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소식전합니다.
집을 한달 가까이 비우고 망우헌에 돌아오니 유일한 말동무 였던 길고양이 꼬리는 멀리 떠나버렸고 농부의 정성을 먹고 자라는 배추와 무우는 이상기온탓에 모두 녹아 전멸이네요.
앞마당 잔디밭은 발목이 빠질 정도로 풀이 자라있고 아랫집 사촌 형수님은 남들은 고구마 모두 캣다며 빨리 추워지기전에 고구마 부터 수확하라고 재촉하십니다.
제게 가장 급한것은 감수확입니다. 3년전 부터 수고를 낮춰 관리해 온 망우헌 정면 둥시감 밭은 올해 감이 많이도 열렸습니다.
수확시기가 조금만 늦어도 모두 나무에서 홍시가 되어 버리기에 망우헌에 도착하는 날 부터 감을 수확해 감을 깍기 시작했습니다. 3년전 감나무들을 강전정해 수고 낮추기를 해준 덕분에 사다리 없이 열린감 2/3 정도를 모두 서서 수확했으니 이것 역시 신기하더군요 !
정말 정신없이 감만 깎았네요. 약 1500개 정도는 깎은것 같습니다.감깎는 기계가 있으면 편하겠지만 손으로 하나 하나 깎으려니 진도가 잘 안나네요. 저는 열심히 감밑둥을 칼로 정리해 주면 아내는 감자깍는 칼로 감을 깎아 분업을 해가며 13채반을 깎았습니다.
어린 시절 손가락 호호불며 추워지기 시작하면 온 식구들이 사랑방 호롱불 밑에 모여 않아 감을 깍아 처마에 매달고 감껍데기를 말려 어머니께서 백설기를 만들면 흰떡부분은 안먹고 달달한 감껍데기 들은 부분만 파먹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솔솔납니다.
이렇게 삼일동안 깍은 감은 채반에 눌러붙지 않게 채반 바닥에 비늴망을 깔고 그위에 감을 얹어 건조기에 넣습니다.
이렇게 건조기에 넣고 곶감 모드(약 42도 온도)로 3일간 건조시키면 꾸들 꾸들하게 표면이 마르게 되며 이렇게 마른 곶감을 처마에 매달아 한달이상 건조시켜야 곶감이 됩니다. 감나무밭에 수확하지 못한감이 1/3정도 남은것 같습니다만 이 녀석들은 완전히 익혀 감식초를 담을 예정입니다.
감식초야 3년을 기다려야 되지만 다음달이면 제가 비료 농약없이 땅의 힘으로만 기른 망우헌표 유기농 곶감을 먹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 곶감 덕장 만들기
건조기에서 삼일동안 꾸들꾸들 말린 곶감을 말리기 위해서는 덕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덕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 뒤안의 대나무를 잘라서 매달아야하나 아니면 고추 지지대를 엮어 매달아야하나 고민 고민했습니다만 <궁즉통>이라고 연당윗밭 울타리에 붙어 있는 여분의 와이어 메쉬가 생각이 났습니다.
와이어 메쉬 양옆에 노루망 지지대 두개를 케이블 타이로 묶고 나이론 줄을 이용해 창고 지붕에 매달고 보니 그럴싸한 덕장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건조기에서 삼일동안 말려나온 꾸들꾸들한 곶감들을 곶감걸이를 이용해 하나씩 끼워 덕장에 거는 일만 남았네요 !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지하 박물관에 전시된 가우디의 포물선. 현수선 모형도
곶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U자 형태로 축 처진 곶감들을 보니 얼마전 한달간 다녀온 스페인 여행에서 본 가우디의 포물선 생각이 나네요 !
가우디는 병약했던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덕택에 건축을 지탱하는 많은 요소를 자연에서 차용했습니다. 항상 자연에서 건축의 구조를 찾으려 했던 그는 하중을 시각화할 수 있는 간단한 방식으로 줄에 추를 매달아 늘어뜨린 ‘현수 모델’을 만들게 됩니다.
줄이 포물선을 이루며 추의 무게가 고르게 분산되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이를 그대로 뒤집어 성당의 구조로 삼았다고 하는데 곶감 매달린 모습을 보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생각이 저절로 나는 제 모습을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한나절 작업해 곶감 약 1500여개를 이렇게 매달아 놓고 보니 제법 그럴싸 합니다. 채반에서 말린 곶감이라 쪼글쪼글해진 곶감들이 모양도 갖추고 색깔도 나기 시작하네요 !
일부 곶감을 대량으로 만드는 곳에서는 색깔을 예쁘게 내기위해 유황처리를 한다고들 합니다 만 (유황처리를 하면 주황색의 붉은 색상이 나온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농약과 비료없이 기르는 귀한 곶감에 유황처리를 할 리가 없지요 ! 이렇게 두어달 말리면 맛있는 곶감이 됩니다만 곶감 만들기는 제법 손이가는 작업이네요 !
*. 감말랭이 만들기
곶감 만들기가 일단락되었지만 아직 감나무에는 감들이 많아 어제부터는 감말랭이 만드는 작업 중입니다. 칼로 감꼭지를 도려내고 감자깍는칼로 껍질을 벗겨낸 다음 감을 4등분하여 채반에 널어 건조기에 삼일 정도 말린뒤 햇볕에 말리면 감말랭이가 완성됩니다.
저희 고향에서는 감또개라고 보통 부릅니다만 기둥이와 보배가 곶감보다 감말랭이를 좋아한다고 아내는 꼭 만들어야 한다네요 !
저희 세대에서는 곶감이라고 하면 당연히 뽀얀 분이 나있는 곶감을 생각합니다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분이난 곶감은 잘 안먹는다고 하네요 . 대신 하얀 분이 없는 반건시나 감말랭이를 더 선호 한다는데 뽀얗게 분이난것을 보고 곰팡이가 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참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앞으로 한 이틀 감말랭이 만들기와 감식초 담그기 작업은 계속해야 할것 같습니다만 늘 그렇듯이 쉬엄 쉬엄 할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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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산 종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첫댓글 거하게
응원합ㄴㄷ~~~^^
한달여 망우헌을 비우고 오래간만에 기차에 들어 왔습니다.
다들 여전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조금 쌀쌀하지만 주변 나무들도 붉게 문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자주 소식 전해야지요 !
참으로 대단한 노력과 끈기입니다... 이걸 얻어먹는 분들은 그 정성을 알아줄런지??
곶감이나 말랭이... 너무 말리는것 보다 조금 말랑한것이 좋던데요
요즘은 고추 건조기 없으면 곶감도 못 만드는 세상 같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건조기를 구입해 3일 정도 말리니 겉이 꾸들꾸들 말려져 처마에 달아매어도 홍시가되어 땅에 떨어지지는 않겠더군요 ! 건조기 중에 곶감 모드가 있어 덞은 맛도 제거해 주니 좋은 세상입니다.
집사람이 1500개 곶감을 손으로 깎느라 고생 좀 했지요 ! 저는 그저 감 따서 날라다 주고 심부름만 했습니다. 말씀처럼 반건시가 좋다고 하여 감말랭이는 반건시로 만드는 중입니다.
정성과 노고가 함께 깃듯 곶감이네요
잘 건조되서 겨우내 행복한 먹거리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 우선 감의 크기가 작고 깨끗하지가 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른 감들은 홍시가 되면 옷에 슥슥 닦아 바로 먹어도 되니 기분은 좋더군요 ! 3년전부터 감나무 수고 낮추기 작업을 해 올해는 사다리 없이 대부분의 감들을 서서 손으로 수확해 수고 낮추기의 중요성을 실감한 한해 였습니다.
달캉말캉
달캉말캉 맛있어져라.
종산님의 글이 아주 격하게 반갑습니다💯×💯 💥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집을 오래 비웠더니 기차칸에도 숙제안한 사람처럼 늘 마음 한구석이 편안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가을 걷이 큰일들을 모두 마쳤으니 자주 소식 전하겠습니다.
곶감도 건조기에서 먼저 말린 후 자연건조를 해야되나 보네요.
틈틈히 아니, 아주 자주 종산님 블로그를 통해 여행에 동행 하였습니다.ㅋㅋ
거기서 댓글을 달고 싶었으나, 우찌 다는 줄을 몰라~~
따님과 둘이서 여행을 가신 자체가 부러움입니다.
앞으로 종종 들러서 글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살짝 다녀와도 흔적이 남으려나^^
요즘 날씨에 감을 깍아 처마에 매달면 홍시가 되어 모두 떨어져 곶감이 안되더군요 !
그래서 대부분의 곶감 농가에서는 건조기에 사나흘 말린 뒤 덕장에 말리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저도 올해 처음으로 건조기를 사용해 삼일 말려보니 정말 겉이 생각보다 잘 말라 홍시가 되어 떨어질 염려는 사라졌습니다.
출장이 잦은 큰 아이가 건축을 전공한 아부지가 스페인을 다녀왔으면 정말 좋겠다고 해 출가한 큰 아이와 둘이서 다녀온 건축 기행입니다. 추석 명절을 낀 제법 긴 여행인지라 사돈집과 사위에게 많이 미안했지만 원 없이 스페인 한바퀴를 돌아본것 같아 마음은 후련합니다.
이제 마음추스리고 조용히 연말 마무리 해볼까 합니다.
종산표
감말랭이와
꽃감을 언제쯤 맛볼 수 있을끼요~
한달후 정도면 언제든지 가능할겁니다. 곶감번개라도 한번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