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시도다
1)명칭과 역할
라틴어의 원문의 첫 단어 Sanctus를 따서 “거룩하시도다”라는 명칭을 갖게 된 이 노래는 공동체가 감사의 마음으로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환호송입니다. 하느님의 구원 업적에 대한 감사와 찬양이라는 측면에서는 앞의 감사송에 이어지고,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찬양하는 면에 대해서는 ‘연결기도’(성찬제정과 축성기도 전에 바치는 기도 –예물 수령 청원Te igitur, 산 이를 위한 전구Memento, 성인 기념Communicantes, 집회를 위한 청원Hanc igitur)를 준비하는 다리역할을 합니다.
2) 기원
이 노래의 전례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전례 예식에 대해 알 수 있는 초대 교회의 문헌들(디다케, 사도전승, 로마 감사 기도문 등)에서도 발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동방의 문헌들에서 2세기 말 경부터 사용된 흔적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비록 대중적이지는 않더라도 지역적으로 2세기경부터 사용되었으리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초기의 양식은 전반부의 세 번 반복하는 “거룩하시도다”라는 환호만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대인의 회당 기도 예배에서도 사용되었고 요한 묵시록 4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거룩하시도다” 전문이 감사기도에 정식으로 사용된 것은 400년경으로 동방의 문헌에서
나타나며, 서방 교회에서는 5세기 초엽의 주교 예식서에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노래가 정식으로 전례에 쓰이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는 아리아니즘 이단의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431년 에페소 공의회를 통해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이 혼합되지 않고 온전히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분임을 고백하였습니다. 이 영향으로 전례 예식에서 하느님의 거룩하심과 사람이 되어 오신 그분의 거룩하심과 신성을 동시에 찬양하며 노래하였으리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3) 구조와 내용
“거룩하시도다”는 그 발전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의 “거룩하시도다”로 시작하는 전반부는 거의 대부분이 구약의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예언서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사야서 6장 3절에서 나오는 천사들의 노래와 그 형태가 유사합니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님! 온 땅에 그분의 영광이 가득하다.” 단지 여기에 “주님”과 “하늘”이 추가 되었을 뿐입니다. 또한 에제키엘서 3장 12절에서 “주님의 영광이 머물던 그 자리에서 위로 올라갈 때”의 이미지를 형상화시킨 노래라고도 여겨집니다.
하느님의 거룩하심은 구약 성경에 자주 등장하고 강조되는 하느님의 대표적인 본질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온전히 거룩하시기 때문에 그분께 속하는 백성, 땅, 성전 등도 거룩해야 합니다. 세 번의 거룩하시도다는 최상급을 나타냄과 동시에 점점 강도를 높이는 표현법입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본 환시에서 천사들이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찬양했듯이, 이제 지상의 전례 공동체인 우리들도 천사와 성인과 함께 하느님이 보여주신 구원 업적에 감사를 드리며 그분의 거룩하심을 찬양하는 것입니다.
세 번의 “거룩하시도다”라는 환호 이후에 “온 누리의 주 하느님”을 부릅니다. 여기에서 ‘온 누리’는 군대, 만군을 의미하는 히브리어를 번역한 말로 하느님께서는 그 누구도 저항하거나 이길 수 없는 전능하신 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힘과 능력을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통해 느끼고 체험합니다. 그렇기에 천상과 지상에 가득한 하느님의 영광을 생각하며, “하늘과 땅에 가득한 그 영광, 높은데서 호산나!”라고 찬송을 하는 것입니다.
“높은데서 호산나!” 호산나는 직역하면 “도움을 주십시오.”라는 의미이지만, 일반적으로는 기뻐하며 외치는 환호로 쓰이는 말입니다. 감사송에서 나타난 하느님의 구원업적에 대해 감사와 찬미의 환호를 부르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역사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전능하심을 체험하였습니다. 루카 2장 14절의 천사의 노래와 우리가 바치는 대영광송의 첫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통상적으로 높은 곳과 하느님의 영광은 함께 쓰이곤 합니다. 그러므로 “높은데서 호산나!”는 우리에게 드러난 하느님의 영광에 대한 감사와 찬미의 외침입니다.
노래의 후반부(Benedictus)인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 높은데서 호산나!”라는 구절은 시편 118장 26절과 루카 19장 38절에서 따온 부분입니다. 루카 복음서를 보면 백성들은 예수님께서 다윗 왕국을 재건할 메시아이심을 기대하며 환호하였습니다. 백성들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지만, 주님께서는 당신의 몸과 피를 바치시며 구원의 신비를 드러내셨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환호는 이천년 전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주님에 대한 환호이며, 동시에 빵과 포도주를 통하여 몸과 피로써 우리 안에 오시는 주님을 환영하고 환호하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4)공동체 성가
오늘날 “거룩하시도다”는 온 공동체가 함께 부르거나 낭송하는 기도문입니다. 하지만 서방전례에서는 중세 후기에 성가대 전용 성가로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화성악이 발달하며 많은 작곡가들이 곡을 만들었는데, 웅장하며 긴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뉘어 불리기도 하여, 과거 사용된 미사곡집을 보면 상투스(전반부)와 베네딕투스(후반부)가 분리되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후 1967년과 1969년 성음악 훈령과 미사 총지침의 영향으로 감사송의 마지막 부분에서처럼, 모든 천사와 성인과 온 공동체가 한마음으로 노래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