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보다 키가 큰 목수의 연인은 붉은 노끈으로 묶인 릴케 전집을 양손에 들고 목수를 찾아갔다.
책장을 만들려고 했는데 커다란 관이 돼버렸다고 목수는 자신을 찾아온 연인에게 말했다. 천장에 머리가 닿을지도 모르겠다고 연인은 답했다.
해가 가장 높게 떴을 때 마을의 무덤들이 흐물흐물 무너져 내렸다.
목수는 연인이 가져온 책 더미를 밟고 올라서 연인과 키스를 했다. 목수의 입에서 고무나무 냄새가 났다.
- 2020년 <한국경제> 신춘문예 당선작
■ 김건홍 시인 - 1992년 경북 상주 출생 -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 심사평
- 문학적 상투성 답습 않는 시적 압축미 돋보였다
... 문학적 상투성을 답습하지 않은 새로움을 보여주면서 시적 압축미가 돋보이는 작품을 뽑고자 했다. 특히 고전적인 세계를 다룰 때도 그 고전적인 것이 과거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열려있는 작품을 뽑고자 했다. - 중략 - 숙고와 토론 끝에 당선작으로 결정한 김건홍의 '릴케의 전집'은 간결하고 압축적이면서도 비의와 상징성이 풍부하다는 점, 열린 서사 구조가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는 점이 동봉한 시편들의 편차마저도 금방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이게 했다. - 하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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