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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의 한 성찰과 전망/-서정시운동은 21세기 정신적 녹색운동
김재홍
1. 문명의 위기와 시의 신화
고도의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흔히 말하듯 자아와 세계의 단절로 인한 불연속성이 심화되고, 믿을 것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
///불변의 가치로서 인간 정신의 고귀함과 생명에 대한 외경심은 점차로 사라져가고
모든 것이 대형화*획일화*상품화*기계화돼 감으로써 인간 정신의 위기를 부채질해가고 있는
인간 상실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그러나 위기의 시대일수록 신화가 절신한 것처럼 문학이, 시가 필요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과학 기술의 고도한 발달과 산업 자본주의의 거대화는 필연적으로 인간 스스로를 기계화 상품의
노예로 전락시켜감으로써 인간 스스로가 창조하고 발달시켜온 물질문명이
역설적으로 인간의 삶과 미래를 더욱 물연속성과 불확실서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문학은, 시는 인간의 정신적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원형회귀의 꿈과 함께 바람직한 이상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는 낙원 지향성을 지니기에 의미오 중요성을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 자명한 이치이다. 시는 온갖 물질문명과 상업주의의 폭력과 위세 속에서도 인간의 인간다움을 회복시켜주고 그 인간적 위의와 존엄성을 고양시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현대의 신화로서의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
2. 서정시는 하늘과 땅, 인간을 성찰하고 노래하는 시의 본도
문화의 중심은 예술이다. 창조성이 그 생명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시 예술의 핵은 문학이다. 여러 예술분야 중에서 문학은 정신사와 예술사를 함께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문학의 혼은 시라 할 수 있다.
시는 세계의 본질과 인간 정신의 인상적은 단면을 예리하게 섬광적으로 포착해서 짧고 감각적으로 형상화하는 근본 장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간으 가장 순수한 영혼의 발로로서 현실적 대가성이 없거나 약한 것도 그 이유 중의 한 가지가 된다./// 시를 시답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바로 서정이고, 시가 궁국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서정시의 이상인 생명 사랑과 평화에의 길이기 때문이다. 서정시의 근본은 대략 세계의 자아와 *자아의 내면화* 내면의 심화라고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정시는 어떤이념이나 사상 또는 주의*주장을 전달하거나 설들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세계'를 노래한다. 마음의 흐름으로서 정신의 陰影, 즉 내면 정신의 지속과 변화를 섬세하게 탐구하고 새롭게 깨치거나 보고 들은 것들을 개성적*인상적으로 묘사하는 데 주안점이 놓여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서정시는 첫째, 세계(대상)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어 육화시키는 것을 본성으로 한다. 세계의 자아화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따라서 서정시에서는 시의 주제는 그 어떤 경우라고 '나'로 해석할 수 있고 '나'의존재 인식으로 비로소 서정시의 세계가 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서정시는 자아의 내면화에 초점이 놓인다. 자신의 세계관으로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고 개성적으로 포착하여 내적인 울림을 빚어냄으로써 정서를 환기하고 감동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서정시는 발견의 정신을 핵으로 한다. 남이 보지 못한 것을 새로이 보고, 듣지 못한 것을 들으며 생각하지 못한 것을 창조적*개성적으로 생각해냄으로써 새로운 정신의 영역을 열어가야 하는 것이다.
셋째로, 서정시는 내면의 심화, 즉 깊이의 정신을 생명으로 한다. 프랑스 비평가 리샤르(P. Richard)가 말했듯이 정신은 그 깊이에 있으며, 시를 쓰고 읽으면서 사람들은 정신의 깊이를 획득하고 삶의 고양을 이루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로 서정시는 은악 정신을 본질적 속성으로 한다. ///
다섯째, 창조정신을 생명으로 한다. 어둠에서 빛을 이끌어내는 것이고, 무에서 존재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이 점에서 시인은 하느님 다음 가는 창조자이고, 탐험가이자 구도자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추상적인 설명보다 필자는 서정시를 하늘과 땅, 그리고 그 가운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감성적으로 탐구하면서 운치있고 짧게 노래하는 시의 근본 양식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서 서정시는 하늘고 땅의 운행 원리와 섭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놀리와 심성을 감성적*운률적으로 노래하는 시의 근본양식이라고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것은 인간이 대자연의 현상과 본질을 성찰하면서 동시에 그와 만상조응을 이루어 나아가려는 인간정신의 총체적 발현이면서 소망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 윤동주,<서시> 전문
////서정시는 시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확립하며 존재를 증명하고 자기 극복을 성취하면서 자아실현을 이루고 나아가서 자기 고양을 거쳐 마침내 정신의 구원을 얻으려는 열린 지향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영위 가운데 가장 순수하고 죄 없는 일에 해당하는 것///
3. 일제 강점기 한국 서정시의 전개
1) 초기 시단 형성기의 서정시
쟉끄 마래땡(J. Maritain)의 말처럼 한 시대는 그 시대의 특유의 가치관과 감수성의 체계를 지니기 마련이다. 지난 20세기 한국의 서정시도 역사의 전개와 더불어 그 명암과 굴곡을 지니며 전개돼 온 것이 사실이다. 크게 그것은 전반기 일제 강점기와 후반기 분단 시대라는 시대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전개돼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석범박하게 말해서 전통 지향성과 외래 지향성이라는 세로축과 현실주의와 영원주의 또는 리얼리즘과 리리시즘(lyricism)이라는 가로축을 기본틀로 하여 전개되어온 특징을 지닌다. 특히 시에 있어서 그 흐름을 크게 보아 전통 서정시와 리얼리즘 운동시, 그리고 모더니즘시의 세 가지 방향성이 서로 길항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 초기 시단 형성기라 할 수 있는 20년대 서정시는 전원 서정시, 민중계급 서정시, 종교 서정시의 세 갈래로 파악해볼 수 있겠다.
(1)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김소월,<엄마야 누나야> 전문
(2)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부분
(3)
나의 노래라락이 고저장단은 대중이 없습니다/그래서 세속의 노래 곡조와는 조금도 맞지 않습니다//// - 한용운, <나의 노래> 앞부분
////
2) 30년대 서정시의 분화
30년대의 서정시는 카프의 계급주의 문학이 지향하는 이데올로기 성향과 그에 대응되는 순수문학 또는 친체적 문학의 역학 관계 속에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계급주의 시문학은 <카프시인집>(1931) 발간에서 한 정점을 이루면서 계급적 서정시의 전형성을 보여주게 된다.
눈바람찬 불상한 도시 종로 복판의 順 伊야!
너와 나는 지내간 꽃피는 봄에 사랑하는 한 어머니를 눈물나는 가난속에서 여의었지!
그리하여 너는 이 믿지 못할 얼굴 하얀 오빠를 염려하고 오빠는 너를 근심하는 가난한 그날속에서 도 순이야! 너는 네 마음을 둘 믿음성 있는 이나라 청년을 가졌었고///- 임화,<네거리의 순이> 부분
///이러한 계급적 서정시의 이념 편향성 또는 이데올로기 함몰의 상대편에서 문학의 자율성 또는 예술적 근대성을 옹호하고 확립하기 위해 순수서정시 운동이 전개되었다. 김영랑 박용철 등이 주도한 <시문학> (1930)지의 문예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오~메 단풍들것네'/장광에 골물은 감잎 날러오아////// -김영랑,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부분
///이 시는 몇 개의 감각적 이미지와 리듬 의식으로 묘사돼 관심을 환기한다.///방언 및 조어의 활용은 김영랑이 국어, 특히 전라 방언의 심미적 가치를 발견을 통해 민족어의 완성을 지향하려는 노력을 보여 준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특이 이처럼 시문학파의 국어미 발견과 고양의 노력은 소월과 마찬가지로 전통 정서에 기반을 둔 지역 문화의 활성화 뿐만 아니라 국어의 문학적 훈련을 위해서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기에 다시 주지적 서정시가 등장하여 이후 한국 서정시의 기본 골격을 이루어 가기 시작한다.
1. / 향료를 뿌린듯 곱-다란 노을 위에/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먼~ 고가선 위에 밤이 켜진다////- 김광균, [뎃상] 부분
이 시는 시각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후각*촉각*근육 감각 등 감각적 이미지들이 어울려 감각적 서정성을 환기해준다. 원래 이미지즘의 기본원리가 이미지 조형만으로 시의 주제나 서정성을 암시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김광균의 경우는 '목장의 기빨로 능금나무도/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처럼 지적 절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감정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미지즘 본래의 미학적 원리와는 다소 정합서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 점에서 김광균의 시는 주지적 서정시의 범주로 묶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볼 때 30년대 서정시의 틀은 20년대 초기 시단 형성기의 기본 흐름을 이어 받으면서 계급적 서정시*순수 서정시*주지적 서정시 등 세 가지 틀을 기본 골격으로 ////30년대 후반의 서정시는 카프해체(1934) 이후 새롭게 등장하게 된 삶의 서정시와 생명서정시, 그리고 자연 서정시의 세 흐름으로 분화된다. /////
1) /북쪽은 고향/그 북쪽은 여인이 파려간 나라/머언 산맥에 바람이 얼어붙을 때/ 다시 풀릴 때/시름 많은 북쪽 하늘에/ 마음은 눈 감을 줄 모르다/ - 이용악, <북쪽> 전문
2)/북관의 계집은 튼튼하다/북관의 계집은 아름답다/아름답고 튼튼한 계집은 있어서/흰 저고리에 붉은 길동을 달어///// - 백석,<절망>부분
3) /겨울의 차운 햇발이 넘어감이 길어지며/북국의 봄-/전에는 별들이 총총한 밤하늘에 찢던 고동이 황혼의 나라에 안기운다/나는 흘린다/자연과 살림의 아름다운 조화!/보드라운 입김에 싸인 어여쁜 이거리여!///// - 안용만, <저녁의 지구> 부분
////이용만의 시는 이처럼 서정적 시의 공간 속에 민족의 삶 또는 민족의 운명이라는 서사성을 결합한 데서 특징을 보여준다.///전차 사라져가는 민족적 삶의 원형성과 민중적 생명력의 모습을 노래한 백석시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어린 시절 삶을 찾아 일본으로 떠나가 노동 이민으로 일하면서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저녁 지구>가 당선하여 노동자 시인으로 활약한 안용만//// 카프의 쇠멸기에 등장하여 서정시의 근본이라 할 자연 서정시에 삶의 서정*생활 서정을 덧보탠 데서 시사적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1)/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한 모극어로 나를 채우소서/// - 김현승, <가을의 기도> 부분
2) /눈물 아롱아롱/피리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흰 옷 깃 염여염여 가옵신 님의/다시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리 - 서정주, <귀촉도> 부분
3)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 <나그네> 부분
1)시는 기독교적인 은총의 사관, 섭리 사관을 바탕으로 하여 생명에 대한 외경심과 함께 운명애(amor fati)의 겸허한 따스함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종교적 서정시이면서도 그것이 예술적으로 잘 형상화돼 있는 20년대 만해시의 경우와 같이 신앙 서정시의 한 전범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시 2)는 동양적 영원 주의를 바탕으로 하여 한국적 사랑의 미학을 잘 형상화한 전통 서정시 또는 생명 서정시의 한 모습을 새로이 보여준다. 특히 여기에서 이승과 저승, 현실과 영원을 넘나드는 정신의 초월적 사랑 또는 사랑의 영원 주의는 한국 서정시가 도달한 한 절정에 해당한 것으로 이해된다.
시 3)은 이른바 몽타주 기법으로 자연과 인간의 친화와 교감을 잘 형상화해내고 있다. ///사라져가는 것으로서의 시간 또는 인생을 말하면서도 그 속에 생성과 소멸이라는 삶의 원리를 섬세하게 투시해낸 인생론적 서정시의 한 모습///마치 소월의 전통 서정시가 영랑의 향토적 서정으로 연결되고 다시 목월의 인생로적 서정시로
이어짐으로써 한국 서정시의 주류를 형성하게 됐다///이러한 목월의 인생론적 서정은 30년대 백석 이용악
안용만의 민중적 생활 서정, 그리고 서정주 김달진의 전통적 고전 서정,
생명 서정과 서로 삼각 축을 이루면서 한국 서정시의 내질을 다원화하고 심화시켜간 점///
일제 강점기의 한국 서정시는 전통 서정시를 뿌리로 하여 영원 정신과 시대 정신이 길향하면서 형성되고
전개돼온 양상///그리고 그것은 전원 서정시, 단순 서정시 유일한 흐름이
아니라 한국 정신사와 예술사의 온갖 굴곡과 명암의
내질을 스펙트럼으로 하여 현대 시사의 기본 골결을 복합적으로 형상화해///
4. 분단시대 서정시의 전개
1) 해방기와 전후 서정의 양상
1945년 8월 15일의 광복으로부터 1950년 6*25가 발발하기까지의 혼란기를 흔히 해방기, 또는 해방 공간이라고 부른다. 이 시기 현대시는 광복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전환과 함께 급박하게 소용돌이치며 변화해가던 정치*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며 전개되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이 시기 서정시는 일제 강점기에 발표*발간되지 못했던 작품들이 햇빛을 보기 시작///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1948)가 그대표적인 한 경우가 된다.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내 얼골이 남어 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참회록> 부분
///윤동주의 자아와 역사에 대한 욕됨과 부끄러움의 성찰, 그리고 참회의 심정은 온갖 혼란에 휩싸여 방황하던 해방기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위안, 그리고 희망을 불러일으켜///
해방기 그리고 전후 문학 시기에 서정시는 대체로 광복 후 신인군이라 할 김춘수 조병화 김종삼 김남조, 그리고 이형기와 박재삼 등의 시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게 된다.
김춘수, <꽃> ///박재삼,<울음이 타는 가을강> ///김종삼의 <민간인>
2) 60~70년대 서정시의 특성
///김수영,<푸른 하늘을>///박용래, <저녁눈>///고은, <조국의 별>
3) 민족 문학 시대의 서정시
/// 김지하, <황톳길>///정희성,<저문강에 삽을 씻고>///박노해,<손무덤>///김남주<추석 무렵>
///이성선,<산시>/// 송수권,<눈내리는 대숲가에서>///나태주,<풀꽃>
5. 맺음말
이렇게 본다면 20세기 한군 현대시의 역사는 그대로 서정시의 역사라는 점을 확인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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