에도 앞장섰다. 국어교육과 우리말 바로쓰기를 먼저 하고 중, 고교의 영어교육부터 잘 한 다음에 그래도 안 될 때 해도 늦지 않는다고 반대했으나 결국 막지는 못했다. 그 결과 우리말과 문화가 더 병들어서 ‘기러기 아빠’까지 만드는 불안한 가정을 낳고 있다. 엄청난 돈이 영어교육에 퍼부어지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무리까지 등장했다. 국사와 국어까지도 영어로 교육하겠다고 하고, 정부기관이 영어로 회의를 하겠다고 하며, 영어마을을 만들려고 수천억 원을 쓰면서 우리 국어교육과 발전을 위해서는 그 10%도 안 쓰고 있다. 이에 최근엔 ‘영어몰입교육반대, 우리말 지키기 서명운동’을 통해 그야말로 지금 당장 우리말을 지켜서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밖에도 국회의원의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는 일,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드는 일에도 앞장섰다.
둘째는 해마다 한글날에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 뽑기’를 한 것이다. 어떤 것이 우리말을 살리는 일이고, 어떤 것이 우리말을 죽이는 일인지 알려주자는 뜻이었고, 누가 우리말을 지키고 있으며 누가 우리말을 짓밟고 있는지 밝히자는 것이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정부나 언론기관이나 학자나 기업이라도 잘못된 것은 용기 있게 밝혀서 바로 잡으려고 했다.
그 원년이었던 1999년에 으뜸 훼방꾼으로 당시 국무총리 김종필 씨를 뽑고 한자병용을 찬성한 심재기(국립국어연구원장), 진태하(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위원장), 이응백(한국어문회 이사장)씨 및 박원홍 국회의원, 조갑제 <월간 조선> 편집장, 우리 정부에 일본식 한문약자를 공식 약자로 사용해 줄 것을 제안했던 고무라 마사히코 일본 외무장관과 일본 외무부도 훼방꾼으로 뽑았다.
반면,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는 한승헌 감사원장을 뽑았으며, 판결문과 공소장 쉽게 쓰기에 앞장선 윤관 전 대법원장과 김진환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장, 한국방송공사(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회, 원광호(한자병용반대 비상대책위원장), 남영신(국어문화운동본부장), 진용옥(국어정보학회장), 조상현(하이텔 한글사랑모임 대표), 한국글쓰기연구회(회장 주중식), 한자병용정책의 문제점을 집중보도한 손석춘(한겨레신문 기자) 씨를 뽑았다. 이후에도 해마다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 10명 씩을 선정해오고 있는데, 으뜸 지킴이와 으뜸 훼방꾼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0년 으뜸 지킴이-법률문장을 쉬운 한글과 우리말로 바꾸라고 국회에 청원한 출판사 현암사 전 대표 조상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공병호) 회의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문화재단 (총감독 이상만) 쓰면서 영어 열병을 부채질한 서울특별시(시장 이명박) ‘우리말 배움터’ 누리집 운영자 권혁철 교수 훼방꾼이라는 한자말보다 헤살꾼이란 순우리말이 좋겠다는 의견에 따름)
우리 말과 글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남의 말 남의 글에 빠져서 유식한 척 지껄이고 알 수도 없는 글을 써서 학식을 뽐내며 우리 말과 문화를 업신여기는 풍조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우리말은 우리 얼이고 뿌리이니 튼튼하게 살려 나가야 한다고 외쳐도 듣는 귀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말글이 죽든 말든 돈만 벌면 상관없다는 기업만으로도 모자라 이제 정부까지 가세하는 판이니 어찌 해야 한다는 말인가?
한글은 태어나고서도 600년 동안이나 제 몫을 하지 못하다가 이제 겨우 나라글자로 인정받고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수천 년 만에 온 이 우리말글 독립의 기회를 영어 숭배자들이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루 빨리 이 안타까운 짓을 그만두고 우리 겨레와 나라가 잘 사는 데 그 무엇보다 더 크고 근본이 되는 일, 먼저 해야 할 일인 우리말을 지키고 살리고 빛내는 일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글단체나 한글학자만이 아닌 우리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할 것이다. 이 일이야말로 평화시에 나라를 지키고 겨레를 빛나게 만드는 민족독립운동이고 애국운동이며, 온 겨레가 함께 잘 살자는 만민평화운동이고 홍익인간정신의 기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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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한글시민운동의 살아있는 역사|작성자 온한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