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무슨 날인가?" 하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빼빼로 데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8월8일은 '뚱뚱보' 날일까? 11월11일을 빼빼로 데이라고 한 것은 제과업체 홍보팀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서양의 바렌타인 데이나 화이트데이 때 이성에게 초코렛을 선물하는 날로 바꾼 것도 일본 제과업체의 상술이라고 들었다.
급기야는 할로윈 데이까지 따라가다 마침내 젊은이 156명이나 희생되는 이태원 참사까지 빚었다. 오래 전에 타임지 표지에
'한국인들이 쏟아져 나온다'가 하면서 우리를 들쥐에 비유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앞 무리를 따르다가 낭떨어지에서 추락해 죽어가는 들쥐 말이다.
오늘 달력에 적혀 있는 글자를 보면, '유앤참전용사 국제추모식', '보행자의 날' 그리고 '농업인의 날'로 돼 있다.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은 매년 11월 11일에 6ㆍ25전쟁에 참전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유엔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념하고, 이들을 유엔참전국과 함께 추모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기념일이다.연혁은 2007년에 캐나다의 빈스 커트니(Vince Courtenay, 한국 전쟁 당시 종군기자)가 한국전에 참전했던 전사자들이 안장되어 있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한국 현지 시각에 맞춰 동시묵념 및 추모행사를 제안하여 시작되었으며 2020년 3월 24일에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17117호)이 제정되고, 이 법률이 2020년 9월 25일부터 시행되면서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 되었다.
다른 이름으로는'Turn Toward Busan (턴 투워드 부산. 부산을 향하여. 부산을 향해)' 이라고도 한다. 그 이유는, 같은 날, 같은 시각, 즉 매년 11월 11일 11시에 6·25전쟁에 참전한 21개국에서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묵념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가 어릴 때만해도 '농사지천하대본'(農事之天下大本)'이라는 길게 늘어뜨려 쓴 플랙카드를 앞 세우고 정월 보름날에 농악대가 등네를 한바퀴 돌면서 공연을 하였고 또 집집마다 들어가 마당에서 꽹과리,매구,벅구,징,북을 크게 치면서 지신을 밟았다.
보릿고개도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산업화 전이라 국민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했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풀베고 땔감 나무하고 보릿짐 나락짐을 지게에 져다 날랐다.
5.16쿠테타 이후 5차에 걸친 경제개발로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농업에서 공업으로 전환되었고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집중하게 되었다. 정부에서도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몰고가다 보니 농촌경제는 더욱 더 피폐해지고 말았다. 또한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 지금은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시 세계 곡물값이 급등하는 것을 보면서 유사시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생각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창궐할 때도 태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출국가에서도 곡물수출을 금지한 것만 봐도 식량을 무기화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농업인의 닐을 맞아 (사)한국친환경농업회장의 기고문을 한 번 보자.
[전략. 11월 11일은 국가가 지정한 지 27년째인 ‘농업인의 날’이다.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세상의 근본을 담고,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농업인의 날로 제정하였다.
역사자료에는 고구려의 건국 때부터, 조선시대의 왕들까지 농사를 권하는 날을 매우 중요시하였으며, 신라시대부터 토지의 신과 곡물의 신을 상징하는 사직단을 만들어 국가와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지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맹자는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그다음이고 임금은 여기에 비해 가벼운 존재”라고 할 만큼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농업이 국가의 근본이었다.
그러나 배고픈 보릿고개를 넘어 산업화가 우선시되면서, WTO, FTA등 국제 통상의 협상 때마다 핸드폰과 자동차의 수출을 위해, 쌀, 소고기, 과일 등 우리 농촌의 생존 작물의 수입은, 농업인들이 미처 준비하고 적응할 겨를도 없이 최우선적으로 개방되었다. 그 결과로 떨어진 농업 경쟁력을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우리 농업은 경쟁력이 부족하다’라고 표현한다.
매년 국가 예산은 증가했지만 농업 예산은 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농업인구는 10년 새 41.6%가 감소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 국민의 4.3%가 농업에 종사하고 전체인구의 약 4분의 1이 농어촌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도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농업과 농수산물을 기반으로 살아간다.
예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국가 지도자들의 관심이 단순히 저울로 잴 수 있는 지식만을 기준으로 결정된다면, 우리는 물을 얻기 위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사람의 치료를 위해, 들판이 주던 정서를 대신 얻기 위해, 우리 후손들은 우리를 원망하며 더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국가의 관심과 의지만큼은 농업을 향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