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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추억의 추풍령 원문보기 글쓴이: 오뚜기
전통을 찾아서 - 김천정월된장 | |||||||||||||||||||||||||||||||||||||||||||||
“전통 계승의지, 국세청도 인정했습니다” | |||||||||||||||||||||||||||||||||||||||||||||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을 아쉬워하기는 누구나 마찬가지. 대구지방국세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전통 산업을 지켜나가는 사업자들이 대부분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며 오직 전통을 계승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만으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들 사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격려하기 위해 대구지방국세청은 전통산업사업자를 선정하고 있으며 김천정월된장이 지난 6월 전통산업사업자로 선정됐다. 본지는 정월된장을 소개해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의 숨결을 전달 하고자 한다.
농소면의 새명소 김천정월된장 지좌동에서 대구방면으로 약 10분간 차를 달리면 농소면사무소가 보인다. 250미터를 더 달린 후 농소교에서 우회전하면 김천정월된장과 금오골프클럽(파3-9홀)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이정표를 따라 한적한 도로를 달리며 주변 풍경에 넋을 놓다보면 약 4만평 규모의 잘 단장된 정월된장(금오골프클럽)에 도착한다. 2000년 농소면 용암동 산리에 정월된장이 자리 잡기 전 이곳은 어느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는 한적한 시골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7년전 정월된장이 이곳에 자리 잡으며 빠르게 변해갔고 지금은 농소면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어머니의 땅을 찾아서
지워지지 않는 불도장은 김 대표를 이곳으로 불렀고 김 대표는 이곳에서 남은 시간을 모두 쏟아 부을 새로운 일을 찾았다. 고향의 맛과 어머니의 손맛을 지켜나가겠다는 각오와 함께.
어린 시절 본 어머니의 모습처럼 정월된장은 전통의 장맛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 전통의 밑바닥에는 김 대표가 어린 시절 눈으로 보아온 어머니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콩이 유난히 잘 된다는 농소에서 생산된 콩을 이용해 메주를 만들고 1천개의 항아리를 이용해 1년간 숙성시킨다. 소금 하나 장독대를 덮은 천 하나까지도 우리 것이며 어머니가 숙성시키던 그 방법 그대로다. 전통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요즘 김 대표의 손에서 전통 장맛이 되살아난 것이다.
김천을 전국으로 김 대표는 전통 장맛을 되살리고 계승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전통의 장맛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다행히 한국일보 광고국장 시절 맺어둔 인맥이 도움이 되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된장 고추장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가 김천의 정월된장 맛을 보여주었다. 전통을 그리워하던 서울 사람들에게 정월된장의 장맛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김 대표는 이들을 정월된장으로 불러 1천개의 장독대와 고향의 정취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이제 추석과 설이면 정월된장의 된장과
전통사업 수익성은 ‘NO’ 다른 전통사업도 마찬가지지만 전통된장과 고추장으로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계속하려니 힘이 든다. 그럴 때마다 힘겨웠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힘을 얻는다. 다행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전통을 지켜가는 사업자들을 위해 대구지방국세청에서 전통산업사업자를 선정하고 있고 정월된장이 전통산업사업자로 선정됐다.
대구지방국세청 관심 ‘감사’ 김대표는 최근 전통산업 사업자로 선정된 데 대해 국세청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국세청에서 수익성이 없는 전통산업 사업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선정되면 세무감사 1~2년 면제 등 세제면에서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규모 자체가 영세한 우리 같은 업체에 세무감사 면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전통을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국세청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반갑고 고마울 뿐이다. 40년만에 고향으로 내려와 남은 시간 고향과 전통 장맛을 이어가는데 전념할 생각이다”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7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정월된장은 초기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던 농기구의 모습이 사라졌고 풀장도 없다. 대신 김 대표는 모든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금오골프클럽 Par3(9홀)을 개장해 아빠들이 골프를 즐기게 만들었고 엄마들은 전통 된장의 비법을 배울 수 있게 했다. 같이 온 아이들은 정월된장 곳곳에 심어져 있는 야생화를 보며 자연을 체험 할 수 있게 됐다. 아빠가 라운딩을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 이 시간이면 아이들이 야생화를 모두 둘러봤을 시간이고 엄마도 장 담그기를 마칠 시간이다.
한바탕 뛰고 공부를 했으니 밥 생각이 나게 된다. 그래서 김 대표는 식당을 마련했다. 식당의 모든 식재료는 우리 것이고 직접 요리를 한다. 특히 콩국수와 청국장은 정월된장의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일품이다. 또 늘어나는 내방객을 위해 주차시설도 늘렸다. 가족이 함께 찾아와 한때를 보내는데 필요한 시설을 모두 갖춘 것이다. 김대표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윈-윈에 성공했다. 김 대표로서는 내방객이 늘어남에 따라 전통 장맛을 더욱 널리 보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내방객들은 가족이 한때를 즐기고 몰랐던 전통 장맛과 함께 된장 고추장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됐다.
고향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요즘도 틈틈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더 좋은 가훈을 써 주고 싶으니까요. 제가 써 준 가훈이 조각되어 걸려 있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또 시간날 때 마다 섹스폰 연주를 하기도 한다. 서울에서 정신없이 일 할때는 할 수 없었던 일을 고향에 돌아와 마음껏 즐기고 있는 것이다.
힘들어도 좋습니다 고향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김천을 위해서라면 김 대표는 힘들어도 좋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월된장을 찾아오길 바라고 있다. 그래야만 우리의 전통 장맛을 더 널리 보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월된장을 찾는 김천시민들의 수는 약 20%정도다. 구미에서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20%는 대구, 영동, 거창, 성주, 상주 등 타 도시 시민이 차지한다. 김천의 퍼센트와 구미 등의 퍼센트를 더 올리고 싶다. 그리고 입소문을 통해서 전통된장 고추장을 알리고 싶은 것이 김 대표의 마음이다.
종합레저타운으로 김 대표의 꿈은 정월된장을 종합레저타운으로 꾸미는 것이다. 현재 약 4만평의 부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사용하고 있는 부분은 2만평 정도이다. 나머지는 아직 미개발 상태이다. 하지만 정월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김 대표는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꿈을 꺼내 펼칠 생각이다. 협소한 주차장을 확충하느라 포기해야 했던 풀장은 물론 갖가지 야생화와 전통기구들로 정월된장을 채워 나갈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자연 체험 장으로, 아빠들에게는 피로를 잊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엄마들에게는 전통의 맥을 잇는 산실로 다가서고 싶다.
이성훈취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