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헌(朴東憲, 1923년 수품~1949년 선종) 가첩은 박동헌 신부가 1913년부터 1914년 사이에 펜으로 필사한 것으로, 가로 10cm, 세로 14cm의 조그마한 가첩이다. 전부 105장으로 되어 있다.
맨 첫 장 앞에는 “권주 박동헌”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그 다음 장부터 「선죵가」가 시작되는데, 제목 밑, 괄호 안에 “최도마신부 저술”이라는 기록이 보인다. 이 가첩에는 「선죵가」, 「ᄉᆞ심판가」, 「공심판가」, 「도ᄒᆡ신젼」, 「경쥬론」, 「츈산완시」, 「셩연론」, 「졍신부ᄉᆡᆼ신」, 「삼로론셜」, 「ᄉᆡ신부 경츅가」, 「화ᄋᆡ론」 등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이 가첩의 필사자 박동헌 신부는 일명 동하(東夏)라고도 하는데, 1923년 신부로 수품되어 1949년 선종하였다. 따라서 이 가첩은 그가 신학교에서 재학할 때 필사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최양업 신부의 저작이라고 알려진 작품 외에 「도ᄒᆡ신젼」, 「경쥬론」, 「츈산완시」, 「셩연론」, 「화ᄋᆡ론」 등은 김휘중 신부의 작으로 알려졌으며, 원본은 현재 김옥희 수녀가 소장하고 있다.
*자료는 『천주가사 자료집 上』(하성래 감수․김영수 엮음,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00, pp.530〜535.)을 옮겨 적었음
*이해를 돕기 위하여 아래 줄에 현대어 번역 및 한자(漢字)를 병기(倂記)하였음
<21-앞>
공심판가公審判歌: 최후의 심판에 대한 노래
사심판은 죽난족족 령혼홀노 쥬ᄃᆡ젼에
(사심판私審判은 죽는 족족 영혼靈魂 홀로 주님 대전臺前에)
샹과벌을 결단ᄒᆞ냐 일뎡영원 번ᄀᆡ업네
(상賞과 벌罰을 결단決斷: 딱 잘라 결정을 내림하여 일정영원一定永遠: 한번 정해지면 영원함 변개變改: 변하거나 고침 없네)
그공갑과 그죄벌을 령혼호ᄎᆞ 못ᄒᆞ리라
(그 공값: 공심판에 의한 처분과 그 죄벌罪罰을 영혼靈魂 혼자 못하리라)
육신ᄭᆞ지 지엇시니 동수고락 당연ᄒᆞ다
(육신肉身까지 지었으니 동수고락同受苦樂: 고통과 즐거움을 같이 받음 당연하다)
육신의게 못밋ᄎᆞ면 지공타고 닐ᄋᆞᆯ손가
(육신肉身에게 못 미치면 지공至公: 지극히 공변됨하다고 이를쏜가)
공심판에 니ᄅᆞ러ᄂᆞᆫ 이와크게 다르도다
(공심판公審判: 최후의 심판에 이르러서는 이와 크게 다르도다)
<21-뒤>
대발셩노 니ᄅᆞ리니 지엄지위 니ᄅᆞ리라
(대발성노大發盛怒: 아주 못마땅하여 크게 화를 냄 일으키니-니ᄅᆞ다- 지엄지위至嚴至威: 지극히 엄격함 일으키리라)
지흉지공 이날이오 만민핍박 이날이라
(지흉지공至凶至恐: 지극한 재앙과 두려움 이날이요 만민萬民: 모든 백성 핍박逼迫: 형세가 매우 절박하도록 바싹 닥쳐옴 이날이라)
쥬의공판 뎡ᄒᆞ신날 비록아지 못ᄒᆞ여도
(주主의 공판公辦 정定하신 날 비록 알지 못하여도)
ᄒᆞᆫ사ᄅᆞᆷ의 죽난것도 ᄎᆞᆷ아보기 어렵거든
(한 사람의 죽는 것도 차마 보기가 어렵거든)
텬디만물 통공ᄯᅢ에 그징조가 엇더ᄒᆞᆯ고
(천지만물天地萬物: 세상의 모든 것 통공通功 때에 그 징조徵兆: 미리 그 낌새가 보임가 어떠할까)
년년이 흉연이오 쳐쳐에 념질일셰
(매해마다 흉년凶年이요 곳곳에 염질染疾: 계절에 따라 오는 상한傷寒이나 전염성 질환일세)
<22-앞>
ᄇᆡᆨ셩이 살ᄒᆡᄒᆞ고 만수이 공격이라
(백성百姓이 살해殺害하고 만수萬愁: 온갖 시름 또는 만수萬獸-온갖 짐승이 공격攻擊이라)
ᄐᆡ양은 빗ᄎᆞᆯ일코 태음은 피ᄀᆞᆺᄒᆞ며
(태양太陽은 빛을 잃고 태음太陰: 달은 피[血] 같으며)
셩신은 도수일코 하날은 운동업셔
(성신星辰: 많은 별은 도수度數: 별이 지나가는 길, 법칙 잃고 하늘은 운동運動 없어)
너란ᄯᅡ히 진동ᄒᆞ고 크게열여터져 입을여ᄂᆡ
(넓은 땅이 진동振動: 지진하고 크게 열려 터져 입을 여네)
만흔셩과 고을이며 허러입에 드러가고
(많은 성城과 고을이며 허물어져 들어가고)
산악은 문허지고 바다흔 ᄭᅳᆯ어잇고
(산악山嶽은 무너지고 바다는 끓어 있고)
<22-뒤>
로셩번긔 흉ᄆᆡᆼᄒᆞ니 무ᄉᆞᆷ졍신 ᄎᆞ힐소냐
(뇌성번개雷聲: 천둥치는 소리와 번개 흉맹凶猛: 흉하고 사나움하니 무슨 정신 차릴쏘냐)
모진바람 대ᄌᆞᆨᄒᆞ야 믜와돌이 날이도다
(모진 바람 대작大作: 바람, 구름, 아우성 따위가 크게 일어남하여 산과 돌이 날리도다)
셰샹사ᄅᆞᆷ 만물가져 ᄇᆡ쥬ᄇᆡ은 ᄒᆞ엿스니
(세상世上 사람 만물萬物을 가져 배주배은背主背恩: 주님을 배반하고 은혜를 배신함하였으니)
만물노귀 고로와셔 죄과보쇽 맛당ᄒᆞ다
(만물萬物 놓기 괴로워서 죄과罪過 보속補贖 마땅하다)
만히남은 사ᄅᆞᆷ죽고 이종조와 이변보고
(많이 남은 사람 죽고 이상異常한 징조徵兆와 이변異變: 괴이한 변고 보고)
육신ᄉᆡᆼ각 못ᄒᆞ거든 ᄌᆡ물가산 못밧긔라
(육신肉身 생각生角 못하거든 재물財物 가산家産 못 받을 것이라)
<23-앞>
집사ᄅᆞᆷ은 산에가고 산즘승은 집에오네
(집안 사람은 산으로 가고 산짐승은 집으로 오네
부모ᄋᆞᄒᆡ 셔로ᄯᅥ나 동셔남북 분쥬ᄒᆞᆯ졔
(부모父母와 아이 서로 떠나 동서남북東西南北 분주奔走할 때
흉이죽고 깁히죽어 셔로ᄉᆡᆼᄉᆞ 모로도다
(흉凶하게 죽고 깊이 죽어 서로 생사生死 모르도다
심판ᄯᅢ에 니ᄅᆞ러셔 공즁으로 불이일허
(심판審判 때에 일어나서 공중空中으로 불이 일어
대셰샹이 츅만ᄒᆞ야 인내물을 진별ᄒᆞ네
(기다리던[待] 세상이 충만充滿하여 사람과 사물人乃物 *의미 미상을 진실로 분별하네)
금슈이즁 오금보ᄑᆡ 다변ᄒᆞ야 죄가되네
(금수니중禽獸泥中: 진흙탕 속의 금수와 같음 오금보패五金寶貝: 다섯 가지 금속과 보물들 다 변變하여 죄罪가 되네)
<23-뒤>
셰샹사ᄅᆞᆷ 경영ᄉᆞ가 이죄ᄒᆞᆷ줌 ᄲᅮᆫ이로다
(세상世上 사람 경영經營하는 일이 이 죄罪 한 줌뿐이로다)
흙을조ᄎᆞ 삼긴만물 죄로감이 당연ᄒᆞ다)
(흙을 조차 생긴 만물萬物 죄罪로 가는 것이 당연當然하다)
미혹ᄒᆞ다 셰샹사ᄅᆞᆷ ᄌᆡ물모화 쓸듸잇나
(미혹迷惑하다 세상世上 사람 재물財物 모와 쓸 데 있나)
부귀영화 쓸ᄃᆡ업네 ᄭᅳᆫ날을 ᄉᆡᆼ각ᄒᆞ쇼
(부귀영화富貴榮華 쓸 데 없네 끝날을 생각하소)
ᄭᅳᆺ날을 ᄉᆡᆼ각ᄒᆞ면 무ᄉᆞᆷ죄의 걸닐숀가
(끝날을 생각하면 무슨 죄罪에 걸릴쏜가)
셰상고ᄅᆞᆯ 모다밧고 쥬ᄃᆡ젼에 어셔가셔
(세상 고통을 모두 받고 주님 대전臺前에 어서 가서)
<24-앞>
텬신이 쥬명밧아 호기ᄅᆞᆯ 크게불너
(천신天神: 천사이 주님의 명령命令 받아 호기呼機: 호루라기를 크게 불어)
만만인을 불너ᄂᆡ여 부활뎡판 ᄒᆞ려ᄒᆞ니
(만만인萬萬人: 모든 사람을 불러내어 부활復活 정판定判: 판단하여 정함 하려 하니)
조셩이후 만흔사ᄅᆞᆷ 션ᄌᆞ악쟈 무론ᄒᆞ고
(조성造成: 하느님이 천지를 만드심 이후 많은 사람 선자善者 악자惡者 무론毋論: 논하지 않음하고)
분묘즁과 대회즁에 원구시ᄒᆡ ᄲᅳᆷ어ᄂᆡ니
(분묘墳墓 속과 대회大會: 큰 모임 속에 원구怨仇: 원망 시해猜慀: 시기와 불편함 뿜어내니)
텬당셩역 디옥악령 본육신에 결합ᄒᆞ야
(천당성역天堂聖域과 지옥악령地獄惡靈이 본 육신肉身에 결합하여)
착한령혼 육신보고 희락이 지극ᄒᆞ야
(착한 영혼靈魂 육신肉身 보고 희락喜樂이 지극至極하여)
<24-뒤>
셰샹에셔 내령ᄃᆡ로 고신극긔 죵신ᄒᆞ고
(세상世上에서 내 명령命令대로 고신극기苦身克己: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겨냄함을 종신終身: 죽음에 이름토록 하고)
ᄉᆞ욕편졍 이긴고로 영복갑시 네복이라
(사욕私慾: 사사로운 욕심 편정偏情: 치우친 사랑 이긴 까닭으로 영복永福 값이 네 복福이라)
ᄉᆞ랑ᄒᆞ온 육신이여 영원동락 ᄒᆞ리로다
(사랑하는 육신肉身이여 영원동락永遠同樂: 끝없이 함께 즐거워함 하리로다)
악ᄒᆞᆫ령혼 육신보고 원수롭고 증그러워
(악惡한 영혼靈魂 육신肉身 보고 원수怨讎와 같고 징그러워)
원망ᄒᆞ고 ᄐᆞᆺ한말이 ᄉᆞ욕편졍 아니ᄭᅳᆫ코
(원망怨望하고 탓하는 말이 사욕편정私慾偏情 아니 끊고)
내명을 아니듯고 네편익만 좃ᄎᆞᆺ더니
(내 명命을 아니 듣고 네 편익便益만 따르더니)
<25-앞>
원수로온 육신이여 동수영고 네탓이라
(원수怨讎 같은 육신肉身이여 동수영고同受永苦: 영원한 고통을 함께 받음 네 탓이라)
악ᄒᆞᆫ육신 검은형샹 더러온게 ᄂᆡ음ᄉᆡ라
(악惡한 육신肉身 검은 형상形狀 더러운 것이 냄새라)
오관ᄇᆡᆨ테 불이타고 젼신이 라창이라
(오관五官: 다섯 가지 감각 기관 백체百體: 몸 전체 불이 타고 전신全身이 나창癩瘡: 나병-한센병- 부스럼이라)
착ᄒᆞᆫ육신 광명ᄒᆞᆷ은 태양에셔 빗나도다
(착한 육신肉身 광명光明함은 태양太陽에서 빛나도다)
그몸에 광명ᄒᆞᆷ을 만국만왕 비길소냐
(그 몸에 광명光名함을 만국만왕萬國萬王: 모든 나라와 모든 왕 비길쏘냐)
아람다온 ᄌᆞ식이오 무ᄉᆞᆷ것이 거록ᄒᆞᆯ가
(아름다운 자식子息이요 무엇이 거룩할까)
<25-뒤>
요사밧 산곡으로 심판곳에 모혀가니
(요사밧 산골짜기로 심판審判하는 곳에 모여가니
텬신네는 셩인호숑 마귀들은 악인압숑
(천신天神들은 성인聖人 호송護送: 보호하여 데려감 마귀魔鬼들은 악인惡人 압송押送: 죄인을 일정 장소로 데려감)
하날문이 열이이고 본십ᄌᆞ가 나타나니
(하늘 문門이 열리고 본 십자가十字架 나타나니)
션ᄌᆞ들은 구쇽지은 사례경ᄉᆞ 찬미ᄒᆞ고
(선자善者들은 구속지은救贖之恩: 예수님이 십자가의 보혈寶血로 인류의 죄를 대신 씻어 구원한 일과 그 은혜 사례경사謝禮敬思: 고마움을 전하고 공경하는 생각 찬미讚美하고)
악쟈들은 ᄇᆡ은ᄒᆞᆷ을 복디원ᄒᆞᆫ 무궁이라
(악자惡者들은 배은背恩함을 복지卜地: 땅에 엎드림 원한怨恨 무궁無窮이라)
오쥬예수 ᄎᆡ운타고 심판좌의 임ᄒᆞ시네
(오 주님 예수 채운彩雲: 여러 빛깔의 아름다운 구름 타고 심판審判 자리에 내려오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