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ello: Oboe Concerto in D minor - 2. Adagio
숫이 없고 결이 약해, 벗으면 둥그렇게 자국이 남아 모자 쓰기를 기피하다
흰머리가 많아 늙게 보인다는 말을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어 외출 시 모자를
쓰다 보니 방한 효과도 있어 마음먹기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연히 도봉산 초입 널려있는 가게에서 저렴한 모자 하나를 구입 착용하다 보니
마음에 들어 다른 색으로 하나 더 장만하기 위해 산보 겸 다시 들렸다,
찍어놓은 모자 쓰고 거울을 기웃기웃,
내친김에 서너개를 써보는 중, 옆 인기척을 느껴 보니
주인장인 듯 늙수그레한 사내가 내 모양새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씽끗 웃어주고 다시 모자 하나를 쓰고 거울을 보니 마음에 들듯 말듯,
벗어 다시 제자리에 놓는 중, 갑자기
- 어떤 모자도 어울리지 않으니 그냥 가세요. -
퉁명하고 신경질적인 목소리. 모자 서너 개 써본 죄밖에 없는데
당황이 순식간에 기분 나쁨으로 변해 내 목소리가 커졌다.
- 여보, 내가 당신 모자를 훼손 시켰어 더렵혔어. 그냥 몇 개 써봤다고 손님한테 그러면 돼,
그런 식으로 장사하지 마쇼 -
- 내 맘요,-
-그래 나도 내 맘이라 이거저거 모자 써봤다, 이 자식아-
마침 행인들이 - 장사하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아저씨가 참으세요-
내 편을 들어 말렸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내 입에서 더 심한 쌍소리가 나올 뻔했다.
근처를 몇십분 산책하다 보니 화가 어느 정도 풀렸으나 찜찜함은 가시지 않아
일찍 귀가하기로 마음먹었다.
귀가 도중 장갑 파는 노점상이 눈에 띈다. 이번 겨울에 장갑만 벌써 3번째 잃어버린 터라
버려도 아깝지 않은 장갑 하나 사려고 마음먹고 오천 원짜리 중에서 뒤적뒤적,
대부분 여성용인 듯 내 손에 맞는 것이 별로 없다.
여기도 주인장인 듯한 아저씨가 내 옆에서 지켜보더니
- 이거 한 번 써보세요- 하며 한 물건을 건네기에 껴보니 괜찮아
오천 원을 내미니 이건 만원이란다
퉁명스러운 모자 주인장에 비해 친절한? 장갑 사장님의 태도에 거금 만 원을
가볍게 투자하고 귀갓길에 오르니 더 마음이 풀리고 산뜻해진 느낌.
집에 돌아와 모자 주인장의 입장에서 오늘의 헤프닝을 다시 한번 돼 새겨 보았다.
( 아침 나절부터 기분이 별로요, 손님도 없는데 쌀쌀한 날씨에
우두커니 앉아 가게를 지키자니 신세타령이 절로 나오려는 중,
초라한 노인네가 모자를 살듯 말듯 이거저거 써보며 신경만 건드리니
나도 모르는 사이 짜증이 나 - 그냥 가쇼-한마디가 저절로 입에서 나왔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손님 비위 맞추려 노력하는 장갑 아저씨나,
순간적인 짜증으로 신경질을 내버린 모자 주인장이나,
또 참을성 없이 화를 내 버린 나 자신이나,
만 원이 주는 행복을 위해 잠시 서로 노력을 한 것뿐인데
장갑 아저씨는 그 만 원의 행복을 누렸지만
모자 주인장과 나는 그 만 원의 행복을 놓치고 순간적인 짜증을 냈다고 하는
후회감이 밀려들었다.
언젠가 더 마음이 풀리면 도봉산 초입의 모자 주인장 가게를 다시 찾아
내가 찍어 논 만 원짜리 모자를 다시 구입하며.
혹 주인장이 나를 알아본다면 사과하고 그도 사과하며
서로 화해를 하게 된다면 우리 서로 만 원의 행복을 잠시나마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첫댓글
입어 보고 써 보고 사는 게
보통인데요.
그 사람 다른 일로 기분이
안 좋았나 봅니다.
저는 두 분의 다툼이 재미 있습니다.
ㅎㅎ
한스님께서 되 받아치신 말씀이
더 재미있고요.
혼자서 자꾸 웃고 앉아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ㅎ 둘 다 참을성이 별로 였나 봅니다.
전에 그 가게에서 아줌마한테 모자 샀었는데
이 아저씨는 장사 타입은 아닌 듯,
하여간 당시는 기분 나빳지만 다 풀렸지요.
오히려 성질 내는 모자 아저씨가 차라리 인간적인 듯,
장삿속에 찌들은 사람 보다는 ㅎ 건강하세요.
그 모자가게 주인은 장사할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모자 라는게 써보고 머리에 맞아야 사는건데?
그거를 가지고 시비를 걸다니?
재미있네요?
충성 우하하하하하
제 생각에도 장사꾼은 아닌 듯,
성질 내는 거 보니 차라리 장갑 아저씨보다는
인간적일 수도, ㅎ
건강하세요.
모자를 좋아하시던 저의 친정아버님 성향을 닮은 저도 모자를 매우 좋아 해 약 30여(비니 포함) 개의 모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자 팔던 가게 주인이 보기에 한스님께서 모자를 구입할 것 같지 않다 스스로 자기 마음대로 판단하고 무례를 범한 듯 보입니다.
한스님 다시 모자 가게 가셔서 마음에 드신 모자 새로 구입하시고 사과할 생각이 있으시다는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한스님 매너좋은 신사 분이십니다. ^^~
전에 이 가게에서 아줌마한테 모자 샀기에 들린건데
하여간 나중 생각하니 차라리 앞에서 슬슬 웃으며
뒷통수 치는 장사꾼 보다 자기 감정을 쉽게 노출하는 거 보니
이 아저씨가 인간적일 수도 ㅎ
항상 건강하세요.
다시. 찾아가서 만원의. 행복 다시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럴 생각입니다.
건강하세요.
장사는 간도 쓸개도
다 빼놓아야 한다는데
그 사장님 꼬일대로 꼬였나봅니다.
가끔은 서로의 강한 주장을하고
옥신각신 그후 시원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다음에 마음드는 모자도 마련하시고
둘레길 걷기도 하시고
건안 기원드립니다.
ㅎ 장사꾼은 아닌 듯
차라리 솔직한 면이 나을수도
있으니 그를 이해하려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모자 장사 사장님은
그래도 모자니까 다행이어요.
만약에 바지였다면,
그 사장님은 장사 못할 것입니다.
한스님은 모자를 쓰시면,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한 15년은 젊어 보일텐데요.^^
모자 방한용으로 쓰다 보니
이제 안 쓰면 허전합니다.
더 참을성이 있었더라면
서로 행복 했을텐데
비록 만 원 짜리 행복일망정 ㅎ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오는말이 거칠면 가는말을 곱게 하기가 어렵지요
그럼에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은 한스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틀림없이 그 주인장은 장사꾼 체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너무 자기 감정에 솔직하니까요. ㅎ
그를 이해하려 하니 오히려 제 마음이 편해 집니다.
다들 열심히 살아가려는 행동일 터이니.
댓글 감사 드리며 행복하세요.
모자 쓰기 시작하면 모자만큼
편한게 없어서 자주 손이 가는데요.
처음엔 뭐든 어색 할 수밖에 없어요.
근데말예요 모자 가게 주인장님요 넘 심했어요.
어떻게 그런 막말을 ㅠㅠ
장사도 일종에 사업인데 사업수완이 없으신 모자가게
주인장님 같아요.
그렇지만 장갑으로 만원에 행복을 찾으셨으니 천만다행이예요.
사업수완이 없는 모자가게 주인장을 이해하시고 다시금 모자를 구입하실 근사한 맘을 가지신 한스님 넘넘
멋있습니다👍
그를 이해하려 하니 오히려 제 마음이
편해져 제가 덕을 본 것이지요. ㅎ
그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다음에 찾아가
모자 구입하려고 합니다.
잠시 잃었던 만 원의 행복을 위하여.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그 순간 속상하는 에피소드였지만 돌아오셔서 두루두루 살펴보시는 그 마음이 참 든든합니다.
사람마다 그 순간의 상태따라 혹은 입장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 이해하기 나름입니다.ㅎ
그렇치요
서로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공연히 얼굴 붉혔다는 후회감 ㅎ
건필 유지하시며 건강하세요.
ㅎㅎㅎㅎ
얼마나 이것저것 오만가지 들쑤셔 나았길래 ~ 우헤헤헤
알만 합니다
제가 가게를 해보아서 모자 주인장 마음 엄청시리 이해합니다~ 낄
하하하 '어떤것도 안어울리니 그냥 가슈'
짜증 왕창 나는데 안 쥐어 박히길 다행~
그것 보세요
어울리던 안 어울리던 이제는 모자를 쓰야 한다니까요
사진 함 올려보세유~
게는 가재 편 이라더니 .
들쑤시다니 억울해.! 몇개만 써 봤슴. ㅎ
나도 그 양반 이해하려고 노력함.
언젠가 도봉산 다시 가 모자 살 거임.
건강하시고 즐겁게 지내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따뜻한 댓글 감사 합니다.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참으면 될 것을
모자 주인이 이해도 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미소가 지어지는 따스한 글입니다 .
한국가면 모자를 서내개는 사옵니다 .
저는 써 볼때마다 좀 미안해서 잘 써보지는
않는데 상점 주인은 꼭 써보라 하시더군요.
장사 수완이 좋은것이겠지요 ?
저같으면 그 가게는 절대 안간다 인데
한스님께 배워 갑니다 .
모자 안경은 옷 보다도 더 써보고 사는건데 ㅎ
주인장이 조금 성급했는데
어찌보면 솔직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최소한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들어내니.
그를 이해하려고 하지요.
지금 미국에 계시지요? 항상 건강하세요.
ㄱ 모자 가계 주인 좀 심했네요.
말씀처럼 장사도 안 되는데 사지도 않으면서 물건을 뒤적거리는 게
마음에 안 들었겠지만 장사가 그러면 안 되지요 참ㅎㅎ
우리 모임에서도 모자 쓰시는 모습 못 보았는데요, 추울 때 모자를 쓰면
보온효과가 크다네요. 저도 모자를 쓸 때가 많습니다만 마누라는
나에게 모자가 어울리지 않는다네요 . 그렇거나 말거나 씁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 가게에 가시거든 화해의 손길을 한 번 내밀어 보세요.
그 주인도 아마 사과를 할 것 같습니다.
안녕 하시지요,
언제 시간되면 화해할 생각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겁게 일상 보내세요
그게 사바세계의 묘미인것 같습니다~
오늘 양수리(훈련비행촬영) 갔다가 늦게 귀가,
한스님이 궁금하여 모처럼 수필수상 게시판에 들렀다가
반갑게 공감하며 흔적을 남기고 갑니다~~~
나중이라도 그 가게에 가서 모자 사면서 그 주인에게 그때의 그사건 집고 넘어가세요
그런식으로 장사하지 말라고 정중하게 이야기 하세용
충성 우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