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9단지 이어 11단지도 최종 안전진단 탈락 안전진단강화 이후 '조립식 아파트' 도봉삼환 유일 시장선거 이후로 안전진단 추진 미루는 단지도 "장기적 주거안정 위해 안전진단 등 재건축 규제 풀어야"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모습(사진=뉴스1)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1단지가 재건축 2차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하면서 최근 훈풍이 불고 있는 목동지역 재건축 사업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잇따라 2차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기다리는 다른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 역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목동 9단지 이어 11단지 안전진단 최종 탈락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 11단지는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탈락했다.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과 정밀안전진단 순으로 진행되는데 E등급을 받은 경우 재건축 확정이다.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면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받는다. 11단지는 적정성 검토 과정에서 C등급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6·17 대책 이후 안전진단 현장조사가 강화된 이후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안전진단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지난해 9월 9단지가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이후 두번째다.
목동 11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떨어진 이유는 둘째치고 양천구청으로부터 아직까지 공식적인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건기연으로부터 보고서가 지난주 금요일에 넘어갔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직도 공식 확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1단지는 지난해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9단지보다 1차 정밀안전진단 점수가 더 낮아 기대를 했는데 탈락했다”면서 “현재 11단지 매물 자체가 많지 않아 실망 매물이 나올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목동 11단지의 경우 1595가구에 이르지만 현재 나온 매물은 10개 안팎에 불과하다. 전용 66㎡가 지난달 3일 13억5000만원(1층)에 거래됐다. 현재 전세 낀 매물이 14억원, 바로 입주가능한 매물이 15억원에 나와 있다.
안전진단 통과 도봉삼환 유일…시장선거 이후 미룰까
이번 목동 11단지가 안전진단에서 탈락하면서 1차 정밀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현재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송파구 풍납동 미성맨션,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 목동 1·2·3·4·10·12·14단지 등은 1차 정밀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이어 양천구 신월동 신월시영, 목동 5·7·13단지, 광진구 광장동 극동아파트 등은 2차 정밀진단을 진행 중이다.
목동 7단지 재준위 관계자는 “목동 11단지는 워낙 노후한 곳이라서 이번 탈락이 당혹스럽다”면서 “7단지가 1차 정밀진단에서 11단지보다 점수가 낮게 나왔지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지난해 6·17대책 이후 현장 조사가 강화된 이후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곳은 도봉구 삼환도봉이 유일하다. 1987년 준공된 삼환도봉의 경우 조립식 아파트다. 조립식 아파트는 이미 만들어진 벽체를 아파트 현장으로 운반해서 조립한 공법으로 80년대 대표적인 시공 방식이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삼환도봉의 경우 조립식 아파트로 유지보수 자체가 불가능하고, 리모델링도 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재건축으로밖에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이후로 정밀안전진단 추진을 고려하는 아파트 단지들도 생겨나고 있다.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재준위 관계자는 “이번 11단지가 탈락하면서 주민들 전반적으로 불신이 생겼다”면서 “2차 정밀진단은 시장선거가 끝나고 연말쯤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화된 안전진단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 가중치가 20%에서 50%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6·17 대책을 통해 현장조사를 강화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진단 기준은 시행령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법률 개정이 없이도 재건축 사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셈”이라면서 “문제는 서울 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부지가 없다. 장기적인 주거 안정이나 집값 안정을 위해서라도 재건축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