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사는 장(張)노백은 기공(氣功) 연마를 좋아하며 또한 기공으로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러나 그는 3, 4년 전부터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어지럼증을 고치지 못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어지럼증은 언제나 술 두 병을 마신 것과 같다고 하였다.
인연이 있어 그는 묘법 노스님을 만나 뵙고 기공으로 자신의 병을 치료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스님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나는 기공으로 병을 치료할 줄은 모릅니다. 다만 사람이 병을 얻는 것은 언제나 그 원인이 있으니, 당신의 어지럼증의 원인은 알려줄 수 있지요. 병을 고치고 못 고치는 것은 당신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운명은 자기 스스로 만든다’는 도리입니다.
예를 들면 당신이 이치에 밝지 못하여 어떤 잘못을 저질러서 자기와 타인에게 번뇌와 고통을 끼쳤을 경우, 만약 당신이 만난 선지식이 당신에게 그 원인을 알려주면 그런 이치를 알고 난 후 자기의 잘못을 알고 고친다면, 번뇌와 고통은 자연히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불교는 사람들에게 맹목적으로 불보살과 대덕 고승들을 믿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개개인 모두 지혜를 계발하여 스스로 자기의 운명을 고쳐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장씨 아저씨는 마음에 깨우침이 있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어지럼증은 당신이 3, 4년 전에 쥐를 해친 적이 있기 때문에 초래된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습니까?”
“네. 그런 일이 있습니다. 스님은 정말 신통하십니다.”
그 분은 예상밖인 듯 놀라워하며 큰소리로 대답하였다.
“3년 전 어느 날 물건을 쌓아둔 작은 방에서 방금 태어난 듯한 한 무리의 아마 6, 7마리 정도 되는 어린 쥐들을 발견하였습니다. 저는 담이 작아 쥐들을 어떻게 죽여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신발상자에 넣어 힘껏 흔들었습니다. 한참 동안 흔든 후 쥐들이 죽은 줄 알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습니다. 이게 저의 어지럼증과 관계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쥐들은 그 당시 죽지 않았으며 단지 흔들려 매우 어지러웠을 따름입니다. 이와 같은 원인으로 당신이 어지럼증을 앓게 된 것입니다.”
장노백은 마치 중얼거리듯 말했다. “당신 말씀이 정말 맞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때 죽지 않았었군요. 만약 죽었더라면 저에게 목숨을 갚으라고 찾아올 게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살생은 수명을 감소시키며 혹은 일생 중 횡화(橫禍)를 만날 수 있습니다. 동물이 피살되는 원인도 그들이 전생에 심은 살생의 원인 때문에 현생에서 그와 같은 과보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그들을 살해하면 또다시 목숨의 빚을 지게 되며, 이와 같은 인과가 돌고 돌아 서로 원한을 갖고 보복함이 끝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 범부는 육도(六道) 속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벗어날 기약이 없는 것입니다. 다만 불법을 이해하여 인과를 깊이 믿고 악을 멈추고 선을 행하면 생사의 고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후로도 살생하시겠습니까?”
장노백이 듣고는 정신이 나간 듯 급히 대답하였다. “앞으로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하고 나서 그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이어서 기쁘게 말하였다. “스님, 제 머리가 갑자기 맑아졌습니다. 조금도 어지럽지 않습니다.”
방안 가득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장노백은 이어서 또 말하였다. “하지만 쥐는 해로운 동물이며 사람의 재물에 손해를 끼치며 심지어 전염병을 옮기는 동물입니다. 만약 사람이 그것을 잡지 않으면 장래 큰 재화를 당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자연은 본래 하나의 완전한 체계입니다. 큰 것으로는 우주, 작은 것으로는 미진, 각종 생명체를 포함하여 모두 자기 자신의 운행법칙과 존재의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으며 물질에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이 있습니다. 산천, 바다, 꽃, 이슬 할 것 없이 단지 그것이 형성되면 일정 기간 머물다가 없어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괴멸과 생사는 자기 자신의 법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고 임의로 파괴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악한 과보를 초래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맹목적으로 산을 폭파하여 돌을 취하면 산사태와 산림의 훼손을 초래하게 되며, 대량으로 지하수를 뽑아내면 지반의 침하를 불러오게 됩니다. 당신은 보지 못했습니까? 대규모의 삼림 남벌과 동물 포살은 이미 많은 동식물의 멸종 혹은 멸종 위기에 이른 것을.
한편으로 인류는 필사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려고 하나 이미 취약해진 생태계를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한편으로 쥐, 뱀 등 인간들이 싫어하는 동물을 해충이라 하여 함부로 죽이면 그에 비례하여 그들은 생식능력이 극도로 강해져 불균형적인 현상을 가져오게 됩니다. 사실 쥐의 천적은 뱀, 올빼미, 황색 여우 등 매우 많습니다. 이런 천적들을 사람들이 잡아 먹든지 껍질을 벗겨 각종 장식품을 만듭니다. 따라서 소위 천재(天災)는 때때로 인간이 화를 자초하는 것입니다.”
스님은 잠시 멈추었다가 또 말씀하셨다.
“내가 당신에게 쥐의 방비책을 일러줄 테니 한번 시험해 보세요. 우선 쥐도 새끼를 낳아 기르는 유정동물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들도 소, 말, 고양이, 개와 같이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불살생(不殺生)의 도리를 이해한 후 매일 쥐가 항상 드나드는 곳에 그들을 위하여 남은 밥 등 음식물을 준비하세요.
아울러 다음과 같이 묵념하세요. ‘내가 이전에는 불법을 이해하지 못하여 많은 쥐를 죽였으나 지금은 불살생의 도리를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결코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죽인 모든 쥐들을 위하여 경을 읽고 그들을 천도해줄 테니 쥐 너희들도 다시는 집안의 물건을 못 쓰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하세요. 당신이 성심 성의껏 이렇게 하기만 해도 반드시 효과를 볼 것입니다. 심지어 쥐들이 이사를 가기도 할 것입니다.”
스님의 법문은 우리들의 귀를 새롭게 하였다. 나중에 이 방법을 시험해보니 정말로 틀리지 않았다. 어떤 집에서는 개미 때문에 매우 애를 먹었는데 이런 방법을 써서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믿어지지 않으시면 한번 해보세요.
[오대산 노스님과 인과 이야기]에서
저자 과경.각산/ 번역 정원규 / 불광출판
구입처 불광출판사☎ (02-420-3200)
자료 출처 /BL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