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는 언제나 크고 작은 화재 사건들이 발생한다. 물론 화재 예방이 우선시 되어야겠지만, 이미 화재가 발생했다면 그 무엇보다 초기 진압이 가장 중요하다. 화재가 발생하고 5분이 경과하면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구조대원이 화재 현장에 진입하기가 어려워지고 피해 규모 또한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방차가 출동해 화재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내외. 즉, 화재가 발생하고 소방차가 도착하는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결정된다. 최근에는 운전자들의 부족한 양보의식과 불법 주정차 문제 등으로 출동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고 하니, 화재 발생 시 행동 요령을 미리 알아두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소화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소방안전 포스터들 <출처: 소방청>
이 초기 진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소화기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소방서라고 불리는 소화기는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평소 소화기 위치와 사용법을 잘 익혀두어야 한다.
소화기의 원리와 구매 적기
▲ 우리와 가장 가까운 소방서, 소화기
소화기란 말 그대로 불을 끄는 소화 기구다. 불이 어떤 물질을 태우기 위해서는 열과 산소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소화기는 이 산소의 공급을 막아 불을 끈다. 불이 났을 때는 먼저 소화기를 불이 난 장소로 옮긴 후 안전핀을 뽑는다. 가급적 가까운 거리(4~6m)에서 불이 난 방향으로 호스를 잡고 손잡이를 힘껏 당기면 약제가 방출되는데, 이때 바람을 등지고 서서 빗자루로 쓸듯이 불을 꺼야 효과적이다.
▲ 올바른 소화기 사용법 <출처: 행정안전부>
소화기는 직사광선을 피해 습기가 적고 서늘한 곳에 설치해야 한다. 간혹 소화기가 눈에 거슬리거나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잘 보이지 않는 공간에 보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화재의 초기 진압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소화기는 반드시 눈에 잘 띄고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곳에 설치해야 하며, 비상구와 가까운 곳에 비치하는 것이 좋다.
▲ 압력게이지가 정상 위치에 있는지 체크하기
소화기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도 꼭 필요하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빨간색 소화기는 대부분 축압식 분말소화기로, 소화약제가 굳지 않도록 한 달에 한 번씩 흔들어 주고 압력게이지가 정상에 위치해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화기의 내구연한은 제조일로부터 8년이며, 10년이 지난 노후 소화기의 경우 폭발 위험이 존재하므로 반드시 교체하자.
▲ 축압식 소화기와 가압식 소화기 <출처: 국민재난안전포털>
특히 압력게이지가 없는 가압식 소화기는 1999년부터 생산이 중단된 제품으로 폭발 위험이 매우 크니 인근 소방서에 문의하여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소화기의 구매 적기는 따로 없지만, 1년 중 주로 가을과 겨울에 화재가 많이 발생하므로 여름철에 미리 구매해 적절한 공간에 설치하고 사용법을 익혀두는 편이 좋다. 또한, 한 번 사용한 소화기는 소화 약제를 충전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화재에도 종류가 있다!
불이라고 해서 다 같은 불이 아니다. 흔히 불이 났을 때 물을 뿌리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아주 위험하고 잘못된 상식이다. 물을 뿌렸을 때 더 큰불로 번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화재는 타는 물체의 성질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며, 화재 유형에 따라 진압하는 방법도 각각 달라진다. 먼저 화재의 유형부터 살펴보자.
- A급 (일반화재)
종이, 목재, 섬유, 고무처럼 타기 쉬운 고체 가연물에 발생하는 화재를 말한다. 가장 일반적인 화재 유형으로 일반화재 또는 보통화재라고 부르며 다 타고 난 이후에 재를 남긴다.
- B급 (유류 및 가스화재)
석유나 휘발유 등 가연성 액체나 가스에 의한 화재를 말한다. 물을 뿌려도 효과가 없고 폭발 위험이 있어 더욱 위험하다. 유류화재 또는 가스화재라고 부른다.
- C급 (전기화재)
전기를 사용하는 기구에서 스파크, 누전, 과부하 등으로 발생하는 화재를 말한다. 물을 뿌릴 경우 감전의 위험이 있어 매우 위험하며 전기화재라고 부른다.
- D급 (금속화재)
마그네슘, 나트륨 등 가연성 금속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말한다. 다른 화재에 비해 발생 빈도는 낮지만, 소화 작업이 어렵고 폭발 위험이 있다. 금속화재라고 부른다.
- K급 (주방화재)
식용유나 조리용 기름을 사용하는 주방(kitchen)에서 주로 발생하는 화재를 말한다. 2017년 새로 도입된 화재 유형으로 주방화재라고 부르며 일반 소화기가 아닌 K급 소화기를 사용한다.
어떤 소화기를 사용해야 할까?
화재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듯이 소화기 역시 소화기에 들어있는 소화약제나 소화원리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소화기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각각 어떤 화재에 적합한지, 사용법과 주의할 점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 분말소화기: ABC급
▲ ABC 축압식 분말소화기
분말소화기는 가장 일반적인 소화기의 유형으로 가루 형태의 소화약제를 뿌려 공기를 차단하고 불을 끄는 방식의 소화기다. 일반화재는 물론 유류 및 가스화재와 전기화재에 모두 활용 가능한 ABC 소화기로 가격이 저렴하고 조작이 편리해 대중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사용한 뒤 잔여물이 많이 남기 때문에 정밀한 장비가 있는 공간에서는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 포말소화기: AB급
▲ 스파르코 레이싱용 포말소화기
포말소화기는 내부에 든 약제를 혼합해 거품을 발생시키는 방식의 소화기다. 소화기를 거꾸로 흔들어서 방사하면 거품이 나오는데, 이 거품이 공기의 공급을 차단하고 불을 끈다. A형과 B형 화재에 적합하여 일반화재나 유류 및 가스화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감전 위험이 있어 C형 전기화재에는 활용할 수 없으며, 일단 방사를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 이산화탄소(CO2) 소화기: BC급
▲ 동아화이어테크 CO2소화기
이산화탄소 소화기는 고압 이산화탄소를 약제로 사용하는 소화기다. 긴 나팔 형태의 호스를 통해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면서 공기가 차단되는 질식작용과 드라이아이스에 의한 냉각효과가 동시에 일어나 화재를 진압한다. 분말소화기나 포말소화기와는 달리 잔여물이 없고 절연성이 뛰어나 C형 전기화재에도 활용할 수 있다. 단, 중량이 무겁고 동상의 위험이 있으니 반드시 손잡이를 잡고 사용하도록 하자.
▶ 하론소화기: ABC급
▲ 한창 하론소화기 Haron-1301
하론소화기는 하론가스를 약제로 사용하는 소화기다. 이산화탄소 소화기와 마찬가지로 잔여물이 남지 않고 남은 약제는 재사용이 가능하며, 화재를 진압하는 능력이 뛰어나 ABC형 화재에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하론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규 생산이 중단되었고,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할 경우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 주방소화기: K급
▲ HNS산업 SMART K (ABK급)
조리용 기름은 일반 유류와 달리 끓는점이 발화점보다 높아서 불이 다 꺼진 것처럼 보였다가도 다시 재발화한다는 특성이 있다. K급 소화기라 불리는 주방소화기는 특수 약제를 통해 기름에 막을 씌워 공기 공급을 차단하고 온도를 낮추어 주방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소화기다. 제품에 따라 일반화재(A급)나 유류화재(B급)에도 활용할 수 있으며 주방에서 부식 없이 보관할 수 있도록 스테인리스 소재로 돼 있다.
기획, 편집/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박다정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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