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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ai Lama Fellows 의 요람
버지니아대학교 명상과학센터
(Contemplative Science Center at UVA)
글 : 김승환 (Dalai Lama Fellow)
2018년 어셈블리에 참석한 달라이라마 펠로우즈/ 스태프 단체사진 (출처: 버지니아 대학교 명상과학센터)
버지니아대와 티벳불교
버지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 약칭 UVA)는 미국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Charlottesville)에 1819년에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제 3대 미국 대통령에 의해 설립된 미국의 주립 대학으로 미 동부를 대표하는 이른바 '퍼블릭 아이비 대학' 중 하나이다. 작은 대학 도시인 샬러츠빌은 블루리지 산맥에 자리잡고 있어 주위에 숲이 많고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자주 언급된다. 미국 유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대학교이며, 특히 로스쿨과 경영대학원, 영문학, 종교학 등이 명성이 높다.
버지니아대의 종교학과 중 특히 인도-티베트 불교학의 연구가 활발하다. 버지니아대 종교학과의 학자로는 제프리 홉킨스(Jeffrey Hopkins) 석좌 교수가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다. 그는 1973∼2004년까지 버지니아대 종교학과의 인도-티베트 불교 전공교수로 재직하며 티베트 불교학의 정립과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세계적인 석학으로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간 달라이 라마 공식 통역사로 일했다. 특히 달라이 라마의 통역으로 활동하면서 달라이 라마의 강연록을 편집하는데 크게 기여하였고 달라이 라마와 함께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 그의 저서들은 복잡한 불교 철학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그가 직접 사사 받은 달라이라마와 티베트 고승들의 가르침들을 대중적으로 알리는데도 노력하여, 그 이전까지의 티베트 불교에 대한 신비주의적인 관점을 바꾸어 티베트 불교의 다양한 전통과 수행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데도 큰 이바지를 하였다.
1992년도에 부임한 버지니아대 종교학과의 데이비드 저메이노(David Germano) 교수의 활동도 눈부시다. 티벳불교사를 전공한 저메이노 교수는 버지니아대 명상과학센터(CSC)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버지니아대학교 명상과학센터 (Contemplative Science Center at UVA)
달라이 라마 펠로우인 필자를 초대한 곳은 버지니아대의 명상과학센터(Contemplative Science Center at UVA,약칭 CSC)였다. 2012년에 설립된 버지니아대 명상과학센터는 마음챙김(Mindfulness) 과 명상(Contemplation)의 교수 과정, 연구, 커리큘럼 개발,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적용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기관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버지니아 명상과학센터(CSC)는 기존의 교육 기관들이 Human Flourishing(인간의 번영)을 촉진시키는 지식과 마음가짐 그리고 수행을 어떻게 더 잘 이해하고 운영하게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버지니아 대학 외 2개 대학(위스콘신-매디슨 대학,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과 공동으로 진행중인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등 삶의 의미를 찾고 스스로 발견하도록 가르치는 인간번영 주도 프로젝트(Student Flourishing Initiative-SFI)와 유-초중고에서 학생과 교사진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학업 성취도를 고양하고, 학교 내 공감을 확산하기 위한 프로젝트(Compassionate Schools Project-CSP)를 들 수 있다. 달라이라마 펠로우즈(Dalai Lama Fellows) 프로그램의 운영도 CSC가 담당한다.
2019년 달라이 라마 펠로우즈 어셈블리에 참석한 펠로우들과 스태프들(출처: 버지니아대 명상과학센터)
Dalai Lama Fellows’ Contemplative Leadership Assembly
필자는 2018년 여름과 2019년 여름을 연거푸 버지니아대학에서 보냈다. 첫 해에는 달라이라마 펠로우로서 5일간의 Dalai Lama Fellows Global Assembly 참여를 위해서, 이듬해에는 어셈블리 진행을 돕기 위해 호스팅 팀 일원으로 다시 샬러츠빌로 향했다.
필자는 지난 2017년 뉴욕대학교 대학원 재학 중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Dalai Lama Fellow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2010년에 설립된 달라이 라마 펠로우십(Dalai Lama Fellowship)은 환경, 인권, 세계 평화, 기아, 난민 등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비전을 갖고 있는 젊은 차세대 리더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들이 사회변혁(Social innovation) 프로젝트를 통해 자기 자신과, 속한 커뮤니티, 나아가서는 인류 전체를 위해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비전을 세우고 자기 관리(Self-care)를 통해 더 나은 리더쉽을 배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달라이 라마 펠로우(Dalai Lama Fellow)로 선정된 사람들은 1년 동안 버지니아대 명상과학센터에서 커리큘럼에 따라 프로젝트 완성에 필요한 온라인 멘토쉽을 지원 받는다. 또한 선정 첫 해와 이듬 해 여름 버지니아대를 직접 방문하여 일주일간의 워크숍 기간 동안 Contemplative Meditation에 대한 다양한 강연을 듣고 펠로우즈들끼리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서로 교류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워크숍은 1년간의 펠로우십을 마친 후 수료증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 되지만, 수료증을 받은 후에는 평생 달라이 라마 펠로우(Life-Long Dalai Lama Fellow)가 되어 다른 펠로우들과 계속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된다.
필자가 달라이 라마 펠로우로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가상현실 (Virtual Reality)기술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을 이용한 설치 미술작품과 발명품을 통해 뉴요커들에게 마음 챙김(mindfulness)의 중요성을 알리고, 명상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동기부여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 Mindfulness Over Matter 였다. 일년간의 멘토쉽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부분에 있어 도움을 받았고 2018년 여름 버지니아대에서 열린 어셈블리에 참석해서 펠로우쉽 프로젝트의 경과를 발표했다. 워크숍 기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온 많은 친구들을 사귈수 있었고 그들의 비젼과 열정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인도에서 온 칼틱 샤니(Kartik Sawhney)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를 안고서 스탠포드대에서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그의 달라이라마 펠로우쉽 프로젝트는 STEMAccess로 인도의 시각장애인들의 수학과 과학 공부를 도울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개발이었다. 항상 긍정적이고 환하게 웃던 그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시아다 후세인(Syeda Hussain)는 방글라데이시에서 온 펠로우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시아다는 방글라데시의 무슬림 여자 중고등학생들의 교육 평등을 위하여 이바지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가장 취약한 분야인 여학생들의 컴퓨터프로그래밍 교육을 도와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작하는 프로젝트 (Leaping Boundaries)를 추진했다.
2019_달라아라마 어셈블리 기간 아침 명상세션을 진행하고 있는 필자
필자는 2019년 여름 호스팅팀의 일원으로 버지니아대에서 열린 달라이라마
펠로우즈 어셈블리에 참석해 펠로우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과 마인드풀니
스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2019 달라이라마 펠로우즈 어셈블리 호스팅 팀이 되다
2019년 여름에는 호스팅 팀의 일원으로 워크숍어셈블리에 참석 할 수 있게 되었다. 평생 펠로우 중 소수 인원만 선택되었는데 필자는 운좋게 그 중 한 명이 되었다.
워크숍 개최 몇 달 전부터 달라이라마 펠로우 스태프들과 여러 번의 화상 회의를 통해 어떻게 하면 참석자들이 워크숍을 더 의미 있는 경험으로 가져갈 수 있을 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함께 고민했다.
전 세계에서 오는 펠로우들의 교통편, 식사, 숙소, 행사 프로그램등을 준비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2019 워크숍은 버지니아대의 다든(Darden) 경영대학원 내 행사장에서 열렸다.
워크숍 진행을 돕는 것과 별개로 필자는 펠로우들을 대상으로 테크놀로지와 마음챙김 수행법에 관련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펠로우들의 아침 명상세션을 인도 했다.
필자는 어셈블리가 열리기 이틀 전 선발대로 버지니아대에 도착해서 펠로우들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어셈블리 개최일 전날부터 35개국에서 출발한 44명의 달라이라마 펠로우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디씨의 둘루스(Dulles) 인터네셔날 공항에 내려서 셔틀을 타고 두시간 반정도를 달린 후 샬러츠빌로 도착하는 여정이다. CSC의 스태프들은 이른 새벽부터 세계 각국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버지니아대에 도착하는 펠로우들을 맞았다.
행사장소에 도착한 펠로우들은 모두 긴 여정으로 지쳐보였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상기된 표정이었다. 절반 정도의 친구들은 이미 작년 어셈블리에서 만났던 2018년 펠로우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새롭게 선발된 2019년 펠로우들이었다.
첫 날 오리엔테이션은 달라이라마 펠로우쉽 프로그램 소개, 버지니아대 명상과학센터(CSC) 소개, 숙소 배정, 참석자 소개 순으로 진행 되었고. 이날 필자는 “테크놀로지는 앞으로 인류의 마음챙김 수행을 어떤식으로 변화시킬 것이고 우리는 이를 대비해서 어떤 리더십을 준비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로 두 시간 동안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달라이 라마 펠로우쉽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리서치했던 마음 챙김(Mindfulness)과 관련돤 새로운 기술들(명상앱부터 가상현실을 이용한 명상센터, 명상 버스, 인공지능 명상도우미등)을 소개했고, 앞으로 이런 기술들이 인류의 정신수행에 가져올 영향과 문제점들을 같이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둘째 날부터는 2018 달라이 라마 펠로우들의 스토리텔링 세션이 시작됐다. 1년 간의 펠로우쉽을 마친 학생들이 각 개인의 프로젝트 미션의 성과와 느낀점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세린 싱 (Serene Singh)은 콜로라도 주에서 온 2018년 펠로우다. 그녀는 시크교(Sikh)도로서 미국 내에 만연한 시크교도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를 없애고자 노력했다. 더 나아가 모든 종교가 평화롭게 화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녀의 장기적인 목표라고 했다. 어셈블리 기간 내내 방글라데시춤을 전파하는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녀는 올해 로즈장학생으로 선발이 되어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를 앞두고 있었다.
2019_달라이라마 펠로우들의 1년간의 프로젝트 경과를 발표하는
스토리텔링 세션
2019_버지니아대에서 열린 달라이라마 펠로우즈 어셈블리에서 강연을 한
론다 매기(Rhonda Magee) 샌프란시스코 법대 교수
(출처: 버지니아대 명상과학센터)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에서 온 2018년 펠로우 아에디 마빈제르(Addi Mavengere)도 기억에 남는다. 아에디는 짐바브웨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멀티미디어 교육용 플래폼인 StudyBox 제작과 보급을 프로젝트로서 진행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안타까워하던 그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아이들이 쉽게 여러 매체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세번째 날에는 샌프란시스코 대학(University of San Francisco) 법대 교수이자 명상가로 유명한 론다 매기(Rhonda Magee)가 “나와 타인 그리고 커뮤니의 치유, 평화, 그리고 정의 (Healing of self and other and community, peacemaking, and doing justice)”란 주제로 진행했다. 론다 매기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성 명상 지도자 이며 최근 "The Inner Work of Racial Justice: Healing Ourselves and Transforming Our Communities Through Mindfulness"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한 인기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미국 마인드풀니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카밧진(Jon Kabat-Zinn)의 제자이기도 하다. 존 카밧진 교수가 창시한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은 위빠사나의 마음챙김 명상을 의학적 치료 방법으로 활용한, 미국 명상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카밧진 박사는 1979년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 의대에 MBSR 클리닉을 처음 도입, 남방불교의 위빠사나 수행법과 인도의 요가 등을 융합한 통증 및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서구에 대중화시킨 인물이다.
2018년 어셈블리에서 프로젝트 경과를 발표하는 필자
이날 저녁에는 버지니아대 로툰다(Rotunda)에서 저녁식사가 있었다. 버지니아대학에서 운영하는 다른 펠로우쉽인 Meriwether-Lewis Fellow들도 참여하는 자리였다. 로툰다는 토마스 제퍼슨이 로마의 판테온(Pantheon) 신전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하고 버지니아 대학을 설립할 때 중심에 세운 역사적인 건물이다.
넷째날은 World Cafe세션이 진행됐다. 버지니아대 교수들과 명상과학센터 스태프들, 그리고 펠로우들이 한 조가 되서 앞으로 1년간 펠로우쉽을 수행하게 될 2019 펠로우들은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전년도 펠로우들과 스태프들은 이들의 프로젝트를 경청한 후 다양한 각도에서 조언을 해줬다.
2018년 어셈블리에 참석한 달라이라마 펠로우즈/ 스태프 단체사진
(출처: 버지니아 대학교 명상과학센터)
마지막 날에는 수료식이 있었다. 1년간의 프로그램과 5일간의 UVA에서의 워크숍을 마친 펠로우들에게 달라이라마 명의의 수료증이 수여됐다. 이들은 이제 평생 달라이라마 펠로우(Life-Long Dalai Lama Fellow)가 되어 활동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모였던 펠로우들은 이제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서 달라이라마 펠로우로써의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이들은 버지니아대 명상센터 스태프들과의 긴밀한 온라인 1:1멘토쉽을 통해 프로젝트를 발전시킨다.
필자는 모든 펠로우들이 떠난 뒤 스태프들과 함께 숙소와 행사장 청소를 마친 후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셈블리 호스팅팀으로의 경험은 작년 펠로우로 써의 경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어셈블리 준비 과정을 볼 수 있었고 스태프들이 얼마나 큰 노력을 하는지 알수 있었다. 끝으로 행사를 위해 여러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던 버지니아대 명상과학센터(CSC)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참고링크: 버지니아대 명상과학센터 (Contemplative Science Center at UVA)
https://csc.virginia.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