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하다가 용변 신호가 오면 시골에서야 적당히 해결할 수 있는데 서울이면 적잖이 당황스럽습니다. 그날이 오늘입니다. 용산구 후암동 옛날 집에 손님을 내려주고 약간 들떴는지 콧노래가 나오나 싶었어요. 웬걸, 태릉 입구에서 일판이 터져버렸지 뭡니까?"비켜요! 비켜!" 버스 정류장과 택시 승강장 사이에 차를 묶어 두고 내려간 곳이 태릉역 7번 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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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장애인 자세로 내려가 겨우 찾은 화장실인데 미화원 아줌마가 가로 막고 서서 못 들어 간답니다. "여기 관공 시설 아닌가요?(나)" "아니에요" "그럼 뭐 하는 곳인데요?(나)" 개인 용역 업체에서 작업 중이랍니다. "나 지금 너무 급하니까 일단 다녀와서 애기 합시다(나)" "못 들어간다니까요?" " 이 아줌마가 미쳤나 봐 확 그냥(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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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팔을 잡고 가로막는 아줌마는 영자씨 일까요? 똥 좀 싸겠다는 데 이렇게까지 필사적인 아줌마를 나는 더 필사적으로 뚫고 설사와 된 똥의 중간 안타를 쳤으니 똥 집어 먹을 때까지 살 것 입니다. 여 3명 남 1명을 어떻게 교육을 시킬까 벼루고 나왔는데 다들 어디로 갔을까요?
2.
"4.17.wed. 맑음. 20도 18:05 아프거나 불편한 곳은 없나요?(나)"
"4.17.wed. 해. 13도 11:16 아프거나 불편한 곳은 없습니당. 어제 두통이 조금 있었는데 약 먹고 괜찮아졌어요. 몸살 끼 있을 땐 쉬기도 합니다. 아부지 감기는요?"
"계속 진상을 쳐서 전쟁 중이다. 곧 놈이 백기를 들고 물러가겠지 뭐(나)
"병원 다녀오셨어요?"
"한방/신식 두 병원 모두 다녀왔어요. 나체? 사진 뭐냐? 피카소 작품인 모양인데 아부지가 못 본 그림이라서 묻는 거야(나)"
"피카소 학생 때 작품 이라고 해요. 아카데미 적 교육을 받았을"
"인체 소묘로 대학 입학한 사람으로서 내가 배운 게 잘 배운 거란 생각이 들어서 찍었어요. 거긴 유명 작품보다 초기 작업과 말년 작업이 많았어요."
"왜 한방 병원을 갔어요, 그냥 병원을 가시지 않고"
"내과도 당근 가보았지요. 지금 누구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나? 걱정 말아요. 아부진 거의 끝물이에요. 난 끝물이니 공주님은 남은 일정 알차게 의미 있게 잘 소화하고 무사히 컴백 홈 하시라(나)"
"알겠습니다. 아프지 마셔요. 저는 세비야로 넘어왔어요. 덥네요. 여기 29도"
"밥은 먹었어? 아부진 설렁탕 먹으러 들어왔다(나)"
"설렁탕 같은 거 먹고 싶은데 햄버거 먹었습니다. 후후 뭐드십니까? 내장탕?"
"내장 탕은 없고 설렁탕에 김치지 뭐(나)"
"아쉽네요. 이남장 한 번 가야 하는데"
"이남장-곱창집-낙지 집- 다 가자 집떠나면 먹던게 먹고 싶거든(나)"
"그럽시다. 낙지가 젤 땡기네유 아, 국물도 ㅎ ㅎ"
"그게 향수병이야. 공주야! 장염은 기침을 하니?(나)"
2024.4.17.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