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생겼을 때 조심해"..버핏이 말하는 투자실수와 주식 팔 때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김재현 전문위원입력 2022. 10. 15. 09:25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블룸버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투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로 손꼽힌다. 버핏의 오래된 강연은 지금 봐도 인상적인 게 많다. 그 중 하나가 1996년 노스캐롤리나 대학에서 한 강연이다.
이날 강연에서 사회자가 소개한 버핏의 초기 수익률도 인상적이다. 1957년부터 1969년까지 버핏이 운영한 버핏 파트너십 펀드는 13년 동안 30%에 육박하는 연평균 수익률을 올렸다. 1957년 버핏 파트너십 펀드에 투자된 10만 달러는 1969년 172만 달러로 불어난 반면, 같은 기간 다우존스 지수에 투자된 10만달러는 약 25만 달러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버핏 파트너십 수익률/사진=The Irrelevant Investor 홈페이지 캡쳐
직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건 1965년이다. 버핏이 12달러에 인수한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노스캐롤리나대 강연 바로 전 해인 1995년 이미 약 2만5000달러로 상승한 상태였다. 무려 2000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이날 한 시간 남짓한 강연에서 버핏은 △주식을 매도할 때 △투자실수 △훌륭한 경영진을 찾는 법 등을 말했다. 1996년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질레트, 가이코에 투자했으며 시즈캔디,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었다. 버핏이 26년 전에 한 말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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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할 필요가 없는 주식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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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훌륭한 기업은 찾기 어렵기 때문에 좋아하는 기업을 찾으면 영원히 보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버핏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간은 안 좋은 사업의 적이지만, 훌륭한 사업에겐 친구"라고 강조한다.
버핏이 주식을 팔 때는 오직 사업의 펀더멘털이 바뀌거나 해자가 훼손되기 시작했을 경우다. 해자는 성곽의 주위를 둘러싼 도랑인데, 여기서는 경쟁사의 침입을 막는 실질적인 장벽을 뜻한다. 버핏이 선호하는 투자대상은 이미 넓은 해자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해자를 확대함으로써 지속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이다.
버핏이 주식을 파는 또 다른 경우는 더 좋은 투자 기회가 나타났을 때다. 현재 투자 중인 기업을 통해 연평균 10%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는데, 만약 15%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 기회가 있다면 옮겨가는 건 당연하다. 다만 리스크까지 반영된 위험조정 수익률이 월등히 높을 경우다.
버핏이 기술주와 성장주 투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잠재 수익률이 높지만, 높은 경쟁으로 인해 투자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바이오 주식의 사업 모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버핏은 자주 2미터 높이 장애물이 아니라 30센티미터 높이 장애물을 찾는다고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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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때 실수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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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때, 자신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 부분은 1996년 이후 버핏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유 현금이 많아지면서 버핏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버크셔의 보유 현금은 1470억 달러에 달했다.
1996년에도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에 큰 영향을 주는 투자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이다. 버핏의 실수는 투자를 많이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누락(omission)'이 대부분이다. 버핏이 든 대표적인 사례는 디즈니다. 1966년 디즈니의 시가총액이 약 8000만 달러에 불과할 때 버핏은 400만 달러를 투자해서 지분 5%를 사들였지만, 그는 이때 트럭에 마구 쓸어 담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버핏은 약 1년 뒤 보유지분을 50% 불어난 600만 달러에 매도했지만, 그 지분 5%는 1996년 10억 달러가 됐고 2022년에는 무려 100억 달러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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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경영진을 알아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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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은행 살로먼 브라더스가 국채 입찰 조작 스캔들로 위기에 빠진 1990년, 이 회사에 투자 중이던 버핏이 긴급 소방수로 투입됐다. 당시 버핏은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뽑기 위해 12명을 인터뷰했는데, 버핏이 주로 본 건 높은 지능지수(IQ)가 아니었다. CEO 후보 모두 높은 IQ를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 그건 볼 필요도 없었다.
대신 버핏이 중점을 두고 본 건 공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넘길 수 있는지, 자신이 약속할 걸 실천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날 버핏이 강연을 듣는 경영대학원생들에게 던진 질문도 재밌다. 버핏은 "만약 수업 동료 중 한 명을 골라서 그의 미래 수입의 10%를 받을 수 있다면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IQ, 외모는 기준이 아닐 테고 축구공 60미터 던지기, 원주율 소수점 이하 300자리까지 외우기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버핏은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성격과 습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이 줄곧 강조하는 '기질(temperament)'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또한 버핏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게 최고의 기회라면서 존경하는 사람을 찾아서 그를 위해 일하겠다고 제안할 것을 추천했다. 버핏 역시 가치투자의 아버지인 벤저민 그레이엄을 존경했으며 그레이엄을 위해 일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버핏은 "대부분의 부는 투자자가 이해하는 불과 몇 개의 주식에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훌륭한 기업을 찾아서 오래 보유하는 게 중요한데, 오히려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장기 투자를 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졌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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