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PD수첩 제작 담당자 최승호 PD
일부 대형교회 세습과 편법 재정 운용 문제를 고발한 MBC 'PD수첩' 제작 담당자 최승호 PD(40). 최 PD는 기자와 만나자마자 "'PD수첩'을 만들면서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처음이다"며 고개를 저었다. 'PD수첩' 제작과정에서 최 PD는 심한 맘 고생을 겪었다. 방송사 내부에서조차 환영하지 않는 거북한 주제인데다 교회측의 심한 항의와 함께 방송을 중지시키려는 갖은 물리적 압력까지 겪었다. 그러나 그는 언론인의 양심으로 외압에 굽히지 않고 결국 한국교회에 따끔한 충고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성공했다. 말도 많았던 이번 'PD수첩'을 제작하면서 모태 신앙인인 최 PD가 느낀 일부 대형교회의 모습과 제작과정의 어려움, 그리고 바람직한 대형교회 모습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이번 PD수첩은 일반 방송이 종교 내부의 문제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쉽지 않은 주제였다. 특별한 기획의도가 있었기 때문인가.
사회인의 관점에서 종교 문제는 어떤 사회 문제 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심과 철학 가치관을 설정하고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것들이 어지러워지고 흔들릴 때에 (가령 세습이 관행화 된다든지....) 이 사회는 가치관의 푯대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 집단은 자주 다뤄지고 있지만 기성 교회들의 고민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다뤄진 적은 없다. 특히 올해는 유독 기성 교회 문제점들이 외부로 많이 표출되지 않았는가.
기획의도가 충분히 달성됐다고 보나.
실제 방송된 것보다 취재 과정에서 파악된 부정적인 요소들은 더 많았다. 그러나 많이 자제했다. 즉 할 말을 다 하지 않았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일반적 사회 비리를 파헤친다는 자세를 갖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해당 목회자나 교인들에게 심한 상처를 주면서까지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의 귀감이 되는 교회의 참된 모습을 이뤄나가는데 쓰일 쓴 약으로서의 역할은 어느 정도 감당했다고 본다.
방송을 둘러싸고 심한 항의가 있었다. 온당치 못하다거나 불쾌한 감정은 없었나.
'PD수첩'이 고발성 프로그램이라는 점 때문에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단지 기독교계 문제점을 다룬다는 점 때문에 MBC와 'PD수첩'을 '반 기독교'라고 몰아 부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반응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 '교회 건물 저당'건 정도만 방송될 것이라고 누차 설명했음에도 조용기 목사의 큰 아들 조희준씨에 대한 문제를 방송하는 것 아니냐는 등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의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교회 문제는 아예 내지 말라는 식으로 몰아부쳤다.
세계최대교회라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진정한 '성역'으로 남기 위해서는 그 정도 위상에 걸맞게 투명하게 운영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미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언론이 건드리면 쳐들어가겠다는 식으로 반발하는 것은 이미 성역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가치를 상실한 태도다. 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집회신고를 내고 규탄집회를 개최하거나 언론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교인들의 물리력을 이용해 언론을 협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회가 왜곡된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회 권력집단의 모습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결국은 조용기 목사의 위상을 지켜내기 위해 교인들이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지 않는가.
PD수첩과 관련된 국민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일보가 기독교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고 본다. 그런 언론에서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고 MBC와 PD수첩을 반기독교적이라고 몰아 부치는 것은 대단한 명예훼손이다. 특히 국민일보는 'PD수첩' 담당자를 전혀 취재하지 않았다. 또 MBC가 왜 이 문제를 다루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그런 식으로 기사를 내 보낸다면 과연 언론사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국민일보는 기독교와 일반 언론의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매체로서 나름대로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PD수첩과 관련된 보도태도는 오히려 기독교 발전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본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의 인터뷰는 모자이크 처리돼 있다. 역시 그쪽의 반발 때문인가.
애초엔 정식으로 인터뷰했으나 추후 초상권 침해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자체 법률 검토 결과는 초상권 침해와는 관계없다는 쪽이었지만 추후 발생할 법적 분쟁의 소지 때문에 모자이크 처리했다. 그러나 모자이크 처리는 세계최대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교회 입장을 떳떳하게 밝힐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느냐는 의구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교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세습이 문제된 대형교회 중 C로 표시된 교회가 있었다. 웬만한 사람은 C교회가 어느 교회인지 알 수 있을 텐데 굳이 밝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C교회 내용 자체가 담임 목회자의 위신에 관한 것이다. 파행적인 모습을 그대로 내보낼 경우 C교회가 받을 상처를 감안했다. C교회는 보도된 것보다 심한 내용이 많았다. 무리한 세습이었다고 해도 후임자가 원만하게 교회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다면 C교회와 같은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또 존경받아왔던 C교회 원로목사의 말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못내 부담스러웠다.
이니셜로 표기한 이유 중 하나는 C교회측의 반론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반론이 있었다면 수위가 좀 더 낮춰질 수도 있었고 본래 이름으로 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C교회측에 여러 차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실패했다. 심지어 교회에서 발행하는 신문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C교회 원로목사는 '나는 말 안 하게 돼 있다'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교회측의 반론이 없었기 때문에 C교회의 깊은 내부 고민을 담아내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원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는데.
처음 취재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가장 비중있게 다루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취재에 들어가고 보니 교회로부터 중징계를 당한 '교회사랑장로모임(교사모)' 소속 장로들이 교회측과 협상에 들어간 단계였다. 교사모측이 취재에 응하지 않아 결국 '교회 건물에 대한 근저당 설정' 문제만을 다루게 된 것이다.
'PD수첩'과 비슷한 SBS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할렐루야기도원 문제'를 보도해 큰 반향을 얻었다. 혹시 MBC가 이 문제를 보도한 것은 타 방송국과의 시청률 경쟁을 의식한 것은 아닌가.
시청률을 의식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것들을 찾을 수 있다. 아까 말한 것처럼 기획의도의 중요성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주제에 대해 MBC 내부에서도 절대 좋아하지 않았다. 교계 차원에서 MBC 전체를 매도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사장이나 본부장이 좋아할 리가 있겠는가. 제작팀이 밀어 부친 끝에 간신히 통과된 사안이다.
하필이면 성탄절 주간이냐는 비판도 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성탄절이니까 방송할 수 있는 주제였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 때는 교회에 꼭 가야되는 것처럼 느낀다. 어릴 적 평화롭고 정겨운 교회에서 느낀 향수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요즘 일부 대형교회의 평화스럽지 않은 모습은 교회를 가고 싶지 않게 만들고 있다. 성탄절 주간에 평화스러운 교회의 모습을 꿈꾸며 현재의 잘못된 부분을 고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한 일 아닌가.
앞으로 대형교회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으면 하는가.
일부 대형교회는 평신도들의 참여가 거의 불가능한 대신 담임 목회자와 측근 장로 몇 명이 모든 사항을 결정하고 있다. 이런 막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력이 세대교체 과정에서 세습을 택하게 되고 또 많은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교회가 제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목사님 스스로 말씀 전하는 사도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주어지는 권위와 위상을 무한정으로 사용하지 말고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 권한을 조절할 수 있는 교회 시스템을 만들고 무엇보다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본다. 또 교회가 크더라도 공동체적 특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PD수첩'에 나온 동안교회와 서울영동교회에서 갈라져 나온 샘물교회의 사례가 좋을 듯하다. 서울영동교회의 경우는 몇 개 교회로 나눠서 건전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동안교회는 전체적으로는 다른 대형교회처럼 성장하지만 목사님 스스로 자신의 지도력을 견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있다. 분당 샘물교회는 소개될 시간이 짧아서 아쉬울 정도로 아주 좋은 모범이 된다고 본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교회 문제를 다시 한번 다루고 싶은 생각이 있는가?
이번에 아주 혼이 났다. 절대 다시 이런 문제를 다루고 싶지 않다. 교계 언론에서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뉴스엔조이에서
저는 이번 화두가 되고있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성도입니다.이번 문제로 교회 내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단지 교회 문제를 거론했다는 이유로 PD수첩과 MBC문화방송을 반기독교라고 몰아붙이며 집회신고를 내고 규탄집회를 개최하거나 언론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왜곡된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회 권력집단모습과 다를바 없는 모습에 회의를 느끼며 가슴이 아픕니다.