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36편
조개가 세 사람에게 말했다.
“지금 왔다간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오용이 말했다.
“아주 황급히 왔다가 갔는데, 대체 누굽니까?”
“세 분은 모르겠지만, 그가 와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죽을 뻔했습니다.”
세 사람은 깜짝 놀라 말했다.
“일이 탄로 났습니까?”
“저 아우가 피바다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 알려주었습니다. 백승이 이미 체포되어 제주부 감옥에 갇혔는데, 공범 7명이 있다고 자백했답니다. 그래서 제주부 포교가 포졸들을 데리고 우리를 체포하러 본현에 왔다고 합니다. 아우가 핑계를 대고 포교를 다방에서 기다리게 하고서 말을 달려와 우리에게 먼저 알려준 것입니다. 지금 돌아가 공문을 제출하고, 우리를 체포하러 사람을 보낼 것입니다. 어찌하면 좋겠소?”
오용이 말했다.
“그 사람이 와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물에 걸렸을 겁니다. 그 은인이 누구입니까?”
“그는 본현의 압사로서,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의로운 사람이라 ‘호보의(呼保義)’라고 불리는 송강입니다.”
“송압사의 큰 이름은 들었는데, 아직 만나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지척에 살면서도 인연이 없어 만나지 못했습니다.”
공손승과 유당이 말했다.
“강호에서 말하는 급시우 송공명입니까?”
조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는 나와 친형제 같은 의형제입니다. 오선생도 만나보지 못했다고 했는데, 참으로 명불허전(名不虛傳)입니다. 의형제를 맺은 것이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조개가 오용에게 물었다.
“사태가 위급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요?”
오용이 말했다.
“상의할 것도 없습니다. 삼십육계, 달아나는 것이 상책입니다.”
“송압사도 달아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는데,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습니다. 짐을 수습해서 일단 석갈촌의 완씨 형제 집으로 갑시다. 먼저 급히 사람을 보내 알려야 합니다.”
“완씨네는 어부의 집인데, 우리 모두가 어떻게 그 집에 숨어 있겠습니까?”
“형님은 잘 모르시네요. 석갈촌에서 조금만 가면 양산박입니다. 지금 양산박 산채의 기세가 강성해서 관군들도 감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위급해지면 우리도 거기 가담하면 됩니다.”
“그게 정말 상책이오. 그런데 그들이 과연 우리를 받아들일지 모르겠소.”
“우리에게 금은이 있으니, 그걸 바치면 받아줄 겁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서두릅시다. 오선생은 먼저 유당과 하인들을 데리고 완씨네로 가서 정돈하고 육로로 우리를 마중 나오시오. 나는 공손선생과 함께 집안을 정리하고 가겠소.”
오용과 유당은 약탈한 금은보화를 싸서 짐을 꾸리고, 하인 대여섯 명을 불러 함께 밥을 먹었다. 오용은 구리사슬을 소매에 넣고, 유당은 박도를 들고 석갈촌으로 갔다. 조개와 공손승은 장원을 정리하였다. 같이 가지 않겠다는 하인들은 재물을 나눠주어 다른 곳으로 가게 하고, 함께 가기를 원하는 하인들과 장원의 재물을 가지고 떠나기로 했다.
한편, 송강은 나는 듯이 말을 달려 다방으로 갔다. 하도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송강이 말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을의 친척이 찾아와서 집안일을 얘기하느라 좀 늦었습니다.”
하도가 말했다.
“안내해 주십시오.”
“현청으로 모시겠습니다.”
두 사람이 현청으로 들어가 보니, 현령 시문빈이 사무를 보고 있었다. 송강이 좌우에 일러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고, 공문을 가지고 하도와 함께 현령에게 갔다. 송강이 아뢰었다.
“제주부에서 공문이 왔는데, 도적에 관해 긴급한 공무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 하포교가 공문을 가지고 왔습니다.”
현령은 공문을 읽어 보고 깜짝 놀라 송강에게 말했다.
“태사부에서 사람을 보내 보고를 기다린다고 하니, 사람을 보내 빨리 도적들을 체포하도록 하라.”
송강이 말했다.
“대낮에 가면, 저들이 소식을 탐지하여 도주할까 염려됩니다. 밤에 사람을 보내 체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촌장만 잡으면, 나머지 여섯 명도 놓치지 않을 겁니다.”
현령이 말했다.
“동계촌의 조촌장은 호걸이라고 들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즉시 현위와 두 포교를 불렀다. 주동과 뇌횡은 명을 받고 병사 백여 명을 점검하였다. 그리고 하도와 북경에서 온 두 무관을 대동하여 범인을 확인하도록 하였다. 그날 저녁 동문을 나가 동계촌 조촌장의 장원으로 달려갔다. 동계촌에 당도했을 때에는 이미 밤중이 되었는데, 모두 관음암 앞에 모였다.
주동이 말했다.
“저 앞에 조개의 장원이 있는데, 앞뒤로 두 개의 길이 있습니다. 만약 일제히 앞문으로 쳐들어가면 뒷문으로 달아날 것이고, 일제히 뒷문으로 쳐들어가면 앞문으로 달아날 것입니다. 나는 조개는 잘 알지만, 나머지 여섯 명은 누군지 모르지만 분명 선량한 자들은 아닐 것입니다. 저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걸고 일제히 공격해 나오고 또 장원의 하인들이 도운다면, 그들을 대적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략을 써서, 저들을 혼란하게 만든 다음 손을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병사들을 반으로 나누어, 나는 뒷문 쪽에 매복하고, 휘파람소리로 신호하면 뇌포교는 앞문으로 쳐들어가 보이는 대로 체포하게.”
뇌횡이 주동에게 말했다.
“그 말이 옳긴 한데, 형님이 앞문으로 쳐들어가시오. 내가 뒷문을 맡겠소.”
주동이 뇌횡에게 말했다.
“아우는 잘 모를 거야. 조개의 장원에는 세 갈래 길이 있는데, 나는 평소에 그 길을 잘 익혀 두었기 때문에 횃불이 없어도 길을 잘 찾을 수 있네. 자네는 길을 잘 모르니, 만약 놓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네.”
현위가 말했다.
“주포교의 말이 맞네. 자네가 병사 절반을 데리고 가게.”
주동이 말했다.
“30명만 데리고 가면 됩니다.”
주동은 병사 30명을 데리고 먼저 뒷문으로 갔다. 뇌횡은 병사들로 하여금 현위를 호위하는 한편, 횃불을 들고 일제히 조개의 장원으로 돌격하였다. 장원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 장원 안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시뻘건 화염이 하늘로 치솟고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더 가까이 다가가자, 앞뒷문과 사방팔방에서도 불길이 치솟았다.
뇌횡은 박도를 들고 앞문으로 쳐들어갔다. 뒤에는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따랐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 보니, 화광이 대낮처럼 밝게 비추고 있는데,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뒷문 쪽에서 ‘앞문에서 잡아라!’ 하는 외침이 들렸다. 원래 주동은 조개를 놓아주려고 일부러 뇌횡에게 앞문을 공격하도록 한 것이었다. 하지만 뇌횡 역시 조개를 구하려고 자신이 뒷문으로 가겠다고 다투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주동을 설득하지 못하고 앞문을 공격하게 되자, 일부러 소란을 피워 조개가 도망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주동이 뒷문에 도착했을 때, 조개는 아직 수습을 다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인이 달려와 조개에게 말했다.
“관군이 당도했습니다! 지체하시면 안 됩니다!”
조개는 하인들에게 사방에 불을 놓게 하고, 공손승과 하인 10여 명을 데리고 함성을 지르며 뒷문으로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나를 막는 자는 죽고, 나를 피하는 자는 살 것이다!”
주동은 검은 그림자를 보고 소리쳤다.
“조촌장은 달아나지 마라! 주동이 여기서 기다린 지 오래다!”
조개는 그 말을 듣고, 공손승과 함께 필사적으로 돌진하였다. 주동은 헛손질을 하면서 길을 터주어 조개가 도망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조개는 공손승이 하인들을 데리고 먼저 달아나게 하고, 자신은 뒤에서 막았다. 주동은 병사들을 이끌고 뒷문을 박차고 들어가면서 소리쳤다.
“앞에서 도적을 잡아라!”
뇌횡은 주동이 소리치는 것을 듣고, 몸을 돌려 장원 밖으로 나가 병사들을 이끌고 추격했다. 뇌횡은 불빛 속에서 이리저리 사람을 찾았다. 주동은 병사들을 내버려두고 혼자서 박도를 들고 조개를 추격했다. 조개는 달아나면서 주동에게 소리쳤다.
“주포교! 어째서 나를 이리도 추격하는 거요? 내가 당신한테 서운하게 한 적이 없었는데!”
주동은 뒤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비로소 마음 놓고 말했다.
“촌장님! 내가 도와주고 있는 걸 모르시오? 뇌횡이 정신이 없어 인정을 베풀지 못할까 염려하여, 내가 일부러 그를 앞문으로 보내고 나는 뒷문으로 와서 당신을 놓아주고 있는 겁니다. 내가 헛손질하면서 길을 터주어 당신이 달아나게 한 것을 보지 못했소? 다른 데로 가지 말고, 양산박으로 가면 안전할 것이오.”
조개가 말했다.
“구해줘서 고맙소! 이 은혜는 다음에 반드시 갚으리다!”
주동이 조개를 따라가고 있는데, 뒤에서 뇌횡이 소리치는 말이 들렸다.
“저놈들을 놓치지 마라!”
주동이 조개에게 말했다.
“당황하지 말고, 달아나기만 하시오. 내가 저들을 돌려보내겠소.”
주동은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도적 세 놈이 동쪽 소로로 갔다! 뇌포교는 빨리 쫓아가게!”
뇌횡은 병사들을 이끌고 동쪽 소로로 달려갔다. 주동은 한편으로는 조개와 얘기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뒤쫓는 척하였다. 마치 그를 호송하는 것 같았다. 점점 어둠 속으로 들어가 마침내 조개가 보이지 않게 되자, 주동은 일부러 발을 헛디뎌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병사들이 뒤쫓아 와서 부축하여 일으켰다. 주동이 말했다.
“어둠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해, 잘못 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미끄러져서 발이 꺾였습니다.”
현위가 말했다.
“도적들이 도주했으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주동이 말했다.
“제가 추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달도 없는 캄캄한 밤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병사들도 쓸 만한 자가 없어 감히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습니다.”
현위는 병사들에게 도적을 추격하라고 명하였다. 병사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두 포교도 어쩔 수 없는데, 우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병사들은 추격하는 척하다가 돌아와 말했다.
“너무 어두워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뇌횡도 추격하다가 돌아오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주동은 조개와 친하니까, 일부러 놓아줬을 거야. 나도 조개가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놓아주려고 했는데, 이미 달아나 버리고 나는 인정을 베풀지 못했구먼.”
뇌횡은 돌아와 현위에게 말했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 도적들은 대단한 놈들입니다!”
현위가 두 포교와 함께 장원 앞으로 돌아오니, 때는 이미 날이 밝아올 무렵이었다. 하도는 자기편이 사분오열(四分五裂)되어 밤새도록 추격하고서도 도적을 한 명도 잡지 못한 것을 보고 탄식했다.
“무슨 면목으로 제주로 돌아가 부윤을 뵙는단 말인가!”
현위는 이웃 사람 몇 명을 붙잡아 현청으로 돌아갔다. 현령은 밤새도록 잠도 못 자고 회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현위가 돌아와 보고했다.
“도적들은 모두 도주하고, 이웃사람 몇을 붙잡아 왔습니다.”
현령이 이웃사람을 심문하자, 그들이 말했다.
“소인들이 조촌장의 이웃에 산다고는 하지만, 먼 자는 2,3리 떨어져 있고 가까운 자도 마을이 서로 다릅니다. 그 장원에는 항상 창봉을 든 자들이 드나드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현령은 일일이 심문하여, 도적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내려고 하였다. 이웃 가운데 한 사람이 말했다.
“그들에 대해 알고 싶으시면, 장원 하인들에게 물어 보십시오.”
현령이 말했다.
“장원 하인들은 모두 달아났다고 하지 않았느냐?”
“떠나기를 원하지 않고 남아 있는 자들도 있습니다.”
현령은 이웃사람을 길잡이로 삼아 동계촌으로 가서 하인들을 잡아 오라고 사람을 보냈다. 두 시간이 채 못 되어 장원 하인 둘을 붙잡아 왔다. 하인들은 처음 심문했을 때는 모른다고 잡아떼다가, 매를 맞고서는 실토했다.
“촌장님이 여섯 명과 상의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소인이 알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저희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인데, 오용이라고 합니다. 또 한 사람은 공손승인데 도교의 일파인 전진교(全真敎)의 도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얼굴이 검은 사내가 하나 있었는데, 성은 유씨라고 했습니다. 그 외의 세 사람은 소인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오용이 데리고 왔는데, 성은 완씨이고 석갈촌에 사는 어부로서 삼형제라는 것만 들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아는 모든 것입니다.”
현령은 고소장을 써서 두 하인과 함께 하도에게 인계하고, 공문을 제주부로 보내 보고하였다. 송강은 이웃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하도는 장원 하인 둘을 압송하여 제주부로 돌아갔다. 하도는 조개가 장원에 불을 지르고 도주한 일과 장원 하인들이 한 말을 그대로 부윤에게 아뢰었다. 부윤이 말했다.
“그렇다면, 백승을 다시 끌고 오너라!”
부윤이 백승에게 물었다.
“완씨 삼형제는 어디 사느냐?”
백승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실토했다.
“완씨 삼형제는, 입지태세 완소이, 단명이랑 완소오, 활염라 완소칠이며, 모두 석갈촌에 삽니다.”
“나머지 셋은 누구냐?”
“지다성 오용, 입운룡 공손승, 적발귀 유당입니다.”
부윤이 말했다
“이제 다 밝혀냈으니, 백승은 다시 감옥에 수감하라.”
부윤은 즉시 하도에게 석갈촌으로 가서 도적들을 잡아 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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